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직업 게시판을 가봐도 다 뭐뭐는 민폐니 뭐뭐는 하지 말아야 하느니 이런 얘기가 시끌시끌함.

4명이 같이 하는 개임인데 저 새끼때문에 내가 클리어타임에 손해를 볼수는 없다. 라는 얘기임.

물론 손해봐서 기분 좋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언제나 모든 일이 내 기준의 효율에 맞춰 딱딱 돌아갈수는 없는 일이다.

디아블로도 효율 생각하면 작업장식으로 하는게 최고 아니겠는가? 


<<게임 출퇴근 시간 정해져있고 언제나 같은 맴버의 똑같은 최고 효율셋팅의 똑같은 방식의 게임만 해야한다.

물론 내가 빠질수도 없다 왜냐 남에게 민폐니까. 

기계 돌리듯 게임을 하지만 게임의 재미는 게임의 재미는 오로지 '효율적 탬파밍'에만 있으므로 

게임 기계가 되어도 즐거워서 싱글벙글. >>


게임을 저렇게 하고 싶은가? 아무리 효율적 게임에 미친 사람도 저렇게는 안할거다.

(생각해보니 와우 레이드를 저렇게 하긴 했지만. 디아는 와우처럼 안해도 탬 나온다.)

내가 하고 싶을때 해야지 출퇴근에 게임기계가 왠말인가. 이렇게 생각할꺼다.

그런데 이 말은 뭐냐면. '나만 손해를 안보면 된다.' 라는 말이나 다를게 없다.

즉 효율가이들의 정확한 심리는 '내가 게임을 할때 만큼은 누구도 무임승차를 해서는 안된다.' 라는 얘기다.

나한테 피해를 끼치지 마라. 방점은 '나' 에게 있다.

저기에 양심이 있으면 나도 남에게 피해를 최대한 안주려하는 착한 효율가이가 되는거고.

양심도 없는 일베 어린이라면 '나는 개지랄을 떨어도 나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 가 된다.

(디씨의 모토인 부모욕은 참이도 내 욕은 못참는다. 가 생각나지만. 디씨는 유모아 이므로....;;;)


도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나에게 (작은) 피해를 주는 무임승차에도 민감해진걸까.

물론 앞서도 말했듯 손해보고 좋은 사람은 세상에 없지만.

게임이라는 놀이를 위한 수단에 

본인도 하기 싫어하는 기계적 플레이를 내가 손해보기 싫어서 남에게 강요하는 민감함이라니...

이건 좀 너무 한게 아닌가. 

(그리고 이 민감함이 '디아3는 다양한 플레이가 안되요.' 라는 평가를 만드는 주요 요인중 하나아닌가.)

사소한 것에 민감해지지 말자. 관용을 배풀면 더욱 재미난 게임 세상이 될수 있다.

더군다나 효율을 원하면 직접 파티를 구하는 방법도 아주 활성화 되어 있다.

공방에서까지 짜증 부리지 말자.

우리가 민감해야 할것은 이렇게 작은 일이 아니다. 

큰일에는 둔감하고 작은일에만 민감한 것은 너무 찌질하지 않은가..

그러고보니 사실 내가 이렇게 호들갑인것도 작은일에 민감한 것 같기는 하다.

그러니 우리모두 김수영의 시를 읽으면서 작은 일에 민감해지는 자신을 반성해 보기로 하자.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 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째 네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의 포로수용소의 제 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비켜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