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독점 인터뷰 1] 나는 왜 20년 집권을 말했나

“보수가 너무 세기 때문에 20년 집권이 필요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마치고 직업정치에서 은퇴한 이해찬(사진)을 만났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제도정치권만 보수가 약할 뿐, 모든 영역에서 보수가 세기 때문에 ‘20년 집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시민사회·언론이 취약해서, 정당이 밀려나면 다 밀려날 거라고 말했다.


(전략)
.
.
.

2018년 전당대회 때 ‘20년 집권론’을 들고나왔습니다.

사실은 전당대회 이전에, 2017년 대선 유세 때 처음 그 얘기를 했어요. 이번 대선 승리를 넘어서 앞으로 계속 집권을 해야 한다고. 얼마나 해야 한다는 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하다 보니 그게 20년 집권론으로 발전을 했지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역사의 지형을 보면 정조 대왕이 1800년에 돌아가십니다. 그 이후로 220년 동안 개혁 세력이 집권한 적이 없어요. 조선 말기는 수구 쇄국 세력이 집권했고, 일제강점기 거쳤지, 분단됐지, 4·19는 바로 뒤집어졌지, 군사독재 했지, 김대중 노무현 10년 빼면 210년을 전부 수구보수 세력이 집권한 역사입니다. 그 결과로 우리 경제나 사회가 굉장히 불균형 성장을 해요. 우리 사회를 크게 규정하는 몇 가지 영역들이 있습니다. 분단 구조, 계층 간·지역 간 균형발전 문제, 부동산 문제, 또 요즘 이슈인 검찰개혁 문제 등이 그렇죠. 이런 영역들이 다 규모는 커졌는데 구조는 굉장히 편향된 사회로 흘러온 겁니다.


편향을 복원하려면 20년은 집권해야 한다는 뜻이군요.

복원도 아니고, 복원을 시도해볼 틈새. 그 틈새 정도만 만들려고 해도 20년은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분단구조에 틈새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그게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5·24 조치(천안함 침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내놓은 대북 교류 단절 및 봉쇄 조치) 하고 개성공단 폐쇄하고 하면서 다 무너지지 않습니까. 부동산도 그래요. 노무현 정부 시절 제가 총리를 할 때 국민소득이 2만 달러고 가계부채가 600조원이었습니다. 그때도 유동성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심하다고 그랬는데, 지금은 국민소득 3만 달러에 가계부채가 1500조원이 넘어요. 소득은 50% 올랐는데 가계부채는 150% 늘어난 겁니다. 노무현 정부 때 LTV와 DTI를 처음 만들어서 부채를 컨트롤하니까 2008년 금융위기 때 같이 쓸려가지 않고 살아남았잖아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부터 초과이익환수제 풀고 다주택 보유 풀고 하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버렸어요. 이런 게 균형이 깨진다는 겁니다.

 

20년을 연속 집권하면 다릅니까?

개혁 정책이 뿌리내리려면 그 정도는 걸립니다. 미국의 사회제도는 참고할 만한 게 별로 없어요. 독일이나 영국이나 또는 북유럽 국가들에서 자리 잡은 개혁정책을 보면 사민당이나 노동당이 20~30년씩 집권하면서 만들어낸 겁니다.

 

보수가 너무 약해 보여서 승리를 과신하는 건 아닌가요?

보수가 너무 세기 때문에 20년 집권이 필요합니다. 제도정치권 딱 한 군데만 보수가 약해요. 220년 중에 210년을 집권한 세력이 보수입니다. 경제, 금융, 언론, 이데올로기, 검찰… 사회 거의 모든 영역을 보수가 쥐고 있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이렇게 균형이 무너진 나라가 없어요.


어째서 제도정치는 예외인가요?

한국의 큰 역설입니다. 보수에 하도 시달리다 보니 역설적으로 국민의 정치의식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1980년 광주에서는 군이 나왔는데 1987년엔 못 나왔어요. 전국이 다 들끓으면서 군이 나왔을 때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길 수 있다는 경험, 폭력 없이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험을 하니 정치적 효능감이 올라갔습니다. 결국 대통령 탄핵까지 시켰잖아요. 1987년 6월항쟁부터 2016년 촛불까지가 하나의 흐름인 겁니다. 국민들 정치의식이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에 다른 분야가 다 보수인 와중에도 제도정치만 섬처럼 예외가 되었습니다. 그것마저 없었으면 일본처럼 되었겠죠.

.

.

.

.

(하략)


1987년 6월 연세대 학생들이 호헌 철폐 시위를 벌이고 있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