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올드 유저다. 일과 게임을 병행해야 했던 탓에 

플레이 경험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북미에서 서비스하던 시기부터 게임을 즐겨

얼마 전에 일반 게임 1000승을 달성했고 랭크 게임 350전 끝에 1800의 고지에 올라섰다.

 

 

굳이 이 보잘 것 없는 성적을 이야기 하는 것은,

그래도 나름 리그오브레전드를 오래 즐겨왔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직업의 특성 덕에 리그오브레전드의 한국 서비스부터 지켜봐왔고

지금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프로 선수들이 아마추어로 활동할 때부터 알아왔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고, 분식집 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고 하는 것처럼,

프로 선수들과 자주 이야기하고, 국내외 가릴 것없이 취재를 하다보니

덕분에 가진 실력(컨트롤?)보다 좀 더 볼 수 있는 것이 많아진 것이다.

 

 

 

그렇게 이번 아주부 더 챔피언스 스프링 리그 결승전을 갔을 때다.

MiG Blaze와 Frost의 치열한 심리전과 전략 대결이 계속되는 상황.

하지만 같이 간 동료 기자에게는 한타 싸움의 멋진 장면만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이란,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을 종종 당연히 남도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

프로 선수들이나 플래티넘 유저들에게 잘하는 요령을 물어봐도 별달리

신묘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는 것도 따지고보면 대체로 이런 점 때문이다.

 

 

습관처럼 몸에 배어 굳이 거론하거나 설명하지 않는

플레이나 전략 등을 의식하고 설명해주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고수들의 전략 분석이나 플레이 분석은 실력 향상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이 기획 기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기자이기 이전에 게이머이기에 보이는 것들,

그리고 한 번쯤 다 같이 짚고 넘어가볼 만한 명경기들을 분석하고

그 안에 담긴 선수들의 플레이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알아보는 자리.

여기서 무언가 하나 얻어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모름지기 소위 말하는 "입롤"로 경기를 추억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 아니던가.

 

 

정확히 말해서는 기자가 뽑은 명경기가 되겠지만,  

라면을 끓일 수 있는 분식집 개의 마음으로, 인벤 가족들이 보기에도

"그렇게 썩 나쁘게만 보시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첫 경기 분석을 시도했다.

 

 

그 첫 번째로는, 가장 최근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던

아주부 더 챔피언스 스프링 리그 결승전 MiG Blaze와 Frost의 경기다.

 

 

 

철저한 분석과 전략의 승리를 보여준 MiG Blaze

 

※ 기사에 쓰인 모든 게임 스크린샷의 출처는 "온게임넷 영상" 입니다. 

 

 

MiG Blaze의 승리 요인을 크게 3가지 정도로 짚어보았다.

그들은 반드시 이기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첫 시작을 중시했고,

그 작은 차이를 확고한 믿음으로 승리로 연결해냈다.

무엇보다 그들의 뛰어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빈틈을 노리는 순간이다.

 

 

 

 

승리 포인트 #1 - 압도할 필요 없다,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르니까.


 

 

"상대보다 조금 더 강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전투를 걸고 승리해서 그 이득으로 계속 격차를 계속 벌려간다."

 

 

사실 AOS 장르의 특성상, 불리한 팀은 계속해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고서야, 혹은 상대방의 실수가 없지 않고서야 일반적으론 그렇게 흘러간다.

 

 

이번 결승전 1~3경기를 돌려보면 이런 느낌을 받게 된다.

처음 5~10분 사이에는 큰 차이는 없는데, 어째서인지 점점 계속 그 차이가 벌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어느 정도 양 팀의 차이가 벌어졌을 때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초반의 작은 차이만으로 경기 승패를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Blaze는 바로 이 초반의 작은 차이를 승리로 이어 갔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이 초반의 작은 차이가 Blaze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간을 앞당겨냈다.

 

 

일단 아군이 조금이나마 상대방보다 유리하다면,

상대방이 성장할 여유를 주지 않고 쉴새없이 몰아치는 전략.

