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운타운의 어느 코리안 BBQ 식당. LoL과 e스포츠를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두 명의 남자가 만났다. 한 명은 기자와 또 한 명은 이 판에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로코도코' 최윤섭이었다. '로코도코'는 LoL 1세대 프로게이머로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와 '매드라이프' 홍민기 등과 한 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선수 은퇴 후에는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유명인이다.

갈빗살이 지글지글 익기 시작할 무렵,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화는 1시간이 넘도록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가식 없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역시 고기 앞에서는 모두가 마음의 문을 열 수밖에 없나.

NA/EU LCS 제도의 변화, 롤드컵, 한국과 미국의 비교 등 주제는 두서가 없었지만, 풍부했고 윤기가 흘렀다. 주로 듣는 입장이었는데, '로코도코'의 e스포츠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몇 번이나 놀랐다. 함께 있는 시간 동안 그의 지식을 빨리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다.



①NA/EU LCS의 제도 변화

NA LCS는 승강제가 없는 미국식 스포츠 프랜차이즈 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할 것이라 선언했다. 리그에 속한 게임단의 재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채택된 제도다. 라이엇이 자체적인 심사를 거쳐 리그에 참여할 팀을 선별하고, 게임단과의 수익 분배(중계권 포함)를 강화하며, 2부 리그인 챌린저 리그가 2군 리그로 신설되고, 선수 협회가 생긴다. 리그에 참가할 팀이 10개 이상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점, 아직 지역 연고제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지역 연고제를 시행할 것이라는 점이 업계의 추측이다.

변화의 바람은 북미에만 부는 것이 아니다. 재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EU LCS도 제도가 바뀔 거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ESPN의 보도에 따르면, 내년 섬머 시즌에 EU LCS가 4개의 리그로 개편된다고 한다. 파리, 바르셀로나 등 유럽의 큰 도시 4개를 거점으로 하는 지역 연고제 시스템이고, 각 리그마다 6개 팀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골든 코인 유나이티드의 다음 시즌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직 확실한 건 없어요. 다음 시즌에 NA LCS가 프랜차이즈 제도로 운영되면서 10개 팀 이상으로 될 확률이 높다고 봤고, 그래서 추가적으로 들어오는 스포츠팀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낮아진 것 같아요. 작은 희망은 걸어보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만약에 NA LCS에 들어가게 된다면, 다음 시즌에도 현재 한국인 두 선수('매드라이프-플라이')를 데려갈 계획인가요?

아시겠지만,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저는 같이 했으면 해요.


LoL 게임단들 수익은 거의 안 나오는 편이죠?

북미 LoL 판에 수익 내는 팀, 극소수에요. 최근 선수 연봉이 너무 말도 안 되게 올라갔어요. 한두 팀들이 선수 연봉을 올리면, 다른 팀들도 경쟁을 해야 하고 또 돈을 쓸 수는 있으니까 같이 올린단 말이에요. 지금이 그런 식으로 1, 2년이 지난 상태인데, 선수 연봉이 미친 듯이 뛰어 있어요. 내년에 NA LCS가 프랜차이즈 제도로 운영되면, 대형 선수가 이적 시장에 나올 경우 100만 달러(12억가량)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랜차이즈 제도가 LoL 게임단들 재정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는 거잖아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돈을 벌 수도 있고, 선수를 장기적으로 키울 수도 있게 돼요. 분명 좋겠지만, 초창기는 이 제도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거예요.

중요한 건 2, 3년이 지난 후에요. 프랜차이즈 제도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두 가지 정도가 필요해요. 먼저 지역 연고제가 되면서 골수팬들이 생기고, 팀에 대한 애정과 경쟁의 열기가 더해져야 해요. 두 번째로 선수들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키워 슈퍼스타로 만들어내야 해요. 그렇게 돼야만 프랜차이즈 제도는 성공할 거고, 순도 높은 콘텐츠가 계속해서 나오는 구조가 되겠죠.

첫해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이슈들이 많이 나올 수 있어요. 만약에 내년에 리그에 참여할 팀이 12개가 넘어가게 된다면, 가뜩이나 적은 팬을 보유한 하위권 팀들의 팬층이 쪼개질 거예요. TSM, C9, CLG가 여전히 주요 팬층은 꽉 잡고 있을 거고요.

