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 몇 몇 가지 알아둘 점
 - 애플 테크니션(엔지니어를 테크니션이라 부름)은 자격증제입니다. 애플에서 주관하는 테스트를 통과하면 테크니션 자격이 주어지고 애플 공식 센터에 취직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선 선 합격 후 취직인데 국내에선 보통 센터에 취직하고 그다음 테스트를 치룹니다. 테스트는 유료이고, 문제집 등은 구매할 필요 없이 애플 공홈에서 필요한 정보나 교육을 이수할 수 있습니다. Mac 라인의 경우 테스트 비용이 약 60만원 정도이고 아이폰과는 달리 전세계 모든 애플 센터에 취직할 수 있습니다.

 - 가로숲길의 애플 스토어를 제외한 유베이스, DB, 앙츠 등은 개인 사업자 센터가 많습니다. 유베이스나 앙츠 등에서 애플에 위임 받고 다시 개인 사업자를 모집해서 운영하는 방식. 참고로 앙츠는 팬텍 서비스가 전신입니다.

 - 애플 A/S는 Carry-in(현장 수리)와 Mail-in(입고 수리)로 나뉩니다. 현장 수리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트루 뎁스 카메라는X), 햅틱 엔진, 스피커 등이 현장 수리에 속하고 기기마다 또 현장 수리할 수 있는 파츠가 다릅니다. 그렇다고 100% 현장 수리가 되는 건 아닙니다.

 - 입고 수리는 센터에 입고해두고 천천히 수리하는게 아니라 애플 수리 센터라는 곳으로 입고가 됩니다. 이쪽은 권한이 상당히 높아요. Mac은 입고지만, 부품을 주문해서 센터에서 수리합니다. Mac 엔지니어는 거의 Mac만 담당합니다. 아이폰이나 악세서리 등까지 담당하게 하는 센터가 있는데 이런 센터에 굳이 부당한 처우 받으면서 Mac 엔지니어가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 권한은 그냥 전산이 짱입니다. 물론 테크니션이 얼마나 잘 코드를 유두리 있게 잘 선택해서 알맞게 넣느냐도 있지만 판단은 전산이 합니다. 현장 수리하라고 하면 테크니션은 현장 수리 하면 되고 입고 시키라고 하면 입고 하면 됩니다. 전산에서 안되면 미국 본사 상담사고 ㅈㄹ이고 없습니다. 그냥 전산이 짱이에요. 경험 적거나 일 못하는 테크니션은 코드 잘 못 넣어서 굳이 입고 시키는 일을 만들기도 합니다.

 - 유선 통화를 통해 상담해주는 상담사 중 선임 상담사들은 권한이 상당히 높습니다. 자택 근무이기도 하구요.

 - 애플은 기기 환불, 그러니까 통신사 통한 개통 취소도 애플이 결정합니다. 단, 기기 결함이 있을 때에 적용됩니다. 간혹 ㅈ도 모르는 이제 폰/팔이 시작한 업체에서 왜 니들 맘대로 니들이 뭐라고 개통 취소를 하냐고 ㅈㄹ 하는데 그걸 왜 엔지니어에게 따집니까. 애플 정책인데. 그래서 굳이 와서 진상 떠는게 아니라면 개통 취소는 비교적 삼성이나 LG보다는 쉽고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별정 통신사는 안돼요.

 - 한국 애플에는 CDRS 그러니까 새제품 교체 기간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다른 나라는 없어요. 한국 외 추가 다른 1개 국가만 이 정책을 가집니다. 그러니까 기기 구매 후 30일 이내(아마 제 기억으론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한함) 결함 발생시 리퍼브 제품이 아닌 새제폼으로 교환해 줍니다. 때문에 14일 이내는 환불 가능한 기간, 30일 이내는 새제품 교체 기간으로 나눠서 구분합니다. 다른 나라는 얄짤 없이 리퍼브 제품 교체입니다. 문제 때문에 미국과 연락했을 때도 이런 정책은 없다는 걸 여러번 확인했습니다. 애플 문서상으로도 한국과 다른 한 나라에만 있는 정책입니다. 또한 이 CDRS는 어지간히 억지 증상이 아닌 이상 애플에선 눈감고 교체 진행 해줍니다.

 - 생각보다 안전 문제 많이 따집니다. 때문에 애플 정품 배터리가 아닌 사설 혹은 자가 교체된 기기에 대해 안전 보장을 못하기에 수리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배터리가 부풀었다면 그냥 기기 교체 진행해주며 배터리 부품에 대해서는 보증이 더 깁니다. 제 기억으론 배터리가 부푼 기기에 대해서 3년인가? 그정도이며 배터리 부푸는 이슈가 많았던 모델이라면 5년까지도 갑니다. 아마 5S인가 5C가 그랬어요.

