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렉도르프의 낮잠
(ヴォレクドルフの午睡)

이때를 노렸다고!!! 
검수 안되서 이후 스스로 검수함.


원문









옛 피가 깨어난 격세 유전한 자는 수명이 매우 길다.
하지만 오래살다보면 늙기도 한다. 눈은 침침해지고 날개는 약해진다.
볼렉도르프의 총명한 아마로들을 통솔하는 세토도 나이가 백 살이 훨씬 넘은 몸이라 최근에는 졸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오늘도 또 달콤한 꽃향기에 이끌려 낮잠에 한껏 취하자 그리운 날들의 꿈을 꾸게 되었다.

****

여기는 암 아렝의 수도 나바스 아렌.
뙤약볕이 내리쬐는 거리 한 구석에 매우 앙상한 어린 아마로가 땅에 엎드려 있다. 한창 클 때지만, 물도 먹이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혹사당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
뙤약볕에 달궈진 돌멩이 위에서 눕고 싶지는 않지만 하네스로 짐수레에 고정되어 있기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없다.

어라, 주인님이 오셨네.

거리에 인접한 석조 상점에서 살찐 흄 족 사내가 성큼성큼 다가왔다.손에 든 것은 남자가 애용하는 채찍이다.도마뱀의 힘줄로 만들어진 그걸로 맞으면 어쨌던간 아프다.그래서 아무리 지칠 대로 지쳐 있더라도 시키는 대로 움직여야 했다.

자, 온다. 와. 채찍이 온다.

목인가, 어깨인가, 등인가, 엉덩이인가.얼굴만은 때리지 말아줘.어린 아마로가 눈을 감고 곧 올 통증에 움츠리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항상 맨 먼저 날아오는 채찍이 오지 않았다.
눈을 뜨고 놀랐다.
아직 소년이라고 부를만한 젊은 남자가 몸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쇠도끼를 메고 서 있었다.
마른 아마로와 살찐 남자 사이에 끼어든 것이였다.

"찾았다고, 라문스!아니 여우 제이드라고 불러야 할까?"

이것이 후에 「세토」라고 이름이 붙여지게 되는 아마로와 모험가 아르버트의 첫만남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몇 달 사이에 나바스 아렌의 시장에서 가짜 보석이 발견되었다.숙련된 감정사의 눈조차 속일 정도의 정교한 것이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신뢰와 명예를 훼손당한 나바스 아렌의 보석상 조합은 이 수수께끼 같은 사기꾼을 여우 제이드라고 이름을 붙이곤 막대한 현상금을 내걸었다.
하지만 잡히지 않았다.
많은 모험가가 각지에서 상금을 노리고 모였으나 밝혀낸 것은 여우가 시장에 푼 가짜뿐이었다.
이 상황을 마무리한 것은 이제 막 모험가가 되었던 아르버트와 라미트였다.그들은 왕국 기사 출신의 숙련된 모험가 브란덴의 도움을 받아 환영 마법을 교묘하게 이용한 위조지폐 제작의 비밀을 밝혀내고 마침내 라문스라는 남자를 사로잡게 되었다.
세 사람은, 쟁취한 상금을 나눠 가졌다곤 하지만, 술꾼인 브란덴에게 큰돈을 건네주면, 하룻밤에 술값으로 사라질 것은 분명 했다.라미트는 할부로 줄거라고 했고 마지못해 이를 인정하면서 브란덴은 정식으로 일행에 합류하게 되었지만 이는 다른 이야기이다.
그런데 난생 처음 큰돈을 손에 쥔 아르버트는 어디에 썼을까.
그것이 그 깡마른 아마로를 매입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놀라웠다.라문스의 소유물이었던 아마로가 나바스 아렌 당국에 의해 압수됐다는 소식을 듣고 두말없이 매입 협상을 진행한 결과였다.
아르버트가 데려온 깡마른 아마로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맥없이 주저앉았다.그러자 브란덴이 어이없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어이, 제정신이냐.꼬맹이. 그 깡마른 것을 어쩌려고. 긴 여행은 커녕, 일주일도 견딜 거 같지 않은데 말이지. 구워먹는다고 해도 뼈가 앙상하잖아."

