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단체'(ERG)의 수장을 맡았던 스티브 베이커 의원은 24일(현지시간) 스카이 뉴스에 출연해 커밍스 보좌관이 "수많은 부수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상황이 갈수록 추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커 의원은 "그는 적어도 나라의 모든 이들에게 강제했던 슬로건을 스스로 준수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사퇴해야 하는 이유"라며 "그는 언제나 옳지도, 총리에게 없어서 안되는 이도 아니다"라며 거듭 사퇴를 촉구했다. 대미언 콜린스 의원도 "도미닉 커밍스가 없는 편이 정부에 낫다"고 말했고, 로저 게일 의원은 "그는 완전히 잘못된 메시지를 보냈다"며 커밍스 보좌관을 더는 옹호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내무부 이민담당 국무상을 지낸 캐롤라인 노크 의원은 "우리 대부분에게는 하나의 룰을 적용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유재량권을 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 더선이 익명으로 전한 보수당 내 분위기는 더욱 험악했다. 북부에 지역구를 둔 한 보수당 의원은 "총리가 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거칠게 화를 냈다. 다른 보수당 의원은 존슨 총리가 건전지 듀라셀 광고에 등장하는 토끼 캐릭터처럼 커밍스 보좌관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다고 힐난하며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대중이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 고문으로 활동하는 스티브 레이처 세인트앤드루스대학 교수는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우리가 총리에게 줬던 모든 조언들을 불과 몇분 사이에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비난했다. ITV 뉴스는 각료 중에서도 커밍스 보좌관에 등을 돌리는 이들이 나오면서 그가 더는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각료는 "더욱 좌절스러운 것은 일개 보좌관인 커밍스가 각료에게도 제공되지 않았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이라며 "젠릭은 훨씬 덜 심각한 행동을 했음에도 거의 사퇴할 뻔했다"고 말했다. 로버트 젠릭 주택부 장관은 지난달 런던 자택을 떠나 잉글랜드 서부 해리퍼드셔에 있는 제2의 주택과 인근 부모 집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았다.

















커밍스 보좌관은 지난 3월 말 코로나19에 감염된 징후가 있어 런던 자택에서 자가 격리를 해야 했지만 아내와 함께 무려 400km 떨어진 더럼에 있는 부모 집을 방문했다. 정부는 그가 더럼까지 간 것은 맞지만 보건 규정을 어기지 않았으며, 아이를 돌봐주기 위해 부모의 도움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존슨 총리는 커밍스 보좌관과 그의 아내가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가 의심돼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하게 된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었다"며 "모든 면에서 그는 책임감 있게, 합법적으로, 진실하게 행동했다"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커밍스 보좌관과 폭넓은 논의를 했다며 "그는 모든 아버지나 부모가 가지는 본능을 따랐을 뿐이다. 이로 인해 그에게 감점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커밍스 보좌관을 더럼에서 50㎞ 정도 떨어진 유명 관광지에서 봤다는 목격자가 나오고, 그가 런던에서 돌아온 뒤 4월 19일 더럼을 재차 방문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퇴 요구가 커지고 있다. 커밍스 보좌관은 총리실 복귀 닷새 후에 더럼에 다시 다녀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으며, 존슨 총리도 자신의 최측근에게 제기된 의혹 중 몇몇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