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들의 승부의 세계는 냉혹합니다. 작은 차이로 우승과 준우승으로 나뉘고 사람들에게 평가받습니다. 아무리 준비를 열심히 하더라도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하면 큰 아쉬움만 남게 됩니다.

그런데 한 세트 승리가 절실한 상황에서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지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국내 리그와 중국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던 Team DK입니다. DK는 1:3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도박적인 카드로 최종 세트까지 경기를 끌고가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중국 양대 리그의 결승전을 모두 Snake에게 빼앗길 수 있었지만, 지난 경기와 다른 모습으로 자신들의 스타일을 살려 이틀 만에 복수에 성공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 강해지는 DK에게 두 번 연속 풀 세트 접전이 나왔던 중국 리그 결승전 상황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 국내 대회 제패 이후 중국 리그 진출까지


▲ 'Cmoving' 한기수(좌)와 'Noblesse' 채도준(우)


Q. 국내 대회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팀 리그(HTL) 우승 이후 어떻게 지냈나요?

한기수 : HTL을 우승한 기념으로 다 같이 청평으로 여행 다녀왔어요. 돌아오면서 중국 리그 가는 것에 대해 결정했고, 한동안 쉬다가 중국으로 출국했던 것 같아요. 가끔 인벤 방송국에서 방송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Q. 중국 리그로 진출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한기수 : HTL이 끝나고 당시 큰 한국 대회와 스폰서가 없어서 중국으로 갔어요. 중국에 리그에서 잘할 자신이 있었고, 그러면 스폰서도 자연스럽게 들어올 것으로 생각했죠.


Q.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어려움이 있진 않았나요?

한기수 : 중국에서 일반 시민분들과 의사소통이 힘들었어요. 음식을 주문하면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서, 평소에 거의 햄버거나 불고기 비빔밥 이 두 메뉴만 먹었어요. 다른 음식에 비해 주문이 쉬운 메뉴인데도, 햄버거 세트 5개를 시키기조차 힘들더라고요.


Q. 현재 중국의 DK에서 후원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스폰서를 구하게 됐는지?

채도준 : 중국 리그에서 승리하면서 많은 스폰서 제의가 들어왔는데, 우리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이 DK였어요.


Q.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연습 상대를 찾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한기수 : 오히려 중국 팀들이 먼저 연습하자는 제안을 많이 했어요. 처음 중국 팀과 연습할 때 실력 차이가 없었고, 지금도 연습할 때는 크게 차이를 못 느껴요. 주로 eStar, EDG와 연습했고, 오히려 Snake랑은 한 번도 연습한 적이 없었죠.



■ 한 세트 차이 명승부! DK와 Snake의 치열했던 중국 양대 리그 결승전


▲ 지원가를 맡고 있는 '재현' 박재현


Q. 이번 중국의 골드 리그와 스톰 리그 결승전에서 한국팀 간 결승전이 성사될 것이라고 예상했나요?

박재현 : 중국 리그에 Snake와 같이 출전하게 된 계기로 말을 해봤는데, 결승전에서 무조건 서로 만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Q. 골드 리그 결승전에서 1:3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3:3 동점을 만들어내는 저력을 보여줬는데

한기수 : 우리가 캘타스 위주의 전략을 준비했는데, Snake가 1세트에서 캘타스에 당하고 바로 밴하더라고요. Snake가 대부분 그날 활약할 것 같은 영웅을 계속 밴해서 준비한 전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었어요.

채도준 : 당시 밴픽 싸움에서 말려서 분위기가 안 좋았어요. 그래서 밴픽부터 우리가 과감하게 해야겠다는 대화를 했고, 일리단을 꺼내 들어 3:3 동점 상황까지 만들 수 있었죠.


Q. 골드 리그 결승전 이후 스톰 리그가 단 이틀 밖에 남지 않았는데, 짧은 기간 동안 어떤 준비를 했나요?

한기수 : 골드 리그에서 Snake '오레오맨' 이재원의 영웅을 저지하려다가 밴픽 싸움에서 말려서 패배했고, 팀원들이 많이 상처받고 화도 났어요. 그래서 스톰 리그 결승전에서는 '오레오맨'을 의식하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해보자는 말을 했죠. 스톰 리그는 오프라인 리그도 아니어서 부담감이 덜했고, 과감하게 경기해서 승리한 것 같아요.


