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조문객이 가진 기억이 중심이 되는 것인데.

그래서 호상에서는 고인과의 좋은 추억을 되새기며 미소짓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못다한 기억에 눈물짓기도 하는 것이지.


조문객의 기억이 중심이 되어서 그 기억들이 좋은 면이 많을수록 고인의 이름이 비로소 남겨지는 것인데...

이 말의 의미를 진정 이해하지 못하고 '고인을 위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놈' 이라고 생각한다면, 혹여나 본인이 아래에 서술하는 사람은 아닌가 생각해보길 바람.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바로 조폭 두목의 장례일 것이다.

모두가 하나같이 얼굴비추는 것에 열중이고 얼마나 권력의 찌꺼기를 누가 많이 차지하게 될 지, 누구와 손잡으면 유리할지 '먹잇감을 탐색하듯' 눈알을 희번득 굴리는 그 곳.


그들에게 자신의 기억에 대한 소중함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화 한송이, 향 하나 올리고 눈물한방울 떨어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유족에 대한 예의라고 '머리에서' 나온 생각대로 행동을 하는 것 뿐.



본인을 사랑하고 본인의 기억을 사랑할 줄 아는 이일수록 타인도 사랑할 품을 가지기 마련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본인의 기억을 사랑하여 고인을 조문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행위가 되는 이기적인 행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자신의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의 모임에 의해 고인의 이름이 역사에 남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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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시기에 박원순 시장과 백선엽씨의 장례가 치루어지고 있다.

그런 시기에 박원순 시장의 장례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이들과 백선엽씨의 장례에 조문을 오는것이 이익이다.

라고 외치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런 이들이 바로 자신의 기억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장례를 권력투쟁의 연장선같은 치열한 전쟁터로 여기는 불쌍한 이들인 것이다.

그런 이들이 찾는 장례에 백선엽씨는 과연 어떤 존재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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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백선엽씨가 그가 권력을 위해 소모품 취급을 하던 이들의 위치에 놓인 듯 애처로워 지는 찰나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