경기 질도 문제가 될 거예요. 혹시나 팀이 많아지면, 200명 정도가 선수로 활동할 수도 있어요. 당장은 수준 미달인 선수들이 프로판에 끼어든다는 이야기에요. 나중에는 경기 질이 점점 올라가긴 하겠지만, 어쨌든 첫해는 힘들 거예요.

제도가 바뀌자마자 모든 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말 어리석은 사람들이에요. 분명 내년에 "이건 망했다"라고 얘기를 하는 사람들 나올 거예요. NBA나 NFL의 역사를 알고 프랜차이즈 제도가 어떤 건지 알면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프랜차이즈 제도는 장기적으로 봐야 해요.


승강전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요. 2018년부터 4년 동안 8번 벌어지는 리그에서 9~10위를 5번 이상 기록한 팀은 리그에서 퇴출당한다는 조항이 있지만요.

앞으로 챌린저팀들이 올라가지 못할 텐데, 1년이나 2년 전이면 충분히 문제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재는 챌린저팀들이랑 NA LCS과의 격차가 많이 벌어졌어요. 그래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EU LCS도 재정 문제로 말이 많아요. 그 때문에 EU LCS도 제도가 바뀔 거라고 하더군요. 최근 ESPN에서 총 24개의 유럽 팀을 6팀으로 각각 묶어 4개 리그로 나눈다는 보도를 했잖아요.

EU에 되게 알맞은 제도라고 봐요. e스포츠팀들이 현재 돈을 버는 방법은 간단해요. 팬들로부터 얻은 관심을 다른 회사에 파는 거잖아요. 더 간단히 말해 광고죠.

북미는 캘리포니아부터 시작해서 뉴욕까지 같은 언어를 쓰고 비슷한 문화 안에서 살아요. 심지어 캐나다까지도 비슷하단 말이에요. 광고 하나를 미국부터 캐나다 전역에 해도 문제가 안 된단 말이죠.

그러나 유럽은 달라요. 프나틱 팬층은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여러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나뉠 거예요. 이러다 보니 광고를 원하는 사람이 타겟팅을 하기가 어려웠다고 봐요. 게다가, e스포츠만 보면 북미 팬들이 유럽 팬들보다 개인 구매력에서 앞서기까지 하니 유럽은 돈을 벌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바뀔 EU의 제도는 바람직하다고 봐요. 만약 바이탈리티가 프랑스를 연고로 하게 되면, 프랑스에 광고를 하기를 원하는 회사가 스폰서로 붙게 되겠죠. 그뿐만이 아니에요. 지역을 연고로 하게 되면, 팀끼리 경쟁도 치열해져서 경기력도 올라갈 거고, 팬들이 팀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지니 팀 상품도 많이 사게 될 거에요.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대로 되려면, 전제 조건이 하나 필요한 것 같아요. LoL이라는 게임이 그만큼 대중적인 관심을 끌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요. 축구처럼 백 년이 넘도록 사랑받을 만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인가 말이에요.

저한테는 개인적으로 그런 가치가 있지만, 대중적으로 그런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 말씀이시잖아요.

라이엇이 LoL이라는 게임을 대중 스포츠에 맞게 관리를 잘해요. 단적인 예로, 라인 스왑 패치가 있어요. 제가 LoL을 하면서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게 라인 스왑이었어요. 라인 스왑은 프로 쪽에서는 하나도 문제가 안 되고 전략적으로 되게 좋았어요.

하지만, 일반 유저는 라인 스왑을 전혀 안 해요. 일반 유저 99%와는 전혀 무관한 게임 방식이 라인 스왑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회에서 선수들이 라인 스왑으로 경기를 하게 되면 팬들은 경기에 동화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괴리감이 생긴다는 건 치명적이에요. 내가 하는 게임이 아니고 완전히 다른 게임인 거죠. 라이엇이 패치로 라인 스왑을 막으면서 그 괴리감을 없애 준 건 스포츠의 핵심을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봐요.

그리고 e스포츠만큼 20대를 타겟팅으로 광고하기 좋은 시장이 없다고 봐요. 지금 MLB의 주요 시청 연령대가 50대, NFL은 40대, NBA는 30대예요. 그런데, 이미 여러 통계로 증명됐듯이 20대는 거의 e스포츠를 보고 있어요.

또, 우리 세대는 광고를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피해 다니는 세대에요. 20대를 타겟팅해야 하는 회사들 입장에서는 광고를 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하지만,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e스포츠에도 유니폼에 회사 이름을 새겨넣는다든지, 광고를 절대 피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이 많아요.

