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5에서 가장 '핫' 했던 정글러 하면 누가 생각나시나요? 2015년 들어 미드 라이너에서 정글러로 역할을 바꾼 '앰비션' 강찬용 선수가 일단 생각나고, 부진과 전성기를 모두 겪었던 '벵기' 배성웅 선수도 생각납니다. 하지만 이 선수를 빼먹을 순 없습니다. 바로 진에어 그린윙스의 정글러였던 '체이서' 이상현 선수입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2015년까지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2년이 조금 넘는 선수 생활을 마치고, '롱주'에서 다시 1년을 보낸 후, 이상현 선수는 NA LCS 로의 진출을 알렸습니다. KT 롤스터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온 '썸데이' 김찬호 선수. 그리고 박재석 감독과 김정수 코치까지, 한번에 네 명이나 되는 한국인이 NA LCS에서 활동하는 '팀 디그니타스'로 이적하게 된 것이었죠.

하지만 이들의 미국 진출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인벤에서는 올해 2월, '디그니타스'의 숙소를 방문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썸데이, 체이서 선수와 박재석 감독, 김정수 코치까지 만나 즐겁게 지냈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재석 감독과 김정수 코치가 나란히 팀을 떠났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함께 웃던 두 사람이 말이죠.

당시 기사 바로가기: [인터뷰] '썸데이, 체이서... 잘 지내니?' LCS 팀 디그니타스 숙소에서 만난 그들

LA에 있는 LCS 스튜디오에서 가끔 두 선수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내심 걱정이 되곤 했습니다. 그래도 힘을 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스프링 시즌이 지나 섬머 시즌이 왔고, 2라운드가 시작되는 주에 '체이서' 이상현 선수가 팀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 '썸데이' 김찬호 선수와 대화를 나눴었기 때문에 사뭇 충격적인 소식이었죠.

한국에 돌아온 '체이서' 이상현 선수와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 연락을 취해 보았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연락이 닿았습니다. 7월 20일. 그와 팀의 결별 소식이 발표된 지 5일이 지난 시점에, 카페에서 '체이서' 이상현 선수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Q. 별안간 팀과의 결별 소식을 들었어요. 한국에는 언제 들어온 건가요?

들어온지는 2주 정도 되었어요.(7월 20일 기준). 팀에서 나가겠다고 말한 건 꽤 오래전인데, 아무래도 여러 사정이 겹치다 보니 결정이 늦게 되어서 이제야 한국에 왔네요.


Q. 7개월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다시 돌아왔어요. 지금 기분은 좀 어떤가요?

일단 마음은 한국에 있는 것이 훨씬 편해요. 제가 원할 때 아무 데나 갈 수 있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으니까요. 미국에서의 생활은 좀 제한적인 면이 없잖아 있었어요. 숙소에서 생활한데다 제가 그쪽 생활에 좀 어둡다 보니 어딜 가고 싶다거나 할 게 딱히 없었거든요. 근데 한국 날씨는 엄청 덥네요. 미국에서는 추워서 밤에 후드티 입고 출발했거든요. 한국에 내리자마자 깜짝 놀랐어요. 이상하게 덥다고 해야 할까요?


Q. 미국에서의 삶은 어땠나요? 생활하는데 불편함 같은 건 없었어요?

글쎄요. 뭐 프로 생활이나 일상생활이나 불편했던 건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영어를 잘 하는 건 아니었지만 생활하다 보니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경기 중 커뮤니케이션도 처음에는 좀 어려웠죠. 그래도 계속 지내다 보니 안될 것도 없더라고요.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죠.

▲ 올해 2월, '디그니타스' 숙소에서


Q. 디그니타스에서의 숙소 생활은 어땠어요? 그래도 팀 내에서는 좀 자유로운 분위기 아닌가요?

네. 한국 팀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요. 숙소 생활도 나쁘지 않았어요. 자유 시간도 꽤 보장되어 있고요. 그것도 그렇고, 제가 사실 미국 음식을 그리 좋아할지 몰랐거든요. 근데 막상 먹다 보니 미국 음식이 좋아져서 크게 불편함이 없었어요. 가끔 향이 너무 세거나 한 음식이 아니라면요.

