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아블로 역사 추적 리포트 3부입니다. 이번에는 지난 시간에 이어서 디아블로 2편의 액트4부터 5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숱한 모험가 중 하나에 불과했던 '플레이어'가 여러 위업을 달성하면서, 세계를 구할 용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타모에 산맥에서부터 시작해 아라녹 사막, 쿠라스트의 밀림을 헤집었고, 결국에는 호라드림 이후 처음으로 대악마를 쓰러뜨린 인간으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그리곤 메피스토의 사후경직이 채 오기도 전에 시뻘건 지옥행 포탈에 몸을 던졌죠.

사실 용사도 이때만큼은 두렵지 않았을까요? 어찌됐든 "모든 게 파멸하기 전에 지옥문으로 들어가 공포의 군주를 죽이게!"(정확히 지옥문이라고 이야기한다!)라는 데커드 케인의 지령에 따라 용사는 꿈에서나 볼 줄 알았던 세계에서 역사를 써나가게 됩니다.


▲ 오늘은 어인 일인지 용병이 뒤에서 머뭇거린다




■ 디아블로 2편 下 : 초월적인 존재들의 세계

액트4 시네마틱 영상은 용사보다 한발 앞서 증오의 사원에 도착했던 마리우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대악마 삼형제의 재회와 지옥문 개방을 두 눈으로 목격했고, 너무나도 겁이 난 나머지 그곳에서 도망치고 맙니다.

사실 일개 술주정뱅이에 불과한 마리우스가 바알의 영혼석을 지옥 깊숙한 곳에 있는 헬포지까지 가져간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어째서 티리엘이 이처럼 무모한 지령을 내렸는지는 아직까지도 의문입니다. 확실히 이때까지만 해도 지혜의 대천사를 계승할 자격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영상 출처 : 유튜버 1kangminyoung


결과적으로 마리우스의 탈주로 인해 바알의 영혼석은 자취를 감췄고, 용사는 메피스토의 영혼석만을 들고 지옥에 들어서게 됩니다. 나중에 불길의 강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마리우스가 지옥행 포탈을 타지 않았던 건 세계의 파멸을 조금이나마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운이 좋아 헬포지에 도착했다고 쳐도 헤파스토에 의해 두개골이 박살났을 테니까요.


▲ 설령 마리우스가 지옥행 포탈을 탔다고 한들..



◆ 액트4 : 영혼석의 비밀

지옥으로 연결되는 포탈 끝에는 천상과 지옥의 경계선에 지어진 '지옥의 성채'가 있었습니다. 용사는 이곳을 거점으로 해서 '카오스 생츄어리'에 칩거 중인 디아블로를 처치해야만 합니다. 지옥의 성채는 훗날 디아블로 3편에서 '혼돈의 요새'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합니다. 3편 5막의 마지막 지역이죠.

지옥의 성채 입구를 나서면 '지옥의 외곽 평원'이 있고, 이 지역을 통과하면 '절망의 평원'에 이르게 됩니다. 디아블로 3편에서 등장하는 절망의 군주 '라카노트'의 영지이며, 타락천사 이주알이 자리한 곳이기도 합니다. 액트4 첫 번째 퀘스트인 '타락천사'를 수락하고 이주알을 처치하면 스킬 포인트를 2개나 얻을 수 있었기에 그는 용사의 진정한 친구로 알려졌습니다.


▲ 스킬 포인트 보상 때문에 필수 퀘스트였던 이주알 처치


한편 이주알은 디아블로 세계에서 '천사'라는 존재의 캐릭터를 파악하는데 무척 중요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그는 대천사 티리엘의 부관이자 룬검 '푸른서슬'의 주인으로, 천상계의 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뛰어난 무용을 믿고 지옥 깊숙한 곳에 있는 헬포지로 공격을 감행했다가 악마들에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 디아 2편과 3편의 푸른서슬은 천계 명장 이주알의 검이다


지옥의 악마들에게 갖은 고문을 당하게 된 이주알은 결국 '영혼석'의 존재와 그 원리를 발설하고 맙니다. 세계석의 조각인 영혼석에 대악마들의 영혼을 봉인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혼석이 육신을 가진 존재와 합쳐질 경우에는 영혼석이 숙주를 잠식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숙주를 기반으로 악마가 성역에서 온전한 힘을 갖추는 것도 가능했죠.