여기에 슈퍼스타들의 파워를 동원하기까지 하면 최고의 시장이 되겠죠. NBA도 슈퍼스타들 중심으로 발전했고, NFL도 쿼터백이라는 포지션을 중심으로 돌아가요. LoL도 NBA처럼 5인 게임이라 선수 개개인에 대한 주목도가 큰 만큼 슈퍼스타를 활용하기 좋다고 생각해요. 슈퍼스타가 있어야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 모으기에 좋아요. LoL 판에 계속해서 슈퍼스타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끝이 아니에요. 한국 연예계에서는 되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인데, LoL이 '취향 저격'이 돼요. 한국에는 아이오아이-워너원처럼, 한 그룹 안에 10명이 정도를 묶어 놓은 대규모 아이돌 그룹이 많잖아요. 다 있으니 '골라서 좋아해라' 라는 전략이죠.

LoL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LoL에 챔피언이 되게 많잖아요. 사람마다 이 챔피언 저 챔피언 취향에 따라 좋아할 수 있어요. 한국 분들은 마스터 이나 티모를 유독 좋아하시는 것 같지만(웃음). 그런 점이 잘되어 있어서 굳이 게임을 열성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LoL이 시각적으로 보고 인지할 수 있는 게 되게 빨라요. 누구나 보면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색감을 쓰기도 하고요. 엄청 대중적이에요.


e스포츠 생태계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생각 이상이신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시간을 투자하는 게, 지금까지 LoL 판에 살아남은 이유라고 생각해요. '막눈' (윤)하운이는 저보다 LoL을 몇 배로 잘했는데, 지금 개인 방송만 죽어라 하잖아요(웃음). (윤하운에게) 하운아 내가 돈 억대로 벌면 살려줄게 하운아.



②거칠었던 프로게이머 '로코도코' 최윤섭

MIG(CJ 엔투스의 전신) 선수들과는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인가요?

많이 안 하는데, '클템' (이)현우 형이랑 연락하고 싶어요. (이현우에게) 현우 형 존경해요. 저 한국 가면 밥이랑 술 사드리고, 애도 봐 드릴게요. 이번 10월 초에 한국 가는데, 연락 주세요 형.

MIG 사람들 중에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현우 형이에요. 2등이 '앰비션' (강)찬용이, 3등이 '매드라이프' (홍)민기에요.


무슨 이유에서요?

찬용이랑 민기는 이렇게까지 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찬용이는 이쁜 여자 친구와 결혼까지 해서 멋있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자기 갈 길 가고 있지만, 현우 형이랑 찬용이가 일이든 사랑이든 가장 성공한 것 같아요. 저도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프로게이머로 더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나요?

너무 아쉬워요. 가끔 다시 프로게이머에 도전할까 고민하기도 해요. 물론 최정상을 찍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서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어요.

헛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1세대로 생활하면서 진짜 어려운 부분이 많았어요. 지금 상황에서 이 말을 하면 우스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정말 진지하게 생각했던 게 있어요. 스노우볼이요. 예전에 결승 때, 팀과 마찰이 있었어요. 감독이었던 (강)현종이 형, 현우 형, 건웅이 형은 균형 잡힌 게임을 원했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제가 추구했던 게임은 스노우볼 게임이었어요. 이긴 라인을 중심으로 시야를 잡고 힘을 주는 운영이요.

예전 결승 때, 전용준 캐스터께서 농담을 하신 적도 있어요. '로코도코'가 가장 좋아하는 공은 스노우볼이라고요. 그때 그것 때문에 욕을 되게 많이 먹었거든요. 이기적으로 플레이한다고요. 하지만, 당시에 저와 민기는 라인을 매우 잘 이겼어요. 이기는 라인에 시야를 잡고 다이브를 하면서 스노우볼을 굴리는 것을 엄청 중요하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팀원들과 의견이 갈리면서 마찰이 많이 생겼어요.

게임에 대한 이해는 당시 세대보다 앞섰다고 봐요. 지금 한국 팀들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 하지만, 그때 되게 어리석게 다른 사람들 감정을 신경 안 쓰면서 막무가내로 얘기를 했어요. 당시에 나이가 조금 더 많아 지혜로웠다면, 현종이 형이랑 현우 형과 조화롭게 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러면 프로게이머 되게 오래 했을 거고 더 잘했을 것 같아요. 거칠고 어리석었던 제 자신이 원망스럽고, 아직도 엄청 아쉬워요.



