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나의 아버지. '헬릭스'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창조는 모방과 조합. 그리고 진화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창조라는 것은 신만이 가능하다고. 그 당시에는 창조니 모방이니 하는 말들은 알아 들을 수 없었으나. 지금와서 그 말을 다시 들으면 이해 할 수 있을것 같다.

 

창조. 그것은 모방과 조합. 그리고 진화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모방은 완벽하지 않고. 조합은 불안정하며. 진화는 더디다.

 

사람이라는 생물은. 누구보다 더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그의 지식을 훔치고 자신의 개성을 집어 넣는다. 그리고 또 다른 물품을 만들어 내는 데. 이것은 '창조'라고 하지 않고. 보통은 '개발'이라고 한다.

 

이어서 이 개발이 연쇄되어. 하나의 집단을 이루면 그 것을 우리는 '발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진화'라는 건?

 

모든 생물은 진화하기 나름이다. 그것은 대게 자연과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다른 무언가를 창출한다.

 

코볼트를 예를 들어보자. 그 들은 먹이가 부족한 얼음계곡에 살기 위하여 질기고 두터운 가죽과. 몸의 무게를 최소화 하기 위하여 피하지방층이 적다.

 

반대로. 폭군과 같은 북극곰은 먹이 사슬계에서는 최상급 쪽에 속하니. 먹이가 부족할 일도 없을 뿐더러. 힘을 기르기 위해 자신의 몸무게를 늘리기 위하여 지방층을 두텁게 한다.

 

물론. 여지 껏 비교했던 그 들의 특징은 그 들 스스로가 행하는 행위가 아닌.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현상이다.

 

그래. 바로 이점이다.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 진화는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더디고, 느리다.

 

이를 한번에 이루어 내는 것은. 결국에는 신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론이 길었다. 사실 이 말을 하려고 한 이유는 별거 없었다.

 

 

"어때? 너 한테는 어울릴거 같아서 줘보는 건데. 성능이 엄청 좋아! 한번 발사 하면 앞에 있는 적군은 전멸이라니까! 누가 '창조'했는지 모를정도로 잘 만든 것 같아. 카록은 무섭다며 착용하기를 거부하더라고."

 

"..."

 

그야 그렇겠지. 사용한 사람의 23명중에 18명이 골절. 2명은 탈골. 심지어 3명은 의식불명이라는데. 온전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데 누가 나서겠는가.

 

이 인간은 마렉. 항상 머리에 헬름을 끼고 다니는 유별난 녀석이다. 항상 혼자서 전시대비를 하는 것 처럼. 앞서 녀석이 말한 창조라는 단어가 내 뇌리를 스치며 잠시 생각이 깊어졌는데.

 

책상위에 있는 이 무기는 블래스터라고 불리는 무기란다. 폭약을 쓰는 무기라니. 물론 문제 될 것은 없다. 단지. 폭탄을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폭약을 방사하는 형식이라는 점에 있어 더욱 걱정이 컸다.

 

"음... 별로 유용하다 생각되는 무기는 아니구려."

 

"어? 사용 안하게?"

 

"됐소. 인간이 만든 무기가 우리 거전사 한테 맞는다고는 생각이 못드는 구려."

 

"하기사... 카록도 못했는데 너라고 하겠어."

 

"...? 지금 그게 무슨뜻이오?"

 

"아니야. 그냥 내가 듣기에는 자존심 내세우면서 무서운걸 회피하는 식으로 밖에 안들리거든."

 

"무엄하오! 우리는 그런 부족이 아니오!!"

 

"그럼 착용이라도 해보던가. 써보지도 않고 그렇게 내빼면 피하는 걸로 밖에는 안보이는 걸? 나야 뭐. 네가 무섭다고 하면 다시 창고에 넣어두면 그만이지만."

 

"흥! 이리 줘보시오!!"

 

오른손으로 훔쳐가듯이 책상에 있는 블래스터를 낚아챘다, 만. 한 손으로 들기에는 너무나 무겁다고 밖에 생각들지 않는 무게였다. 순간 들어올리자마자 주춤할 정도로 말이다.

 

"워워. 얘기 안했지만. 그거 엄청 무거워. 자, 부속품이야. 이건 블래스터 보조 손잡이 인데. 이 가죽끈을 블래스터에 끼워서..."

 

"필요 없소! 내 당장 이 무기를 사용해서 적장을 무너뜨리고 올테니 그리 아시오!"

 

"어? 잠깐만! 그거 양 손을 이용해서..."

 

[덜컹!]