대악마들은 이 점을 이용해 자의로 영혼석에 봉인된 뒤, 각자가 봉인된 지역에서 강력한 육신을 얻어냈습니다. 디아블로는 최초에 유약한 알브레히트 왕자의 몸을 얻었다가, 악마를 쓰러뜨리기 위해 찾아온 아이단 왕자에게로 환승한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바알이 탈 라샤의 몸을 얻게 된 경위는 리포트 2부를 통해 설명한 바가 있습니다. 다만, 바알이 호라드림 중 한 명이 자신과 갇히길 기대하며 호박빛 영혼석을 공격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한편 메피스토는 봉인될 당시 자카룸 교단의 쿠에헤간이었던 '산케쿠'의 몸을 얻어 자벌레로 변신합니다.


▲ 탈 라샤의 몸을 얻은 바알은 훗날 삼형제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다


영혼석에 사악한 영이 깃들게 되면 육신과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마기가 계속 흘러나와 주변 생물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즉, 호라드림이 메피스토의 영혼석을 자카룸 교단에게 직접 맡긴 것은 무지의 산물인 셈이죠. 이것을 방관한 티리엘 역시 시말서를 써야 마땅합니다.

티리엘의 부관 이주알은, 대악마들에게 영혼석 이야기를 털어놓은 뒤 타락천사가 되어 그들의 전쟁 준비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마물의 껍질 속에 담긴 채 절망의 평원을 떠돌게 되죠. 훗날 지옥까지 디아블로를 쫓아온 용사에게 죽임을 당한 이주알은 마물의 몸에서 해방되지만 이미 영혼이 뒤틀린 상태였습니다.

이 영민한 천사는 티리엘을 '얼간이'라고 부르며, 앞서 언급한 대악마들의 계획 모두가 자신의 도움으로 실행되었음을 이야기하고 소멸합니다. 이 냉소적인 전직 천사를 보면서 용사들은 천사가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이 때문에 디아블로 3편 출시를 앞두고 '티리엘 타락설' 등이 대두되기도 했죠.


▲ 3편 출시 직전까지도 티리엘 타락설이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었다


실제로 천사들은 실리를 위해 악과 타협을 하기도 합니다. 지옥과의 휴전을 체결시키기 위해 앙기리스 의회 자문관 이나리우스를 악마들에게 넘겨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물론 이나리우스가 '영원한 분쟁'의 원인이었던 세계석을 훔쳐 성역을 만든 죄가 있긴 하지만, 악마와의 거래는 납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디아블로 3편 확장팩에서 등장하는 '말티엘'의 행보를 보면 천상계에서의 '옳다'라는 가치 판단은 성역의 인간들이 생각할 수 있는 범주를 뛰어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3편에서 상식을 초월하는 행보를 보이는 말티엘


다시 디아블로 2편의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이주알을 쓰러뜨리고 그의 이야기를 티리엘에게 전해주자, 이 신비로운 대천사는 '내가 어리석었소.'라면서 용사에게 영혼석을 들고 헬포지로 가서 파괴하라는 주문을 합니다. 헬포지는 '불길의 강' 안쪽에 있는 대장간입니다. 지옥의 대장장이 헤파스토가 이곳을 지키고 있죠.

한창 디아블로 2편이 인기를 끌고 있을 때는 헬 난이도의 헤파스토 전투력이 디아블로를 상회하는 바람에 라카니슈를 이어 진보스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체력 게이지가 보스 몬스터 중에서 가장 높았으며, 1.0.7패치에 이르러서야 하향이 됐습니다.


