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게임 애니메이션이 게임에서 가지는 권위 및 가치가 늘어남에 따라 애니메이터는 아트와 디자인적 역량은 물론이고 기술적인 기량까지 함께 가져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GDC2016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온종일 릴레이 형식으로 이뤄지는 강연으로 8개의 애니메이션 주제를 가지고 23명의 강연자가 돌아가며 애니메이션에 관련한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다.

블리자드의 데이비드 깁슨(David Gibson) 시니어 애니메이터가 부트 캠프의 첫 시작을 알렸다. 데이비드 깁슨은 2015년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오버워치의 캐릭터 ‘메이’를 책임진 애니메이터다. ‘메이’는 포동포동한 외모를 지닌 중국인 과학자로 얼음을 무기로 사용하는 영웅이다.

▲ 블리자드 데이비드 깁슨 (David Gibson) 시니어 애니메이터

데이비드 깁슨은 2015년 블리자드 오버워치 팀에 들어갔다. 이미 18개의 영웅 캐릭터가 제작된 상황이었고 기술적으로 완벽히 공고한 틀이 만들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애니메이션 스타일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광역기와 군중 제어기를 지닌 공격적 성향의 캐릭터도 모두 제작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블리자드는 어떤 클래스가 새롭게 필요한지 회의하기 시작했다. 크리스 멧젠과 미카엘 추 그리고 여러 캐릭터 아티스트들은 끊임없이 회의를 진행해 하나의 컨셉를 완성 시켰다. 지금까지 제작한 영웅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부끄럼을 많이 타고, 어려 보이면서 밝아 보이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였다. 아울러 자신이 슈퍼 히어로인지 아직 자각을 못 한 듯한 느낌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바로 ‘메이’다.

▲ 기존 영웅과 여러모로 느낌이 다른 '메이'

아트를 받아든 깁슨은 새로운 캐릭터에 움직임을 불어넣기 위해 몇 가지 과정을 거쳤다. 우선, 가능하면 많은 사람과 대화했다. ‘메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게임플레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제한이 있어 보이는지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런 정보를 모아 팀원들과 공유했다.

그 이후에 한 일은 사례에서 영감을 찾는 일이었다.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은 물론이고 일러스트레이션, 사장된 모델링들을 찾아보고 검토하며 ‘메이’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형상화 시켰다.

여러 매체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한 가지 원칙만은 확실히 지켰다. ‘모방하지 말 것’. 영감을 받는다는 것은 특정 이미지를 참고하는 것이고 이는 비슷한 느낌이 들기 마련이지만, 이를 스스로의 느낌으로 게임에 맞게 수정, 보완하는 것이다. 깁슨은 영감받은 사례와 완벽하게 ‘같은’ 외형을 가지는 것을 항상 경계했다.

▲ 다양한 미디어에서 영감을 찾았다.

위 과정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캐릭터 애니메이션 만들기에 돌입했다. 첫 번째로 한 일은 ‘메이’의 가장 적절한 동작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여러 동작을 만들기 위해 관절이 어떻게 움직이고 뒤틀리는지 구현하는 것은 제법 복잡한 과정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캐릭터의 성격과 특성을 담고 있다. 애니메이터는 캐릭터의 특성과 느낌을 움직임을 통해 유저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심미적, 조형적으로 자연스러움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인 것이다.

블리자드는 지금껏 다양한 방법으로 캐릭터의 특성을 애니메이션에 투영했다. '맥크리' 영웅 소개 영상의 모션블러 사용이 좋은 예다. 블리자드는 이를 통해 맥크리를 좀 더 역동적이고 강하고 빠른 캐릭터로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부각해 ‘정말 강한’ 카우보이의 느낌을 살리는 효과를 줬다.


그러나 ‘메이’는 지금까지의 작업과 차이가 있었다. 여태 오버워치 영웅 캐릭터들은 ‘진짜 영웅’ 혹은 ‘강한 영웅’의 느낌이었지만, ‘메이’는 그렇지 않았다.

기존의 영웅 캐릭터들은 ‘A’ 자세라 부르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가슴은 위풍당당하게 한껏 열어젖히고 어깨 역시 떡 벌어졌다. 목은 길게 빼 위압감을 줘 슈퍼 히어로의 느낌이 나도록 했으니 부끄럼을 타는 소녀, '메이'와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자세였다.

▲ 강함이 뭍어나는 'A' 자세

'메이'는 전혀 새롭게 만들어졌다. 귀엽게 무릎이 붙게 하거나 발이 정면을 향하지 않도록 약간 틀어지게 만들어도 보고 왼팔의 움직임을 바꿔보기도 했다. 귀엽게 흔드는 왼팔,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드는 왼팔, 꼿꼿한 왼팔 등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최종적으로 ‘파르르’ 귀엽게 떠는 듯하면서 고정된 느낌의 왼팔로 결정했다.

뛰는 모습도 앞서 만들어진 다른 영웅 캐릭터들과 차이가 나게 만들었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뛰어서 귀엽지만, 약간은 무게감이 있는 질감. 즉 ‘꿀렁꿀렁’한 느낌의 애니메이션을 구현했다. 거기에 덧붙여 캐릭터 모션은 캐릭터의 성격이 묻어나야 하기에 귀를 펄럭이며 뛰는 강아지같은 느낌으로 '메이'의 움직임을 완성했다.

▲다양한 시도끝에

▲탄생한 메이의 포즈

데이비드 깁슨은 스노우볼을 만들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말했다. “매우 매우 귀여운 캐릭터다. 귀엽다는 말로밖에 표현을 못 하겠다.”라며 움직이는 눈과 웃는 표정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

‘메이’ 작업의 마지막은 캐릭터 선택 창 애니메이션 작업이었다. 캐릭터 선택 창 애니메이션은 유저들이 캐릭터를 선택할 때 해당 캐릭터로 팀을 만들어 플레이하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짧은 시간에 캐릭터의 특성과 개성을 표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깁슨과 그의 팀은 '메이'에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공주같이 귀여우면서 수줍음을 간직한 동작을 선사했다. 그렇게 '메이'는 귀엽고 포동포동하면서 친절한 모습으로 캐릭터 선택 창에 등장하게 됐다.

▲ 스노우볼

▲ 메이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애니메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