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 6월 15일 새벽 01시 31분, Twitch 스트리밍 팀 Arthars Group이 절 알테마 웨펀을 W11th로 클리어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Arthars의 클리어를 축하하는 와중에, 국내 커뮤니티에 절 알테마를 클리어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Arthars Group에서 함께 구른 Doobi님이었죠. 많은 사람들이 유명 Twitch 스트리머인 Arthars와 함께 한 공대원에 한국인이 있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Doobi님과 '아주 약간의' 친분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인터뷰를 요청드렸는데, 흔쾌히 승낙해주셨습니다! 인터뷰는 Discord 화상 채팅으로 진행했습니다. 저도 Doobi님도 처음 해보는 인터뷰라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쉬는 시간도 없이 1시간 30분동안 시간 가는줄 모르고 떠들었습니다. 

'Arthars Group'의 결성 비화와 '절 알테마 웨펀 파괴작전'에 관한 다양한 얘기들을 준비했으니 레이드에 관심 많은 분들은 부디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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ー우선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Doobi: 안녕하세요. 한국 모그리 서버에서 뚜밥이라는 닉네임이었지만, 현재는 한섭을 관두고 글섭 Mana 데이터 센터의 Asura서버에서 플레이하고있는 Doobi Doob이라고 합니다. 



공대에 대해 

ー우선 공대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Twitch 유명 스트리머인 Arthars와 함께 플레이한 사람이 한국인이었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이번 공대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Doobi: 원래는 절테마를 한섭 공대 멤버였던 사람 몇 명들과 하려했는데, 시간 문제 등으로 8명이 안 모여서 각자 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늦게 깨면 스포당하고 깨게 되는게 싫어서 빨리 깨보고 싶었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로드스톤을 기웃거리다가, 절 알테마 열리기 3주 전쯤에 나이트만 오면 출발하는 조기공략 공대 모집 글이 있어서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대장님인 Cre Scent님께 연락을했는데, 저랑 일본어로 디스코드로 간단히 면접을 해보시더니 이정도면 외국인이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나봐요. 그리고 하는 말이 ‘여기 MT가 싱가폴 사람인데 영어로도 의사소통을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영어 가능하다고 하니깐, ‘그러면 둘이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라’는 느낌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제 일본어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데, 어찌보면 이 MT 덕분에 운 좋게 들어온거죠. 이 MT가 Arthars인지는 들어가고 나서 알았어요. 

ー그럼 공대 모집글 봤을 땐 Arthars가 있었다는 걸 몰랐나보네요? 

Doobi: 로드스톤에서는 그냥 조기공략하는 공대라고만 적혀있었습니다. 저녁 5시부터 새벽2시까지 하는 공대라고만. 

ー그럼 그전까진 Arthars와는 애초에 모르던 사이였던 건가요? 

Doobi: 네, 방송에서 ‘저 사람 재밌게 하는 사람이구나’하는 것만 알았지 같이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ー공대에서 조기 공략이라고 모집했다는데, 다들 어느정도 목표하던 점이 있었나요? 월드 레이스라던가 월드 퍼스트로부터 얼마 안에 클리어라던가. 스트리머들 중 가장 먼저 클리어라던가. 

Doobi: 공대원들한테 목표를 물어본 적은 없는데, 그냥 사람들이 얘기하는걸 들어봤을땐 월드 레이스 3,4위 안까지 들어가거나 하고싶어하는 느낌은 못 받았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사실 월드 레이스를 한다고 하면 방송은 안 하려고 하잖아요. 우리 방송을 보고 다른 공대들이 다 따라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Arthars가 시작 몇 일 전쯤에 마이크같은거 전부 오픈하고 공략하는 걸 방송해도 되냐고 질문을 했었고, 공대원들이 방송을 해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이걸 듣고 ‘아 이 사람들이 월드 레이스까지 하려는 건 아닌가보다’ 했습니다. 

방송에서는 Mr Happy나 Haru Glory같은 사람들이 진도가 빨랐잖아요. 저희는 처음 1, 2일차에 항상 다른 스트리머들에 비해 진도가 밀려있었는데, 3일차에서 거기 분들이 난격과 폭격에서 막힐 때 저희가 많이 따라잡았거든요. 이 때 쯤부터 공대원들이 빠른 클리어에 욕심을 낸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ー막상 클리어하고 보니 W11th입니다. 좋은 성적이라 생각하는데, 어느정도 예상했었나요? 

Doobi: 사실 스트리머들 중에서는 저희가 마지막 페이즈를 가장 먼저 봤습니다. 난격을 제대로 처리 못 했는데 운 좋게 힐러 1명이 부활을 받아서 본 건데요. '이 정도면 4, 5위까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같은 섣부른 희망을 가졌었죠. 그러다 나중에 W1st, W2nd가 나오고 W3rd도 나오고 나니 다들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라도 깨자’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이 쯤에 W10th정도에 깨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ー공대 내에서 좋았던 부분을 꼽자면? 

Doobi: 'ffxiv작전실'(https://ffxiv.phone.exdreams.net/)이라고, 온라인으로 그림판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이걸로 전략 회의를 많이 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많은 스트리머들이 1운동회(추격)을 많이 어려워했었는데, “보호막 다 두르고 이프리트 십자 장판을 한대 맞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하다보니 DPS가 그걸 맞아도 사는 모습을 확인했거든요. 이걸 저희가 제일 먼저 시도해봤고, 이후에 다른 스트리머들도 이 방법을 따라하는 모습을 보니 되게 좋았습니다. 진도가 느리긴 했지만, 저희만의 기믹 파해법을 퍼뜨린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1운동회에서 2연속 랜드 슬라이드가 나올 때 타이탄을 먼 곳으로 유도하고 옆으로 잠깐 빠졌다가 다시 들어오는 방법을 제일 먼저 썼었습니다. W1st와 W2nd는 이걸 어려운 방법으로 넘겼는데, W3rd부터는 저희가 하는 방식대로 쉽게 넘기더라구요. 이걸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ー기믹 파해가 빠르고 확실한게 많았군요. 

Doobi: 남들이 채택해 줄 정도니깐, ‘우리가 이 기믹을 잘 파해한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ー나름대로 자랑스럽기도 했겠네요. 