짐덩이 취급당한다는 사실이 전해졌는지 아마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코를 킁킁거렸다.
한편, 아르버트는 아마로의 턱 밑을 어루만지며 상쾌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저 아저씨는 신경 안 써도 돼. 세토. 영리한 너를 누가 잡아먹겠어? 둘이서 브란덴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자!"

어째서. 아르버트가. 세토라고 이름 붙인 이 아마로에 빠져들었는가.
물론 그가 어쩔 수 없을 정도의 좋은 사람이고 가치가 없어 살처분될 뻔했던 세토를 불쌍히 여겼던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세토의 재능을 간파하고 있었다.
코루시아 근해의 작은 섬에서 태어난 아르버트는 고향인 산골에 같은 나이대의 친구가 없었기에 산과 짐승을 벗삼고 자랐다는 이야기가 있다.유일한 혈육인 할아버지에게 혼이 나면서도 온갖 짐승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가축인 아마로도 당연히 포함된다.그래서 그는 눈치채고 있던 것이였다.세토가 주저앉는 것은 원래 주인의 안좋은 취급을 견디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체력을 보존하려는 지혜라는 것을.



"자, 해보렴. 세토!"

아르버트가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내자 세토는 앰버 필드 황무지에 납작 엎드렸다.그러자 아르버트는 브란덴과 라미트를 데리고 근처 바위틈에 몸을 숨긴다.무역상의 위협이 된다며 토벌 의뢰로 나온 코요테 무리를 세토를 미끼로 사용해 꾀어내려는 것이였다.

"저 먹을 게 없는 비쩍 마른 아마로를 미끼로 해서 제대로 낚을 수나 있을까..."

커다란 몸을 조그맣게 웅크린 브란덴이 의심하는듯한 말투로 이야기 했다.
정작 세토는 새로운 주인에게 당황하고 있었다.이전 주인들과 달리 아르버트는 전혀 채찍을 쓰지 않았다.그렇기는커녕 매우 친절했다.먹이도 물도 넉넉히 주고 털고르기까지 해 줬다.그에게 턱 밑을 긁히면 왠지 꿈까지 꿀 정도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또 있다.아르버트가 여러 가지 재주를 가르치려고 했던 것이였다.그를 화나게 해서 모처럼 받는 좋은 대우를 헛되게 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그렇기 때문에, 세토는 세토나름 대해 왔는데... 설마 제물이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역시.인간은 신용할 수 없어.

어딘가 체념을 닮은 심정으로 황야에 누워 있다보면 정말 코요테 무리가 나타나려나.듬뿍 주어진 먹이는, 이 때문이었는가.라고 생각했는지는 정확힌 알수 없다.

"세토, 이제 됐어.이리 와!"

도끼를 든 아르버트가 바위 그늘에서 뛰쳐나와 사납게 달려오는 것을 보얐다.
아무래도 버려지지 않은 것 같았다.세토는 벌떡 일어나 전력을 다해 주인의 곁으로 달려갔다.아직 학대의 영향이 남아 있는 세토는 하늘을 날 수 없었 던 것이였다.필사적인 모습으로 날개를 펄럭이며 볼품없이 달리는 모습을 본 브란덴은 눈물을 글썽이며 크게 웃고 있었다.

"오호라,앙상한 녀석이 허둥대는구만!"

또 바보 취급당했다고 직감한 세토는 굳이 진로를 바꾸었다.
브란덴 쪽으로 달려가 머리 위를 뛰어넘었다.그렇게 하면 세토를 쫓던 코요테 무리는 웃고 있는 덩치가 큰 사내를 덮치게 된다.

"빌어먹을, 저 바보 같은 아마로 놈!"

이번에는 브란덴이 당황할 차례였다.
이렇게 무역상 습격범을 소탕한다는 의뢰는 완료되었고 보수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후 아르버트 일행은 차례로 마물 토벌 의뢰를 성공했다.세토는 때로 약한 모습의 사냥감을, 때로는 세력권을 침범하는 도전자를 연기해 표적을 유인해 냈다.
앰버힐의 주인이라고도 불렸던 거대 포르스라코스를 상대로 한 건에서도 세토의 명배우스러운 모습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놀랍게도 세토는, 포르슬라코스의 암컷의 목소리를 흉내낸다고 하는 아르버트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기술을 보이며 보기 좋게 신출 귀몰한 토벌 대상을 끌어낸 것이였다.
상처를 입고 도망치던 포르스라코스를 쫓아 그 둥지에 도착한 일행은 격투 끝에 이를 무찔렀다.