 - 수리 전 데이터 백업은 필수입니다. 혹여나 디스플레이 교체 중 기기가 죽었다면 기기 교체 해 줍니다. 마찬가지로 수리 중 기기가 죽는 일이 발생되면 기기 교체 해줍니다.




일화 1. 색깔이 틀려요.

 아이폰 SE1 구매한 여성 고객이었는데 색깔이 틀리다고 내방했었습니다. ㅈ같은게 다른 센터에서 우리 센터로 가면 교체해줄 거라고 말했다는 거죠. 뭐 거기서 안되는게 여기는 되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업무 종료 전에 방문했습니다.
색이 자신이 알던 색이 아니라며 교환을 해줄 것을 요구했었죠. 해당 기기는 로즈골드였고 대체 무슨 색이 다르다는 건지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자기 눈엔 분명 색이 다르대요. 그래서 센터 내 테스트 기기인 SE1이 마침 로즈골드였기에 둘이 나란히 두고 색이 다른가 한참을 쳐다보았지만 차이점이라곤 1도 없었습니다.

마비노기랑 마영전을 해서 눈깔에 포토샵을 설치했던 저로써도 RGB 색상 다른점을 못 찾아서 난해해 하다가 되려 물어봤죠. 어느 부분이 색이 다른가요? 그랬더니 센터 테스트용 기기를 가르키면서 '이거 보세요. 못느끼시겠요? 색이 다르잖아요. 제꺼가 색이 더 이상해요.' 라더군요.

'고객님 그건 저희 센터 테스트용 기기에요.' 라고 했더니 1도 당황해하지 않고 '그러니까요. 봐봐요. 색이 이상하잖아요.' 라면서 계속 우리 테스트 기기를 가르키고 있더군요. '이게 고객님 기기에요' 하고 뒤집어줬더니 화면 확인하고는 '아 이게 내꺼구나' 하더라구요. 그 뒤로도 계속 색이 다르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그 고객은 늦은 시간까지 수리를 받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고객한테 '이거 보세요. 색 다르지 않나요?' 라며 물었는데 옆자리에 고객은 어이없다는 듯이 '똑같은데요' 라며 받아친게 개그 포인트였죠.

개통 취소를 받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이미 2주가 지난 시점이라 불가능했죠. 누가 봐도 색이 같은 기기를 색이 다르다는 말로 전산을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문제로는 센터에서 교체가 어렵고 환불 기간 또한 지났다고 안내하자 색이 다른데 왜 교체가 안되냐면서 따졌었죠. 결국 전산이 안 되니 해줄 것도 없었고 이 고객은 며칠을 센터를 방문하면서 엔지니어들 괴롭히더니 결국 애플 코리아에서 발급해준 교체 코드를 들고 와서 기기 교체에 성공했습니다.

새로 교체 받은 기기를 받으며 이게 제대로 된 색이라며 좋아했는데 센터 내 센터장 포함 모든 엔지니어가 확인해도 같은 색이었습니다.

나중에 옆 센터에서 연락 받았는데 차기 아이폰을 구매하고 또 색이 다르며 그 센터를 방문했었답니다....



일화 2. 기기가 폭발했어요.

 타 센터가 인력 부족으로 지원 요청해서 파견 나가 있을 때 일인데, 많아봐도 고등학교 1학년도 안되어 보이는 학생이 기기가 폭발했다고 내방했습니다. 기기는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애플에서도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애플에서는 6하원칙에 따라 어떻게 기기가 폭발했는지 고객에게 상황 설명을 요청했는데, 적은 내용을 보니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 폰을 떨어트렸는데 마침 차가 밟고 지나갔고 지면에 뾰족한 부분이 자동차 무게 압박으로 기기를 파열시켰고, 리튬 폴리머 배터리가 찢어지면서 산소와 만나 발화된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네. 기기 자체 폭발이 아닌 파손으로 인한 발화였죠. 아무튼 폭발은 중대한 사항이였기 때문에 센터나 회사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었고 결국 아시아 퍼시픽 담당자와 연락 했었고 '예외적으로 단 1회 기기 교체는 해줘라' 라고 처분이 되었습니다.




일화 3. 이 구역에 미친년은 나야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그런 여성 고객이 있었습니다. 방문 이유가 기기 불량 문제도 아니고 문제 상담도 아니고 아무튼 기기 문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어서 더 당황 스런 고객이었죠. 얼굴도 상당히 예뻤었던지라 신입들이 콜 땡겼다가 봉변 당한 일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이 사람 나타나면 다들 눈 안마두치는게 국룰이었었죠.