Doobi: 기분이 좋긴 한데 결국엔 늦게깨서, 저희 방법이 아니라 “W3rd 방법”이 됐거든요. 결국 제일 먼저 깨는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거 말고도 비화가 있는데, 난격 처리가 너무 어려워서 공대 일정 끝난 뒤에 지인 분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그거 절바하 군룡처럼 다같이 쭉 돌면 되는거 아니냐”고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그림을 그려보며 생각을 해보니 정말 괜찮은 생각인 것 같더라구요. 너무 놀래서 공대 일정이 다 끝났는데도 공대원들을 다 불러 모아서 그 방법에 대해 그림으로 설명을 했어요. 이거 듣고선 Arthars랑 음유시인(Iaana)님이 되게 좋고 쉽다고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여기서 돌감옥을 어디다 둬야하는지 생각을 못 해서 결국 채택은 안 됐는데, 저는 나중에 지인들과 절테마를 하게 될 때 이 방법대로 한 번 해보고싶다는 마음이 남았었어요. 단순하고 간단해보여서 좋은 파해법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얼마 뒤에 공개된 W2nd킬 영상을 보니 이 방법대로 깼더라구요. 그걸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죠. 

ー먼저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생각했던 대로 공략되버려서 아쉬웠군요. 

Doobi: 그렇죠. 그리고 공대원들도 처음엔 무시했었는데 W2nd가 깨고 나니까 “Doobi씨가 말했던 그 방법, W2nd랑 똑같은데 한 번 써볼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저희도 그 방법으로 클리어했습니다. 

ー처음 연습할 땐 다른 방법을 쓰다가 "W2nd 방법"으로 갈아탄 거네요. 

Doobi: 처음 연습할 때는 W1st방법 그대로 따라갔었거든요. W1st가 확실한 방법이긴 한데 너무 어려워서, 모두가 잘 해야한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W2nd 방법대로 해보다가, 이것도 뭔가 어려운 것 같아서 W1st방법대로 해보다가... 이래저래 바꾸다가 시간을 많이 날렸죠. 




ー공대 첫날 활동을 마쳤을 때의 소감이 어땠나요.  

Doobi: 사실 첫 날엔 굉장히 불안했습니다. Arthars 트위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용기사(Taka)님이 파판을 시작한지 6주 되시는 분이거든요. 용기사 장비도 풀파밍이 아니고, 저희와 절바하 깼을 때는 파판 시작한지 3주 될 때였어요. 전 그걸 몰랐거든요, 당연히 모든 사람이 절바하를 깬줄 알고 공대에 들어갔었죠.  

첫날 공대장이 “우리 절바하 안 깬 사람이 한 명 있다”고 하는거에요. 그래서 ‘뭐 트리니티를 봤거나 전멸기를 본 사람인가보다’ 했는데, 처음 모이고 저를 파티 초대하더니 4명/4명 갈라져서 계속 “강엔 종묘”를 도는거에요. ‘내가 이걸 왜 도는거지?’ 하면서 계속 돌다가, 제 절바하용 장비를맞춰주려는 건가 해서 “난 이미 델타 장비가 갖춰져 있다, 이걸로 돌겠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공대장이 “한 명이 장비가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하셨어요. 알고보니 그 용기사였습니다.  

용기사님 장비를 대충 맞춰주고 절바하에 들어갔는데, 공략도 처음 읽어보고 와서 dps도 되게 낮았거든요. 그 분 덕분에 절바하 클리어까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습니다. 아무도 안 죽었는데 트리니티 못넘어가고, 금바하 전멸기에 죽고. 그래서 Arthars도 처음에 욕을 엄청 많이 했습니다. ‘dragoon 괜찮냐’고, ‘장비 풀템 만들어지는거 확실하냐’ 이런거 계속 물어보고. 

그분이 저희와 절바하에서 합을 맞춘지 5일정도만에 깼었는데, 엄청나게 빠르게 dps 정상화시키고 기믹 실수도 안하시더라구요. 진짜 놀랐습니다.  

ー그럴 만도 하네요, 3주만에 그 정도면. WoW라던가 다른 게임이라도 했다고 하던가요? 

Doobi: 어떤 게임을 했는가는 안 물어봤는데, 아마 공대장의 현실 지인인 것 같았습니다. 제 생각엔 용기사님의 게임 센스가 원래 좋으니까, 공대장은 ‘이 사람 데려와도 적응이 될거다’는 확신을 갖고 콜을 한 것 같습니다. 

ー거의 공대를 갖고 도박을 한 수준인데요? 

Doobi: Arthars 뿐만 아니라 저도 공대장한테 “저 사람 너무 불안하다, 바꾸면 안 되냐”고 어필을 했었습니다.  

ー첫 날 불안할 수밖에 없었네요. 

Doobi: 풀파밍도 안 되고 미숙한 용기사를 데리고 왔으니까요. 처음 봤을 때 영식도 되게 못 했었습니다. 저도 주변 지인들한테 ‘이 용기사 어떻게 안되면 탈주할 거’라고, ‘용기사 때문에 탈주하고 싶다’고 했었죠. 그런데 그 5일동안 합 맞추면서 공대장이 용기사한테 너무 강한 신뢰를 보였거든요. 공대장은 힐러인데, 워낙 잘 하기도 했고요. 잘 하는 사람이 믿고 데려올 정도의 사람이라는 생각에 어쨌든 믿어봤죠. 

ー알테마에서는 어땠나요? 

Doobi: 알테마에서는 문제 없었습니다. ‘저 사람이 파판 시작한지 얼마 안된 초보다’라는 생각을 해 본적 없을 정도로 잘 했어요. 물론 장비가 안 좋아서 딜이 낮은 건 있었지만, 아무 신경을 안 써도 될 정도였어요.  

ー그러고보면 절 알테마 패치로부터 2주차에 클리어했습니다. 용기사가 풀템이 아니었다면 1, 2주차에 dps 차이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Doobi: 없었습니다. 사실 용기사 바지가 나왔으면 좋았는데 결국 안 나왔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딜이 낮은건 아닌가 걱정을 했어요. Entropy가 W1st로 클리어했을 때 거의 전멸하다싶이 하면서 깼잖아요.  

