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진화의 서막' 익숙함과 다양성 추구한 던전앤파이터 프리미어 리그
손창식 기자 (desk@inven.co.kr)
지난 5월 4일, 던전앤파이터 프리미어 리그(이하 DPL) 2018 스프링이 김태환(총력전 모드)과 장얼앤동(루크 모드)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DPL 2018 스프링은 새로운 방식의 3:3 대전과 팀워크가 중요한 레이드 콘텐츠를 적극 활용한 모습으로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김태환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음에도 현재 던전앤파이터 시스템에 적용된 총력전을 도입해 다양한 직업은 물론, 선수들의 심리전을 엿볼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루크 레이드로 진행된 'PvE 루크 모드' 역시 호평을 받기에 충분했다. 게임 내 손에 꼽히는 레이드 고수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주인공은 장얼앤동이었다. 그동안 클리어 타임은 빠르면 3분대, 실수가 발생하면 4분대였다. 그러나 장얼앤동은 극한의 스킬 빌드와 한 치의 오차 없는 플레이로 무려 2분 50초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DPL 2018 스프링의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총력전 모드'를 통해 신구 대결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총력전은 기존 한 캐릭터만으로 대결을 펼치지 않고, 총 세 개의 직업으로 팀을 구성한다. 김태환을 비롯해 김창원, 이제명, 장재원 등이 본선 무대를 밟으며, 강호들의 강세는 여전해 보였다.
이에 맞선 이호진, 신대철, 이현, 김원진 등은 앞선 이들에 비해 알려진 게 적다. 이들이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직업을 활용해 카운터를 날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신예들의 반란이 16강에서 멈춰 섰으나, 충분히 흥미로운 대전이 많았다.
또 다른 화제는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이제명의 결승 진출이다. 이번 DPL 2018 준우승을 거둔 이제명은 그동안 개인전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레인저를 대표하는 선수였지만, 마땅한 타이틀이 없었다. 그럼에도 저력을 과시하는 등 인상 깊은 모습을 남겼다.
바야흐로 김태환의 시대다. 꾸준함은 물론, 개인전 연속 우승이다. '대진운'은 지독하리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김태환은 우승까지 김현도-장재원-김창수-이제명을 격파했다. 원조 격투가 장인 김현도를 잡아냈고, 우승 후보인 장재원과 사령술사-섀도우 댄서를 통해 강호로 거듭난 김창수까지 돌려세웠다. DPL 2018의 초대 챔피언이 된 김태환의 고공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이야깃거리는 '루크 모드'에 더 많다. 무엇보다 드림포유의 도전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직장인으로 구성돼 연습은 고사하고, 참가에 의미를 뒀던 드림포유가 결선 무대에 올랐다. 4분이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새드 엔딩을 맞이했지만, 박수받을 만한 도전이었다.
이후에는 우승 후보들의 각축전이 벌어졌다. 엑스가 3분 6초, Ti가 3분 10초를 기록해 상당히 빠른 시간대에 클리어했다. 그러나 이 기록들은 장얼앤동에 의해 산산조각났다. 마의 3분을 깨고, 2분 50초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것이다.
대회 기간 내내 장얼앤동이 우승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시간으로 우승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운의 요소가 따르는 다단 히트 기반의 캐릭터,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아이템 스위칭까지 모든 부분이 완벽했다. 특히, 대회 유일한 디어사이드 장지운의 완벽함은 그 어떤 딜러와 비교해도 한 수 위였다.
10년이 훌쩍 넘은 던전앤파이터는 여태껏 변화보다 '그들만의 리그'로 평가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DPL 2018 스프링은 달랐다. 게임 내 콘텐츠를 한껏 살렸다. 뉴페이스들이 만드는 소소한 반전과 사냥 콘텐츠만 즐기는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이와 더불어 보는 재미도 잡았다. 분명 던전앤파이터는 많은 직업군을 보유한 게임이다. 그러나 리그에서는 그 많은 직업을 모두 보기 어렵다. 때로는 선수들의 이름값에 맞지 않는 경기도 많았다. 극심한 상성 관계 때문이다. 이를 해결한 것은 '총력전 모드'다.
우승자 김태환은 총력전 모드에 대해 "지금 방식으로 계속했으면 좋겠다. 총력전이 단순 1:1보다 변수가 적다. 1:1이면 어쩌다 질 수 있지만, 3:3으로 진행하면 초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총력전 모드는 23개의 캐릭터가 등장하며, 결투장 이용이 가능해지는 신규 캐릭터들이 추가됨에 따라 향후 더 많은 직업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정반대의 콘텐츠인 '루크 모드'는 던전앤파이터 리그가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신선한 방식이었다. 이전까지는 팀 대항전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팀 대항전은 결투장을 즐기지 않는 유저들에게 흥미를 주기 어려웠다. 팀워크 요소도 없었다.
상위 0.1% 간의 대결이 전부 비슷한 흐름이었다면 '루크 모드' 역시 실패라고 평가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참가 팀들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결국, '루크 모드'는 단 몇 초로 울고 웃을 수 있는 광경부터 노력의 결실을 본 장얼앤동이라는 챔피언까지 낳으며, 성공의 초석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