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의 리그오브레전드 이스포츠 팀들은 수많은 한국 선수들과 코치들을 영입해 왔습니다. 그리고 영입된 한국 선수들과 코치들은 항상 최고로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충분히 그럴만 했죠. 그들은 팀의 중심을 이끌며 아주 오랜 기간동안 수많은 국제 대회에서 종횡무진 활약해 왔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어땠을까요? LCK의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에 지친 일부 팬들, 그리고 해외 리그와 팀들의 활약을 본 팬들은 종종 궁금해하곤 했습니다. 'LCK에서 외국인이 뛰는 날은 언제쯤 올까?'라고 말이죠. 그리고 2018년이 끝날 무렵, LCK 역사상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한국 팀인 bbq 올리버스(이하 bbq)에서 외국인 코치를 영입한 것입니다.

현재 bbq의 선수 로스터는 아마추어 출신으로 가득합니다. 그렇기에 bbq의 새로온 외국인 코치, Nick De Cesare(이하 'LS') 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팀의 전략을 담당하는 코치로서 LS의 2019 목표는 잠재력 있는 bbq의 선수들을 잘 가르치고 인도해서 승강전을 좋은 결과로 치를 수 있게 지도하는 것입니다.

시즌 9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지만, LS의 얼굴에 걱정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수년 간 쌓아온 코칭 경험과 그의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믿는 LS는, 다가오는 챌린저 시리즈를 자신있게 맞이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LS는 어떻게 LCK와, 그리고 bbq와 인연이 닿은 걸까요? 첫 외국인으로서, 그리고 코치로서 팀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LS와 연락을 한 후, 굴포천역 근처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본 인터뷰는 KeSPA컵 개막 전에 진행되었습니다)



▲ 익살스러운 마스크를 쓴 'LS' Nick De Cesare의 모습


한국에서 첫 해외용병 코치로 bbq에 입단 하셨습니다. bbq와 어떻게 연락이 닿으셨나요?

11월에 bbq에서 연락이 왔어요. 팀 스태프분들 중에 외국인 분이 계신데, 그 분이 저에게 코치로 복귀할 생각이 있냐고 연락이 왔죠. bbq와 연락이 되기 전에 두 개의 북미 팀, 하나의 유럽 팀, 그리고 하나의 한국 팀에서도 연락이 왔었는데, 제겐 bbq가 제일 흥미로웠습니다. LCK에서 뛰었던 팀이었기 때문이었죠.


아직 LCK에서는 상당히 독특한, 외국인 코치입니다. 팀에게 어떤 도움을 주실 계획이신가요?

벌써 전 한국에서 거의 8년을 살았습니다. 처음에 한국으로 온 계기가 스타크래프트2를 하기 위해서였죠.

제가 아무리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게임을 흔히 생각하는 서양 게이머처럼 인식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수 없이 게임을 해왔기 때문이죠. 스타크래프트2, 하스스톤, 리그오브레전드 등, 제가 하는 거의 모든 게임을 한국에서 플레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북미 이스포츠 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었어요.

제가 코치로서 팀에게 제공 할수 있는 것은 ‘남다른 관점’ 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프로급 유저들을 코칭해왔고, 게임을 굉장히 많이 플레이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과는 게임을 보는 시선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리그오브레전드를 단순한 게임으로만 생각하지 않아요.


bbq의 코치로서 팀에서 보는 주 업무는 무엇인가요? 선수들 생활에도 관여 하시나요?

게임에 관련된, 전략적인 부분만 보고 있습니다.

수년 간 코칭을 해오면서 코칭에 관련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많은 솔로큐 유저, 그리고 팀들을 코칭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어요. 진실로, 저보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코칭해 본 사람을 보거나 들어본 적이 없어요. 물론, 이스포츠에 훨씬 더 오래 활동하신 한국 코치분들은 그런 경험을 해 보셨겠지만요.

팀에서 생활 지도 쪽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물론 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제 주 업무는 아닙니다.



bbq에서 LS 코치를 영입하면서 외국인 선수도 영입했죠. 흔치 않던 일인데, 그에 대해서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Malice' 는 스웨덴에서 온 유저입니다. 영어와 스웨덴 언어를 능통하게 하며, 중국어도 좀 할 줄 알아요. 또한 한국에서 2년 반 동안 살았고요. 저는 그가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게임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직접 봐 왔습니다. 그가 처음 한국에 왔을때는 다이아몬드 티어였어요.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그는 매 시즌 한국에서 챌린저를 달성했죠.