그런데 공략을 진행하다보니 W1st의 방법은 2운동회때 알테마 에테르를 과도하게 많이 쌓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희는 dps를 최대한 내기 위해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녹색 구슬 처리를 했습니다. 우리가 좀 위험하게 알테마 에테르를 적게 쌓고 딜타임을 길게 챙길 것이냐, 아니면 안전하게 하는 대신 알테마 에테르를 많이 쌓고 전멸기를 앞당길것이냐는 선택지가 있는데, 저희는 위험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선택한거죠. 선이 짧아서 위험하긴 했는데 덕분에 마지막에는 생각보다 널널하게 클리어했죠.  

ー조합도 나쁘지 않았죠.  

Doobi: 평범한 용닌음솬으로. 

ー용닌음솬 세니까. 

Doobi: 괜찮은 것 같아요 용닌음솬. 물론 닌자를 안 쓰는 추세이긴 하지만요. 

ー닌자를 안 쓰는 추세인가요? 그렇다기보단 3원딜으로 하기엔 닌자가 낄 자리가 없는 건 아닌가요? 

Doobi: 그렇기도 하고, 알테마 페이즈에서 속임수 공격을 넣어서 풀 시너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3번밖에 없어서 더 안 쓰는 것 같기도 해요. 

ー후방을 못 잡아서? 

Doobi: 네. 속공을 넣어서 다른 파티원까지 이득을 뽑아먹을 기회가 3번? 4번 그 정도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닌자를 넣는 체감이 다른 레이드보다 적은 것 같아요.  

ー사실 닌자 뿐만 아니라 나이트도 구설수에 올랐잖아요. W1st의 전사 Raffter Senpai가 “나이트 별로다”고 발언하고, 2주차 파밍을 암전 조합으로 하기도 했죠. Doobi님이 나이트로 클리어한 유저로서 절테마에서의 나이트 장단점을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Doobi: 일단 타이탄까지든 어떤 조합이던 아무 상관도 없구요. 일단 암전으로 하면 나이트보다 딜은 훨씬 잘 넣을 수 있습니다. 나이트가 알테마에서 레퀴스캣을 쓰고 홀리 스피릿을 5번 꼽을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 되게 불편하고, 탱크버스터 자체가 생존기 2개 이상을 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데미지입니다. 여기서 나이트 생존기가 빡빡해서 충방을 켜서 막아야할 때가 있어요. 실제로 충방을 켜게 되면, 나이트가 다른 탱커들에 비해 dps 하락폭이 크잖아요. 이런 점들을 보면 다른 탱커들보다 dps가 안 나오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처음에는 나이트를 써야한다는 생각이 드는게, 패시지 오브 암즈와 디바인 베일, 클레멘시 때문입니다. 마지막 페이즈에서 탱커 2명이 구슬을 처리할 때 전사한테 항상 클레멘시를 써주거든요. 그때 힐러는 탱커 힐까지 봐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제가 쓰는건데, 클레멘시 힐량만큼의 힐을 힐러가 더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즈에 파티 버스트가 3번 있는데(절바하의 몬아파 만큼 아프진 않지만), 저희는 첫 번째에 쉐이킷 오프, 두 번째에 디바인 베일, 세 번째에 패시지 오브 암즈로 뎀감을 했거든요. 이게 없으면 2번을 더 아프게 맞아야합니다. 힐러들이 잘 하면 전암으로도 상관 없겠는데, 그게 아니라면 전암 조합은 추천 못 하겠습니다. 

ー선택이네요. 선택이기도 한데, 진도 나갈 때는 무조건 나이트가 낫겠네요. 

Doobi: 그렇죠. 천하무적도 있고, 클레멘시로 힐 한 번이라도 더 땡길 수 있으니까요.  

ー사실 진도 나간다는 것도 생각할 부분이 하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적마도사. 적마도사가 진도 나가는데 좋아서 적마도사로 전멸기까지 갔어요. 여기서 사람들도 다들 기믹에 적응을 했으니 소환사로 바꾼다고 생각한다면, 소환사의 딜/무빙 택틱을 처음부터 익혀야하잖아요. 
그럴바엔 처음부터 소환사로 가서 진도를 빼면서 딜/무빙 택틱까지 연구하는게 맞는지? 그렇다고 처음부터 소환사로 가기엔 적마도사보다 공대 진도가 느리잖아요. 이 딜레마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Doobi: 저는 나이트나 적마도사같은 보조 계열 직업으로 진도를 나가는게 100% 맞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알테마 운동회때 타이탄이 발구르기 8번씩 쓰는 부분을 처음 가면 힐러가 무빙을 하면서 힐을 한다는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이런 부분에서 저희는 그냥 탱리밋을 쓰면서 연습했거든요.  

사실 레이드에서 제일 중요한게 힐러거든요, 힐러가 못하면 다음 진도를 나갈 수가 없어요. 까놓고 딜러는 전멸기 보기 전까지 아무것도 안 해도 되거든요. 레이드의 열쇠를 힐러가 쥐고 있는데 이 힐러를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는 직업이라면, 나중에 직업을 바꾸더라도 처음에는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마도사는 부활 마나 줄여주고 힐러 신속마 아껴주고, 나이트도 실드쓰고 힐쓰고 천하무적으로 한 대 버텨준 다음 못 봤던 기믹 확인하기도 하고요. 

ー공대 입장에서 트라이를 적마로 한 다음 전멸기부터 소환사로 바꾸길 요구하는 곳도 많잖아요. 이 요구 자체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Doobi: 그정도 요구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통 잘 하시는 분들은 같은 직업군의 직업 두 세개씩은 숙련이잖아요. 오히려 그 분들은 스왑 요구를 받아도 싫어하진 않지 않을까요? ‘내가 이정도 할 수 있다’는 걸 존중해주는 요구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2개 직업 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스왑해달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내일까지 타임라인 보면서 쿨기 배분같은 준비해올게’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월드 레이스 할 실력을 가진 분들에게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ー민감한 질문일 수 있는데, 사실 Arthars의 스트리밍에서 비난이 심했습니다. 어느정도 알고 계셨나요?

Doobi: 스트리밍을 많이 봤기 때문에 알고 있었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도 제 방송보단 Arthars 방송을 많이 봤거든요. 제 방송보다 더 다이나믹하잖아요(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지인들이 거기서 나온 내용들을 저한테 안 알려주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뭐 저는 이미 클립으로 다 봐가지고 알고 있었습니다. 