그렇군요. 화제를 바꿔보죠. 선수 때 원거리 딜러였잖아요. 역사상 최고의 원거리 딜러는 누구라고 생각해요?

'프레이' (김)종인이가 원거리 딜러로서 최정점이 아닌가 생각해요. 선수 생활 기간, 최고에 오른 횟수, 지옥에서 날라 온 것까지, 정말 대단한 선수예요. 나진에서 나왔을 때 은퇴의 기로에 서 있었잖아요. 일반적이라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거기서 은퇴하고 끝나요. 그 상황에서 다시 최고에 올랐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돼요. 종인이는 대단한 재능이에요. 피지컬, 머리, 경험 모든 부분에서 완벽해요.

원거리 딜러 역대 탑 5를 꼽자면, 1등이 종인이, 2등 '뱅' (배)준식이, 3등은 '데프트' 김혁규 선수 정도가 되겠네요. 종인이랑 준식이 플레이는 거의 다 챙겨보는 편이에요. 4위부터는 박빙인 것 같아요. '임프' 구승빈, '피글렛' (채)광진이, '더블리프트'가 경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③미국과 한국의 다른점, 한국이 강한 이유

한국에서 코치는 물론 선수도 해보고 참 다양한 경험을 했잖아요. 한국과 북미의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해요?

한국은 선수가 아닌 팀에 힘이 많이 실려있어요. 정확히는 팀, 감독, 코치에게. 반대로 북미는 선수가 감독이나 코치의 발언권을 뒤집는 경우가 많아요. 문화적인 측면도 영향을 줬겠지만, 북미팀들은 대부분 선수로부터 시작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때는 팀에 감독이나 코치 없이 선수들끼리 했었어요.

한국 문화에서는 선수의 권력이 강한 게 나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건 북미의 일부분이고, 코치가 선수들의 권력을 조절하고 조율하는 것도 실력이고 기술이에요. 북미에서 '선수들 말 진짜 안 듣네'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코치로 성공할 수 없어요.

e스포츠만 그런 게 아니에요. 미국 NBA에 슈퍼스타들이 되게 많잖아요. 코비 브라이언트가 코치를 몇 번이나 갈아치웠는데요. 코치가 스타 선수들을 감당하고 이끌 수 있는 것도 실력이에요. 북미 선수들을 뒤집어졌다고 생각하는 한국팬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건 문화적인 차이고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게 중요해요.


감독 역할은 이번이 처음 아닌가요?

감독은 항상 해왔어요. 여기는 헤드 코치라고 해요. 그런데, 한국에서의 감독과는 조금 달라요. 저는 (김)정균이형이나 (정)노철이형처럼 게임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역할이에요. 스타크래프트 출신 감독님들이 주로 하시는 선수들 관리 역할도 하기는 하는데, 아직 미숙하죠. 참 힘들어요(웃음). 나이도 어리고요. 배워나가는 부분이에요.


한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하게 국제 대회 성적이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선수 풀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은 좋은 선수가 되게 많고 경쟁이 치열해요. 프로게이머 지망생이 많고, 상위권 선수들이 아무리 빠져나가도 좋은 선수들이 계속 나와요.

그리고 한국은 시스템이 대단해요. 신인 선수들이 금방 성장할 수 있어요. 솔로 랭크부터 시작해서 스크림까지 엄청 효율적으로 관리해요.

또 강팀들이 많잖아요. 강팀들이 많으면 좋은 게, 못하는 팀들이 지면서 많이 배워요. 또, 강팀들은 강팀들끼리 연습하면서 실력이 향상돼요. 북미에서는 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던 팀들이 TSM, C9, CLG 정도에요. 그런데 이 팀들도 SKT T1, 롱주 게이밍과 같은 팀들에 비교하면 떨어져요. 북미 상위권 팀들의 기량을 보여주는 팀들이 한국에는 더 많아요. 잘하는 팀들이 많은 한국은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롱주 게이밍의 LCK 우승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은데요.

롱주가 절대 우승 못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SKT T1이 삼성 갤럭시에만 이기면 쭉 올라가서 우승할 거라고 실제로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칸-커즈-비디디' 경험이 너무 없는 신인급 선수였잖아요.

