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지난번에 이야기한 '사실 집기 문제의 근원은 마저가 아닙니다' 에 대해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지난번 집기 논란에서 적지않은 (31%) 분들이 지적했던 점이 바로 마저가 지나치게 효율적이라는 것 입니다.

대체로 마저의 효율이 사기적이리만큼 좋기 때문에 집기도 덩달아 사기성 논란에 휘말렸다는 주장인데요.

 


처음에 그 같은 언급을 하며 추후에 다루겠다고 약속한만큼, 오늘 큰 맘먹고 시간을 좀 투자해볼까 합니다.

 

 


1. 마법저항은 정말로 사기성이 있나?

 

 

 

자.. 그럼 마법 저항은 정말 사기일까요? 마저가 사기라면 왜 사기일까요? 어떤 점이 사기스러울까요?

아시다시피, 마법 저항이 상대의 마법 적중보다 높아지면 상대의 마법 스킬을 '저항' 할 수 있게 됩니다.

스킬을 '저항' 하면 데미지는 '0' 이 되고, 상태이상 유발 효과도 '저항' 해서 없던 일이 되어 버립니다.

 


각종 상태이상기에 데미지까지.. 마법 스킬의 경우 상당수의 스킬들이 적중당하면 치명적인 스킬입니다.

살성, 심지어 수호성 조차도 마법 스킬을 가지고 있으니 원천 저항의 메리트는 상당히 탐나는 것이죠.

다른 방어스탯인 무기방어의 경우 데미지 감소도 40% 수준이며, 회피는 최대 회피율이 30%에 불과합니다.

 

 

방패방어도 물리 데미지 감소에는 효율을 보여주지만 방패 착용 직업만 사용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더구나 무방/방방/회피는 상태이상을 저항할 수 없습니다. 결국, 마법 저항은 다른 마석과 비교할 때,

매우 뛰어난 효율을 보여주게되고, 방방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수호 마저도 마법 저항에 관심을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단지, 방어 스탯 중에서 마법 저항의 효율이 가장 뛰어나다는 것 뿐이지

마법 저항의 효율 그 자체가 일정한 기준을 뛰어넘어 밸런스를 무너트리고 있다는 반증은 되지 못합니다.

과연 방패방어를 제외한 나머지 방어 스탯들의 효율이 충분한 상황인지에 대한 의문이 더 먼저가 아닐까요?

 

 

 


2. 마법저항이 강력한게 아니라 상태이상기가 너무 강력하다.

 

 

 

만약 마법 저항이라는 요소가 없어지거나, 현재보다 대폭 효율이 저하된다고 가정해보면 어떨까요?

2.0 이후 주로 회랑을 격전지로 벌어지는 떼쟁을 좋든 싫든 한 번씩은 경험해보셨을거라 생각되는데요.

마저셋 없이, 공/치명이나 마증 세팅으로 떼쟁에 참여하게 되면 어떠셨나요? 생존률에 만족하셨나요?

 

 

 

PvP에서의 밸런스도 중요하겠지만 아이온은 RvR을 표방하며 나온 게임입니다. 애초에 RvR이 아니라면,

천족과 마족으로 진영이 나뉠 이유도 없었고, 공성전이나 여러 경쟁적인 요소도 도입되지 않았겠죠.

지금의 마저셋은 RvR을 즐기기위한 최후의 보루에 불과합니다. 마저셋을 입어도 점사로 녹을땐 녹지요.

 

 

 

왜 침묵 신석은 수억 키나의 값어치가 있고, 천족 살성의 빛의 문양 폭발은 사기성 논란에 휘말렸을까요?

그 이면을 보면, 상태이상기가 지나치게 강력해 전투 종결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를 깨닫게 됩니다.

5:5 의 전투를 7:3 의 상황으로 만들어주는 정도에서 끝나야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9:1 내지 10:0 을 만들죠.

 

 

 

과거 1.5 이전의 폐단을 보완하기 위해 1.9 업데이트에서 모든 직업에게 '충격해제' 라는 스킬이 생겼습니다.

심지어 수호성이나 검성 조차도 스턴 이후 계속 붕 떠서 맞다가 눕는 경우가 많았고 로브나 사슬은 더 심했죠.
무엇이 폐단이었는지를 돌이켜보면, 일말의 여지도 없이 무기력하게 일방적으로 승패가 결정됐다는 겁니다.