ー실제 컨디션에 영향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Doobi: 별 영향을 주진 않았습니다. Arthars가 오랜 기간 스트리밍을 해왔는데 원래 욕을 많이 하고, 항상 분노해있는 컨셉으로 방송을 하잖아요.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ー정말 안 받았나요? 그럼 혹시 Arthars가 방송 끝나고 따로 ‘내가 방송에서는 이렇게 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던가 하진 않았나요? 

Doobi: 얘기 했어요(웃음). 저희 디스코드 안에서 얘기했죠. 사실 제가 먼저 Arthars에게 얘기했는데, 제 얘기가 아니고 소환사(Aqu Myon)님을 스트리밍에서 심하게 욕하는 클립이 있었어요. 레이드라는게 다같이 실수하면서 깨는 건 데, 그 중에 우연히 소환사님이 실수가 많았을 뿐이잖아요. 그래도 우리가 조기 공략이고 8명이서 한 팀인데, ‘이 멤버라면 반드시 클리어 할 수 있으니깐 좀 실수해도 격려해주며 가자’는 분위기를 원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Arthars한테 ‘소환사와 다른 팀원들에게 사과해라, 난 믿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혹시 사과가 없거나, 앞으로 개선된 모습이 보이지 않거나 한다면 공대활동을 계속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Arthars가 사과하면서, 이런 부분은 예전 공대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고 얘기했습니다. 자기도 본심으로 하는게 아니라 먹고 살아야되니까 하는 거라고(웃음). 방송 컨셉으로 하는거지 진심으로 하는게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사과하고 잘 끝났어요. 

ー꼭 Arthars의 문제 뿐만 아니라, 가끔 트라이가 길어지면 공대 분위기가 처지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이럴 때 분위기 전환을 잘 해주는 ‘분위기메이커’ 공대원 한 명을 꼽는다면? 

Doobi: 저흰 딱히 그런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따진다면 분위기가 처진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게 한섭 공대 할때랑 많이 다르다고 느꼈던게, 한섭 공대에서는 자기가 목표한 바가 있었는데 팀원 실수가 나고 그러면 한숨을 쉰다던가, 그 원인에 대해 과도하게 파고들어서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여기 분들은 좋다고 느꼈던게, 죽으면 ‘너 아까 왜 죽었는지 아니?’라고 이유를 먼저 물어봐요. 그래서 ‘내가 뭐때문에 죽었는지 안다. 그런데 다음에 잘 할 수 있다’고 하면 그냥 바로 카운트다운 올려버려요. 왜 죽었는지 모를 때에만 저희가 다 같이 원인을 찾고, ‘단순히 실수였다’고 하면 더 이상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버려요. 그게 저희가 분위기도 다운 안 되고 진도도 잘 나간 비결이라 생각해요. 다같이 연습하는 과정인데 한 번만에 잘 할수는 없으니까, 그 사람이 익숙해질 때까지 이유만 안다면 계속 기다려줬습니다. 

ー저도 일본인들과 공대를 진행중이지만, 외국인들과의 공대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그들만의 게임 언어를 알아야하고 유머 코드도 맞지 않아 분위기 잡기도 쉽지 않았는데, Doobi님은 잘 극복해 냈다고 생각하시나요? 

Doobi: Arthars는 공대 톡은 꺼둔 상태로 자기 방송에서 마이크 쓰는 상태였고, Arthars 빼놓은 저희 7명끼리의 분위기는 괜찮았습니다. 저는 일본어를 정말 못하는 편인데 일본쪽이랑 보이스 콜을 맞추기 위해 스킬 이름이라던가 기본적인 회화같은 것들을 게임 밖에서도 많이 공부했습니다. 이게 많이 도움이 됐고, 사람들이 쓰는 말을 계속 캐치하면서 저도 따라 써보면서 익숙해지려 노력했습니다.  

물론 공대원들이 일본어가 부족한 저를 위해서 쉬운 단어, 느린 속도, 영어 번역, 그림 등으로 많은 배려를 해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절 알테마 파괴작전에 대해 

ー절 알테마 자체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전반적으로 어땠습니까? 

Doobi: 공략 없이 박은 기준으로 생각하면, 제가 제일 재밌게 했던 율동 4층보다도 재밌었던 최고의 레이드였다고 생각합니다. 각성의 존재 때문인데, 첫 날에 10시간정도 달리면서 타이탄 전멸기까지 봤거든요. ‘아 내일은 알테마 보겠네, 이러면 3,4일만에 클리어해버리는거 아냐?’ 생각하고 자러 갔어요. 그런데 다음날 자고 일어나보니깐 저희가 했던게 다 물거품이었어요. 

모든 공대가 하루를 다 날려버린건데, 저는 이 뒷통수를 맞은게 되게 신선했거든요. 저희 다들 ‘아 이거 만든사람 되게 재밌는 사람이다’라고 했습니다. 한섭에서 하게된다고 치면 각성을 다들 안 상태로 하는거니깐 절대로 이 경험을 할 수 없거든요. 

ー난이도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Doobi: 절바하보단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파밍 단계를 생각하면 절바하보다는 쉬울 것 같습니다. 절바하는 트리니티에서 죽어도 금바하에서만 안 죽으면 커버가 되잖아요. 심지어 금바하에서도 후반에 죽은건 커버가 되는데, 알테마같은 경우는 율동 3층의 고양감처럼 한 명이 죽으면 클리어가 힘들어집니다. 트라이 기간 동안 알테마가 나온 이후부터 한 명도 죽으면 안 된다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 어렵게 느껴진 점은 절바하는 운동회와 딜하는 페이즈가 따로 분리가 되있었는데, 절테마는 운동회 도중에도 항상 알테마를 때릴 수가 있어요. 이게 굉장히 어렵게 만든 요소같아요. 이번 알테마가 탱커, 근딜에게 되게 안 좋은 구조였습니다. 근딜들은 정말 욕 해도 괜찮아요. 

물론 파밍 단계에서는 전멸 기믹이 상대적으로 적은 알테마가 쉽다고 느껴집니다. 알테마 페이즈에서도 1명 정도의 사망자가 있어도 클리어는 충분히 가능하기도 하구요. 기믹에 랜덤성이 거의 없고 유도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편안하기도 합니다. 



