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탱크에는 수많은 프리미엄 전차가 있다. 그중에서 소련 8티어 중전차 IS-6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력한 장갑과 우수한 기동력, 주포를 가졌음에도 10탑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프리미엄 전차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전성기는 끝난 지 오래다. 강력한 전차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면서 IS-6만의 장점을 살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약점으로 지목받던 관통력은 이제 약점 사격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으며, 그나마 장점이었던 장갑도 이제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이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IS-6이었으나, 이번 업데이트에서 드디어 성능 조정이 이루어졌다. 수치만으로 따지면 큰 변화는 아니지만 상향은 상향, 한때 애정을 가졌던 IS-6에 다시금 관심을 자아낼 동기는 충분했다. 결국 차고에 있던 IS-6은 몇 년 만의 먼지를 털어내고 전장에 나서게 됐다.

▲ 지금은 초라하지만 한때는 시대를 주름잡던 시절이 있었다



■ 그래서 얼마나 좋아졌는데? IS-6 세부 성능


이번 업데이트로 IS-6은 전반적인 상향이 이루어졌다. 먼저 가장 문제가 되었던 관통력의 부재가 개선되었다. 은탄인 철갑탄은 175에서 186으로, 골드탄인 고속철갑탄은 217에서 225로 상승했다.

주포 신뢰도도 좋아졌다. 명중률은 0.46에서 0.44로 상향되었으며, 조준 시간은 3.4초에서 2.8초로 크게 개선됐다. 이외에도 포탄 적재량이 37발로 증가했기 때문에, 포탄 분배가 비교적 여유로워졌다.

무엇보다 방호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수치상으로는 100에서 110으로 오른 것에 불과하지만, 기본 경사도가 좋아 전면 상부와 어깨의 실질적인 방호력이 20가량 상승했다. 추가로 포탑 장갑도 두꺼워져, 포방패 양옆이 뚫릴 일도 적어졌다.

▲ 1.1과 1.2 버전의 IS-6 성능 비교(출처: tanks.gg)



■ 실제론 어떨까? IS-6 탑승기


게임에 접속하여 IS-6을 선택한 후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탄 배분이다. 30발에서 37발이 되었다고는 하나,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철갑탄을 사용해봐야 의미가 없으니 고속철갑탄을 7발 더 채우는 것이다.

이후 실전에 돌입했으나, 8탑은 거의 구경도 하지 못하고 계속 9탑에만 배정됐다. MM 개편 전에는 체감상 9탑보다는 8탑에 갈 확률이 높았었기에 이는 다소 아쉽게 다가왔다.

첫 전장은 스텝의 조우전. 9탑방이었지만, IS-6으로 점령지를 가기에는 부담스러웠기에 서쪽 라인을 이용해 적진으로 직진했다. 힘든 전투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실전은 더욱 암울했다. 골드탄이 Somua SM의 포탑을 뚫지 못했을 때는 이게 포인가 싶을 정도였다.

▲ 매직 도탄이야 자주 있는 일이지만 관통 실패는 다른 문제다


이후 몇 판을 해봐도 주포 성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관통력 상승 수치가 너무 낮다 보니, 원래 못 뚫는 건 여전히 못 뚫었으며 원래 뚫었던 것은 여전히 잘 뚫는 수준이다. 장갑이 단단한 전차라도 만났다면 어쩔 수 없이 고폭탄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실제로 철갑탄보다 고폭탄이 더 유용하게 사용됐다.

명중률도 0.46이나 0.44나 도긴개긴에 불과했다. T92 HMC가 Conqueror Gun Carriage보다 명중률이 좋다고 해서 잘 맞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나마 조준 속도 하나는 어느 정도 좋아졌다고 느껴졌다. 반사적인 사격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중전차기 때문에 직접적인 딜량 상승은 거의 없었으나, 근거리 전투에서 적을 쏘고 빠지는 시간이 더 빨라졌기 때문에 내구도를 유지하기 좋아졌다.

▲ 명중률이 올라봐야 빗나갈 탄은 빗나간다


장갑이 두꺼워진 건 생각보다 체감이 컸다. 하부를 가리고 어깨를 고려해서 티타임을 사용하면 약 230까지 방호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동티어 은탄까지는 어느 정도 막아주게 된 것이다.

포탑 장갑의 상향도 도움이 됐다. IS-6을 자주 상대해본 전차장이라면 헐다운하는 IS-6의 포방패 좌, 우를 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 그 정도의 포탄은 방어가 가능했다. 물론 해치는 여전히 약하기 때문에 포탑 장갑만 믿고 헐다운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준다면 5천 도탄을 넘기는 것도 가능했다


다시금 전차를 탑승해보고 내린 결론은 분명 좋은 전차라고 할 수는 없었다. 관통력이 여전히 부실하여 적 구성상 방호력이 좋은 전차가 하나라도 있다면 상당히 피곤한 게임을 하게 되는데, 하나는커녕 여럿을 만나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방호력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으나,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요즘 시대에는 딱 기동형 중전차가 가질만한 장갑 수준이다. 게다가 골드탄이 강요되는 특성상, 여전히 프리미엄 전차의 장점 중 하나인 크레딧 벌이가 불가능하다.

현재 이보다 좋은 전차는 얼마든지 있다. 탈만한 MM제한 전차가 별로 없다면 모를까 굳이 IS-6을 선택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당장에 보급률이 높은 Super Pershing만 해도 더 높은 성과를 내기 쉽다. 즉, 전차에 별다른 애정이 없다면 계속 봉인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 상향되어봐야 15 사격 5 관통, 2만 크레딧 적자가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