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길을 걷다 보면 도저히 생명이 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곳에 조그마한 들꽃이 핀 걸 볼 수 있다. 자갈이 잔뜩 쌓인 척박한 곳에도 질긴 생명력을 지닌 들꽃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샌드박스 게이밍과 한화생명e스포츠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곳은 자갈밭이다. 희망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대결로 한 팀은 그 척박한 곳에서 기어이 꽃을 피워 희망이 아직 있음을 알릴 것이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아직 첫 승 신고를 못했다. 다양한 분석이 있다. 스플릿 개막부터 지금까지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탑과 정글, 미드에 대한 비판은 꾸준하다. 바텀에 힘을 주기 위해 꺼냈던 회심의 카이사와 그를 중심으로 뭉치는 조합도 연이어 패배했다. 그나마 T1과 설해원 프린스에겐 한 세트씩이라도 따냈지만, 현재 한화생명e스포츠는 8연속 세트 패배 중이다.

샌드박스 게이밍의 사정은 조금 낫다. '야마토캐논' 감독의 직접적 합류 직후에 희망이 보였다. 그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입국 후 2주 간 자가격리를 하느라 선수들과 온라인으로만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 땐 샌드박스 게이밍 역시 연패에 허덕였다. 그러다가 자가 격리가 풀리자마자 첫 승을 기록했다. 그것도 저력을 보였던 팀 다이나믹스를 상대로 거둔 승리였다.

여전히 불안요소는 많았다. 샌드박스 게이밍은 중요 순간마다 여전히 콜이 엇갈린 듯 머뭇거렸고 개개인 실수도 잦았다. '서밋' 박우태가 특히 기복있는 경기력을 보였다. 팀의 캐리력을 책임졌던 선수가 아직 제실력을 되찾지 못했다는 건 샌드박스 게이밍에겐 뼈아프다.

샌드박스 게이밍이나 한화생명e스포츠 모두 상황이 암울하다. 그나마 1승을 챙긴 샌드박스 게이밍이 낫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직 희망을 갖기엔 너무 이르다. 그래서 이번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양 팀 모두 이겨야 할 목적이 너무나도 뚜렷하다. 여기서 지면 남은 일정 속에서 언제 처음으로 웃을 지 깜깜하다.

이번 승리는 양 팀에게 단비 혹은 따사로운 햇볕 같을 거다. 아무리 생명력이 질긴 들꽃이라도 자갈밭에 뿌리를 내리려면 단비를 맞고 햇볕을 즐겨야 한다. 그래야 오랜 기다림 끝에 꽃을 피울 수 있다.


2020 LCK 섬머 스플릿 16일 차 일정

1경기 DRX VS kt 롤스터 - 8일 오후 5시
2경기 샌드박스 게이밍 VS 한화생명e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