Q. 스톰 리그에서도 풀 세트 접전이 나왔었는데, 마지막 세트에 임하기 전에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한기수 : 중국 리그 방식이 승자전으로 먼저 올라온 팀이 한 세트를 앞서가는 방식이에요. 그런데 매번 한 세트 차이로 승부가 갈리니 답답했어요. 애초에 한 세트를 주고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심리전에서 상대방에게 밀리는 것이고, 이런 방식만 아니면 우리가 우승한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마지막 세트에서 우리가 맵 선택권을 가지고 있어서 가장 자신 있는 '용의 둥지'를 꺼내 들었어요. 이 맵에서는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고 믿어서 편하게 경기에 임했죠. 멋지게 우리 맵에서 Snake 꺾고 우승하자는 말을 했어요.



■ 남들 따라할 필요가 있나요? 메타를 거스르는 DK만의 영웅 선택




Q. DK가 활용하는 조합을 보면 최근 다른 팀이 잘 활용하지 않는 영웅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채도준 : 우리는 다른 팀과 '스크림'을 통해서 승률이 가장 높은 영웅 조합을 위주로 선택해요. 최신 메타보다 우리한테 가장 잘 맞는 조합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고, 남들과 똑같이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Q. (채도준에게) 일리단이 하향 패치되고 등장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승전에서 등장해 이변을 만들었어요. 일리단은 준비된 카드였나요?

채도준 : 즉흥적으로 꺼내 든 카드였어요(웃음). 일리단은 연습도 잘 안 했어요. 패치되고 연습을 해보긴 했는데, 일리단은 못쓰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골드 리그 결승전에서 이전 세트처럼 경기하면 무난하게 패배할 것 같아서, 제가 일리단을 한 번 활용하자고 주장했어요.


▲ 아서스 장인으로 유명한 'sCsC' 김승철


Q. (김승철에게) 한동안 무라딘, 아눕아락과 같은 CC기를 갖고 있는 '돌진형 전사 영웅'이 유행했었는데, 당시에도 아서스를 주로 활용했나요?

김승철 : 저는 거의 아서스만 했어요(웃음). 아눕아락 같은 영웅보다는 아서스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최신 메타에 따라 선택하는 영웅이 달라지긴 해요. 상대가 일리단을 선택하면 아서스를 활용했는데, 우리 팀이 일리단을 주로 선택할 때는 아서스를 잘 안 했어요.


Q. (김승철에게) 레오릭이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중국 리그 결승전에 등장해 맹활약을 펼쳤어요.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준비할 수 있었나요?

김승철 : 솔직히, 레오릭을 꺼내 든 것은 도박이었어요. 당시 다른 팀과의 '스크림'에서 활용해보지 못했고, 영웅 리그에서도 10판 정도 해본 상태였죠. 특성도 경기장에서 다 결정한 것이었는데, 좋은 특성을 잘 발견해서 지금까지 고정 특성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대회에서 특성을 선택할 때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 신단을 점령한 레오릭 (출처 : NEOTV 방송)



Q. (한기수에게) 요즘 제이나와 캘타스, 발라 등 핵심 딜러를 가져오기 위한 밴픽 싸움이 치열합니다. 폴스타트가 골드 리그 결승전에 등장하기도 했는데, 새로운 대안이 될 영웅이 있을까요?

한기수 : 지금 당장 영웅의 능력치만 보면 대안이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골드 리그 결승전에서 핵심 딜러인 제이나-캘타스-발라를 빼앗겨서 폴스타트를 선택했어요. 앞서 말한 세 영웅 다음으로는 폴스타트가 올 수 있겠네요. 그리고 티리엘을 가져가서 궁극기 연계를 생각해서 폴스타트를 선택했어요.

앞으로 출시하기로 예정된 영웅들이 대부분 전사와 지원가라서 한동안 밴픽 단계에서 주요 딜러를 꼭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


Q. (박재현에게) 양대 리그 결승전에서 우서를 먼저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서를 선점하려고 했던 이유가 있다면?

박재현 : Snake가 우서의 '천상의 보호막'을 잘 활용해서 우리 팀이 먼저 가져가자고 했어요. 우서의 지원을 받는 '오레오맨'의 도살자와 캐리건, 일리단 등을 저지하기 위한 카드였죠. 물론, 우서가 1티어 영웅으로 좋아서 선택한 점도 있어요.


