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저임금 16.4% 인상에도 경비·미화 인력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임금을 올린 울산 중구 태화동 리버스위트 아파트가 올해도 경비원 감원 없이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16일 “내년에 월 임금을 5만원 올리고 휴게시간을 8시간 늘리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 휴게시간에는 아예 출근하지 않게 해 6명의 경비원·미화원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이 아파트 박금록(68) 입주자 대표회장은 “경비원을 최대한 감원하지 않기로 입주민과 논의가 됐다”며 “앞으로도 함께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 10.9% 인상(7530→8350원)을 앞두고 전국의 많은 아파트가 경비원의 일자리 보장과 감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리버스위트 아파트 처럼 유지하는 곳도 있지만 감원의 칼바람이 부는 곳도 적지 않다. 경기도 고양시 강선마을 6단지는 첫 입주 후 24년째 32명의 경비원 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내년에도 현재의 경비원 수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내년에 가구별로 월 700∼800원의 경비원 인건비를 추가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현재 아파트 평형별로 한 달에 7000∼1만원을 부담해 경비원 32명과 관리사무소 직원 6명의 인건비를 부담하고 있다. 송광수(71) 입주자 대표회장은 “일부 입주민이 ‘경비원 수를 줄여 경비 인건비를 감축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60대 고령의 경비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자’는 상생의 취지에 공감하는 입주민이 더 많았다”며 “경비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하면서 아파트 단지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많은 아파트가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근무시간을 줄여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피했지만, 올해는 이 방식을 택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다수 아파트가 식사시간대 기존 1시간이던 휴게시간을 올해 3시간 안팎까지 늘린 상황에서 더는 근무시간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휴게시간이 자유롭게 쉴 수 없는 사실상 ‘대기시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 북구 비정규직 노동자지원센터가 지난 6월 아파트 경비원 13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휴게시간이 일일 30분~8시간 늘었지만,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이 시간에 제대로 쉴 수 없다고 답했다. 박용주 광주광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지원센터 조직국장은 “경비원 수가 줄면 경비원 한 명이 맡는 가구 수가 늘면서 주민 안전과 생활 서비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용역 업체를 거쳐 경비원을 고용하는 대신 아파트에서 직접 경비원을 고용해 비용을 줄이면 최저임금 여파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