전 사실 처음에는 이 선수를 굉장히, 정말로 싫어했어요. 옛날에 같이 게임을 하다가 몇 번이나 말다툼을 했기 때문이에요. 항상 서로 불친절하게 대했죠. 제가 이 선수를 싫어했던 이유는, 저는 게임을 하면서 남을 비하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이에요. 부정적인 게임 환경을 굳이 만드는 사람들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당시 이 선수는 그런 쪽으로 악명높았고, 저는 그로 인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bbq가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했을 때엔 랭크 게임 래더에서 영입할 수 있을만한 FA 상태의 유저들 폭이 굉장히 좁았어요. 그리고 저는 생각했어요. 원한을 품지 말고, 조금의 시간을 내 Malice와 한 번 대화를 해 보자고요.

그리고 처음으로 그와 음성 통화를 해 보았는데,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어요. 대화를 오래 나누어보고, 저는 물어봤죠. '우리 팀에서 테스트를 보지 않을래?' 라고요. 그는 처음에 프로 선수를 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서양인 유저가 편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한국에서 매 시즌 챌린저를 달성하는 것은 흔하지 않았거든요. 서양인 프로들도 쉽게 못 달성하는게 한국 서버 챌린저니까요.

Malice에 대해 굳어졌던 생각이 바뀔 정도로 실력이 대단했었나봐요.

실제로 bbq에서 테스트를 보고, 스크림 성적 면에서 다른 한국인 연습생들을 뛰어넘는 수준의 실력을 보였습니다. 몇몇 bbq 선수들은 그를 잘 받아들였고, 그가 팀에 있는 것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우리에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 때 저는 이 외국인 선수에게 닉네임 변경과 함께, 게임을 할 때 채팅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뒀습니다. '이런식으로 하지 마. 부정적인 채팅과 욕설 말야. 넌 정말 노력하면 좋은 선수가 될수 있다고.' 라고 말이죠.

그는 이제 자신이 갖고 있는 악명에 대해서 깊이 후회하고 있어요. 그의 행동을 다루는 많은 영상과 스크린샷 같은 경우도 이제 보면 꽤나 오래된 것들이고요. 저는 이렇게 한 사람에 대해 '선고'를 내려버리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더 기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선수에게 기회를 주었고, 현재까지는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있습니다. 팬분들께서도 이 선수에게 한번의 기회를 주기를 희망합니다. 사람들은 실수를 하는 법이고, 가끔 바보 같은 짓을 하기 때문이죠.

실력에 관련해서는, Malice는 랭크 게임 래더에서 이블린과 카직스 두 챔피언을 다루는 유저로 이름이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고급스러우며, 게임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할 줄 알아요. 정글에서 일어나는 일들 뿐만 아니고 라인전 상성도 꿰뚫고 있으며, 라인전 상성과 상태에 따라 정글 루트, 갱킹 방식을 다양하게 구현해 낼 줄 압니다.


그럼 Malice 선수를 인게임에서 알게 된 것인가요?

제가 코치 일을 하며 많은 유저들의 게임을 관전하는데, 한 유저가 하는 게임을 관전하며 Malice가 부정적인 채팅을 하는걸 보았어요. 그때 그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런 짓은 그만 하라고. 정말 나쁜 경험이었어요. 전 게임을 하면서 채팅을 하는게 정말로 의미없다고 생각해요. 채팅을 굳이 할 이유가 정말로 없어요.



현재 bbq에서 선수들끼리 오더는 어떻게 하나요?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진 않나요?

최대한 짧고 빠른 콜을 이용합니다. 핑도 많이 찍고요.

저희 미드라이너가 영어를 굉장히 잘해요. 저희 서폿도 해외에서 선수로 뛰어 본 경험이 있고요. 깜짝 놀랄만큼 영어를 잘 하더라고요. 피드백에 있어서는 통역을 해주시는 분이 따로 있어요. 이 업계에서 만큼은 '수지 킴' 다음으로 가장 정확하고 빠른 통역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Malice 또한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진전이 상당히 있습니다.


bbq 선수들은 많이 만나 보셨나요? 숙소에 대한 인상도 궁금하네요.

네, 만나 보았어요. 숙소에 여러 차례 방문해봤죠. 사실 팀에 입단하기 전부터 원거리 딜러 '윈드'와는 아는 사이였어요. 프리랜서 코치로서 그에게 개인 코칭을 잠깐 해줬던 적이 있거든요. FA 마켓이 열리자마자 저는 이 선수의 영입만큼은 정말로 고집했어요. 꼭 데려와야 한다고 말이죠.

저는 유저가 클릭하는 행동이나 이동하는 것 등의 디테일, 그리고 전체적으로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런 작은 것들이 그 유저의 기본기를 보여주며, 코칭을 통해 얼만큼 성장할수 있는지 예상을 할수 있게 해줘요. 윈드는 그런 면에서 정말로 귀중했고, 그를 저희 팀으로 데려올 수 있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숨겨진 보석같은 선수입니다.


한국 팀들이 해외 선수를 영입하는 일이 미래에 더 자주 일어날까요? 아니면 bbq의 특색일까요?

