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4년 넘게 즐겼던 파판에 정이 떨어져서 접게 되었다. 오래된 친구를 잃는 듯한 이 기분 착찹하고 정신이 혼미하다. 

뭐가 잘못되서 이렇게 됬는지 모르겠다..

나는 3년정도 속해있는 부대가 있고 부대원들과 농담을 하며 그냥 저냥 잘 지내던 유저였다. 정모도 매번은 아니지만 두어번 모이게 되면 참석하곤 했다. 다른 부대도 그러하듯이 잠시 쉬었다 나가는 유저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잘 어울리고 친하게 지내던 부대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우리는 즐겁게 게임을 즐겼다. 

새로운 부대원들이 영웅레이드를 어려워하면 헬프도 가고, 극만신 사람이 부족하면 종종 참여하고, 나는 잠수정 컨텐츠랑 채집 제작을 즐기며 시간을 때우느라 참여 못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같이 게임을 하며 디코로 대화를 나누고 시덥잖은 농담도 툭툭 던지고, 우스꽝 스러운 커마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하던 유저였다.

그렇게 평화롭던 생활이 계속 될거만 같고, 파판은 내 인생 게임이었다. 초창기 블소 만큼은 재미를 느끼는것은 아니지만 이 게임 만의 패턴과 사람들과 어울려서 오래오래 즐길것만 같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시작은 올해가 시작되면서 부터 였던거 같다.

다른 지방에 사는 유저한테 놀러가서 정모한번 한다고 하고 참여의사를 물어왔다. 나는 마침 안좋은 사건이 있었지만 시간은 조금 괜찮아서 기분전환 삼아 참여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몇시에 맞춰 예매를 하고 같은 열차시간에 맞춰 타려고 열차 번호와 시간을 조율했다. 그렇게 열차표 예매를 끝마치고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단톡방에서 무언가 다툼이 발생한거 같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정모가 쫑나는듯 하여 열차표를 예매 취소하였다. 그런데 다른 단톡방에서 초대가 오더니 몇명 빼고 갈사람을 추려서 가겠다고 한다. 무슨일이 벌어진건지 관심이 있지 않았지만 뭔가 이상한 기류에 일단 다시 열차표를 예매 하였다.

이 이야기의 중심인물 E군이라 칭하겠다. 단톡방 내용의 내용은 명확히 기억안나고 E군이 처음에 빠진다고 하였다가 E군의 친구 M군이 다시 불러서 M군도 버리고 가겠다는 분위기로 기억한다. 그리고 G군이 갑자기 부대를 탈퇴하였다.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졌길레 이런 사태가 벌어진것인지 무신경한 나도 관심이 안생길수 없었다.

그렇게 궁금증을 뒤로한뒤 E군 M군 G군을 제외한 멤버끼리 열차를 타고 다른 부대원에게 놀러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이면 으레 그렇듯 고기를 먹고 술마실 멤버는 술을 마셨다. 우리는 즐거웠고, 같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끼리 잘 어울렸다. 그리고 2차가 되어서 분위기가 어느정도 소강되었을때 오기로 했던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위에 언급한 3명과 부대장 (이하 부라고 칭하겠다.) 이렇게 넷은 정말 친하게 지냈던것 같다. 거의 매주 부의 집에서 정모를 하는듯 보였고, 부의 디코로 나에게 인사를 하는 다른 멤버의 목소리도 듣고 했던거 같다. 그러다 부의 성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는거 같다. 왜냐하면 부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뭔가 중성적인 느낌의 사람인지라 가끔 오해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올정도라서 언제든 일어날 일이었고 자주 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G군이 남자로 착각해서 군대이야기를 하다. 부의 군대이야기로 화제 전환삼아 물어봤던거 같다.  E군이 아 여자라서 군대 안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외에 별다른 뒷담화 같은거 없이 G군이 깜짝 놀랐다고 하는거 외에 큰 사건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부에게는 아니었던거 같다. 남에게 자신의 성별이 언급되는게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마음대로 말한 E군에게 정이 떨어졌었고, E군을 빼고 모이려고 했는데 E의 친구 M군이 눈치없게 다시 E군을 불러내서 정모가 파토날뻔 했다는 이야기였다.

무신경한 나에겐 그렇게 큰일인가 싶긴 했지만,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것을 싫어하면 충분히 화낼수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참고 대화를 해서 일단 정모를 하고 어른스럽게 E군을 나무라는 것이 좋지 않았나 하는게 나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설전을 조금 벌이게 되었다. 하지만 부는 자기는 너무 큰 충격을 받은 피해자라 그럴수 없다고 하였다. 평소 부의 모습과 상반되는 모습에 조금 이질감이 들었지만, 누구나 숨기고 싶던 무언가가 있을수 있었고 그게 지금 드러났다면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생각을 하였지만, 당사자가 아닌 나로썬 더 언급할 이유가 없어서 알겠다고 하였다.

평소 나는 M군과 G군에게 장난을 많이 쳤었고 게임에서 즐겁게 지냈었다. E군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절 오메가도 도와주려 하고, 나름 정이 가는 사람이었기에 3명이 동시에 부대에서 사라지는 이 사건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디코로 연락해서 사정을 듣고 그들에게 위로의 말한마디 정도 남겼다. 그리고 한번쯤은 얼굴 보고싶고 인사한번이라도 해보고 싶었기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였다. 그때 왜 그 약속을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럴 운명이 었던것일까? 코드가 맞는 몇명 빼고는 딱히 만나자고 한 사람이 몇사람 없던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지금와서 생각해도 크게 납득 되지 않는다.