대화를 해보면 모자란 사람도 아닙니다. 분명히 이야기를 해보면 정상인 같은데 어딘가 비어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느낀건데 자신에 대한 '공감'에 굉장히 목말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등장했다 하면 다른 고객과 시비는 예삿일이고 고성방가 등으로 항상 경찰 출동에 자살한다면서 창문으로 뛰어 내리려고 한다거나 센터 한가운데 자리 잡고 누워버린다거나 등등 정상인의 사고 방식을 넘어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종종 출몰한다고 합니다



일화 4. 전 인종차별자가 아닙니다

 센터 내에서 그래도 어줍잖게 영어 회화가 되던지라 외국인 고객을 주로 담당해서 상담했습니다. 그렇다고 베트남어나 태국어 등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외국 사람들 방문했을때 타국에서 차별받는다는 생각 안 들도록 최대한 잘해주려고 노력했고 나중에 방문할때 자기 나라 놀러오라는 고객도 있었고 먹을거 사오는 고객도 있었습니다. 그런 고객은 미얀마나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쪽 사람들이었고 베트남이나 필리핀, 태국 사람들은 잘해주면 이용하려드는 기질이 보였습니다.


한 번은 캐나다에서 한국에 영어 교사로 왔던 흑인 여성이 방문했었고 재방문 했을 때 어쩌다가 번호 교환도 했었습니다. 어쩌다가 같이 밥도 먹고 어쩌다가 영화도 보고 썸도 타고 홍콩도 가보았는데 자기는 캐나다로 돌아가야 할 사람이라고 남친은 만들 수 없다고 해서 그냥 썸으로 끝나기도 했습니다.




일화 4. 리니지2 모바일이 안됨

 말 그대로 리니지2 레볼루션이었나? 그게 안된다고 가져온 사람이 있었음. 자기가 작업장 사장인데 메인 캐릭터용으로 아이폰8을 구매했는데 특정 부분 터치가 안된다고 갖고 왔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폰을 이렇게 돌리고 있다면서 아이폰7, 갤럭시 노트8이랑 LG(!) 폰이랑 막 주섬주섬 꺼내면서 지금 이거만 안된다면서 불만을 토로했었죠. 근데 터치 테스트를 해봐도 데드존도 없고 멀쩡해서 이상하다 싶어서 리니지2 재설치 해보자고 제안했었고, 그런다고 해결이 될까? 하면서 반신반의 하면서 고객은 재설치를 진행했고 터치 먹통 증상도 말끔히 사라졌었습니다.

그 사장님께선 고맙다고 현금을 건내시려고 하셨었는데... 몸은 그걸 받으려고 했는데 애플에서 cctv로 다 지켜보고 있어서 결국 마음만 받았었습니다.




일화 5. 삼성 센터 직원의 내방

 폰은 자기 좋은거 쓰면 됩니다. 애플에도 삼성폰 쓰는 사람 많고 삼성에도 애플 폰 쓰는 사람 많아요. LG는 모르겠네요ㅋ LG에서 일했을 때는 LG폰만 강요했었음. 팬텍도 마찬가지였고.
암튼 삼성 서비스 센터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내방했었습니다. 아이폰 사용자였고 점심시간 짬을 이용해서 폰 수리하러 온 거였죠. 삼성에서 아이폰 써도 돼요? 센터장이 싫어하지 않아요? 라고 물었더니 '자기 좋아하는 거 사용하는거죠 뭐' 하면서 멋쩍어 했었습니다. 삼성은 고객에게 좀 경직된 분위기인데 여긴 안그런거 같다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복장 편해 보인다고 하더군요. 우리 복장은 회사에서 해마다 지정한 깔끔한 검은색 면티에 특별하게 튀지 않는 바지와 신발 그게 다였거든요. 아마도 스티브 잡스 영향이 큰 듯 합니다. 그래서 보통 복장은 검은색 면티에 편안한 운동화나 슬리퍼, 장시간 근무에도 사타구니에 습기가 차지 않는 편안한 바지였습니다.

삼성 센터 직원은 기기 교체를 받고 점심시간 끝나간다며 편의점 샌드위치라도 사먹어야 된다며 헐레벌떡 나갔고 그래도 삼성은 비교적 엔지니어 폰 사용은 관대하구나 라고 느꼈었습니다.

그 외 진상이야 하도 겪어봐서 별 감흥은 없고 가끔 센터에서 고객 응대도 안하고 열심히 키보드만 두드리는 엔지니어가 있다면 그 사람은 담당자와 채팅하는 중이므로 열심히 일하는 중이니 눈총을 안 주셔도 됩니다.



애플 엔지니어는 생각보다 권한이 없지만서도 권한 안에서 최대한 이용하는 엔지니어는 또 나름 보다 큰 권한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잘못된 수리이거나 아주 미약한 파손을 발견 못하고 무상 수리 등을 진행하면 애플은 센터와 엔지니어에게 피해 보상과 패널티를 줍니다. 그것도 출고가로요. 그래서 애플 엔지니어들이 생각보다 소극적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