만약 상황이 여의치않다면 참고 기회를 보면서 작은 이득을 만들어 낸 뒤에

그 때부터 다시 그 작은 이득을 더 큰 이득으로 만들어가는 전략.

 

 

이를 가장 적절하게 보여준 경기는 바로 1경기였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강제 팀파이트' 상황을 유도한 것이다.

 

 

 

경기의 승부처가 된 것은 13분 30초 미드라인에서 볼 수 있다.

이 곳에서 MiG Blaze는 정황상 상대방보다 확실하게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장장 4분에 걸쳐 5명의 팀원이 미드라인을 압박하며 강제 팀 파이트를 유도해낸다.

 

 

 


▲ 5명 전원이 미드 라인을 압박하기 시작하는 MiG Blaze 

 

 

 

일단 불릴 이득이 있어야 격차를 벌려갈 수 있는 법.

이 장면이 있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정글 인베이드와 라인 스왑으로 서로 빠르게 1개의  타워를 가져간 상황,

Frost의 탑 1차 타워와 Blaze의 봇 1차 타워가 차례로 무너지고 다시 라인을 스왑할 때 까지는

두 팀 모두 0 : 0 스코어에 거의 100 골드 전후의 근소한 차이로 계속 균형을 유지했지만

한 순간 봇 라인에서 초반 균형을 크게 균형을 흔드는,

MiG Blaze에게는 '확실하게 우세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사건이 있었다.

 

 

1차 타워가 붕괴하고 나서 두 번째 라인 스왑때 Blaze는

탑 라인에 FantasyStar 선수의 오공이, Frost는 봇 라인에 GunWoong 선수의 요릭이 타워를 수비하게 된다.

 

 

양측의 AD & 서포터 듀오가 동시에 서로의 탑과 봇 라인 1차 타워를 공격하고 거기에

Frost는 정글러까지 합류해서 타워를 공격하게 되지만 오공이 궁극기를 사용하여

쌓여있던 미니언을 밀어내면서 계속해서 시간을 번다.

 

 

 


▲ 미니언에게 오공의 궁극기까지 사용하며 시간을 버는 복한규 선수

 

 

 

정글러가 탑에 있는 것을 확인한 Blaze는

타워보다 봇 라인을 수비하고 있던 요릭을 견제하여 요릭을 밀어내고 다음 드래곤을 잡아내려 한다.

 

 

요릭이 퇴각하면 바로 드래곤이 위험해지는 상황이라 

Frost의 GunWoong 선수는 조금 무리해서라도 타워를 지키려 하지만

그 탓인지 Captain Jack 선수의 그레이브즈에 의해 많은 체력 피해를 입다가 사망하는 실수를 한다.

 

 

설상 가상으로 미드 라인에서 Ambition 선수의 라이즈에 의해 

RapidStarr 선수의 아리가 솔로킬을 당하며 Blaze는 드래곤과 함께 2킬을 가져가면서 "이득"을 챙겨간다.

 

 

 


▲ 1차 타워를 방어하다 Captain Jack 선수의 공격을 받고 사망하는 GunWoong 선수의 요릭

 

 


▲ 뒤를 이어 미드라인에서 Ambition 선수가 RapidStarr 선수의 아리를 잡아낸다

 

 

바로 이때 팽팽하던 양팀의 균형이 아주 조금,

그러나 확실하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다시 대치 장면으로 돌아가자.

 

 

봇 라인에서 이득을 얻게 된 후,

MiG Blaze는 바로 5명 전원이 미드라인을 압박하며 강제 팀 파이트를 유도하는데

바로 이것이 MiG Blaze가 설계한 '반드시 이기는 상황' 이었다.