약 1년 전에, 위너스가 'Zven'과 'Mithy'를 영입할 생각을 했었어요. 'Forgiven' 선수도 고려했었죠. 한국팀이 용병을 고려한다는게 아예 없었거나 들어보지 못한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한국에서 체면이라고 차리고 싶다면, 그 외국인 선수는 거의 '신'급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그래서 조건이 까다로워집니다. 첫 번째, '신'급의 실력을 갖춰야 하고, 두 번째로 그 선수가 한국으로 올 마음이 있어야 해요. 하지만 그런 선수가 몇 없었죠.

그리고 한국은 중국이나 북미에 비해 '돈'으로 경쟁력을 잘 갖추지 못해요. 실제로 많은 유럽 선수들이 북미를 가는 이유 중 하나죠. 한국팀이 해외 용병을 영입시키는 것이 미래에 더 자주 일어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bbq가 이번에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해외 용병 영입이 한국에서도 성공적으로 실행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네요.



그렇다면 현재 bbq 로스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 4명의 신인 선수들과, ‘주스’ 가 있죠… 당장은 할 일이 많고 어려울 거에요. 첫 몇 주 동안은 굉장히 힘들 거라고 예상합니다.

팀의 성장은 진행형입니다. 네 명의 선수들이 리그오브레전드 이스포츠 씬에서 뛰어 본 경험이 없어요. 솔직히 현재는 그냥 솔로 큐 팀 같아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다섯 명의 선수를 갑자기 한곳에 던져놓고 곧바로 슈퍼팀을 기대할 수는 없는 법이잖아요.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그것들을 교정하는 것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거에요. 처음에는 당연히 힘들겠지만, 차곡차곡 좋아질 거에요. 저는 개인 코칭 경험도 많지만, 팀들도 많이 코칭해 봤거든요.


현재 챌린저스에서 bbq는 현재 어느 정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모든 챌린저스 팀들의 로스터를 확인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현재 챌린저스에서 눈에 띄는 로스터를 가지고 있는 팀은 없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걱정이 없어요. 뚜렷한 슈퍼팀이 없으면 정말로 할 만 하거든요. 저번 챌린저스에서도 어떻게 보면 슈퍼팀이 존재했고, 역사적으로 전 세계 각각의 2부 리그에서는 항상 슈퍼팀이 존재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없다고 생각해요.


LCK에 새로 합류한 두 팀인 샌드박스 게이밍과 담원 게이밍은 해외에 알려진 바가 많이 없는데요, LCK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 것 같나요?

지난 롤드컵 결승에서 프나틱과 IG가 겨루기 전에, 프나틱의 '뷔포'와 저녁 식사를 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잘 아는 선수인데, 뷔포는 거짓말을 안 하고 말에 과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뷔포는 '담원과 그리핀은 스크림에서 만질 수도 없는 존재' 라고 말을 했어요. 어떠한 짓을 해도 못 이길 팀인 것 마냥 저에게 말을 하더군요. 대회가 아닌 스크림이기도 하고 꽤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뷔포 선수는 그 당시에 확신을 하더라고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두 팀이 롤드컵에 참여하지 않았었다' 라고요.

아쉽게도 저는 그들의 스크림을 직접 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직접 말씀은 못 드리겠네요.


놀랍네요. 그렇다면 다음 LCK 시즌에서 주목할 만한 이슈가 있을까요?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면서 가장 슬픈 것은 '프레이'가 없다는 것이에요. 제 생각에 프레이는 정말 칭찬 받아 마땅한 선수인데, 다소 과소평가 받는 듯 해요. 특히 서부에서 말이죠. 그렇기에 프레이가 다음 스플릿을 쉰다는 것에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프레이와 테디는 '팀을 지원해주는 원딜' 스타일을 누구보다도 잘 했어요.



새로운 시즌이면 언제나 화제가 되는 부분이죠. 메타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전 현재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요. 의견이 많이 달라요(웃음). 현재 많은 분들께서 공격적인 챔피언 조합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는 그 것이 틀렸다고 생각해요. 프로 경기에서 타워의 방패를 부수는 것에 매진하는 행위는 플라시보 효과와 같다고 생각해요. 라인 관리, 귀환 타이밍, 그리고 맵 장악력을 포기하면서까지 우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타워 방패에서 160골드를 얻을 수 있다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전 골드보다 전반적인 라인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라인을 어떻게 관리하냐에 따라 라인전 승패가 결정될수 있으니까요.

추가로, 낮은 레벨 구간에 받는 추가 경험치와 현상금으로 인해, 중후반을 노리는 조합 혹은 상대보다 후반이 더 센 조합들이 이점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시즌 9가 시작될 때의 메타가 현재와 조금이라도 비슷하다면, 사람들은 점점 공격적인 초반 조합들이 좋지 않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럼 인터뷰의 마지막으로, bbq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외국인 코치와 선수를 영입했다고 해서 놀라거나 불안해 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열린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대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지는걸 굉장히 싫어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