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에는 총 123개의 챔피언이 등장한다. 모든 챔피언이 소환사의 선택을 기다리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들 사이에는 '주류 챔피언'과 '비주류 챔피언'이라는 극명한 신분 차이가 존재한다. 라이엇게임즈에서 '비주류 챔피언'을 구제하기 위해 밸런스 패치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유저들로부터 외면받는 챔피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베.이.가가 나섰다. 오늘은 어떤 챔피언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힐링을 받을 수 있을까? 힐링챔프 제5화의 주인공은 정말 귀하신 분이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은데 심지어 여왕님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쉽게도 유부녀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프렐요드를 평화로 이끈 장본인, 서리 궁수 애쉬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 화살 한 발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평정!


Q. 힐링챔프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프렐요드라는 지역에 사는 애쉬라고 합니다.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Q. 어... 갑자기 존댓말을 하시면... 저도 존댓말로 할게요.

아! 편한대로 진행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거든요.


Q. 오늘 힐링챔프의 주인공이 되셨는데요?

그러게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시는 많은 유저분들 앞에 오랜만에 서는 것 같아서 무척 떨리네요. 오늘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무쪼록 예쁘게 봐주셨으면 해요.


Q. 직접 뵈니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첫눈에 반하겠어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제 남편 성격이 조금은 불 같아서요(웃음).

▲ 이 분이 애쉬 여왕님의 남편... 솔직히 조금 무섭다


Q. 헉! 조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예전에는 꾸준히 유저들의 사랑을 받으셨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더군요.

네, 맞아요. 그래도 따지고 보면 제가 엄청나게 인기가 없진 않은 것 같아요. 7% 정도의 픽률을 보이고 있거든요. 사실 승률도 거의 50%에 가깝고요. 대회에 출전한 지 오래됐다고 해야 정확하겠네요.


Q. 약 7%의 픽률이라면 중위권 정도네요? 그에 비해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에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부족한 탓이죠. 유저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종합해보면 어느 정도 공감이 되더라고요. 그 분들이 저를 잘 선택하지 않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어요. 들어보시겠어요?


Q. 얼마든지요.

일단 저한테 마땅한 생존기가 없어서 손이 잘 안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원딜 챔피언들은 모두 생존기가 있더라고요. 이즈리얼 씨가 그렇고, 코르키 씨도 그렇죠. 물론 여기에 반박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렇다면 코그모 씨나 징크스 양처럼 생존기가 없는 챔피언은 왜 대회에 자주 등장하느냐는 거죠. 그런데 그분들은 후반에 엄청난 캐리력을 보여주거든요.


Q. 제가 알기로는 애쉬 님의 후반 캐리력도 좋다고 들었는데요?

아이템 칸을 모두 채운 이후에도 강력하지 않은 챔피언이 어디 있겠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후반으로 가면 제 캐리력 또한 다른 분들에 비해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시간까지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저도 의문이 드네요.


Q. 상당히 겸손하시네요. 그렇다면 애쉬 님의 스킬 구성부터 차근차근 짚어보죠.

일단 말이 정말 많은 제 패시브 스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죠. '집중'이라는 이름의 패시브 스킬인데요. 제가 일반 공격을 안 하고 있으면 저절로 스택이 쌓여요. 100이 다 차면 활이 번쩍거리는 데 정말 예뻐요(웃음). 그뿐만이 아니에요. 제 다음 일반 공격은 무조건 치명타로 나가거든요.

Q스킬인 '냉기 화살'은 사용하고 싶을 때마다 활성화시킬 수 있는 스킬인데요, 이름 그대로 제 일반 공격에 슬로우 효과가 생겨요. 거기에 맞은 적은 2초 동안 이동속도가 느려지죠. W스킬인 '일제 사격'은 지정한 위치에 원뿔 모양으로 화살 여러 개를 동시에 날리는 스킬이에요. 역시나 이 스킬에 적중당하면 이동속도가 느려지죠. 제가 서리 궁수라고 불리는 이유가 이 두 스킬에 있다고 보시면 돼요.