ー이번 알테마에서도 정말 다양한 기믹이 있었는데요. 각성이라던가 타이탄 홀인원, 연속 3단LB, 마지막 처형쇼 등. 처음 봤을 때 공대가 가장 달아올랐던 기믹은 어떤거였나요? 

Doobi: 아무래도 타이탄에서 감옥 3개 터뜨려서 타이탄을 각성시키는걸 처음 성공했을 때네요. 정말로 그때가 제일 기뻤던 것 같아요. 그게 정말 어려웠거든요.  

한국 서버에서 절바하 하셨던 분들이 가동격벽 들어가서 연습했었잖아요. 그것처럼 저희도 연습을 하려고 머리에 랜덤징 찍는 매크로 20개정도 만들어서 진타이탄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서 타이탄 잡은 다음 좁아진 맵에서 서로 콜해주는 연습을 했어요. 머리에 징 뜨면 자기 콜하면서 순서대로 서는 연습이었는데, 15분정도 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ー사람들한테 진타이탄 가서 연습하자고 했을 때 뭐라 그러던가요? 

Doobi: 그 전에 사실 제가 밑밥을 좀 깔았어요. ‘예전에 한섭에서 절바하를 할 때 이게 연격에서 도움이 됐었는데, 다들 연습하러 가지 않겠냐’ 했더니 몇 분이 괜찮다고 해서 15분 재밌게 하다 나왔죠. 

ー절 타이탄을 잡다가 진 타이탄 잡으면 기분이 이상했을 것 같습니다. 

Doobi: 분명 8명중에 누군가는 ‘여기 왜 왔나’ 싶었을 겁니다. 밖으로 표출은 안 하셔서 전 잘 모르지만, 대답해줬던 사람들은 다 괜찮다고 했어요. 

ー실제로 클리어할 즈음에는 타이탄 각성 성공률이 얼마나 됐나요? 

Doobi: 10번 하면 9번은 성공했습니다.




ー그러고보면 스페스페로 타이탄 감옥을 판단하는 방법이 있었죠. 이런 트리거나 줌핵을 사용하는 것도 의견이 다양한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Doobi: 저는 다른 사람들이 이걸 쓰는게 잘못됐다는 생각은 안 해요. 근데 레이드를 만든 사람이 좀 더 어렵게 풀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이걸 도구를 이용해서 쉽게 풀은 거잖아요. 이걸 쓰면 원래 난이도만큼 못 즐기니까 조금 손해를 본다고 생각해요. 어려운걸 하려고 절을 하는거잖아요. 그걸 스스로 너무 단순하게 만들어버리면 스스로 레이드의 재미를 떨어뜨려버리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ー절바하 넬때는 트리거 쓰셨나요? 

Doobi: 아 넬때는 트리거 썼습니다(웃음). 그거는 진짜 보기 어렵더라구요. 글섭에서는 썼는데 한섭에서는 안써도 봐지더라구요. 한글과 외국어의 체감이 다른 것 같습니다. 

ー글섭에서 절바하 할 때 E클라였나요 J클라였나요? 

Doobi: E클라였습니다. 

ーE클라면 힘들죠. 

Doobi: 볼려고 하다가 포기했어요. 




ー계속 절바하랑 비교가 되는데, 이런 사람한테는 절바하가 더 쉽고, 이런 사람한테는 절 알테마가 더 쉬울 것 같다는게 있을까요? 

Doobi: 넬 페이즈가 어렵다고 느낀 사람들한텐 절바하가 더 쉬울 것 같아요. 모든 페이즈가 넬 페이즈같은 게 절 알테마에요. 절바하는 넬페이즈를 제외하고는 뭔가 천천히 가는 느낌이잖아요. ‘나는 넬 페이즈에서 실수가 많고, 넬 페이즈에서 나의 정상적인 딜 사이클을 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테마에서도 딜을 내기 어려우실 거에요.  

이번에 특이한 점이, 절바하는 페이즈가 전부 3분 3분씩 있어서 모든 페이즈마다 3분 버스트를 넣을 수 있고 어그로도 유지되는데, 여기는 모든 페이즈가 약 2분 30초정도에 끝나게 설계가 되있어서 항상 3분 쿨기가 안 돌아오고 보스 어그로도 초기화되요. 이런게 절바하에 비하면 스트레스가 크거든요. 이런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딜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은 절테마를 좀 편안하게 느낄 수 있고, 내가 하던대로만 하다가 조금만 바뀌어도 힘들어하는 분들은 절테마가 어려울 것 같아요. 심지어 트라이마다 보스가 잡히는 타이밍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그때도 쿨기가 다르게 돌아가니까요. 

ー그건 절 바하무트의 넬 페이즈에서도 비슷했어서 일부러 딜컷을 하는 경우도 있었죠. 그러고보니 지금 제 공대는 이프리트에서 마지막 파이어볼 직전까지 일부러 딜컷을 하는데, Doobi님 공대에서도 그렇게 했었나요? 

Doobi: 아뇨, 저희는 그런거 안 기다렸네요. 아무도 그런거에 신경을 안 써줬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저희는 시작할 때 소환사 에테르 1분도 안 기다렸어요. 심지어 마지막 깰때도 안 기다렸어요. 이게 처음엔 되게 어색했었고, 제가 소환사였으면 되게 기분 나빴을 것 같거든요. 

ー에테르정도는 기다려 주시지. 

Doobi: 그런데 3,4일차정도 됐을 때 갑자기 보니까 트라이횟수가 100몇번씩 쌓인거에요. 그러면 그 100몇 트라이동안 1분을 다 기다렸다고 생각하면 120분이면 한 릴 자체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거잖아요. 이렇게 생각하니 그걸 기다려줄 수가 없더라구요. 물론 나중에도 안 기다려주면 그건 좀 심하긴 한데. 

ー월드 레이스 기준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네요. 

Doobi: 소환사님도 애초에 에테르 쿨이 없는걸 기준으로 딜사이클을 연습하고 돌리시더라구요.  




ー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혹시 절 알테마가 절 바하무트보다 먼저 나왔다면 체감이 어땠을 것 같나요? 만약 절 알테마가 절 시리즈 1탄이었다면 둘의 난이도가 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나요? 

