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담원 기아, 젠지 e스포츠 제공.

한때 한 팀에서 주전 경쟁을 하던 '칸' 김동하와 '라스칼' 김광희가 우승의 갈래에서 만났다.

담원 기아와 젠지 e스포츠는 오는 10일 온라인으로 펼쳐지는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결승전에서 단 하나의 트로피를 두고 격돌한다. 승리 팀에게는 LCK 우승의 영광과 더불어 MSI가 열리는 아이슬란드행 티켓이 주어지게 된다.

양 팀의 탑을 책임지고 있는 '칸' 김동하와 '라스칼' 김광희는 롱주 게이밍에서 처음 만났다. 때는 2017년 여름, 롱주 게이밍은 최악의 스프링 스플릿을 마치고 대규모 리빌딩을 단행했고, '칸'과 '라스칼'을 동시에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LCK에서는 사실상 신인이라고 볼 수 있었다. '칸'의 경우 '한라봉'이라는 아이디로 2014년에 잠깐 LCK를 경험한 것이 전부.

주전 자리를 꿰찬 건 '칸'이었다. '칸'은 엄청난 무력의 소유자였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그에 못지않은 '뇌지컬'로 라인전부터 운영, 한타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기력을 뽐냈다. 그 시절 '칸'의 제이스만큼 임팩트를 남긴 제이스가 있을까. '라스칼'이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훗날 '라스칼'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동하 형이랑 함께한 동안은 무언가를 배웠다기보다는 내 플레이스타일을 어떻게 갖추어야 할지 정체성을 찾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동하 형은 다들 알다시피 당시 최고의 무력을 지닌 선수였다. … 다른 방향으로 힘을 키워서 살 길을 찾아야겠다 싶더라." - '라스칼' 인터뷰

'라스칼'이 찾은 답은 '방패'였다. 그는 안정적이고, 수비적이며, 팀을 위해 희생하는 탑 라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당시 '칸'은 칼 챔피언에 비해 탱커류 챔피언을 다루는데 약한 모습을 보였다. '칸'의 약점이 곧 그의 무기가 된 것이다. 그게 '철벽의 라스칼'의 시작이었다.

2018년을 끝으로 각자의 길을 걷던 '칸'과 '라스칼'은 돌고 돌아 3년이 지난 2021년 봄, 결승 무대에서 적으로 다시 만났다. 그때와는 많은 게 달라졌다. LCK 최고령 선수가 된 '칸'은 이제 무력보다는 노련함을 앞세운다. '칸'을 마냥 올려다보던 '라스칼'은 이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 한다.

▲ 2018 시즌의 킹존 드래곤X

'칸'은 올 시즌 '1황'이라 불리는 담원 기아로 합류하며 굉장히 안정감 있는 플레이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주로 단단한 챔피언을 선택해 캐리력 높은 아군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캐리력이 떨어졌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나르나 갱플랭크를 꺼내 들어 굉장한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경험치에서 오는 넓은 챔피언 풀과 높은 탑 이해도가 가장 강력한 무기다.

원조 방패 '라스칼'은 약간의 기복을 보였다. 개막전 1세트부터 카밀을 꺼내 무려 다섯 번의 솔로 킬을 터트리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고, 1라운드 내내 방패가 아닌 창으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2라운드 들어서는 폼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 주 무기인 탱커형 챔피언을 장착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단단함을 과시하고 있다.

두 선수 간의 구도에서는 아무래도 '칸'의 우세가 점쳐진다. 정규 시즌 내내 보여준 다양한 챔피언과 저점 없는 경기력을 높게 칠 수밖에 없다. 특히, 팀 플레이에 최적화된 두 선수인 만큼 누가 팀적으로 더 잘 움직이느냐가 중요한데, 그간 보여준 경기력과 승리 패턴으로 보면 담원 기아의 '칸' 활용도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무도 뚫지 못했던 '칸'의 사이온을 뚫어낸 '라스칼'의 초가스를 잊을 수 없다. '라스칼'의 입장에서도 반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서브 시절부터 단련해 온 챔피언 풀도 '칸'에게 뒤처지지 않을 만큼 넓다. '칸' 역시 각종 인터뷰에서 가장 경계하는 선수로 '라스칼'을 꼽으며, 크게 성장한 '라스칼'의 경기력을 높게 평가하곤 했다.

탱커형 탑 챔피언이 주 메타가 되면서 메인 대결에서는 밀려나게 됐지만, 두 선수가 가진 스토리만으로도 이 대결의 재미는 보장된다. 주전의 기억을 가진 '칸'과 당당히 LCK를 대표하는 한 팀의 주전이 된 '라스칼'. 과연 최후의 결승 무대에서 웃게 될 선수는 누구일까.


■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결승전 일정

담원 기아 vs 젠지 e스포츠 - 10일 오후 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