"이봐, 두사람! 이건 상당한 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혹독한 더위의 황야에서도 결코 투구를 벗지 않는 드워프족 라미트가 말했다.

"오.이건 굉장한데.포르슬라코스가 빛나는 걸 좋아한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마른 풀로 짜여진 둥지에는 주인이 모았던 귀금속이 남아 있었던 것이였다.브란덴은 유난히 큰 황금빛 메달을 집어들더니 태양에 비춰 보았다.

"특히 이건...나바스 아렌 왕가가 전공을 세운 장수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200년 이상 전의 물건이지만, 무덤에서 파헤쳤거나 덮친 상대의 소지품이었거나...어쨌든 고물상에 갖다팔면 꽤 값을 받겠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브란덴이 전리품 메달을 품에 넣으려 할 때 불쑥 옆에서 아르버트가 손을 내밀어 제지했다.

"잠깐,브란덴.이 메달은 오늘 일등공신이 차지해야 하지 않을까?"
"뭐라고? 그럼 내가 손에 넣어야지.이곳의 주인의 거센 일격을 방패로 막아내고 그 목에 칼을 내리친 게 누구였더라?"
"그건 아저씨지만.하지만, 오늘의 MVP를 꼽자면 훌륭하게 이 놈을 유인해낸 세토잖아."

앨버트는 보따리에서 가죽끈을 꺼내 메달에 엮어 살짝 세토의 목에 걸었다.

"세토. 너는 자랑스러운 파트너야!"

세토는 기세 좋게 코를 킁킁거렸다.
자만하듯,자랑스럽게...

"후후,나도 메달을 세토한테 주는 걸 찬성해.브란덴에게 줘봤자 어차피 내일이면 술값으로 사라질테니."

라미트의 비웃음을 받아서 브란덴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항복이다, 항복! 오늘 MVP는 세토로 결정이다.정말이지, 대단한 아마로야!"

이렇게 해서 세토는 아르버트의 파트너로 일행에게 인정받는 존재가 된 것이었다.
이후 암 아렌에서 마물 토벌을 계속 성공시킨 모험가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에게 접촉 하는 자가 나타났다. 그자는 미스텔족 사냥꾼 렌다 레이였다.
이어서 레이크랜드 땅에서는 사라진 명문 귀족의 딸에 대한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은회색 머리의 검사 실바를. 다시 찾은 암 아렌에서는 같은 의뢰를 받은 라이벌로 마주쳤던 고고한  마도사 나일벨트를 차례대로 일행이 되었다.

동료가 늘어나며 그리고 여행은 계속 된다.
힘들고 괴롭고 슬픔에 찬 일도 많았지만 역시 즐거운 여행이었다.


***

잠에서 깨어난 세토는 그 목에 걸린 메달의 무게를 느끼며 가볍게 코를 킁킁거렸다.
그건 한 번은 잃어버렸던 것이였다.마을에 가까워진 죄를 먹는자를 물리치다가 이미 성장한 몸에 맞지 않던 가죽 끈이 끊어져 호수의 바닥에 가라앉았던 것이다.
그런 메달을 그 사람은 찾아주었다.
지금 이렇게 목에 걸려 있는 가죽끈은 리다 란의 요정들에게 부탁해 새로 맞춘 것인데... 그래서 그리운 꿈을 꾼 거겠지.
또 여행을 하고 싶다.라고 세토는 생각했다.
늙은 몸으로는 세계를 누비는 것은 무리겠지만, 호수 너머까지라면 날 수 있을 것이다.
이 꿈을 보여주었을 "꿈을 엮는" 요정들에게 감사를 표하러 갈 것이다.
세토는 활짝 날개를 펼쳐 보였다.
자, 날아보자.그때 처럼...늙은 아마로 나름의 작은 모험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