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래간만에 올라온 개발자 노트가 약 900여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내면을 살펴보면 최근 업데이트된 유폐의 나락 콘텐츠와 앞으로의 개발 방향성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다.

강정호 디렉터의 말을 짧게 요약하자면 내부적으로 여러 차례의 밸런스 평준화나, 1~2개의 레이드 던전 추가로는 던파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재미를 추구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도출됐다고 한다.

실패를 인정하고 과거에 던파를 즐겼던 유저들이 어디에서 재미를 느꼈는지 돌이켜봤으며, 다시 한번 던파에 흥미를 가지는 것과 동시에 신규 유저도 보다 쉽게 게임에 정착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조절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내용을 조만간 공개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곧 다가올 던파페스티벌을 기대하는 유저들이 많은 만큼 개발자노트에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보이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의견을 정리해봤다.


▣ 개발자 노트 - 11월 이후 개발 방향성 안내

안녕하세요, 던전앤파이터 디렉터 강정호입니다.

오늘 업데이트된 유폐의 나락에 이어서,
앞으로 진행될 개발 방향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처음 모험가 여러분들께 디렉터 노트를 통해서 인사드렸을 때,
앞으로 던파 세계관의 자연스러운 진행을 바탕으로
꾸준히 컨텐츠를 추가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죽은자의 성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아젤리아,
그리고 그녀가 남긴 유언. 그 유언을 따라 찾아간 솔도로스와
그의 선택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이제부터 시작되는데요.

오랜 시간 수련을 거듭하던 솔도로스,
그리고 분열된 그림시커와 관련된 거대한 모험의 시작점이 이번 업데이트입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모험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작년 던파페스티벌에서 모험가 여러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약 11개월의 시간 동안, 두 개의 신규 전직과, 스위칭 장비 개편,
레이드 추가 및 스킬 커스터 마이징 시스템 추가, 신규 PVP 업데이트와
태그 던전 추가 그리고 여러 차례의 캐릭터 밸런스 개편과 편의성 개편 등을 진행했습니다만
이러한 업데이트들을 통해서, 던전앤파이터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재미를
충분히 증가시켰다고 하기에는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해도 기대가 되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게임의 본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던전앤파이터에는 개선할 부분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한 결과,
한두 개 컨텐츠의 추가로는 던전앤파이터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재미를
극대화 시키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과거 던전앤파이터에서 어떠한 요소가 모험가 여러분들께서 재미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그리고 현재 던전앤파이터에서 어느 부분을 개편해야 하고,
어느 부분을 보존해야 할지에 대해서 많은 의견을 나누게 되었고,
이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현재 많은 개선 사항들이 준비 중에 있습니다.

지금 던전앤파이터를 즐겨 주고 계신 모험가 여러분들께서 만족하실 수 있는 방향을 중심으로,
여기에 과거 던전앤파이터를 즐겨 주셨던 모험가 여러분들께서
다시 한번 흥미를 느끼실 수 있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모험가 분들이
보다 쉽게 게임에 정착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이 이상론적이고, 실현하기 힘들다는 것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물들을 조만간 모험가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기 위하여 열심히 준비하고
개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모험가 여러분들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댓글이 900개가 넘어갔다!



첫 번째 키워드. 레이드(총 74개의 관련 댓글)
베테랑 유저들은 레이드밖에 할 게 없고, 초보들은 레이드를 못 가니 할 게 없다

900여 개의 어마어마한 수의 댓글 중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단연 레이드다. 유저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른 부분은 있지만 공통된 점은 현재 던파에서 레이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만레벨 유저는 레이드 날에 맞춰 게임에 접속하고, 몇 캐릭터 정도 레이드를 돈 후에 할 게 없어진다. 반대로 초보 유저들은 레이드를 가지 못해 할 게 없다고 말한다. 물론 잘 찾아보면 중간 지점은 존재하지만, 대개 큰 의미가 없거나 그 시간 동안 쩔을 받고 레이드를 돌아 장비를 맞추는 것이 더 빠르다.

레이드를 돌기 위해 해당 레이드에서 나오는 장비를 맞춰야 한다는 모순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레이드를 제외하고 득템이나 육성의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서 많은 유저들이 지적하고 있다.

과거에는 다양한 던전을 돌다 보면 자연스럽게 피로도가 부족해졌다. 그래서 PC방도 많이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레이드만 돌고, 남아 있는 피로도를 어디서 태울지 고민하는 유저들이 많다. 정말 피로도가 고파서 PC방을 다녔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 PC방은 레이드 관련 버프를 받기 위한 편의 시스템이고 그마저도 잘 가지 않는다는 댓글을 볼 수 있다.