▲ '스나이퍼' 권태훈


Q. (권태훈에게) 다른 팀 경기에서 태사다르와 자가라가 등이 잘 등장하지 않는데,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권태훈 : 태사다르는 솔직히 플레이하기 쉬운 편이고, 자가라는 궁극기인 '게걸아귀' 효과가 커서 활용해요. '게걸아귀'는 사용할 때 상황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잘 쓰는 것보다 상대가 궁극기 범위에 잘 들어와 줘야하죠.

한기수 : 자가라를 선택할 때, 팀원들이 자가라만 잘하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는데, 스톰 리그 결승전에서 자가라의 궁극기가 제대로 들어갔어요.

▲ 근접 영웅에게 지옥을 선사한 '게걸아귀' (출처 : NEOTV 방송)




■ 블리즈컨만큼은 빼앗길 수 없다! 히어로즈 슈퍼리그 우승을 노리는 DK




Q. 예전 TNM 시절에 '콩' 손준영(Snake)과 '덕덕' 김경덕(MRR) 함께 연습했었는데, 이제는 경쟁 상대로 만나게 됐는데

한기수 : (김)경덕이는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때부터 친해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어요. (손)준영이는 TNL에서 나간 뒤로 약간 서먹한 감정이 있었어요. 그래도 최근 중국에서 현지 Ping 문제 때문에 같은 연습실을 쓰게 되면서 밥도 같이 먹고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가 됐어요. 지금은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HTL 이후, 해외 대회에서 MVP 블랙에게 발목 잡힌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 시즌에 만난다면 승리할 자신이 있는지

한기수 : 넥서스컵 캘타스 시즌 결승전을 할 때, 우리 팀은 중국 가기전에 각자 집에서 쉬고 있었어요. 반면, MVP는 숙소 생활을 하고 있어서 준비가 잘 된 상태였죠. MGA Masters Gaming Arena(MGA)아시아 대표 선발전은 한국 서버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당시 중국에서 활동 중이어서 Ping이 100~200이었어요. 쉽게 말하면 MVP 블랙과 경기할 때 반응이 2초 후에 나타났고, 제대로 경기하기 힘든 상태였어요. 경기 중에 튕기는 상황도 많아서 관리자한테 경고도 받았어요. 이번 슈퍼리그에서 같은 조건으로 경기하면 승리할 것 같아요.


Q. 중국 리그 결승전에서 제라툴이 글로벌 밴으로 등장하지 못했는데, Snake가 자부하는 제라툴 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기수 : 스네이크가 지난 슈퍼리그 조지명식에서 제라툴 글로벌 밴을 당해서 불리하게 시작했다고 말하더라고요. 겉으로는 받아줬지만, 속으로는 우리 팀 제라툴 운영이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프로 단계에서는 제라툴의 궁극기 '공허의 감옥' 활용이 가장 중요한데, 솔직히 '오레오맨'보다 (채)도준이가 더 잘 활용해요.


Q. 다른 게임과 비교해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만의 매력은?

채도준 :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경기 흐름이 정말 빠르고 교전이 자주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게임 속 스릴이 다른 게임보다 더 큰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권태훈 : 이번 히어로즈 슈퍼리그 우승해서 블리즈컨까지 진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남은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김승철 : 모든 것을 다 걸어서라도 OGN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서스와 레오릭 말고 다른 영웅으로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채도준 : 중국 리그 갈 동안 응원해주신 팬분들에게 감사해요. 블리즈컨 진출을 목표로 우리 팀을 만들었는데, 이번 히어로즈 슈퍼리그 꼭 우승할게요.

한기수 : 골드 리그 우승을 Snake, MSI MGA도 MVP 블랙에게 빼앗겼기 때문에 이번 블리즈컨만큼은 빼앗기고 싶지 않아요. 다른 대회에서는 약간 게으름도 피웠었는데, 이번 대회만큼은 죽을 각오로 해서 꼭 블리즈컨에 진출할게요.

박재현 : 마지막으로 우리가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후원해주는 DK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