Doobi: 좀 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절 알테마같은 경우는 한명이 죽었다고 해서 갑자기 파티가 펑 터지는 기믹은 거의 없거든요. 있다면 타이탄이나 알테마 난격 정도인데, 절바하는 진군도 한 명이 없으면 어스나 템페스트 처리가 문제고, 흑염도 한 명 죽으면 링메가 맞을 사람이 없어지거나 기둥 맞을 사람이 없어서 터지잖아요. 절바하는 첫 운동회부터 한 명이라도 죽으면 안 되는 구조가 많았어서, 절테마 파밍을 다하고 절바하를 갔다면 뭐만 하면 전멸니까 레이드 제작자에게나 공대원 서로에게 불만이 많았을 것 같아요.  

ー게임 자체의 난이도보다는 공대 내 불화가 생기기 쉬워진다는 뜻? 

Doobi: 그렇죠. 사람들이 실수에 더 민감해지고.  

ー‘우리는 이미 절을 한 번 깨본 적이 있는데, Legend 단 놈들이 자꾸 한 명씩 실수를해서 전멸한다’는 느낌이 됐겠네요. 

Doobi: “왜 이런 더러운 레이드를 만들었냐”고 제작자 욕도 많이 하겠죠.  

저도 블라인드로 공략없이 절바하를 해보진 못 했지만, 왜 절 바하무트가 W1st까지 2주가 걸렸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요. 예를 들면 우리가 액재까지 완벽하게 했는데, 다음 운동회인 천지 3초 보고 한 명 죽으면 다시 리트잖아요. 그러면 그 새로운 기믹을 3초 5초 10초를 더 볼려고 계속 그 트라이를 반복하는게 정신적으로 힘들 것 같아요. 

ー전멸기가 많다는게 그렇네요. 알테마는 그런 면은 좀 없었다? 

Doobi: 강제로 전멸시켜버리는 곳은 없다보니깐 모든 공대가 진도는 쑥쑥 나갔던 것 같아요. 율동 4층이 오래걸린 이유도 강제 전멸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ー쉽다 어렵다와 성취감은 또 다를 것 같습니다. 특히 알테마는 마지막 처형쇼가 있잖아요. 어느쪽이 더 짜릿했나요? 

Doobi: 둘 다 비슷하긴 한데, 알테마가 조기클을 해서 그런지 ‘조금’ 더 짜릿했던 것 같습니다. 한섭 절바하를 했을 때도 공략을 다 아는 채로 했었는데 그때도 짜릿하긴 했었어요. 그 날은 새벽에 클리어했는데 너무 흥분되서 잠을 못 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랬어요, 다들 깨고 나서도 디스코드에서 남아서 계속 얘기했죠.  

마지막 전멸기 연출은 개인적으로 절 바하무트보다 절 알테마가 더 멋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해요. 한 명씩 끌려가고 나서, 저는 죽어있으니까 할 수 있는게 ‘부탁해 부탁해!’ 하는 것밖에 없잖아요. 되돌려서 다시 볼때마다 여긴 잘 만든 것 같아요. 

ー처형 쇼에 먼저 끌려가는 사람과 마지막까지 남아서 딜하는 사람의 감상이 다를 것 같습니다. 

Doobi: 저는 뭐 맨날 먼저 끌려가기만 했으니깐 잘 모르겠는데, 남아서 딜하는 사람은 긴장할 것 같아요. 처음 1% 전멸기 봤을 때 저도 딜사이클 실수 했지만, 다른 사람도 실수가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마지막까지 남아있으면 손이 떨리지 않을까 싶어요. 

ー사실 절바하의 마지막 몬아파는 간격이 되게 짧고 빠르잖아요.  

Doobi: 네, 그래서 차이가 확실히 있어요. 절바하는 순식간에 ‘어우 우리 전멸했네’ 같은 느낌인데, 절테마는 끌려가고 나서 남은 사람들이 딜하는 모습을 20초~30초동안 계속 쳐다보고 있어야 되거든요. 그때 알테마 피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가능할까? 잡힐까’하는 의문이 생기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지죠. 저희는 그래도 5명 죽고 잡았는데, 8명 죽고 깬 공대가 되게 많아요. 그 사람들은 진짜 10년은 늙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ー확실히 처형쇼를 넘고 클리어한 팀들의 영상을 보면 다들 절규와 환호가 대단합니다. 확실히 절바하 전멸기에 비해 절테마의 전멸기가 느린 편이라서, 더 드라마틱한 것 같습니다.  

Doobi: 유명 스트리머인 Xenosys도 처음 클리어할 때, 마지막에 8명이 다 죽으니 못 잡는 줄 알고 “No~”하다가 클리어 업적이 뜨니까 순식간에 “Oh yes~”하잖아요(웃음), 다른 공대였는데도 짜릿하더라구요. 





Doobi님에 대해 

ー파이널판타지14 자체는 한섭으로 시작하셨다고 하셨죠. 처음 시작한 시기는 언제인가요? 

Doobi: 원래는 WoW를 열심히 했습니다. 와우는 레이드 한 번 하면 네임드를 13마리 잡고 14마리 잡잖아요. 이게 직장 가지기 전까지는 되게 좋았는데 취업을 하고 나니깐 되게 힘들었어요. 스스로 하드하게 하는걸 좋아했는데도 힘들어서 접었거든요. 

근데 접고 나니깐 비슷한 게임을 하고 싶은데, 마침 파판14라는 게임이 오픈한다는 걸 인벤에서 본 적이 있었어요. 고민을 하다가 파판14 하시는 분이 ‘라이트한 와우다’라고 설명해놓은걸 보고 그냥 시작했죠. 그렇게 오픈베타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힐러 백마도사였습니다. 

ー생각보다 올드비네요. WoW에서도 힐러였나요? 

Doobi: 와우에서도 힐러만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질감이 느껴졌던게 힐러도 딜을 해야 하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기동 3층까지는 백마로도 깨보고 힐러로 4층을 도전하는데 4층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자살도 하고 마나번도 있는데 도저히 제가 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탱커로 갈아탔습니다. 원래도 탱커를 병행하긴 했는데 그때부터 완전히 탱커로 갈아타고 그때부터 계속 탱커만 했습니다. 

ー기동 4층은 결국 클리어할 수 있었나요? 