미국 음식이 보통 아무에게나 잘 맞는 편이긴 한데, 가끔은 먹기 힘든 것도 있었어요. LCS 선수 대기실에서 주는 음식들이 보통 그랬죠. 향이 엄청나게 강하거든요.


Q. 보통 숙소에서 쉴 때는 뭘 하고 쉬었나요?

딱히 막 돌아다니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할 것도 마땅히 없었고요. 간혹 팀원들과 함께 외식을 나가거나, 아케이드(Round1과 같은), K타운이나 K마켓 등도 자주 나갔어요.


Q. 한국 분들하고 함께 팀에 합류했잖아요. 지금 생각할 때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아무래도 같이 온 한국 코치님과 감독님이 팀에서 떠났을때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2월쯤일 거에요. 좋은 기억이 아닐지도 모르겠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그거네요.

▲ 이 사진을 찍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정수 코치와 박재석 감독이 팀을 떠났다.


Q. 팀에서 나가기로 한 지 꽤 되었다고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정확히 어떻게 된 거죠?

팀에서 나가겠다고 한 건 한 달 조금 더 되었는데, 팀에서 나온 지는 2주 정도 되었죠. 팀에서 나가기로 마음먹은 배경에는 급여에 대한 문제가 조금 있었어요. 이번 일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다음에도 해외 팀과 하게 되면 더 확실하게 하려고요.


Q. 얼마 전에 ‘썸데이’ 김찬호 선수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당시 썸데이 선수가 팀 내적으로 문제가 조금 있다고 했었거든요. 이에 대해 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한국 선수와 코치진이 함께 합류하다 보니 서로서로 의견이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게 있잖아요. 지역마다 팀 문화가 있고, 생활 양식이 있는데 잘 안 맞는 점이 불거졌거든요. 팀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구성원끼리 의견이 안 맞는 부분이 많았어요. 스프링 초반에 그런 마찰이 조금 있었어요.

그래도 섬머 들어오면서는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요. 전보다는 나아진 느낌이에요. 찬호가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 문제가 제가 팀을 떠나기로 생각한 것과 연관된 것은 없어요. 그냥 월급과 관련된 문제가 컸죠.



Q. 디그니타스의 이번 시즌 성적을 보면 보는 사람이 헷갈릴 정도에요. 초반에 압도적으로 잘하다가, 또 어느 순간 연패의 수렁에 빠졌다가 지금은 또 승리하고 있어요.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요?

팀 자체가 기복이 좀 심해요. 잘 할 때는 강팀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력이 나오는데, 그게 아닐 때는 어떤 팀에도 질 수 있는 경기력밖에 발휘하지 못해요.


Q. NA에서 생활하면서 종종 연락한 다른 팀 선수들도 있나요? NA에서 뛰는 선수들이요.

호종이 형(플레임)과 자주 연락을 나눴어요. 예전에 같이 진에어에서 뛰었던 김재훈 선수(현 Golden coin United FeniX)와도 자주 이야기했어요. 다들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Q. NA LCS와 LCK를 둘 다 겪어본 선수로서, 두 리그의 차이점을 말해줄 수 있나요?

일단 LCK는 팀의 전체적인 ‘운영’을 굉장히 강조해요. 하지만 NA에서는 그 면에서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가령 탑 라이너가 스플릿 푸시를 하고 있을 때, 상대방 탑 라이너가 안 보이면 LCK에서는 바로 말하고 팀 단위로 대응하거든요. 하지만 NA LCS에서는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될 때가 있어요.

그렇게 해서 실수가 나왔을 때의 대처도 상당히 달라요. NA에서는 실수를 하면, “이건 쟤들이 잘 한 거다. 운이 좋지 않았다”라는 생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LCK에서라면 분명한 실수인데, 실수에 꽤 관대하게 대처한다고 할까요?



Q. NA 팀들이 유독 국제 무대에서는 힘을 잘 못쓰는 느낌이 있어요. LCS에서 뛰어본 선수로서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요?

상대 팀으로서 게임을 할때는 참 잘 해요. 스크림 때도 그렇고. 제가 듣기로도 TSM이 한국에 와서 스크림 했을 때는 꽤 승률이 높았다고 들었어요. 잘할때는 정상급 LCK 팀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거든요. 근데 꼭 본선 무대에 올라가면 영 이상한 모습이 나와요. 이상하게 국제무대만 나가면 자기 자신의 플레이가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Q.조금 애매한 시기에 한국에 들어왔어요.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은 있나요?