▲ 지옥의 대장간에 도착한 템빨 용사

▲ 그리고 용사를 향한 뜨거운 시선


이 어마어마한 괴물을 쓰러뜨린 용사는 그의 망치로 메피스토의 영혼석을 내려칩니다. 그러자 심연의 입구가 열리더니 메피스토의 영혼이 그리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2편 당시에는 그저 '영원히' 사라졌다라고만 표현하고 있으나, 3편 설정집인 '케인의 기록'에서는 '심연'이라는 공간에 대악마들의 영혼이 갇혔다고 부연합니다.


▲ 히히- 룬 나와라 뚝딱!


메피스토를 성역에서 쫓아낸 용사는 곧장 카오스 생츄어리로 갔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지키는 오블리비언 나이트의 아이언 메이든에 몇 차례 자멸을 한 끝에 디아블로를 불러내는데 성공하죠. (1.13c패치로 아이언 메이든을 시전하지 않게 됐습니다. K도영님 제보 감사합니다)

아이단의 육신을 얻은 디아블로는 알브레히트를 잠식했던 트리스트럼에서보다 더 위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고위 악마는 물론 대악마 맏형까지 쓰러뜨린 용사였기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죠. 오히려 당황한 건 지옥 한복판에서 인간과 겨루고 있는 디아블로 자신이었을 겁니다.


▲ 홈그라운드에서 구두.. 아니 발바닥 밑까지 다 털리는 디아블로

▲ 빛 좋은 개살구들이 나왔다


향후 세계관 부록 기사에서 다루겠지만, 대악마 형제가 성역에 관심을 둔 이유도 성역에서 살고 있는 인간, 즉 각성하지 않은 네팔렘들의 힘에 주목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때마침 용사가 디아블로의 뒤를 밟게 되면서 대악마들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디아블로 2편 오리지널의 내용이죠. 어찌보면 성역의 가능성을 한 번 더 확인한 셈입니다.

혈투 끝에 디아블로를 해치운 용사는 아이단의 시체를 불태우고 디아블로의 영혼석을 헬포지로 가져가 파괴했습니다. 역시 디아블로의 영혼도 심연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지게 됐죠. 하지만 행방이 묘연한 대악마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바알'입니다.



※ 출처 : 유튜버 서민우


위의 오리지널 엔딩 영상을 보면 요양원에 수감된 마리우스와 그를 찾아온 바알을 볼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오프닝 시네마틱 영상의 나머지 부분이죠. 지금까지 영상을 통해서 봤던 이야기들이 티리엘로 변장한 바알 앞에서 떠들던 마리우스의 회상인 셈입니다.

결국 그에게서 호박빛 영혼석을 건네받은 바알은 병동을 불태우고 길을 나섭니다. 그리고 현실 시간으로 약 1년 뒤, 디아블로 2편 확장팩 '파괴의 군주'가 출시되죠.


▲ 새로운 두 용사는 아리앗 산 근처에서 합류한다는 설정



◆ 액트5 : 세계석과 네팔렘의 등장

2001년 6월에 출시된 디아블로2 파괴의 군주는 디아블로2 오리지널 직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엔딩 영상에서 영혼석을 되찾은 바알은 세계석이 숨겨져 있는 아리앗 산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아리앗 산은 대대로 이곳을 신성시하며 지켜온 야만용사 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사실 야만용사들도 이 산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세계의 심장'이 여기에 있으니 꼭 지켜야 한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을 뿐이죠. 그러나 기질이 워낙 우직한 탓에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명을 위해서는 목숨 바치길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바알이 몰고 온 악마 군단 앞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아래의 영상은 디아블로2 확장팩의 오프닝입니다. 야만용사들의 도시 중 하나인 '세체론' 앞에 도착한 바알과 부족 장로의 대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울릴 정도로 넓은 설원을 가득 채운 악마 군단 앞에서, 장로는 "넌 지나가지 못한다!"라며 입장을 일축합니다. 그리고 곧 목숨을 잃죠.