Doobi: 제가 사실 기동때까진 사보텐더 서버에 있었는데 여기서 레이드를 하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8명이 모두 극 나이츠 무기를 들고도 살아있는 액체 균등화를 못 넘기기도 했죠. 그때 ff14 인벤 공대 모집에 오딘 서버에 4층 파밍공대 암기 모집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3층도 못 깼는데도 신청을 했죠. ‘제가 정말 잘할 자신 있고 영상도 많이 봤고 제발 이렇게 해달라’했는데, 그 분들도 사람이 없어서 그랬는지 콜을 하신거에요.  

사실 기동 4층이 MT가 할게 진짜 없는 레이드거든요. 다리에 기절넣는거랑 딜만 하면 되는 곳이라서 그런지 절 그냥 받아주셨습니다. 그렇게 오딘으로 넘어간 주에 3층 4층을 다 깨버렸어요. 그때부터는 쭉 탱커로 했습니다. 이후에 율동은 새로운 공대원들과 즐기게 되었네요. 

ー저도 기동은 가루다 서버에서 게임을 했었는데 공대는 2층에서 백마가 거미 힐을 못봐서 터지고, 공팟은 안 모여서 때려쳤던 기억이 납니다.  

Doobi: 거미 힘들었죠(웃음). 기동이 당시 힐러들의 심판대라고 해야되나. 딜하는 버릇을 안 했던 힐러들은 딜이 모자라서 못깨는 그런 곳이었던 것 같아요. 

ー결국 탱커로 전향하시고선 3직을 모두 운용하시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직업을 꼽자면? 

Doobi: 시그마 파밍은 전사로 즐기고 있습니다. 그냥 레이드 따라서 좋은 직업을 고르지 어떤 직업에 애착을 가지고 하진 않습니다. 시그마에선 암기가 너무 안 좋아서 암기는 잠시 놔두고 전사로 했었죠.




ー글로벌 서버로 넘어올 결심을 한 건 언제쯤이죠? 

Doobi: 제일 처음 넘어온건 한섭 천동때 파밍이 끝나고 나서 너무 할게 없어서, 그때 글로벌서버로 넘어가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혼자 하니 재미도 없고 언어도 다 일본어 영어로 나오니깐, 흥미도 안생겨서 레벨링만 깔짝깔짝 하다가 안 했습니다. 

그러다 ‘절 바하무트’가 나온다는 얘길 듣고 넘어왔습니다. ‘절바하라는게 나오는데 그게 엄청 어려운 레이드다’고 하니깐 도전 욕구가 샘솟는거에요. 사실 절바하가 나오기 한 달 정도 남았을 때 넘어갔는데, 운 좋게 무기 상자도 먹고 악세는 금단이 bis니까 대충 맞춰서입고 들어갔었죠. 

ー절바하는 그럼 공팟으로 한건가요? 

Doobi: 네, 전부 공팟으로 했었죠. 공대를 들어가려 노력은 했었지만 제 일본어가 안 된다는 것 때문에 많은 공대에게 거절당했죠. 

ー저도 처음 몇 번은 거절당했죠. 

Doobi: 아무래도 얘네는 외국인을 쓸 이유가 없죠. 한국 서버에서 중국인 쓸 이유 없는거와 비슷한 거잖아요. 한국 사람 많은데 말 안 통하는 중국인을 받을 이유가 없으니까, 이 사람들도 비슷한 이유일 거라 생각했어요. 

ー글로벌 서버에 넘어오려 결심을 해도 언어가 문제잖아요. Doobi님은 넘어오기 전에 사전에 준비를 좀 한건가요? 아니면 넘어와서 생활하다보니 익숙해진 케이스인가요? 

Doobi: 전 준비한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냥 막무가내로 넘어왔죠. 지금은 일본인 FC에 들어와있는데요, 이제와서 생각하면 처음 글로벌 서버에 넘어오면 한인 부대를 찾기보다는 일본인 FC에 들어오는게 좋았겠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일본인 부대원들이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이 없다면 일본어를 배우기 참 좋은 환경이더라구요. 제가 외국인인 걸 아니까 그 사람들도 일부러 쉬운 단어로 써주기도 하고, 자기들도 외국인들과 같이 게임한다는게 신기한 거잖아요. 만신같은거 같이 다니면서 일본어로 얘기하다보니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ー그렇다면 한섭에서 글로벌 서버로 넘어오는거에 관심이 있다는 사람들은 한인을 찾기보단 일본 부대를 찾아가는게 낫다는 뜻일까요? 

Doobi: Mana데센 Asura서버에 오시면 한국인도 있고 일본인도 있는 부대에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ー갑자기 이렇게 영업을 하시면 안되는데. 

Doobi: 농담입니다(웃음). 제 생각엔 혼자 넘어오지 마시고 마음 맞는 2~3명이서 같이 일본인 부대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혼자서 오면 외롭잖아요. 그리고 그 일본인이 상냥한 일본인이면 괜찮은데, 그 사람이 외국인 신경 안 쓰고 그냥 자기 할 일만 하는 일본인이라면 그냥 접속해서 인사해주는거 말고는 아무런 대화를 안 하거든요. 

외국인한테 친근하게 굴어주는 일본인을 만나는게 쉽지 않은데, 이런 상황에서 외로움을 방지하려면 비슷한 사람 2~3명정도는 뭉쳐서 어떤 일본인 FC에 들어가는게 좋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ー그런 곳이 Mana데센 Asura서버에 있다는 건가요. 

Doobi: 아무튼 오시면 됩니다(웃음). 

그리고 언어에 대해서 더 얘기하고 싶은게 있는데, 일본어 채팅을 키보드로 치는게 여간 불편하더라구요. 그래서 전 그냥 일본어 매크로 20~30개정도를 만들어두고 이것만 쓰고 있습니다. “네” “ok입니다”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같은거는 전부 다 매크로에 넣어뒀어요. 아주 편합니다. 그 외에는 다 번역기 컨트롤c 컨트롤v로 말하고 있습니다.




ー글로벌 서버를 즐길 때 언어 뿐만 아니라 거론되는 문제가 핑 문제잖아요. 이번에 알테마 공략하면서 핑 문제는 없었나요? 