그렇게 각자 스케쥴에 맞춰 약속을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에게 개인 DM이 왔다 대화를 하자고 했다. 대화에 응하였고, 부는 설전을 펼쳤던 내가 납득하지 못하는것 같아하는 나를 이해시키려고 충격적인 진실을 말해주었다. E군이 자기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나는 중심 인물이었던 E군과 M군에게 사정을 물어보고 그들이 말하는 사정을 들어보고 나서 부의 행동이 크게 납득되지 않는 상태였는데, 개인적인 감정이 있다면 E군이 부를 좋아해서 이상하게 과하게 행동한것 같은 부분이 있던게 떠올랐다.

그것은 부가 부대 운영을 너무 감정에 휩쓸려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부를 바꿔보려고 노력했다고, 그런데 부대장이 부대를 운영하는게 마음에 안든다고 굳이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E군의 주장은 조금 이해가 안됬다 무언가 더 있는거 같지만 그 대화에선 알수 없는 갈증이 느껴지는 상태로 대화를 이어 나갔던 기억이 있는데, 만약 E군이 부대장을 좋아하는데 무언가 E군이 생각했을때 이상하다면 고치려고 하는 그 감정이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 부분을 설명하자면 부대에 인원이 많이 들어왔다가 정기적으로 접속 하지 않는 사람과 접속하던 사람들이 추방당하고 있었다. 간단히 듣기로 무언가 물흐리는 인원들을 정리한다고만 들었지 어떤 사정으로 추방당했는지는 자세한 내막을 하나도 들을수 없었다. 그런 부분이 E군이 보기에 이상하다 느꼈던거 같다. 그래서 부에게 너무 감정적으로 사람 대하지 말라고 하는 장문의 글을 쓰기도 하다가 디코에서 추방당한 상태였기에 나는 E군이 약간 스토커적으로 부에게 집착하는 사람으로 상황이 이해 되기 시작했다. 

E군은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조언?내지 충언을 하고싶었던거 같다. 내가 봤을때 E군에게 이상한 사상이 있는거 같다.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였으면 할순 있는데 여럿이 모인 부대에서 저렇게 까지 난리 치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E군이 조용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집착하는 이상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모여서 얼굴 보자고 약속 잡은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날 약속을 잡던 도중 서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서 오해를 하게 된 부분이 있는데, 나는 그걸보고 E군이 내게 자신의 사상을 강요해서 부에게 전달시키려는 미친놈인줄 알게되는 사건도 있었고, 암튼 이 모임이 두려웠지만 나는 M군과 E군을 만나러 신촌으로 향했다.

E군을 정모때 한번 본적이 있었지만 M군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걱정반 설렘반 있는 상태로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재밌게 게임했는데 게임에서 못보게 되는게 아쉽다는 내용이었고, 어느정도 대화가 진행되고 나서 우리는 신촌에 한 고기집을 가게되었다.

고기를 굽고, 어느정도 술이 들어간후 나는 지난 정모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솔직히 E군이 잘못한거라 생각하지만 좋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그들에게 맞춰주기 위해 말을 시작했다. "부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것 같다. 두분의 당황했을 심정이 예상간다" 그러자 그들도 자연스럽게 자기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 부터 나는 어느정도 파악했던 상황의 안보였던 부분들을 듣게 되었다.

M군이 눈치 없게 다툼의 중심이었던 E군을 막무가내로 같이 데려가겠다고 해서 모임이 파토난게 아니라, M군도 나름 부의 상태를 파악하려고 따로 만나서 대화를 해보고 눈치를 보면서 파악하려 했었다. 그래서 E군에게 많이 화가 났는지 물어봤을때 부가 자기는 아무렇지 않고, 다 용서했어 나 그렇게 속좁은 사람 아니다란 식으로 말했기 때문에 이 정도 상태면 E군하고 화해 시킬수 있는 그런 상태라 생각해서 E군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 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모임을 파토내고 자기 기분 생각하지 않은 M군이 잘못때문인것 마냥 커진 사태에 M군이 많이 당황했다고 한다.

그렇게 서로의 감정을 털어내고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 E군에게 화두를 던졌다. E군이 아직 어려서 감정 조절이 안되 이렇게 된걸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면 사람대 사람으로써 그건 좀 아니지 않나하는 인간대 인간으로써 해줄수 있는말을 속으로 곱씹으며 E군이 말하는것을 들었다. 좀처럼 E군이 자신을 속내를 들어내지 않는다. 무언가 감추고 있고 부가 말했던 그 상황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숨기는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혹시 부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 

그러자 E군이 의외라는듯 그런 것도 들었냐고 물어왔다. 나는 던진 떡밥을 받아먹는 E군에게 내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할수있는 말들과 비정상적으로 느꼈던 행동에 대해 인지 시켜줄 생각에 들떴었다.

그런데 E군이 말한것을 듣고 나는 눈앞이 깜깜해지는것을 느꼈다.

"부가 그런것도 말했나요? 저도 할말이 있어요"

내가 들은것을 요약하자면 대충 둘이 썸을 탔었다는 것이었다

이 미친 인간은 과대 망상증의 스토커같은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