바알의 군대는 영상 속의 세체론뿐만 아니라 아리앗 산을 둘러싼 야만용사 도시와 부락을 전부 파괴했습니다. 단 한 곳, 해로개쓰라는 요새를 제외하고 말이죠. 이곳은 아리앗 산의 중턱에 위치해 있으며, 산 안쪽으로 통하는 길을 열어주는 '유물'이 보관된 곳이었습니다.

해로개쓰의 장로들은 대도시 세체론이 함락당하는 것을 보며 해로개쓰 역시 그의 공격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 직감했습니다. 그래서 희생 의식을 통해 해로개쓰에 방대한 보호막을 펼치기로 결정합니다. 다만 의식에 참여했던 장로 중 한 명인 '니라트하크'(케인의 기록에서는 니흘라탁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확장팩 당시 표기를 따랐습니다)만이 살아남아 해로개쓰를 돌보게 됩니다.


▲ 배신자 니라트하크가 도망친 사원. 핀들스킨을 잡으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용사가 해로개쓰에 도착했을 때는 바알의 군대가 한창 공세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한편 바알 본인은 아리앗 산을 헤집으며 무언가를 찾는 중이었죠. 용사는 이곳에서 해로개쓰 공성을 지휘 중인 쉔크를 해치우고, 포로가 된 야만용사들을 구출하며 해로개쓰의 신뢰를 쌓아갔습니다.

하지만 어딜가든 나약하고 신념이 부족한 인간은 있기 마련입니다. 바알 군단의 공세가 점점 거세지는 것을 본 니라트하크는 비밀리에 바알과 접촉했습니다. 그리곤 해로개쓰의 '유물'을 내주는 대신 해로개쓰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제안하죠.


▲ 바알과 거래를 하는 해로개쓰의 마지막 장로


이 제안에 바알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을 겁니다. 그가 내준다는 '유물'은 세계석을 지키고 있는 고대 네팔렘 수호자를 무력화 시키는 용도였으니까요. 덕분에 바알은 세계석으로 무혈 입성하는데 성공했지만, 뒤늦게 니라트하크의 배신을 눈치 챈 용사는 '고대 수호자'들과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네팔렘'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도 이때입니다. 아리앗 산 정상의 고대 수호자들은 스스로를 '네팔렘'이라고 부르며, 신성한 아리앗 산을 수호하기 위해 선택된 존재라고 소개합니다. 실제로 이들은 각기 다른 지역에 살던 야만용사들이었으며, 야만족의 현자들이 적임자를 직접 임명했습니다.

야만용사에게 아리앗 산의 수호자가 되는 것은 큰 영광이었지만, 현재의 삶을 버리고 영원히 산 정상에 갇혀야 했으므로 가정이 있었던 '콜릭'같은 경우는 깊은 고뇌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세 명의 수호자 후보들은 모두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영원한 수호의 서약을 하죠.


▲ 네팔렘이라는 단어가 여기에서 처음 나온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러 정말로 수호자들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으나, 앞서 언급했듯 바알은 야만부족의 유물을 손에 넣은 상태였습니다. 세계석으로 가는 길목은 하나뿐이므로, 바알은 봉인이 풀리지 않은 수호자들 사이를 유유히 걸어갔을 겁니다. 만약 니라트하크가 바알에게 유물을 넘겨주지 않았다면 성역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 ...?! 막상 봉인이 풀리니 신나게 싸우는 수호자들


다만 3편에 이르러서는 약간의 설정 변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업적 퀘스트 중 하나인 '수호자 탈릭의 칼집'에서는 탈릭을 세계석이 부서지기 전까지 아리앗 산을 지켰던 고대인 중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전설 거대 무기인 '마도크의 슬픔'에서는 '한 명의 야만용사가 하로가스(해로개쓰)로 진격하는 악마군을 오랜 시간 저지하다가 결국 쓰러졌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고요. 게다가 마도크(매덕)는 2편 당시 쌍도끼를 사용하며 무기 투척을 하는 캐릭터였는데 '마도크의 슬픔'은 양손 거대 무기입니다.

