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즈'는 제법 굴곡있는 역사를 가진 챔피언입니다. 처음엔 원딜로 시작했고, 원딜로 사랑 받았죠. 그러나 연속된 너프로 비주류 원딜이 되었고, 또 리워크를 통해 '산탄총'의 개념이 강화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그레이브즈가 원딜에서 정글로 포지션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글에서 '성장형 정글러'로 랭크는 물론 대회에서도 활약했던 그레이브즈. 하지만 메타의 변화와 성능 조정이 겹치면서 인기가 시들해진 챔피언입니다. 하지만 항상 변화하는 리그오브레전드 답게, 지금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군요. 다시 인기 정글로로 부상한 그레이브즈를 살펴봅니다.

▲ 지속적인 상승세! 차기 대세 정글러는 '그레이브즈'?


최근 '성장형 정글러'의 대명사, 그레이브즈의 픽률 성장세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한 때 3% 미만의 픽률과 특출날 것 없는 승률로 비주류 챔피언으로 분류되기도 했던 그레이브즈에게 계속되는 픽률 증가는 또 한번의 황금기를 예고하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 동안 그레이브즈의 랭크 게임 승률, 픽률은 각각 51.6%와 13.6%를 기록했습니다. 승률은 52%에 미치진 못했지만, 전체 챔피언 중 상위 20위 안에 드는 수치로, 픽률이 13.6%로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높은 성적이었습니다. 픽률은 앞서 언급한것처럼 계속해서 증가해, 승률과 마찬가지로 상위 20위안에 드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 지속적인 픽률 상승으로 티어 챔피언으로 부상한 '그레이브즈' (통계 출처: fow.kr)


이는 그동안 룬, 챔피언, 정글 패치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생각됩니다. 먼저 9.23 패치에서, 드래곤 변경에 따라 비슷한 능력을 가졌던 룬 '빛의 망토'가 변경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궁극기 사용 시 이동 속도가 증가했지만, 변경 후에는 소환사 주문 사용 시 이동속도가 증가하게 바뀌면서 '빛의 망토'를 활용하는 챔피언이 많아지고, 사용 빈도도 늘었습니다.

이후 10.5 패치에서는 그레이브즈의 직접적인 상향이 적용 되었습니다. 해당 패치로 기본 마법 저항력이 30에서 32로 증가했고, 증가량도 1에서 1.25로 늘었습니다. 주력 공격 스킬인 '화약 역류(Q)' 역시 마나 소모량이 60~80에서 60으로 줄었고, 재사용 대기시간이 구간 별로 1초 감소했습니다. 이 변화가 그레이브즈의 픽률 증가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고, 실제 픽률도 10.5 패치 이후로 지금까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장 최근 적용된 10.8 패치의 정글 변경 사항도 그레이브즈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10.8 패치에서는 정글 아이템에 낮은 체력일 때 회복 효과가 50% 강화되고, 9레벨 이상일 때 정글 캠프에서 추가 경험치를 획득하게 되었는데, 이는 성장이 중요한 그레이브즈에겐 나쁘지 않은 변화라는 것이죠.

▲ 10.5 패치 이후 꾸준하게 픽률이 증가해온 '그레이브즈' (통계 출처: OP.GG)


그레이브즈의 빌드는 아이템은 대체로 방어구 관통 세팅으로 귀결되지만, 룬의 경우에는 크게 '기민한 발놀림'과 '난입'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핵심 룬으로 '기민한 발놀림'을 선택할 경우 소소한 이동 속도 증가와 꾸준한 체력 회복이 가능하며, '난입'을 선택하면 더 폭발적인 이동 속도를 획득하여 교전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패치 변화로 '강타'만으로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된 '빛의 망토'는 어떤 빌드를 선택하더라도 자주 선택되는 룬으로, 중거리를 유지하며 교전하는 그레이브즈와 좋은 궁합을 자랑합니다.

앞서 언급한것처럼 아이템은 정글 아이템 '용사'를 시작으로, '요우무의 유령검', '그림자 검', '드락사르의 황혼검', '밤의 끝자락'처럼, 어떤 기능을 선택하느냐에 차이를 보였을 뿐, 최종적으로 방어구 관통 능력을 중심으로 아이템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 최근 '타잔'이 랭크 게임에서 선택한 그레이브즈 빌드


랭크 게임에서 좋아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지, 최근에는 LCK 대회에서도 그레이브즈를 기용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20 LCK 스프링 정규 시즌에서는 4월 10일과 15일 등장해 1승 1패를 기록했으며, 포스트 시즌에서도 T1의 '커즈'가 DRX를 상대로 1세트에 그레이브즈를 기용, 승리를 거둔바 있습니다.

특히 한 세트 승리 패배가 무거웠던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1세트부터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그레이브즈에 대한 바뀐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은 거의 등장하지 못한 그레이브즈지만, 차기 시즌 부터는 그 중요도가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도 등장, 승리를 차지한 '그레이브즈' (영상 출처: LCK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