 

 

 

◈ 이곳이 바로 포인트

 

2도란검+야만의몽둥이를 가진 Lv.9 오공 vs 헤르메스 부츠+루비1+사파이어1 를 가진 Lv.7 요릭의 기여도

 

초반부터 엄청난 이니시에이팅 능력을 보여주는 오공

 

타워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소나가 노출된 상태

 

변수가 되는 아무무나 소나의 궁극기를 봉쇄하면 반드시 이기는 상황

 

 

 

MiG Blaze와 Frost의 챔피언 조합을 살펴보면

Blaze가 초반부터 강력한 CC기를 몰아칠 수 있는 팀 파이트에 훨씬 유리한 챔피언 조합이다.

 

 

Frost 역시 아무무와 소나라는 강력한 CC기 챔피언을 보유하고 있지만

Blaze는 초반 성장에서 다소 앞서 있었기에 여기서 과감한 판단을 내린다.

오히려 상대에게 선수를 내어줘서는 불리할 수 있기에 먼저 판을 그려낸 것이다.

 

 

 

타워를 공격하기 위해 소나가 조금 앞으로 돌출하자 주저없이 돌진하여 오공이 궁극기를 날린다.

이에 소나도 바로 점멸을 사용하여 도주하지만 FantasyStar 선수도 주저없이 점멸을 사용하며 추격하고

소나를 노린 Helios 선수의 쉬바나가 Q를 장전한채 궁극기를 이용하여 돌진,

MadLife 선수의 소나가 '메라센도'라고 불리웠던 궁극기를 사용하지도 못하고 공중에서 '분쇄'당했다.

 

 

 


▲ 오공과 쉬바나가 소나를 노리고 달려든다. 강형우 선수도 소나에게 궁극기를 날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 선수들중 명실공히 최상위권의 반응 속도를 자랑하는 MadLife 선수가 탈진마저 쓰지 못하게 만든 Blaze,

거기에 다시 한 번 상대방을 봉쇄하기 위해 오공에게 궁극기를 사용하여 다시 한번 공중으로 적을 날려보낸

LustBoy 선수의 룰루 컨트롤도 가히 절묘했다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얻은 2킬의 이득, 아주 작은 차이지만 분명한 이득을 얻어낸 Blaze는

그 이득이 Frost에게 따라 잡히기 전에 강제적으로 팀 파이트를 연출해내고

Frost의 핵심 군중제어기를 보유한 MadLife 선수의 소나를 처치해냈다.

 

 

선수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소나를 잃은 상황에서 

Frost가 이 전투에서 이득을 보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미드 라인 교전에서 1레벨 반 정도의 경험치와

4000 골드의 격차를 만들어낸 Blaze는 계속해서 팀 파이트를 유도한다.

 

 

이미 화력에서 차이가 나는 상태에 이니시에이팅이 훨씬 뛰어난 Blaze는

연이어 팀 파이트에서 승리하며 결국 뒤이은 바론 지역 전투에서

완벽하게 Frost에게 매복을 성공시키고 바론을 가져가며 킬 스코어 15 : 2, 11000 골드 차이를 만든다.

 

 

결국 이 교전을 마지막으로 1경기는 종료되었다.

 

 


▲ 바론 지역에서 완벽하게 매복을 성공시킨 MiG Blaze.

 

 

 

Blaze가 초반에 취한 이득은 매우 적었다.

미드 라인의 솔로킬, 그리고 봇 라인에서 상대 탑라인 처치.

그로 인해 내주게된 드래곤 1타임만큼의 골드 차이.

하지만 이 차이가 다음 미드 라인에서의 교전의 승리를 가져왔다.

 

 

만약 이때 Blaze가 과감하게 팀 파이트를 유도해내지 않고

좀 더 차근차근 플레이를 이어가려고 했다면 경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Blaze는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상황이라면

팀파이트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이를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다.

덕분에 미드 라인의 교전은 이후 바론 앞 매복 교전의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고

최종적으로는 1경기를 Blaze가 가져갈 수 있는 핵심이 되었다.

 

 

 

 

 

승리 포인트 #2 -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길은 반드시 있다.


 

 

"상황에 맞춰 정확하게 중요한 챔피언을 끊어 낸다."