E스킬인 '매 날리기'는 제가 CS를 기록하거나 상대 구조물을 파괴할 때마다 3골드씩 추가로 벌 수 있게 해주는 기본 지속 효과를 가지고 있어요. 또한, 직접 스킬을 사용하면 지정한 위치까지 매를 날려서 그 이동 경로의 시야를 밝혀줄 수 있죠. 재사용 대기시간이 조금은 길지만, 충분히 좋은 스킬이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제 마스코트와도 같은 궁극기가 남았네요. '마법의 수정화살'이라는 이름이 붙은 제 궁극기는 이즈리얼 씨의 궁극기와 비슷해요. 다만 제 궁극기에는 강력한 CC 효과가 포함되어 있죠. 제 '마법의 수정화살'에 적중당하면 꽤 오랫동안 기절해 있으셔야 해요. 이를 활용해 먼 거리에서 이니시에이팅을 시도할 수 있죠. 물론, 잘 맞출 수 있다면요(웃음).

▲ 보기만 해도 추운 애쉬의 스킬 구성


Q. 상냥한 설명 감사합니다. 이제 이 스킬들을 라인전에 대입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제 슬슬 제가 유저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해야 하는 시간이 온 거네요. 마음 한쪽이 착잡하지만 어쩔 수 없죠.

패시브 스킬인 '집중'을 라인전에서 활용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원딜이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지속해서 일반 공격을 통해 CS도 기록해야 하고 상대 챔피언 견제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면 패시브 스킬의 스택을 모으는 게 힘들어요. 어쩌다 스택이 다 채워졌다고 해도 그걸 상대 챔피언에 사용하기도 쉽지 않죠. 그러다 보니 유저분들은 제 '집중'이 가장 잘 활용되는 상황은 '1레벨 인베이드 싸움' 때밖에 없다는 농담을 하시곤 해요.

다른 스킬들도 딱히 대미지에 특화된 건 없어요. '냉기 화살'을 활성화시켜도 추가 대미지가 들어가는 건 아니거든요. '일제 사격'에는 AD 계수가 무려 1이나 붙어 있지만, 워낙 스킬 기본 대미지가 약해서 티가 많이 안 나죠. 그냥 광역 슬로우 효과를 묻히는 용도라고 보시면 마음이 편해요. 그나마도 관통이 안 돼서 미니언 뒤에 상대가 숨으면 효과를 보기 힘들어요.


Q. 안타깝네요. 공격을 위한 스킬들이 라인전에서 별로 효과가 없다니.

사실인걸요. 그래도 후반 캐리력을 위한 골드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요.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매 날리기'의 기본 효과에 추가 골드 획득이 붙어 있기 때문이죠. 별다른 일 없이 CS를 먹는 데 집중할 수 있으면 아이템을 빨리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은 있는 셈이네요.

물론 다른 장점도 있어요. 우리 정글러의 갱킹에 호응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저만큼 갱킹 호응력이 뛰어난 원딜도 없거든요. '냉기 화살'과 '일제 사격'에 포함된 슬로우 효과가 큰 힘이 되죠. 정말 필요한 상황이라면, '마법의 수정화살'을 통해 갱킹에 호응해도 좋죠. 또한, 제 궁극기에 딱 정해진 사거리가 없다는 점을 활용해서 다른 라인에 도움을 줄 수도 있어요. 적중할 확률은 극히 낮지만 말이죠(웃음).


Q. 한타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시나요?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저도 잘 성장하면 후반에 막강한 캐리력을 보여줄 수 있어요. 다른 원딜 챔피언분들은 생존기를 통해 상대와 거리를 유지한다면, 저는 상대의 이동속도를 낮춰서 생존기의 부재에도 어느 정도 거리 유지가 가능하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생존기가 있는 다른 원딜 챔피언분들보다는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말이죠.

제가 한타 때 할 수 있는 역할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어요.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원딜 챔피언 중에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챔피언이에요. 그것도 아주 멀리서 말이죠. '마법의 수정화살'을 멀리서 사용했는데 상대가 거기에 맞으면, 그때 기분은 정말 짜릿해요!


Q. 정말 그렇겠네요! 혹시 아이템은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도움될까요?

'집중'이라는 패시브 스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에게 치명타는 정말 중요한 요소예요. 그래서 보통 첫 아이템으로 무한의 대검을 선택하는 게 좋죠. 사실 원딜은 어느 정도 아이템 트리가 정형화되어 있어요. 상황에 맞게 공격력 위주의 아이템 세팅을 보여주시면 될 것 같네요. 물론, 무한의 대검은 필수니까 절대 잊지 마시고요!

