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브세이비어(이하 트오세)를 실행하면 숙소를 가득 채운 캐릭터들이 제발 나를 키워줘! 라는 눈빛을 보내며 반갑게 맞이한다. 315제 레이피어가 먼저 나올지, 9랭크 패치가 먼저 될지 슬픈 고민을 했지만 결국은 여러 캐릭터를 키우게 된 것. 정신 차리고 보니 숙소에 여러 캐릭터가 서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파밍 캐릭터는 하나쯤 있어야 할 것 같아 위저드3-링커-쏘마터지를 키웠다. 방어구, 헤어 코스튬, 무기, TP 코스튬까지 흙길만 걷던 펜서와 다르게 꽃길만 걷도록 많은 애정을 쏟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것저것 장비를 맞춰 보기 좋았지만, 퀘스트 보상 아이템 자카리엘 뱅글 때문에 장비를 맞춘 보람이 느끼질 못했다.

그래서 팔찌만큼은 위저드 브레이슬릿으로 교체하려고 결심했다. 마켓에서 구매하자니 실버가 아까웠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이템 파밍을 위해 접속시간이 적은 밤 시간대로 선택, 곧장 봄볕나무 숲으로 이동해 위저드 브레이슬릿을 드랍하는 사드스태튜를 잡으러 나섰다.


■ 첫 걸음 -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며 희망을 가짐

봄볕나무 숲에 입장하고 곧장 채널 목록을 클릭했다. 현재 접속한 1채널엔 1명, 2채널도 1명이였으며, 나머지 채널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1채널은 퀘스트, 맵탐사 등 여러 유저들이 지나칠 확률이 높아 한적한 5채널을 선택애 이동했다.

위저드 브레이슬릿은 사드스태튜 몬스터가 드랍하며, 중앙의 얼굴 계단 기준으로 우측 캄피스 가도, 쉬르토스 마을 근처에 많이 등장한다. 카운팅은 950~1,050이며, 실제 유저들의 제보를 확인해보니 카운팅 1,000 근처로 얻었다고 한다.

1,000마리만 잡으면 득템이니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파밍 시작 시각을 체크한 다음, 본격적으로 샤드스태튜 학살에 나섰다.


▲ 사드스태듀가 많은 곳으로 동선을 짜기.


▲ 조용한 5채널을 잡았습니다.


▲ 이녀석을 잡으면 위저드 브레이슬릿을 준다고 하네요.


▲ 퍽퍽퍽, 벌써 200마리 이상 잡았더니!


▲ 이상한 아이템만 줍니다.


▲ 도발 없는 소드맨이라 몰려있는 몬스터가 좋아요.





■ 300마리 - 채널 확인 횟수가 증가, 유저를 경계하기 시작

사드스태튜 100마리는 금방 잡았다. 스킬 한 방에 사라지는 모습에 금방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슈바르츠라이터나 캐터프랙트가 있었으면 더 빨리 파밍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도 들었다.

100마리씩 카운트를 쌓을 때마다 수시로 채널을 체크했다. 5채널에 누가 왔는지, 다른 채널 상황은 어떤지 계속 지켜보게 됐다. 개인 카운팅이 아닌 채널 카운팅이다보니, 2명이 같이 파밍 해도 결국 아이템을 먹는 유저는 1명이 된다. A유저가 950마리를 잡고 잠시 모닥불 타임을 가지고 휴식하는 사이, 지나가던 B유저가 100마리를 잡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사냥터에 자리라는 개념은 없지만, 이때만큼은 유저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다.


▲ 늦은 시간(?)이라 다들 자러 가셨나봐요.


▲ 많다 많아!


▲ 1마리도 놓치지 않는다.


▲ 한 곳으로 모여줘...


▲ 이 와중에 1천만 실버 주인공이 등장.


▲ 오늘도 훈훈한 아우슈리네의 외침창입니다.




■ 700마리 - 수면제 효과와 지루함에 가장 힘들었다

서서히 목표치에 도달하니 불안감은 더해졌다. 채널 체크는 평소보다 더 자주 하며, 내 채널엔 누가 왔다 가나? 다른 채널에 사람이 이쪽으로 오지 않을까? 등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보였다. 그래서 파밍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요소가 높아질 듯해 사드스태튜 학살에 열을 가했다.

하지만 트오세의 감미롭고 멋진 BGM이 독이 됐다. 슬슬 화면이 흐려지며 시야가 흔들렸는데, 우려했던 수면제 효과가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려고 파밍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를 말하긴 싫어, 라디오 채널처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외침 창을 바라보며 수면제 효과를 견뎌냈다.


▲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지쳐가는 몸.


▲ 펭펭펭.


▲ 빨간 몬스터 덕분에 파밍하기 쉬었어요.




■ 1,000마리 - 드디어 1시간 40분만에 득템하다

950, 960, 970, 980. 점점 목표치에 도달할 때마다 두근 두근! 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1,000, 1,010까지 카운팅을 올려봐도 위저드 브레이슬릿 소식은 전혀 없었다. 방심한 틈을 타 누가 쏙 빼먹고 도망갔는지 불안감만 높아져 갔다.

1,038쯤 도달했을 때 '띠~링!!'이라는 소리와 함께 파란색 빛기둥이 올라왔다. 처음엔 '또 슈페리어 키 펜던트 제작서 아냐?' 하고 크게 신경을 안 썼는데, 두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응시하니 '위저드 브레이슬릿' 단어가 보였다. 1시간 40분 끝에 위저드 브레이슬릿을 득템하니 당장에라도 날아갈 기분이 들었다.

파밍을 마치고 마을로 복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회상했다. 채널 카운팅 시스템 때문에 파밍 하는 내내 불편한 마음으로 게임을 진행한 것. 확실히 확률 드랍보다는 카운팅 시스템이 좋지만, 채널 카운팅이 아닌 개인 카운팅이 어땠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가장 이상적인 트오세의 모습은 모닥불을 피워가며 휴식과 채팅, 사냥을 병행하는 모습, 초창기 오픈한 일본 서버의 분위기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카운팅 시스템으로 인해 채널 하나를 차지하고, 유저의 접근을 경계하는 상황이 씁쓸하기만 했다.



▲ 나올까?


▲ 이번엔 나오겠지??


▲ 띠용.


▲ 1시간 40분 끝에 위저드 브레이슬릿 득템, 파밍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