 

 

챔피언이 뒤섞이고 궁극기가 난무하는 난전 상황에서

상대방의 체력 상태와 스킬 사용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대가 가장 약한 순간에 파고드는 것,

이를 적절하게 파고든다면 상대 챔피언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물론, 말은 간단한 일이지만 화려한 스킬 효과가 난무하는 전장에서 이를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

 

 

Blaze는 이런 모습을 2~3 경기동안 잘 보여주었지만 특히 소개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

 

 

바로 2경기, 5 : 2로 스코어로 Frost에게 리드당하는 상황,

심지어 Frost가 먼저 전투를 걸었던 드래곤 지역 팀 파이트 장면이다.

 

 

 


▲ 잭스 무쌍을 처음 보여준 2경기 드래곤 지역 전투

 

 

 

Locodoco 선수의 바루스가 초반에 크게 성장해서 무한의 대검까지 장착한 상황.

1경기와 달리 화력과 성장에서 Blaze는 확실히 밀리고 있었다.

 

 

거기에 Frost가 먼저 이니시에이팅을 하며 벌어진 팀 파이트라

Blaze의 완패가 예상되었던 전투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서로 4명의 챔피언을 교환하며 동수를 이루는 결과를 낳았다.

 

 

 

 

◈ 이곳이 바로 포인트 

 

바루스의 드래곤의 공격

 

정글 문도의 Q 스킬 마스터

 

 

 

스코어상 리드를 해나가던 Frost는 싸움을 유도하기 위해 드래곤을 공격한다.

문제는 이 드래곤의 어그로를 얻은 것이 원거리 AD인 바루스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때, 드래곤에게 약간의 공격을 허용하면서 생명력의 손해를 본 바루스에게

Blaze의 정글 문도가 오염된 대형식칼 스킬을 적중 시키면서 큰 대미지를 입힌다.

 

 

더군다나 문도는 오염된 대형식칼을 먼저 마스터한 상황,

덕분에 바루스는 드래곤의 공격까지 합해 생명력이 60%까지 떨어지고 만다.

 

 

물론, 바루스를 공격하기 위해 진형이 앞으로 돌출된 문도가 모르가나의 속박을 맞으며

강제 팀 파이트가 일어나지만 60% 정도의 체력밖에 남지 않은 바루스에게

복한규 선수의 잭스가 돌진하며 반절의 체력을 날려버린다.

 

 

팀이 밀리고 있던 상황에도 FantasyStar 선수의 잭스는 탑 라인에서 솔로킬까지 따내며

충분한 순간 대미지를 낼 수 있을만큼 성장해 있었기 때문에

이미 궁극기를 쓴 바루스에게는 점멸 회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진다.

 

 

 

 


▲ Q 스킬 마스터 문도의 대형 식칼과 드래곤의 공격으로 순간 체력이 급격하게 줄어버리는 바루스

 

 

 


▲ 이미 체력 소모가 큰 상황에서 잭스의 Q W 콤보를 맞으며 체력이 30%까지 내려가버린다.

 

 

 

어쩔 수 없이 소환사 주문과 잔나의 궁극기로 위기를 넘길 수는 있었지만,

초반에 엄청나게 성장한 바루스가 화력을 뿜어낼 수 있는 상황을 잡진 못했다.

정작 바루스가 딜링을 할 수 있었던 구간은 전투 후반 단 몇 초 뿐이었던 것이다. 

 

 

순간의 틈을 파고들어 적의 가장 강력한 DPS 챔피언을 전투에서 배제시켜버린 것이다.

 

 

드래곤의 공격과 문도의 Q 스킬 선마스터가 만들어낸 것은 정말 작은 틈이였지만

그 작은 틈이 결국 경기를 가르는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 냈다.

 

 

 

이 전투 이후 Frost는 드래곤 지역에서 다시 한 번 팀 파이트를 준비하고

전 상황과 마찬가지로 Frost가 먼저 이니시에이팅을 걸며 전투를 시작하지만

이니시이에팅을 위해 전면에 나와있던 바루스가 이번에도 문도의 대형 식칼과 기본 공격에 체력을 잃고

뒤이어 뛰어든 잭스에 의해 사망하며 이 전투로 경기의 판도가 크게 기울게 된다.