그런데 간과했던 부분이 한국 신인들은 거친 부분을 금방 다듬을 수 있다는 거예요. 상대 자체가 너무 강해서 진짜 연습이 되는 거죠. '칸' 김동하가 스크림에서 상대하는 사람이 '스멥' 송경호, '마린' 장경환, '후니' 허승훈이잖아요. 이런 환경에 치이다 보면 기량이 빠르게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만약 다른 지역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칸' 선수가 북미에 와서 생활을 했고, 단점으로 갱킹을 잘 생각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하지만, 단점에도 불구하고, 피지컬에서 다른 선수들과 많은 차이가 나서 라인전부터 찍어눌러요. 그런 방식으로 좋은 성적을 내면, 코칭 스태프가 단점을 고치라고 얘기해도 무시한단 말이에요.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 선수의 플레이에 대해 아무도 반박할 수 없게 되잖아요.

하지만, 한국에서 뛰면 '스멥', '마린' 같은 선수랑 대결을 해요. 사소한 실수들만으로도 경기에 패배할 수 있다는 걸 금방 배울 거에요. 또 팀에 '프레이-고릴라'같은 세계적인 선수도 조언을 해줄 거잖아요. 실력이 있는 선수라면 발전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한국 환경이 좋은 게이머를 만들어내기 최고에요.

한국에서 신인들이 한 번씩 급성장하는 이유가 이런 거고, 롱주가 우승할 수 있던 이유기도 해요. 물론, 이번에 SKT 탑 라이너들이 기복이나 경험의 문제가 있기도 했어요.


④롤드컵과 NA LCS

이번 롤드컵은 어느 리그가 우승할 거라고 예상하나요?

한국이 아주 편하게 우승할 것 같아요. 라인전부터 탈탈 털어버리지 않을까요. '칸'은 한국에서도 날아다녔는데, 다른 리그 팀들을 만나면 더 부숴버릴 것 같아요.

한국은 전체적으로 라인전이 세고, 게임 속도가 정말 빨라요. 실수가 별로 없어서 주도권 위주의 게임을 많이 해요. 반대로 북미나 다른 리그 팀들은 실수가 많아서, 오히려 중후반 위주에 밸런스 잡힌 조합을 많이 선택해요. 한국 팀을 만나면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될 거에요. 여태까지 실수 없는 주도권 위주의 경기에 많이 당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다른 리그 롤드컵 진출 팀들에게)한국 스타일을 모방해서 한국을 이길 생각이라면 절대 꿈도 꾸지 마세요. 다른 리그 팀들이 우승을 하려면 자기만의 스타일을 살려야 해요. 한국 팀 스타일에 맞춰서 하면, 한국 팀이 이길 수밖에 없어요. 그쪽으로는 한국을 따라갈 수가 없으니까요.


TSM은 항상 롤드컵 성적이 아쉬운 것 같아요. 특히, '더블리프트'의 치명적인 실수가 많았던 것 같은데요.

아마도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서 그럴 거예요. 보통 NA LCS에서 TSM 경기는 미드인 '비역슨'이 항상 주도권을 잡아줘요. 그러면 원거리 딜러가 게임을 하기가 진짜 편해요. 미드가 잘하면 한타 포지션 잡기도 쉽고요. 북미에서는 '비역슨'한테 라인전에서 맞불 놓을 수 있는 선수가 '젠슨' 정도인데, 롤드컵에 가면 그렇지 않잖아요. '더블리프트'가 기량이 좋은 선수인데, 갑자기 롤드컵에서는 다른 환경에 놓여서 실수를 하는 게 있을 거예요.


미국 내 한국 선수들의 활약에 대해 어떻게 평가해요? 특히 탑 라이너들이 많이 비교되잖아요.

한국 선수들이 미국에서 와서 가장 힘들어하는 게, 문화적인 부분보다는 커뮤니케이션 문제에요. LoL이 다른 어떤 게임보다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게임이에요.

한국 선수들은 되게 세세하게 커뮤니케이션을해요. 몇 웨이브 후에 갱킹 오면 좋다, 스노우볼 어떻게 굴리고 싶다 등. 그런데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에 능통해야 가능하잖아요. 한국 선수들은 북미에 오면 자신이 가진 것에 70%~80%밖에 못 보여줘요.

NA LCS 탑 라이너 중에 누가 제일 잘하냐는 논쟁이 많잖아요. 저는 북미 환경에서 게임을 할 때는 '하운처'가 제일 잘한다고 봐요. 피지컬이나 판단력은 '썸데이' 김찬호 선수나 '플레임' (이)호종이가 더 나을지 몰라도, 팀원들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게 '하운처'에게 유리하게 작용해요.

용병들이 북미에서 잘하기 위해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커뮤니케이션이에요.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면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러면 팀 입장에서도 같이 데리고 가기 힘들어요.