▲ 누가 뭐래도 필수!


Q. 너무 무난한데요? 또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요?

사실 다른 두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해요. 그런데 승률이 보장되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에, 유저분들에게 공개하기가 쉽지 않네요. 괜히 저 때문에 안 좋은 말을 들으시면 어쩌죠?


Q. 괜찮습니다. 선택은 유저들의 몫이니까요.

휴... 그렇다면 공개할게요. 부디 선택하지 말아 주셨으면 하지만...

일단 첫 번째 방법은 이즈리얼 씨처럼 저도 파란색 아이템만 구매하는 방법이에요. '파랑 애쉬'라고 할까요? 여신의 눈물을 첫 아이템으로 활용해주는 거죠. 최종 아이템을 말씀드리면 무라마나, 명석함의 아이오니아 장화, 몰락한 왕의 검, 최후의 속삭임 정도예요. 얼어붙은 건틀릿을 추가해주셔도 좋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대미지가 안 나올 거예요. 대체 아이템으로는 역시 무한의 대검이 좋겠네요.

▲ 좋아 보인다면 당신도 '트롤'


Q. 파랑 애쉬라... 확실히 리스크가 있겠네요. 다른 선택지는 뭔가요?

사실 두 번째 방법은 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아요. 처음 설계된 포지션인 원딜 말고 서포터로 저를 기용하는 방법이죠.


Q. 정말 색다른 방법이네요.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를 아껴주시는 유저 분들이 연구한 방법인데요. 제 스킬 구성상 상대의 이동속도를 감소시키기에 좋잖아요. 이를 적극 활용하는 거죠. 유틸성 부분에 치중하는 방법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하겠네요. 사실 생각해보면, 제 스킬 구성이 원딜보다는 서포터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해요. '집중' 스택을 쌓기에도 서포터의 위치가 더 편해요. 100스택이 다 차올랐을 때 제 대미지는 은근히 아프거든요.

첫 아이템은 주문도둑의 검을 선택하시는 게 좋아요. 제가 기본 사거리도 생각보다 길어서 상대 챔피언을 툭툭 쳐주기에 좋거든요. 그럴때마다 추가 골드를 조금씩 더 챙기실 수 있죠. '매 날리기' 기본 효과랑 잘 맞기도 하고요. 물론, 골드 획득용 아이템은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필요에 따라서는 승천의 부적 하위 아이템인 고대 주화도 좋겠네요.


Q. 말씀을 듣다 보니 서포터 역할에 전혀 손색이 없으신 것 같은데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 제가 서포터로 정말 좋으면 왜 프로게이머분들이 저를 대회에 기용하지 않겠어요. 명확한 단점 몇 가지가 있어요.

일단 '일제 사격'을 딜교환에 자주 사용하면 저절로 라인이 밀려요. 그러면 당연히 적 정글러의 갱킹에 노출되죠. '매 날리기'와 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스킬들에 적용된 슬로우 효과도 갱킹 방지에 커다란 이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더라고요. 요즘 정글러 분들이 대부분 접근기를 가지고 계셔서, 아무리 이동속도를 느리게 만들어도 결국 당할 갱킹에는 당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Q. 그래도 오늘 획기적인 방향성을 공개해주신 것 같아 제가 다 뿌듯하네요.

챔피언이 처음 개발됐을 때 게임사에서 정해준 포지션에만 너무 국한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다이애나 양도 정글 챔피언으로 구상됐지만, 대회에서는 미드 라이너로 기용됐잖아요? 유저분들이 어떻게 연구를 진행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Q. 오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일단 저를 섭외해주신 힐링챔프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유저분들이 저를 많이 찾아주시지 않아서 사실 많이 속상했거든요. 제가 많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오늘 힐링챔프에 출연해 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과 함께 인터뷰를 마칠게요.

유저분들의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비주류 챔피언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시는 점 충분히 공감하고 있어요. 게임은 재미있으려고 하는 건데 저희 때문에 패배해서 기분이 나빠지면 안되는 거잖아요. 그래도 오늘처럼 가끔은 저희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 저희는 유저분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존재하는 거잖아요? 계속해서 저희 비주류 챔피언들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가 주시길 부탁합니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웃음).

▲ 여부가 있겠습니까, 여왕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