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현씨가 시험지를 어떻게 유출했는지 특정되지 않은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증거’에 비춰볼 때 쌍둥이 딸이 미리 알게 된 답에 의존해 시험을 봤거나 참고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아버지 현씨를 통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씨가 숙명여고의 정기고사 등 업무를 상당히 방해하고 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크게 4가지를 현씨의 유죄 근거로 삼았다. 현씨에게는 정기고사 시험지 결재 권한이 있었다. 담당 교사가 출제된 시험지를 모아 오면 현씨가 이를 확인해 결재했다. 결재 시간은 대개 짧았지만 종종 50분 이상 현씨 혼자 시험지를 갖고 있을 때도 있었다. 법원은 현씨가 시험 전 답안을 보관하던 교무실 내 금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금고는 현씨 바로 뒷자리에 있었다. 판사는 “다른 사람이 없다면 현씨가 자리에서 몇 발짝 움직이지 않아도 금고를 열어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답안지가 교무실 금고에 있다는 것을 알고 금고 비밀번호도 외우고 있던 현씨는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다. 정기고사 직전 주말에 홀로 학교에 나와 초과근무를 했다. 이때 현씨는 초과근무 대장에 기록도 남기지 않았고 노트북에서 업무 기록도 나오지 않았다. 법원은 현씨가 2018년 4월 20일 일과 후 교무실에 남았을 때 주위 상황을 살피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증거로 인정했다. 법원은 “현씨 마음먹기에 따라 금고 속 답안을 체크할 수 있었다”고 인정했다. 딸들의 급격한 성적 상승도 유죄판단의 근거가 됐다. 두 딸의 내신 성적은 2017년 1학년 2학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올라 2학년 때는 최상위권이 됐다. 1학년 1학기 종합석차 121등을 받은 쌍둥이 언니는 그해 2학기에는 종합 5등으로 성적이 올랐다. 쌍둥이 동생은 1학년 1학기 59등을 했지만 2학기 때는 종합 2등을 기록했다. 2학년 1학기가 되자 두 딸이 각각 인문ㆍ자연계열 1등으로 올라섰다. 재판부는 쌍둥이의 내신 성적에 비해 오르지 않은 모의고사 성적을 의심했다. 딸들이 모의고사를 열심히 보지 않았다 해도, “평소 독해력이나 실력이 드러나는 국어ㆍ수학의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쌍둥이 딸이 서술형 문제를 유독 많이 틀린 점도 시험지 유출을 의심케 하는 정황으로 봤다. 재판부는 “선택형(오지선다형)문제와 서술형 문제의 정답률이 지나치게 다르다”며 “서술형 답안까지 유출에 성공하지 못했을 가능성과 성공했더라도 딸들이 서술형 답안을 외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법원은 “시험지에 적힌 ‘깨알 답안’과 메모지에 적힌 숫자도 유출된 정답을 적은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봤다. 딸들은 “시험 뒤 반장이 불러주는 답을 메모장에 적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시험 전후 답이 바뀐 경우 딸들은 대부분 바뀌기 전 정답을 썼던 점도 재판부는 의심스러운 정황으로 인정했다. 쌍둥이 동생이 만점을 받은 물리1 과목에도 주목했다. 쌍둥이 동생은 대부분 암산으로 답을 골랐다. 앞서 증인으로 나온 물리 교사는 ”일부 문제를 암산으로 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쌍둥이 딸의 말이 맞다면 이는 쌍둥이 딸이 천재일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학년 1학기 성적 등으로 볼때 쌍둥이는 평범한 학생이지 선천적 천재는 아니다”며 “후천적으로 1년 안에 상식을 넘는 천재성을 보일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딸들이 문제가 된 전과목 답안을 암기하고 참고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현씨가 상당한 방법으로 답안을 유출해 딸에게 전달해 딸들도 공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현씨에게 “사안의 피해가 크고, 범행을 부인해 중한 형이 불가피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