차라리 클래식 서버라도 내달라는 의견이 있을 만큼 레이드 위주의 콘텐츠에 질린 상황인데,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지 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레이드만 있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린 현재의 던파



두 번째 키워드. 파밍(총 73개의 관련 댓글)
레이드 졸업 후 레이드, 끝나지 않는 숙제

레이드 못지않게 파밍과 관련된 의견도 많았다. 오히려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레이드의 문제점 안에 파밍 문제도 같이 녹아 있다며 많은 유저들이 지적했다.

던파의 육성은 계단식 파밍이 기본 구조다. A레이드 장비를 모두 맞추면 B 레이드, B레이드 장비를 맞추면 C 레이드로 나아가는 구조다. 문제는 각 레이드별 파밍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과 캐릭터가 성장하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악명 높던 랜덤성 파밍을 벗어나 누구라도 꾸준히 하면 최종 장비를 맞추게 된 것은 좋다. 하지만 반대로 이제는 모든 유저가 득템의 즐거움 없이 똑같은 행동 패턴을 반복하고, 비슷한 시기에 아이템을 맞추게 되었다. 더군다나 정가하기 위한 기간이 너무 긴 탓에 다음 레이드가 나오더라도 이전 레이드에서 파밍을 완료한 유저란 드물다.

결국 숙제(졸업템)를 끝마치고 나면 성취감이 따라와야 할 텐데, 끝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연이어 다음 숙제를 해야 한다. 이러니 다들 지칠 수밖에 없다.

유저들은 지금처럼 졸업을 위해 3~6개월 동안 같은 행위를 반복하기보다, 정가로 가는 과정속에 다양한 아이템을 얻어 아이템 세팅에 대한 재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중이다.

최종적으로는 모두가 같은 졸업 세팅을 하게 되더라도, 매일 레이드를 돌 때마다 아이템이 드랍되어 조금씩 성장한다는 기분을 받을 수 있거나, 세트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를 내리며 그에 준하는 개별 아이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 파밍이 끝나면? 다음 파밍이 기다릴 뿐이다



세 번째 키워드. 캐릭터(총 21개의 관련 댓글)
부캐릭터 장려의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던파는 모험단이라는 단위 안에 다캐릭터를 육성하면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부캐릭터를 열심히 키우는 유저는 말 그대로 던파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거나, 혹은 돈이 많은 유저들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들의 댓글에서 느낄 수 있듯, 부캐릭터를 육성하는 과정이 즐겁지가 않다는 것이다. 당신이 부캐릭터를 육성해서 얻을 수 있는 재미가 무엇일까. 이번에 키운 캐릭터가 단지 20초 계수에서 17위를 한다는 것뿐이다. 어차피 착용하는 장비는 똑같고, 던전 공략방식도 모두 동일하다. 다른 캐릭터를 키우더라도 던전에서 뜨는 대미지의 숫자만 다를 뿐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던파에서 직업 밸런스는 나쁜 의미로 황금 밸런스라 할 수 있다. 크게 손해보는 직업이 없고 대부분 비슷한 성능을 보유했다.

이제 밸런스 패치가 한 번 나올때마다 전쟁처럼 직업 간 토론이 벌어지고, 직업 순위표 포스팅에 댓글이 수백 개, 조회수가 수만이 넘어가는 모습은 전부 과거의 추억이 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캐릭터간 개성이 희박해진 것은 분명 생각해볼 문제다.

과거 안톤을 떠올리면 사거리가 긴 직업군, 빠른 이동기를 가진 직업군식으로 역할을 배치하여 깨던 기억이 난다. 조합을 짜면서 인원 배분을 했던 마지막 기억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버퍼만 오면 끝이다. 파티가 어디로 갈지는 강화와 증폭 수치가 정할 뿐이다.

게임의 재미와 밸런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분명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밸런스를 위해서 게임의 재미를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모두 공평하게 만든것은 좋은데, 재미가 떨어져버렸다는 의견이 많다



네 번째 키워드. 버퍼난(총 7개의 관련 댓글)
던파에서 가장 이질적인 포지션

버퍼난을 호소하는 댓글 역시 많았다. 사실 이 문제는 홀리의 버프가 게임 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에 있다. 보통 일반적인 다른 RPG게임이라면 '힐러'개념이 큰데, 던파는 '버퍼'의 개념이 크다. 다른 액션 게임이나 RPG게임에서 힐러 포지션의 캐릭터는 많지만 이정도로 버프에 모든 성능이 몰려있는 캐릭은 없었다.

과장이 조금 들어가자면 입장해서 버프만 걸어줘도 홀리들의 역할이 끝난다. 이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키우기가 어렵고 재미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한다.

유저들이 바라던 홀리의 모습은 20분 걸릴 던전을 5분 안에 깨도록 응원하는 캐릭이 아니라, 자신의 콘트롤 여부에 따라 못 깰 것 같은 던전을 깰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현 시점에서 버퍼의 포지션 개념을 재정립하기에는 무리수라는 것을 유저들도 안다. 하지만 적어도 버퍼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


▲ 취향의 문제일 수 있으나, 대다수의 유저들은 홀리 육성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