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나라하게 드러난 이민 아동의 열악한 수용 환경에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주 텍사스 내 이민 아동 수용 시설 두 곳을 방문한 인권단체 변호사들은 시설 여건이 끔찍한 수준이라고 고발했다. 아이들은 적절한 음식이나 물, 칫솔, 담요, 비누 등도 받지 못 하는 열악하고 지저분한 환경에 몇주 째 억류돼 있었다. 100여명 남짓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에 300명이 넘게 구금돼 있었으며, 국경을 넘은 뒤로 샤워조차 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지난 18일 제9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열린 관련 소송에서 미 연방정부 측은 국경 구금시설에서 이민 아동에게 법이 요구하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방정부 변호인은 수용 아동들에게 담요나 비누, 칫솔 등을 제공하는 것은 법적으로 요구된 일이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했고, 이 발언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미국이 이민 아동들을 외국 해적이나 탈레반이 인질을 대하는 것보다도 비인간적으로 대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탈레반에 납치됐던 데이비드 로드 전 NYT 기자는 트위터에서 "탈레반도 내게 치약과 비누는 줬다"고 말했고, 이란에 구금됐던 제이슨 레자이언 WP 기자는 "칫솔과 치약은 있었다. 독방에 갇혀 있는 동안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도 이틀에 한 번은 샤워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소말리아 해적에 피납됐던 마이클 스코트 무어 미국 언론인은 "이건(열악한 시설 환경) 내 소말리아 경험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미 하원은 25일 이러한 열악한 아동 수용시설 환경을 개선하고자 45억달러(약 5조2170억원) 규모의 예산을 긴급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법안이 남은 문턱을 넘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원이 이미 이와 유사한 자체안을 추진 중인 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법안이 행정부의 국경강화 노력을 방해한다면서 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경한 이민 정책을 펼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불법 이민자를 강제 추방하겠다면서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에도 트위터에서 "민주당의 요청에 따라 불법 이민자 제거(추방)을 2주 연기했다"며 "민주당과 공화당이 함께 난민과 남부 국경 문제를 해결하는지 보겠다. 그렇지 못한다면 추방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열악한 시설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존 샌더스 세관국경보호국(CBP) 국장대행은 사의를 밝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