내년에는 한국 선수들이 더 많이 넘어올 거라 보나요?

한국에서 실력을 닦고 경력를 쌓는 게, 자신의 선수 인생을 위해 더 좋다고 봐요. 이제 한국이랑 해외랑 연봉 차이도 많이 나지 않을 텐데, 한국에서 뛰는 게 더 편할 거에요. 그리고 해외에서 뛰다가 한국 돌아와서 잘하는 선수 흔치 않잖아요.


한국에서 코칭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나요?

한국에서 우승에 근접한 팀들이 저를 부른다는 건 정말 달콤한 소리예요. 그런데, 그런 팀들이 저를 필요로 하지 않을 거고 저도 북미에 남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TSM을 누르고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도전을 원해요. TSM에서 코칭했을 때 우승을 해봤는데, 큰 성취감이 안 느껴지더라고요. TSM은 이미 너무 강한 팀이었어요.


TSM이 유독 강한 이유는 뭘까요?

일단 모든 선수가 각 포지션에서 최상위권이에요. 특히, 미드와 원거리 딜러는 완전히 1등이에요. 물론, '스벤스케런'이 조금 아쉽기는 해요.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모인데다가 팀 워크도 잘 맞으니, 1등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리고 TSM만 유독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모든 팀이 성적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 북미에서는 TSM만이 특별한 압박을 받아요. 1등이면 본전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판을 받을 테니까요.


TSM 독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리그에 긍정적일까요, 부정적일까요?

사람들이 독주를 되게 싫어할 수 있는데, TSM 같은 팀이 있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팀들에 자극을 많이 줘요. TSM을 보면서 열등감을 느낄 거란 말이에요. 분명한 동기 부여가 될 거예요.

지난 NBA 결승이 최근 5년 이내에 가장 많은 사람이 본 결승이라고 알고 있어요. 워리어스가 완전히 독주했던 시즌인데도요. 워리어스의 독주에 대해 부정적으로 많이들 이야기했지만, 시청률 등 결과적으로 나오는 수치들은 전혀 다른걸요. 독주가 안 좋다고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임요환, SKT T1 때문에 한국 e스포츠 판이 발전했듯이, TSM과 G2 때문에 북미와 유럽 LoL 판이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최고 팀들이 하는 걸 보고 베끼는 게, 발전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니까요.


⑤게임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e스포츠인

다른 게임에도 관심이 많나요? 기사도 자주 모니터링 하는 편인지요?

오버워치 기사는 자주 보는 편이에요. 한국은 오버워치도 진짜 잘해요. 류제홍 선수 진짜 잘하는 것 같아요. 옛날 민기를 보는 기분이에요. '매드라이프'에 '클템'을 조금 얹은 느낌이에요.

'플라워' 선수도 최고라고 생각해요. 못하는 게 없는 완벽한 딜러예요. ('플라워'에게) '플라워' 선수 북미 오고 싶으면 연락해요. 손목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은데, 관리 잘 하시고요. 앞으로 오버워치 판 커질 텐데, 한국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봐요.

다른 게임 얘기를 하자면, 스타크래프트1을 진짜 좋아해요. 지금도 (이)제동이 형이나 (이)영호 선수 방송 정말 많이 봐요.



다른 게임 얘기는 주제에서 벗어나면 인터뷰에 실리지 않을 수도 있어요(웃음).

안 돼요. 다른 게임은 몰라도 스타1은 꼭 써주세요. 스타1 때문에 제가 지금 여기 있는데요. 솔직히 스타1이 없었다면, 한국 LoL 게이머들이 있었을까요.


e스포츠를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요. 이제 마무리는 지어야 하는데, 생각나는 게 이것밖에 없네요. e스포츠를 뭐라고 정의해요?

제가 생각하는 예술의 정의는 자기표현이에요. 벽에 똥칠을 해도 그게 자기표현이면 예술이에요. 게임을 하는 것도 예술의 한 종류라고 봐요.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날카롭고 공격적인 플레이도 자기표현이고, 그게 예술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페이커' 선수가 게임을 하면서 자기표현에 대한 성취감도 느낄 거라고 믿어요. '칸' 김동하 선수도 특유의 공격적인 플레이와 일반적인 탑 라이너들과는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예술가로서, 선수로서 엄청난 성취감을 맛볼 것이라 생각해요. 이건 일반 유저들에게도 같다고 봐요. LoL도 예술의 한 종류라고 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