 

 

 

 

3. 다시 1.5 로 회귀하고 있는 아이온

 

 

 

충격해제가 나온지 채 6개월이 되지 않아 스킬에 의해서든 신석의 이펙트이던, 침묵 효과는 대중화되었고,

아주 약간 더 고상해졌을 뿐, 1.5 에서의 상태이상기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상황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법저항으로 처음부터 상태이상을 성립시키지 않는 것 뿐이고요.

 

 

 

흔히들 마저셋은 컨트롤이 아니라는 말을 합니다. 마저에 기대어 승리한 것을 자아도취하지 말라는 뜻인데,

반대로 상대의 상태이상기를 먼저 적중당하면, 특히 로브나 가죽이라면, 컨트롤로 상황 극복이 가능한가요?

개인적으로 로브 입장에서 무서운 것이 궁성의 침묵 화살 이후 강습&파열로 손놓고 당하게 되는 경우 인데요.

 

 

 

침묵화살의 지속시간이 6초 내외인데.. pvp 뎀감이 붙은 정예 천부장 세트를 입고도 그대로 녹아내립니다.

충격해제 버튼은 활성화 되지만, 침묵 상태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그대로 4~5초가 더 흐르면 전투가 끝나죠.

침묵화살과 강습화살 사이에 상치를 먹을 수 있는 능력자가 아니라면 처음부터 저항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마족 유저들의 경우 특히 천족 살성분들에게 송곳니-빛문폭 이후의 심정이 위와 같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마법 적중에 영향을 받는 탓에, 점점 저항과 격차가 벌어져 적중이 되지 않는 상태이상기는 의미가 없다는

불만도 수긍이 가지만, 반대로 현 상황에서 모든 상태이상기가 100% 적중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4. 모든 문제의 시발점, 공격속도 옵션.

 

 

 

아이온의 캐릭터 & 밸런스 & 스킬 디자이너 분들도 분명 많은 고민을 하며 틀을 만들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아이온에서 공격속도 옵션과 시전속도 옵션을 제거하면, 적어도 RvR 이 구현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최소한 RvR 을 표방하는 게임에 접속했더니 슈팅게임을 하고 있더라, 하진 않을거라는건 공감하실거예요.

 

 

 

obt부터 꾸준히 해서 그랬는지.. 처음 공격속도 옵션이 등장했을때의 충격과 파장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파티사냥에서의 적대치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켰고, 며칠이 지나니, 지금도 회자되는 살신이 등장했지요.

이후에 이어진 시전속도의 등장은 공격속도 옵션이 등장하는 순간, 이미 필연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vE 밸런스의 경우 적대치 시스템은 붕괴시켰을지언정 공격속도의 옵션 이전에 등장한 인던은 불신정도였고,

이후에는 고려를 해서 설계되었지만, PvP 밸런스의 경우 전혀 공격속도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공격속도 옵션의 무서운 점은, 단위 시간당 타격회수이기에, 그 영향은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라는 점 입니다.

 

 

 

RvR 과 PvP 밸런스의 토대가되는 캐릭터 간의 전투 지속시간은 공격속도의 영향으로 대폭 줄어들었는데,

개발팀은 이후 터져나온 파장에 주먹구구식 각개 땜방 패치를 하며 밸런스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양한 연계기를 활용한 대상의 약화 및 다양한 진언 및 주문의 활용으로 전사 못지 않은 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회복 마법의 원활한 활용으로 전투시 뛰어난 지구력을 보여주는 호법성."

 

 

 

파워북의 호법성 페이지에서 일부 발췌해온 내용인데.. 읽어보면 뭔가 웃기죠?

 

 

 

최초의 호법성의 컨셉은 그들의 설명처럼 PvP시에 뛰어난 지구력을 발휘하는 캐릭터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공격속도 옵션의 등장으로 dps가 치유량을 압도하기 시작하며 밸런스는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렸죠.

치유 스킬을 시전하는 동안 맞는 데미지가 치유량보다 월등하다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힐 안 합니다.

 

 

 

가령 스킬 디자이너가 A 캐릭터와 B 캐릭터가 30초간 전투를 벌일 것이라 가정하고 ㄱ 스킬을 만들었는데,

공격속도 옵션의 등장으로 모든게 왕창 꼬여버린 것 입니다. 각 상태이상기의 지속 시간이 특히 그렇습니다.

