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민당국 수장이 자유의 여신상에 새겨진 이민자를 환영하는 시를 가리켜 "유럽에서 온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시민이민국(USCIS)의 켄 쿠치넬리 국장대행은 이날 밤 CNN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이민정책 강경파인 쿠치넬리는 자유의 여신상 기단부에 적힌 에마 라자루스의 시 '새로운 거상'(1883)이 "제대로 된 계급이 아니라면 형편없는 사람들로 여겨진 계급주의 사회였던 유럽에서 온 사람들"을 가리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에서 "지치고 가난한,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 풍요의 기슭에서 버림받은 가련한 이들을 내게 보내라"는 대목은 미국으로 오는 이민자를 환영하는 구절로 통상 받아들여지는데, 미국의 이민당국 수장이 그 의미를 대폭 축소한 셈이다. 쿠치넬리는 같은 날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선 "'스스로 자립할 수 있고, 생활보호대상자가 되지 않을' 지치고 가난한 이들을 내게 보내라"며 아예 시구를 바꾸기도 했다.














야권은 쿠치넬리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인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텍사스)은 "정부가 마침내 우리가 내내 알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했다. 그들은 자유의 여신상이 백인에게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시 민주당 대선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자유의 여신상 기단부에는 우리의 가치들이 새겨져 있다. 이는 바뀔 수 없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런 가치들과 이민자 공동체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쿠치넬리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나는 미국에 오는 사람들의 비용을 미국의 납세자들이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경장벽 건설 등 반(反) 이민 정책을 추진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난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