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브워쉽에서 최근 들어 가장 화제의 트리를 꼽으라면 소련 전함일 것이다. 이미 정식 출시 전부터 이벤트로 체험한 유저들 사이에서 너무 강력한 것이 아니냐는 입소문이 돌고 있었고, 이번 랭크전 시즌을 통해 소문이 거짓이 아님을 확실히 증명했다.

특히 랭크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눈부실 수준으로 아시아, 유럽, 북미, 러시아 등 모든 서버에서 전체 승률 3위 안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해냈다. 항모가 다소 약해진 현재 메타에 어울리는 것은 물론 독전함과 달리 서버 특성에 따른 불합리함을 크게 따지지도 않는다.

다만 이렇게 OP인 것처럼 보여도 의외로 유저들 사이에서는 찬반이 나뉘고 있다. 이는 소련 전함이 시타델이 수면위로 노출되어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보유하고 있어, 언뜻 봐서는 결함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OP라 불리는 배들이 그러하듯 소련 전함 트리 역시 약점을 감추고 플레이하기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약점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다른 까다로운 OP함들보다 다루기가 더 쉽다는 평가다.


▲ 넘버즈 사이트 통계에서 보이는 랭크전 상위 함선 (※ 클릭하면 커집니다)



장갑 구조에서 큰 이득을 보고 있는 소련 전함
약점을 감추는 것이 운용의 핵심!

■ 순양함급 이하 고폭탄으로 피해를 줄 수 없다! - 두터운 갑판, 측면 장갑

소련 전함의 OP성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는 매우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장갑 구성이다. 여지껏 워쉽에 등장한 모든 배들 중에 가장 실용적인 장갑을 가지고 있는데, 덕분에 고폭탄으로 소련 전함을 뚫을 수 있는 구축-순양함은 '아무도' 없다.

이는 꼭 10티어 크렘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동티어 내에서라면 대부분 고폭탄에 피해를 받지 않는다. 굳이 뚫어보고자 한다면 특수 신관 스킬을 찍은 독일 고티어 순양함이나 대형 순양함(아즈마, 알래스카, 크론슈타트, 스탈린 그라드)들인데, 이는 스킬 배분이 비효율적이라 극히 만나기 힘든 케이스에 속한다.

오히려 소련 전함 트리가 이런 대형 순양함들을 귀신같이 잘 잡기에 특수 신관 스킬로 덤비는 것은 소중한 스킬 포인트를 희생시켜 명을 더 단축할 뿐이다.


▲ 탈순양함급 주포를 지닌 알래스카도 고폭탄으로 소련 전함을 녹일 수 없다!


▲ 특수 신관 스킬을 찍으면 관통은 가능하지만 소련 전함 하나 잡자고 굳이?



물론 소련 전함이 아예 무적인 것은 아니다. 선수와 선미, 상부 구조물은 32mm와 19mm로 충분히 관통 대미지가 들어간다. 문제는 대충 쏴도 맞는 타국가에 비해 소련 전함의 상부 구조물은 면적이 눈에 띄게 좁다. 핀포인트로 잘 쏘지 않는 이상 대부분 두꺼운 갑판 장갑에 탄이 깨질 확률이 더 높다.

이것도 203mm(8인치)이상 주포를 지닌 중순양함에 해당하는 이야기지 152mm(6인치) 주포를 지닌 순양함들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화재딜을 노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 상부 구조물 면적이 좁아 생각외로 타격을 받지 않는 소련 전함




■ 시타델 뚫을 수 있겠니? - 각만 주면 철벽인 시타델

고폭탄에 무적이라면 대신에 철갑탄에 약한 것이 아닌가 궁금해할 것이다. 실제로 처음 소련 전함이 공개되었을 때 약점으로 지목된 것은 시타델 구역이 매우 넓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면 위로 튀어나와 있는 구조로 타격만 하면 시타델까지 자동문이다.

하지만 소련 전함이 티타임을 주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스듬히 몸을 세우면 시타델은커녕 일반 관통마저 보기 힘들어진다.


▲ 대부분 함선이 그렇지만 옆구리를 노출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 내 주포가 몇mm까지 뚫을 수 있는지 정도는 익혀두면 좋다
(영상 출처 : WOWS 공식 유튜브 채널)



이런 마법이 가능한 것은 바로 소련 특유의 선수 및 측면 추가 장갑에 있다. 이 추가 장갑은 헤드온이나 각을 준 상황에서 정면에서 오는 철갑탄에 오버매치 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함선은 티타임을 주더라도 야마토의 18.1인치 철갑탄 같은 대구경에는 꼼짝없이 관통되는데, 소련 전함의 경우 측면 장갑을 보강하여 이런 오버매칭에 대해 내성을 가지고 있다.

크렘린 기준으로 조금이라도 비스듬히 각을 주게 되면 앞서 말한 선수 장갑대에 달려있는 150mm와 60mm의 추가 장갑이 선수 부분을 막아주게 되어 제아무리 야마토라고 해도 오버매치를 낼 수 없게 된다.


▲ 선수에 달린 이 장갑이 마법의 비밀이다


▲ 티타임을 준 소련 전함의 방호력은 악랄한 수준으로 튼튼하다




■ 대선제후와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대공 - 항모 역관광은 맡겨줘!

소련 전함 트리의 또다른 놀라운 점은 대공 능력이다. 저티어에서부터 선체를 올리면 동급 전함 중에서 최상위 대공 수치를 뽐내는데, 10티어 크렘린에 가서는 미국이나 프랑스보다 더 뛰어난 수치를 자랑한다.