말 그대로 애매한 시기에 나왔어요. 다른 팀에 들어가기도 좀 그런 상황이다 보니 일단 한국 솔로 랭크 하면서 가치를 좀 올리는 시기를 가질 것 같아요. 그리고 2018년 시즌이 시작될 때가 되면 다시 팀을 알아봐야겠죠.


Q. 다르게 보면 몇 년간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다가 휴식기를 맞은 거잖아요. 게임 말고 지금 당장 하고 싶은건 있나요?

일단 운동을 좀 꾸준히 하고 싶어요. 프로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자세가 안 좋아져서 불편한 점이 있어요. 운동으로 극복하고 싶어요. 그리고 운전면허도 따고 싶어요. 지금까지 운전면허도 따지 못했네요.


Q. 조금 있으면 생일이잖아요.(8월 1일) 생일은 어떻게 보내기로 한 게 있나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인터넷에 다 나와요) 특별한 건 없고요. 아마 친구들하고 밥 먹으면서 함께 보낼 것 같아요.(웃음)



Q. 만약 나중에라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접게 되면, 어떤 생활을 하고 싶나요?

아마 군대에 먼저 가겠죠? 아직 안 다녀왔으니까요. 군대 갔다가 오면 전 그냥 자영업을 하고 싶어요. 카페 같은 거요. 아직은 구체적으로 생각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어요. 선수가 아닌 제가 뭘 할 것인지에 대해서요.


Q. ‘디그니타스’에서 뛰고 있는 정글러 ‘쉬림프’ 선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잘할 때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기복이 있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도 시작을 NA에서 시작한 선수라 저보다는 NA에 대한 적응력이 좋은 것 같아요.

Q. 최근 잿불거인 상향 이후 스카너나 세주아니 등 초식 정글러들이 힘을 받고 있는데, 정글 메타 변화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지금은 잿불거인이 가성비가 너무 좋아요. 그래서 탱키한 정글러들이 활약하기 좋은 시점인 것 같아요. ‘스코어’ 고동빈 선수가 말했던 초가스도 확실히 가능성이 있는 챔피언이라고 봐요. 저도 게임 하다가 초가스 정글을 본 적이 있는데, 스킬이 일단 적중하니까 풀체력의 원거리 딜러가 한 번에 삭제되더라고요. 그런 변수를 가져올 수 있는 정글러는 확실히 무서워요.

앞으로 쓰일만한 정글러를 더 꼽자면 ‘누누’도 좋을 것 같아요. 누누는 좀 플레이가 제한적이지만, 봇 듀오를 굉장히 강력한 챔피언들로 뽑고 누누를 기용한다면 괜찮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아요. 잘 쓰는 사람들은 정말 머리 좋게 플레이하더라고요.

최근 등장한 케인은 잘 모르겠어요. 변신하고 나면 꽤 강한 느낌인데, 직접 해본 적은 없어요. 게임 돌리면 무조건 밴 당하더라고요. 대회에서 나올지는 아직 알 수가 없네요.

▲ 최근 '초가스' 정글에 대해 언급한 '스코어' 고동빈


Q. NA 정글러들을 보면 꽤 재미있는 모습이 자주 나와요. 요즘 ‘MikeYeung’ 선수가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활약하면서 멋지게 데뷔했는데, 어떤 선수라고 보나요?

굉장히 잘하는 선수지만, 약점이 명확한 선수예요. 일단 챔프 폭 문제가 있겠네요. 니달리나 리 신 같은 챔피언은 진짜 잘 다루는 것 같은데, 밴픽 단계에서 마음먹고 괴롭히면 힘을 쓰기 힘들어할 타입의 선수 같아요.


Q. 체이서 선수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NA에는 아직도 경기를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이 많아요. 그 선수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같은 팀이었던 썸데이 선수에게도요.

해외에서 처음 선수 생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심적으로 힘든 순간도 많을 텐데, 언제나 모든 것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화이팅!

그리고 썸데이 선수에게는 음... 직접 말할게요.

“찬호야! 먼저 한국으로 떠나서 미안하다! 근데 한국 지금 너무 덥다! 미국은 날씨 괜찮으니까 되도록 오래 있다 오길 바라!(흑흑)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