 

 

 


▲ 또 다시 문도의 견제와 시비르의 부매랑으로 체력이 낮아져버린 바루스

 

 

 


▲ 뒤이어 뛰어들어온 잭스에 의해 빈사 상태가 된다

 

 

 

스코어상, 그리고 팀 파이트가 일어난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보통은 Blaze 패배를 예견해야되는 전투였다.

 

 

하지만, 다행히 성장에 타격을 받지 않은 잭스를 필두로

Frost에서 가장 잘 성장한 원거리 AD를 효율적으로 마크하면서

양팀의 차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냈고, 불리한 상황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만약, Blaze가 첫 드래곤 싸움에서

바루스가 아닌 미드 라인의 모르가나를 노렸다면 과연 이런 역전이 가능했을까.

 

 

 

 

 

승리 포인트 #3 - 상대의 리듬을 파괴시킨다, 과감한 3연속 정글 인베이드


 

 

"정글러의 타이밍을 지연시킨다."

 

 

정글 인베이드라고 하는 것은 사실 시도하는 순간 전 라인에서 경험치 손해를 보게 되고

상대방의 위치를 순수하게 예측으로만 알아내야 하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사용하기는 조금 힘든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Blaze는 3 경기 모두 초반 인베이드를 선택했다.

라인전의 불리함을 감수해서라도 상대 정글러를 견제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렇게 과감한 전략을 사용한 것은 상대 정글러의 '타이밍'을 빼앗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 3경기 모두 5명 전원이 초반 정글 인베이드를 시도하는 과감한 전술을 사용했다

 

 

 

사실 일반 게임에서는 상대 블루를 가져갔다면

아군 블루 정도는 미드 라이너에게 주면서 초반부터 차이를 벌려나가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미드 라이너에게 초반 블루는 큰 성장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Blaze의 정글러인 Helios 선수는 1,3 경기에서 팀의 도움으로

상대의 블루 골렘을 스틸한 뒤, 바로 자신의 블루 골렘까지 가져가며 빠르게 레벨업을 한다.

 

 

챔피언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정글러에게는 '필킬 타이밍' 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필킬 타이밍에 제대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간뿐만 아니라  

라인의 전체적인 상황은 물론, 라이너와 협력해서 충분히 적을 잡아낼 수 있을만큼의 레벨과 아이템이 갖춰져야 한다.

 

 

Frost의 CloudTemplar 선수는 정글러들 중 최고 CS를 자랑할만큼 안정적인 성장을 하다가도 

그가 즐겨하는 말처럼 '매서운' 타이밍에 라인을 습격하여 반드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선수로

자신이 플레이하는 챔피언의 '필킬 타이밍'을 정확히 파악해내는 선수이기도 하다.

 

 

Blaze는 초반 인베이드를 통해 CloudTemplar 선수의 이 '필킬 타이밍'을 계속 지연시킨 것이다.

 

 

 


▲ 정확하게 상대의 타이밍을 찌르는 플레이가 일품인 Frost의 정글러 이현우 선수

 

 

 

실제로, 2경기에서 Blaze의 정글 카운터를 하며  손해를 입지않은 CloudTemplar 선수는

정말 무서운 기세로 Blaze의 봇 라인을 몰아붙이며 팀의 초반 이득에 큰 공을 세웠다.

 

 

 


▲ 2경기 초반, 정확한 찌르기로 봇 라인 선수들과 2킬을 만들며 '매서운' 타이밍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정확한 타이밍을 노리고 들어오는 CloudTemplar 선수이지만

초반 정글에 확실하게 타격을 입었던 1,3경기에서는

이전에 보여주었던 모습만큼 활약하지는 못했다.

 

 

Blaze의 전략에 타이밍을 빼앗긴 것이다.