마도성의 강한 스킬들은 왜 pvp 데미지에 추가 제한을 뒀을까요? 단순히 그 스킬의 데미지가 너무 쎄서요?

 

 

 

4초간 시전하는 페널티를 가정하고 주어진 스킬인데, 시전속도 옵션으로 2초가 채 못되서 스킬이 나갑니다.

결국 신속을 사용하는 마족 마도성에게는 pvp 데미지 감소로도 커버가 안되니 최대 시속 제한이 생겼습니다.

과거 있었던 쌍수 공속 패치나 최대 공속 제한 패치도 같은 맥락에서의 땜방 처방이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5.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문제가 드러날때마다 해당 스킬, 해당 직업에 대한 땜질로 밸런스를 맞추어 가는게 현명해 보이진 않습니다.

과거에는 시공을 통한 상대 진영에서의 PvP 위주의 전투로 흘러갔지만, 용계 이후 점차 RvR로 변해가고 있죠.

이런 시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서로 상대 꽁무니 잡아먹기 떼쟁, 질리지 않으세요?

 

 

 

앞장서서 돌격한 사람은 몇 초 뒤에 키스크에서 부활하고, 어포는 남들이 챙겨갑니다. 누가 앞장서겠습니까..?

그저 상대가 많아보이면 도망치고, 우리가 더 많아보이면 상대편 꽁무니에서 한 명씩 잘라먹으며 추격하고..

마저셋 없이는 키보드에서 스킬 두어개 누를 사이도 없이 그대로 녹아버리는 지금의 떼쟁이 재미있으세요?

 

 

 

모든 직업의 생명력을 동일한 비율로 증가시킨다던지, PvP 만을 위한 생명력을 새로 만들어 덧댄다던지..

낮은 효율로 버려지고 있는 다른 방어 스탯들의 효율을 높히거나, 접근성이라도 뛰어나게 바뀌어야 합니다.

마석작 몇 개 만으로도 명중작 없는 상대에겐 데미지 감쇄가 가능하다면, 효율은 낮을지언정 분명 쓰이겠죠.

 

 

 

기본 pvp 데미지 감소도 과거에 한 번 패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시 조율할 시점이 온 것 아닐까요?

그리고, 무엇을 건드리든 상태이상기의 발동 확률과 지속시간 문제도 대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구침묵과 구실명 등을 사장시켜버린 것으로 과연 충분할까요? 단위 시간당 타격횟수가 대폭 늘어났는데,

 

 

 

공격속도 증가로 2% 신석의 이펙트도 심심찮게 터지는 시점에서 5% 는 RvR 을 가정하면 너무나 높습니다.

6%의 기절이야 지속시간이라도 짧다지, 5% 신석의 효과가 연이어 터지는 상황이 생각보다 자주 벌어지는데,

상치의 쿨이 도저히 따라가질 못 합니다. 검성 여럿이서 광역 돌려대면 아주 끔찍하죠. 이게 RvR 아닌가요?

 

 

 

RvR 을 추구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으면, 적어도 RvR 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저도 이젠 그만 앞장서는 사람만 바보로 만드는 꽁무니 빼먹기식 회랑 떼젱 말고 RvR 을 좀 해보고 싶어요.

PvP 에서도 MMORPG 인지 MMOFPS 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반응싸움 슈팅 게임은 그만 하고 싶습니다.

 

 

 

 

 

 

※ 도입부에 집기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은데, 집기 논란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집기 논란의 연장선이라기 보다는 (그럴 의도로 쓰지도 않았고) 순수하게 마저와 상태이상을 주제로 봐주세요.

 

집기가 논란이 된 이후 마저가 사기라서 그렇게 보일 뿐 이다 -> 마저도 상태이상기가 강력해서 더 돋보일 뿐

대략 이런 흐름 중에 쓰여진 글이고, 이 글에서 다루려고 했던 내용은 결국 마저와 상태이상기, RvR 입니다.

 

오히려, 집기를 너프하려거든 마저를 너프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마저는 문제가 없다는 반박에 가깝겠죠.

마저 문제에 있어서 문제삼을 부분은 저항의 효율이 아니라 적중이 저항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부분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