"하로가스의 문으로 진격한 악마의 군세는 이 무기를 휘두르며 단신으로 그들에게 맞선 야만용사 하나에게 오랜 시간 저지당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전사마저도 끝없는 싸움에는 굴복하여 쓰러지는 법이고, 이 무명의 용사 또한 그런 최후를 맞았습니다. 마도크의 우울은 신성한 아리앗 산이 파괴될 때 사라졌다고 기록되었지만, 최근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디아블로 3편에서 획득 가능한 마도크의 슬픔


다시 2편으로 돌아갑시다.
유물 없이 아리앗 산 정상까지 바알을 쫓아간 용사는 길을 막는 고대 수호자들과 싸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염검을 들고 훨윈드를 쓰는 탈릭, 폴암을 들고 도약 공격을 하는 콜릭, 그리고 쌍도끼를 던지는 마도크(매덕)까지. 고대인들이 엄선한 수호자들은 정말 강력했고, 덕분에 바알은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었죠.


▲ 안식에 든 수호자들.. 그러나 3편에서 일용직으로 재등장한다


고전 끝에 수호자를 쓰러뜨린 용사는 고대인에게 세계석에 다가갈 자격을 인정받고, 세계석이 보관되어 있는 성채에 발을 디딥니다. 이곳에는 바알이 뿌려둔 악마 군단이 가득 차 있었지만 이미 네팔렘과 비등할 정도의 힘을 키운 용사였기에 세계석 보관실까지 돌파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세계석 앞에서 바알과 결전을 치르게 된 용사는 그가 텔레포트하면 수수께끼로 따라붙고, 높은 저항력을 무공 용병으로 씹어먹으며 파괴의 군주를 파괴해버리는데 성공합니다.


▲ 마지막 보스답게 바알런이라는 훌륭한 파밍 방법을 제공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사건은 그 다음에 터졌습니다. 세계석을 살펴보던 티리엘이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겁니다. 이전과 달리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었고, 지옥의 기운이 성역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바알이 자신의 영혼석에 담긴 파괴의 정수를 세계석에 흘려넣은 결과였습니다.


▲ 이미 바알에 의해 오염된 세계석


그는 성역의 근원인 세계석을 타락시켜 지옥과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고, 용사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모든 작업을 끝내놓은 것이죠. 대악마들이 모두 쓰러지긴 했으나 세계석이 타락하고 있으므로 성역이 파멸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티리엘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세계석이 완전히 타락하기 전에 파괴해버리겠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이대로 두면 지옥이 세계석의 힘을 가져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죠. 그러면서 '이 여파로 성역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대망의 엔딩 시네마틱 영상이 재생됩니다.



※ 출처 : 유튜버 서민우


티리엘이 세계석을 파괴한단 소식을 들은 해로개쓰 사람들은 대부분 회의적인 입장이었습니다. '마라'는 '과연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는가?'라고 물으며, '앤야'는 '예언에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좀 이상하다.'라는 이야길 합니다.

바알과의 대결에 앞서 고대 수호자들은 '바알이 세계석을 조정해서 지옥과 성역의 벽을 없앨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한 바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티리엘의 주장 자체는 어느 정도 당위성이 있지만, '마라'의 말처럼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 세계석이 파괴된 뒤 아리앗 산은 무너졌고, 야만용사들은 고향을 잃었다


엔딩이 등장한 2001년 이후 디아블로 세계는 현실 시간으로 12년이나 되는 공백기를 가졌습니다. 이 사이 티리엘의 선택이 옳았는가에 대한 유저들의 각종 추측이 난무했지만 결론은 '다음 작품이 나와봐야 안다.'였죠.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세계석 파괴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디아블로 3편의 세계관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파괴된 성역이 이후 어떻게 변해갔고, 지옥과의 경계 문제가 어떤 사건을 촉발시키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3편에선 2편 당시 추측만 무성했던 나머지 고위 악마 둘이 등장하게 된다

▲ 화가 나서 생업을 때려치는 티리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