 

 

 


▲ 하지만 3 경기에서는 정글 견제를 당해 6레벨 타이밍이 조금씩 늦어지는 CloudTemplar 선수

 

 

 


▲ 연이은 습격 실패로 Blaze의 정글러인 Helios 선수와 반 레벨 정도의 차이가 유지되기 시작한다.

 

 

 

초반 인베이드를 통해 성장을 막고 정글러를 성장시킨 Blaze는

이런 CloudTemplar 선수의 초반 타이밍을 지연시켜 라인에서 정글러의 개입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레벨에서 우위를 차지한 Helios 선수가 CloudTemplar 선수보다

항상 한 타이밍 빠르게 라인을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 Helios 선수가 한발 더 빠르게 라인 찌르기를 시도한다. (자르반은 아직 궁극기가 없는 상태)

 

 

 

하지만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초반 인베이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전략이다.

상대 정글러를 불리하게 하는 대신, 아군은 다른 라인 대부분이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이다.

인벤이드에서 이득을 보더라도 라인에서 손해를 보면 결국 이득은 없는 것과 같다.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섣부르게 사용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전략인 셈.

 

 

그럼에도 Blaze는 3경기 모두 인베이드 전략을 선택했다.

어쩌면 Blaze의 팀원들은 서로 이런 믿음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인베이드를 해서 손해를 보더라도 팀원들은 반드시 라인에서 버틸 수 있다.'

 

 

어쨌든 그 결과, Frost의 CloudTemplar 선수를 흔들었고,

아군 정글러는 좀 더 적극적으로 라인 도움과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 잘 짜여진 반전의 묘미, MiG Blaze

 

 

결승전을 분석하면서도 그랬지만 매번 MiG Blaze의 경기를 보며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경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어떤 상황에서라도 반드시 승리하는 '필승 전략'을 생각하고 조합과 전술을 짜온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리그를 관심있게 지켜본 시청자들이라면 기자와 같은 느낌을 여러번 받았을 것이다.

 

 

아무리 초반 라인전에서 패배하고 불리한 상황이 계속된다고 해도

MiG Blaze는 '필승 전략' 이 먹히는 상황이 오면  어김없이 상황을 반전시키며 역전승을 가져간다.

유리한 상황에서는 상대방을 압도하며 승리를 굳힌다.

 

 

물론, Blaze가 항상 승리만을 쟁취해온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Blaze 팀에 기자가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은  

지는 경기에서도 준비했던 상황에서는 확실하게 제 역할을 해내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결승전은 정말 MiG Blaze 다운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리그에서 MiG Blaze가 보여주었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반드시 이기는 상황을 설계하는' 능력이였으니까.

 

 

 


▲ 불리한 상황도 반전시켜버리는 '필승 전략' 이 매번 MiG Blaze의 경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맺으며

 

 

경기를 분석하면서 정말 어려운 점을 많이 느꼈다.

기사를 쓰는 와중에도 '내가 이런걸 써도 되나?' 하는 의문을 가진채

하루에도 수십번씩 글을 쓰고 지우는 것을 반복했으니까.

 

 

그럼에도 이런 기사를 쓰게 된 것은 이렇게 같이 경기를 분석하면서

일반적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이야기하며 생각을 나눠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탓이기도 하다.

 

 

물론, 여러분들은 결승전의 분석에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렇게 '입롤'을 통해 경기를 추억해보는 것도 E 스포츠의 진정한 재미가 아니겠는가.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와 자리를 만드는 것 만으로도 사실 기쁜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콜로세움 특등석은 사양하고 싶지만....)

 

 

거의 모든 현장을 가봤던, 조금은 분석적인, 허세도 들어있는, 가끔은 삐딱한 시선으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LoL에 관련된 명장면 분석, 화제의 인물 인터뷰 등 여러가지 소재들을 다뤄보려하니

인벤 가족들의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과 관심을 부탁드리는 바이다.

 

 

 


▲ 이제 첫 시즌을 치뤄낸 리그오브레전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 여러분이 보셨던 결승전은 어떠셨습니까? 덧글로 의견을 나눠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