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을 포함한 5개 항공사 소속 조종사들은 지난 23일 미 워싱턴주 렌턴 등지에서 작년 라이온 에어의 보잉 737 맥스 8 항공기가 사고 직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건과 비슷한 위기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 비행을 했다. 시뮬레이션 비행은 받음각(angle of attack) 센서가 고장 난 상황을 상정했다. 받음각 센서는 항공기의 날개와 기류 각도를 알려주는 장비다.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센서 오작동으로 비행기의 기수가 너무 높이 들려 양력을 잃고 추락하는 실속 위험이 발생했다는 신호가 들어오자 곧바로 실속을 방지하는 안전장치인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 작동했다. 실속이 아닌데도 실속으로 판단해 이 시스템이 작동한 상황이다.






조종사는 즉각 조종기의 엄지 스위치(thumb switch)를 눌러 이 시스템을 해제하고 수동으로 전환한 데 이어 시스템에 대한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등 발 빠르게 후속 조처를 했다. 이에 따라 조종사는 수동으로 고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몇 분간의 시간을 벌었고 결국 무사히 착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조종사가 센서 및 MCAS가 오작동할 경우에 대비한 대응 매뉴얼을 숙지한 상태에서 신속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MCAS가 작동한 뒤 항공기가 갑자기 추락해 손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40초도 채 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관련 매뉴얼이 숙지되지 않았다면 사고를 피하는 데 충분치 않은 시간이다. 실제 최근 언론에 유출된 사고기 조종사들의 대화 내용을 보면 기장과 부기장은 비상시 세부지침이 수록된 긴급 참고교범(QRH)을 보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해법을 찾으려 분투했다. 그러나 라이온 에어 항공기 사고 전까지 조종사들이 센서 및 MCAS 오작동에 대비한 훈련을 충분히 받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보잉과 항공 관련 감독기관은 해당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을 배제한 채 조종사에게 주의를 당부할 필요가 없다는 데 동의했으며, 이에 따라 관련 훈련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