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맞이한 PUBG e스포츠가 구조적 대격변을 단행했다. 2018년 출범한 지역 리그를 폐지하고, 글로벌 대회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e스포츠 시스템을 만들었다. 과감한 변화다.

2020 PUBG e스포츠는 세 번의 'PUBG 글로벌 시리즈(이하 PGS)'과 한 번의 'PUBG 글로벌 챔피언십(이하 PGC)', 총 네 번의 글로벌 대회로 구성되어 있다. PGS는 4월 베를린을 시작으로 7월과 10월 개최를 앞두고 있고, 대장정의 마무리격인 PGC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1월에 펼쳐진다.

PGS를 앞두고는 지역별로 오픈 예선 형태의 대표 선발전을 진행한다. 이 대표 선발전이 지역 리그를 대체해 각 지역 팬들의 아쉬움을 달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아마추어팀과 PKC팀이 참가하는 1, 2차 예선과 PKL팀이 합류한 그룹 및 파이널 스테이지를 통해 PGS 대표팀을 가린다.

이런 PUBG e스포츠의 변화는 지난해 글로벌 대회가 보여준 가능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각 지역의 올스타 선수가 한 팀으로 뭉쳐 대결을 펼친 'PUBG 네이션스 컵(이하 PNC)'과 초대 PGC는 전세계 팬들의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PUBG 팬들이 글로벌 대회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게임 특성에 있다. 다수의 팀이 출전해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일어나기 때문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중계에 잡히지 않거나, 일찌감치 탈락했을 때에는 경기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 2019 PGC에서 우승한 젠지 e스포츠

하지만, 글로벌 대회에는 응원할 수 있는 '우리' 팀이 여럿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각 지역별로 중계가 진행됨에 따라 자국 팀 위주로 경기를 지켜볼 수 있어 집중도가 높아진다. 각 지역 최고의 팀이 모인 만큼, 게임 수준도 확실히 높아져 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글로벌 대회가 많아졌다는 점은 프로 팀에게도 긍정적이다. 기본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상금의 규모가 커졌다. 펍지주식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총상금 규모는 PGS 50만 달러, PGC 200만 달러로 총 350만 달러(약 42억 원)다. 전년 대비 20% 증가한 금액이다.

더불어 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2019 PGC에서 도입한 크라우드 펀딩을 매대회 적용한다. 대회 인게임 아이템과 이벤트로 얻는 수익의 25%를 상금에 포함하는 제도다. 또한, 모든 PGS 출전팀은 최저 상금 보장 정책을 통해 최소 2만 달러(약 2,400만 원)의 상금을 가져갈 수 있다.

여러모로 보아 팬들의 입장에서도, 프로팀의 입장에서도 글로벌 대회 중심의 PUBG e스포츠는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과감하게 지역 리그를 삭제하고, 가능성 높은 글로벌 대회에 집중한 PUBG e스포츠의 선택은 충분한 이유가 뒷받침되어 있었다.

이처럼 펍지주식회사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PUBG에 알맞은 자신만의 e스포츠 시스템을 완성했다. 남은 것은 이를 실행하며 발생하는 변수를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지역 예선을 시작으로 이제 막 첫발을 뗀 PGS 베를린이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