Doobi: 공략 중에는 딱 한 번 있었죠. 그 전에는 원래 '미꾸라지'를 썼었는데, 속도는 빠른데 안정성이 되게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다들 대안으로 'wtfast'와 '배틀핑'을 사용하시죠. 그런데 얘네는 처음 런처 접속은 vpn 적용이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미꾸라지'와 'wtfast'를 둘 다 써야하는데 그게 너무 번거로웠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vpn을 찾다가 'expressvpn'(https://www.expressvpn.com/)이라는게 있더라구요. 한 달 공짜로 할 수 있어서 29일까지 쓰고 딱 끊으면 공짜로 쓸 수 있었어요. 이건 인터넷이 Full vpn이 되는게 단점인데, 핑이 튀지 않고 항상 안정적이어서 좋았어요. 이걸 알테마 2~3일 전부터 썼는데 되게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레이드는 계속 이걸로 했었죠. 딱 한 번 'expressvpn'이 터진 날이 있었는데 그 때에만 미꾸라지를 썼어요. 

ー'expressvpn'을 쓴 이후에 핑 문제는 없었다? 

Doobi: 안정성이 되게 좋아요. 속도는 40정도로 좀 느린데, 그게 튀는 일이 없었어요. 

ー그 정도면 파판하기엔 충분한 속도인데요? 

Doobi: 그쵸, 이정도면 충분하죠. 

ー그렇다면 그 'expressvpn', 결제 의향은 있습니까? 

Doobi: 아 근데 이게 좀 비싸요. 6개월/1년치 사면 좀 싼데 1개월하면 한 달에 12달러거든요. 그래서 전 결제할 의향이 없습니다(웃음). 알테마도 깼기때문에 미꾸라지로 다시 전향합니다. 

ー깼으니까 이제 필요없다? 

Doobi: 그 때는 한 순간이라도 끊기면 위험했으니까요. 돈 낸것도 아니고 한 달 무료로 사용했지만 아무튼. 





ー앞으로의 예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절 알테마의 파밍이나 패치 4.4의 레이드나. 

Doobi: 알테마 파밍은 쭉 할 거 같아요. 패치 4.4에서는 제가 이번에 Asura서버 영업을 좀 많이 해서, 한섭에서 레이드 같이했던 분들이 많이 넘어오셨거든요. 이제 막 와서 레벨링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 분들이랑 패치 4.4가 나오면 월드 레이스를 해볼까 하는 고민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월드 레이스가 아니더라도 공대만이라도 짜볼까 하는 정도. 

지금 한인 공대가 Elemental데센의 AlphaKo 공대 있고, Chocobo서버의 Riot공대가 있잖아요. 여기서 저희 8명이 모여서 출발하게 되면 한인 공대가 3개가 되는데요. 혹시 월드 레이스까진 아니더라도 한인들중에는 가장 먼저 깨고싶다는 아주 작은 소망정도? 

ー오우~, 한섭에서 원래 잘 하시던 분들인가요? 그 정도면 혹시 한섭 닉네임 물어보면 제가 알 지도 모르는데? 

Doobi: 닉네임은 비밀로 하겠습니다(웃음). 선의의 경쟁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ー실력에 자신이 있는 분들이군요. 

Doobi: 객관적으로는 모르겠는데 스스로는 다들 자신이 있는 분들이네요(웃음). 그래서 한 번은 해보려고 합니다. 

ー이번에 Doobi님이 월드 레이스에 이름도 올렸으니 글로벌 서버 영업에 힘도 좀 있었을 것 같아요. 

Doobi: 그게 약간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ー외국인들과의 공대 경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Doobi: 저는 시그마 파밍 공대를 일본인들과 같이 했었습니다. 

ー파밍 공대? 트라이는 공팟에서 한 건가요? 

Doobi: 트라이는 원래 Elemental 데이터센터에서 한인 조기클공대를 찾고 있었는데, 4.2 오픈 며칠 전에 인원이 안 모여서 공대가 해산이 됐습니다. 그래서 결국 공팟으로 가게 됐습니다. 

ー외국인들과 공대를 뛰어 보셨으니 더 느끼실 것 같은데, 이렇게 재밌는 '노 공략 레이드'를 외국말이 아닌 한국말로 즐기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Doobi: 안 그래도 이번에 절 알테마를 블라인드로 해봐서 더 느꼈는데, 한섭에선 공략이 다 나와서 암기과목처럼 다 외워서 해야되잖아요. 한섭 분들도 한섭 위주로 플레이하셔도 좋으니, 철새처럼이라도 글섭으로 잠깐 넘어오셔서 노공략으로 레이드하는 재미를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한섭은 fflog도 없잖아요. 와서 점수도 한 번 매겨보시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겁니다.  

ー환경적으로 글로벌 서버가 더 즐기기 좋은 면이 있죠. 한섭은 공략 없이 할 수 없기도 하고, logs같이 혼자서 즐길만한 레이드 컨텐츠가 없다는 점? 

Doobi: 확실히 글섭은 혼자 해도 재밌는 점이 logs의 존재때문이죠.

ー지금 글로벌 서버에서 플레이 중인 한인들에게 응원의 메세지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Doobi: 개인적으로는 외국 게임을 외국어로 하다보니 각자 힘든 부분이 있잖아요. 저도 E클라라고 배척받고 강퇴당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걸 너무 개의치 마세요. 저는 파판14가 정말 재밌는 게임이라 생각하는데 게임의 재미만 보고 열심히 달리다보면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인들이 여러 서버에 흩어져서 서로 연락하기가 힘든데, 요즘에 초월 서버 링크셀도 생겼잖아요. 각지에 흩어져있는 한인들이 연락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링크셀 많이 이용하시면 외롭지 않고 재밌게 게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ー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Doobi: 제가 어떻게 한국인 중에서 절 알테마를 제일 먼저 깨긴 했는데, 제가 잘해서 깼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도 딱 평범한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그냥 좋은 팀을 만나서 거기에 잘 어우러져서 운 좋게 빠르게 깬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저보다 잘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아직 절 알테마 박는 한인 공대가 몇 군데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신적으로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서 클리어하시고 짜릿한 레이드뽕(?)을 느끼고 해방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섭 하시는 분들도 이 인터뷰가 얼마나  퍼져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볼지는 모르겠지만, 글섭도 넘어오셔서 노공략 레이드도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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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의 MogTalk에서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게임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부러워서 저도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기대감과 불안감이 있었지만, 이번 인터뷰는 적어도 저한텐 정말 재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흔쾌히 인터뷰 승락해주신 Doobi Doob@Asura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