대구의 첫 번째 동물화장장 건립이 허가 직전까지 갔다가 최근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7일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서 '동물장묘시설은 학교와 300m 이내 지역에 짓지 못한다'는 거리제한 규정이 생기면서다. 대구에 건립을 추진 중인 동물화장장은 계성고로부터 192m 거리여서 개정안이 적용되면 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 동물화장장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 사업자가 대구 서구 상리동에 지상 2층, 연면적 1924㎡ 규모의 동물화장장을 짓겠다고 서구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했고 서구는 민원을 이유로 신청서를 반려했다. 사업자는 같은 해 5월 서구를 상대로 건축허가 취소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사업자는 올해 9월 10일 다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개정안 통과에도 동물화장장 건립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사업자가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어서다. 사업자 측은 이미 4개월 전 대법원 적법 판결이 났는데도 서구가 고의로 허가를 미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중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약 1481만명으로 추정된다. 전국 1952만 가구 중 29.4%인 574만 가구가 총 874만 마리의 반려동물(개 632만 마리, 고양이 243만 마리)을 기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려동물이 많이 늘어난 만큼 동물의 사체 처리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애완동물의 사체는 화장을 하거나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반려동물 사체 발생량을 68만8000마리로 추산했다. 동물의 사체는 일반적으로 '폐기물'로 처리돼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동물병원에서 죽었을 경우 공동 화장해 의료용 폐기물로 처리한다. 임의로 매장·소각·투기하는 것은 위법이다. 반려동물 사체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는 데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찾는 곳이 바로 동물장묘시설이다. 동물장묘시설은 반려동물의 사체를 화장·건조·납골·봉안하고 장례식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대구에 사는 이지윤(33·여)씨는 "최근 기르던 개가 숨을 거둬 동물병원에서 소개해 준 동물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다. 가족처럼 지내던 반려견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동물장묘시설 건립이 지역민들의 반대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김영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장묘시설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혐오시설이 들어와 지역 이미지를 해치고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우려 때문에 반대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화장·건조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진이나 냄새가 건강을 해치고 상수도원이 오염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고 했다. 최근 갈등이 일어난 대구뿐 아니라 광주광역시에서도 지역 첫 동물장묘시설 건립을 두고 주민 반발이 나왔다. 한 사업자가 6월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학동에 지상 2층 규모 동물장묘시설을 짓겠다며 건축허가를 신청하자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인근 마을 주민 160여 명은 장묘시설 건축 허가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광산구에 제출했다. 이 밖에도 경남 함안군, 경기 용인시·양평군 등에서도 유사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