기본 92의 대공 스탯을 지녔으며, 특히 원거리/중거리 버블 발생 횟수가 최고를 자랑하며, 사거리 내로 들어온 항모의 함재기를 무자비하게 갈아버릴 수 있다. 실제로 출시 초기 멋도 모르고 대선제후 보듯 함재기를 들이밀었다가 갈려나간 항모들이 한 둘이 아니다.

물론 작정하고 오는 미드웨이나 하쿠류 상대로는 한계가 있지만, 8티어 항모 상대로는 함재기가 오는 것을 즐길 정도로 여유를 가지고 대처할 수 있다.


▲ 충격과 공포의 대공 수치를 보유하고 있다.


▲ 8티어 항모 상대로는 무자비하게 갈아버릴 수 있다
(※ 인벤 자유게시판 'Satyriasis')




■ 야마토를 능가하는 고화력 주포 - feat. 소련제 레일건.

소련 전함의 무서움에는 주포도 한몫한다. 현존하는 모든 배 중에서 최강의 대미지를 자랑하는 15,500의 철갑탄은 시타델에 2방만 꽂혀도 그대로 용궁행 티켓을 끊게 만든다.

그리고 저각 고속포를 자랑하는 소련제 레일건이 구축함과 순양함에 이어 전함에도 적용되어 있어, 거리가 좁혀질수록 더욱 정밀한 타격을 할 수 있다.

실제 중, 장거리에서 회피기동으로 싸우는 앙리나 힌덴부르크도 어설프게 가감속을 시도했다가는 그대로 옆구리나 엉덩이가 박살나며, 설사 잘 피하더라도 일반 관통 대미지만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 최대 사거리까지 11초면 충분하다



옆구리가 아닌 헤드온을 건 상대에게도 소련 특유의 무자비한 관통력으로 오버매치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유틸 부분에서도 주포 회전속도를 30초에 끊는 등 사실상 재장전 문제와 사거리만 제외한다면 주포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전함 입장에서도 비슷한데, 각 준 상태의 크렘린과 같이 헤드온 걸고 싸울만한 전함은 야마토 외에 없다. 그것도 거리가 좁혀질수록 크렘린이 이길 확률은 확실히 더 증가할 것이다.


▲ 어떻게든 옆구리만 안보여주면 쉽게 침몰당할 일은 없다




포격형 구축함? 컨쿼러? 앙리? 오리무중 상태의 해법
소련 꿀단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소련 전함을 OP로 만드는 데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더 무서운 점은 모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이런 강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약점을 충분히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프랑스 순양함인 앙리4세가 하위권에서는 평범한데, 최상위권 유저들 사이에서는 OP라 불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앙리 역시 명백한 약점은 지니고 있으나, 운용하는 유저가 숙달되면 이를 감추기란 어렵지 않다.

마찬가지로 소련 전함은 분명 시타델이 대놓고 노출된 형태에 면적도 넓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옆구리만 보여주지 않으면 약점이 없다시피한 완전무결한 전함이라는 소리다.


▲ 솔직히 말하자면 옆구리는 소련 전함만의 약점은 아니다



물론 주포의 사거리가 짧다는 것은 분명 극복하기 힘든 약점이다. 하지만 자신의 사거리 내에 들어오는 적에 대해서는 전함의 수준을 뛰어넘은 떡집탄과 워쉽 1위에 빛나는 대미지로 충분히 상쇄되는 문제다. 사거리, 재장전 문제는 공해 같은 특이한 맵만 제외하면 대부분 운영으로 극복할 수 있다.

반대로 당하는 입장에서는 거리를 벌리고 싸우면 어차피 서로 제대로 된 피해를 주기 힘들고, 똑같이 붙어서 헤드온 걸어봐도 자신의 탄은 도탄 되고 내 머리통만 부숴지는 환장할 상황만 겪게 된다.


▲ 옆구리만 보여주면 이렇게 한 방에 터트릴 수도 있지만...


▲ 현실은 장판파 벌이는 소련 전함을 겪게 될 것이다



결국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거리가 짧다는 것을 노려 장거리 싸움을 유도하거나, 혹은 빠르게 수리반을 소모시켜 태워죽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련 전함 입장에서 사거리가 짧은 것보다 재장전 속도가 더 답답한 경우가 많으므로, 적당히 머리를 돌려 도망가면서 선회전을 걸면 별다른 힘을 못 쓰기도 한다. 소련 전함으로 도망가는 배를 쫓지 말라는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또 다른 상성을 찾아보면 포격형 구축함에도 취약하다. 어차피 제대로 된 피해는 받지 않겠지만 구축함이 지른 불에 소중한 수리반이 빠지는 것은 소련 전함 입장에서 꽤 성가시다.

문제는 이런 타입의 전함을 녹여줄 구축함이 항모 메타가 휩쓸고 간 이후로 멸종하여, 지금도 공방에서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몇 달간 급변한 메타의 수혜를 누구보다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셈이다.


▲ 사거리 긴 순양함으로 끝거리에서 집요하게 괴롭히는 것이 무난한 대처법이다



결국 나온지 2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확실한 대처법이랄게 없다. 그나마 위협적인 것은 항모 메타로 인해 사라졌던 방화 전문가 컨쿼러의 출몰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컨쿼러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터지는 불지옥 네이팜탄은 소련 전함에도 유용하다.

메타는 돌고 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유저들의 육성이 끝난다면 또다시 컨쿼러의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늦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소련 전함을 잡기 위한 움직임보다 '나도 한입만'을 외치며 소련 전함을 육성 중인 유저 비율이 높다. 꿀단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하향 패치를 논하기 이른 시점인 지금이라면 당신도 공방의 절대자가 될 수 있다.


▲ 컨쿼러가 슬슬 출몰하는걸 보면 더 늦기 전에 꿀을 빨아야 한다


▲ 이 시간에도 많은 전함 유저들이 빨대를 꽂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