 

더 들을 생각도 없었고. 더 지체할 이유도 없었다. 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나를 겁쟁이라 부른것 때문이 아니라. 나의 형제. 카록을 모함했기 때문이다.

 

막상 박차고 나오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가 문제다. 딱히 생각해둔 전투지역도 없고.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에. 괜히 경계지역으로 들어가 다 쓸어버리겠다며 신경을 건드는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니라 생각한다.

 

"응? 그게 뭐야?"

 

"?"

 

붉은 머리카락에 포니테일로 묶고. 앞치마를 두른채 눈을 둥그렇게 뜨고는 유심히 블래스터를 쳐다보고 있는 인간여성. 클로다라고 했던가.

 

"새로운 무기라오."

 

"와! 신기하게 생겼네. 근데... 왜 두 손으로 받들고 있어?"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아직도 무게가 감당이 안 된다. 확실히 한 손으로 들기에는 벅찬감이 있기 때문이다.

 

"신경쓰지 않아도 되오."

 

"우음... 아! 로젠. 있지있지. 나 지금 거미줄이 필요해."

 

"거미줄?"

 

"응응. 근데 그냥 거미줄은 아니구. 붉은색 거미줄이거든. 구해다 줄거지?"

 

"미안하지만."

 

"그치? 구해다 줄거지?"

 

"지금은..."

 

"구.해.다.줄.거.지?"

 

"..."

 

왠지 모를 압박. 이 것은 폭군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정신적인 압박이였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 버렸고. 정작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은채 돌아갔다.

 

 

@

 

"뭐? 붉은 거미줄??"

 

"그렇다."

 

내 앞에 있는 이 남성은 '샤리네'라고 한다. 유일하게 용병단에서 말을 터놓고 얘기하는 녀석이다. 석궁에 재주가 뛰어나 명사수라고 불리우지만. 내가 볼때는 기회주의적 한발이라고 표현할성 싶다.

 

"하하하! 뭐야. 옷을 거미줄로 만든다는 건가? 아무튼 클로다는 엉뚱하다니까. 근데... 넌 왜 두손으로 그걸 받들고 있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흐음... 아, 그래. 붉은 거미줄은 어떤 거미가 뽑아내는 지는 알고 있어?"

 

"모르겠다. 자네는 아는게 있나?"

 

"대게 붉은 거미가 뽑아내. 물론 색깔 깔맞춤 때문에 그러는건 아니래 하하하하! 아, 웃을 부분이 아닌가?"

 

"..."

 

"알았어. 그렇게 보지마. 붉은 거미가 붉은 거미줄을 뽑는 이유는 간단해. 그 거미들이 바로 동굴 거미이기 때문이지."

 

"...어디서 이유를 찾아야 하는거지?"

 

그러자 샤리네는 턱을 괴며 곰곰히 생각하다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설명을 이어갔다.

 

"쉽게 말하자면. 보통 흰색은 빛을 반사시켜서 눈에 쉽게 보이 잖아? 근데 녀석들은 덩치가 크기 때문에 당연히 조금 굵은 거미줄이 나올테고 말이야. 그러다 보니, 아침에는 햇빛이. 저녁에는 횃불이 항상 밝히고 있기 때문에 그 거미줄을 치기에는 무리가 있는거지."

 

"흐음..."

 

"근데 말이야. 신기하게도 그 붉은 거미줄은 바닥에 펼치면 피자국으로 밖에 안보이고. 심지어 밤에는 불빛을 비춰도 보이질 않는다는 거야. 어떻게 보면 조금 유니크한 거미줄인 셈이지."

 

"...! 진화된 생물인 게로군."

 

"그렇지! 바로 그렇다는 점."

 

"고맙다. 이해가 됬군. 근데, 거미동굴은 어디서 찾나?"

 

"궁금해? 마침 잘 됐네. 시험해볼게 있어서 나도 사냥감을 찾는 도중이였는데. 같이갈까?"

 

"그럼 고맙다."

 

"좋아. 오늘 출발하기에는 시기가 조금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에 항구로와."

 

"좋다. 그때 보지."

 

넋살 좋은 표정으로 녀석은 손을 흔들고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나는 한참이나 들고 있던 블래스터 무기를 수직으로 세워놓고. 팔을 끼워 들어 올렸다.

 

"끕!"

 

손을 집어넣자. 주먹을 쥐어 잡을 수 있는 손잡이 하나가 있었고. 무언가 검지에 닿이는 버튼 하나가 있었는데. 무언가 딸칵.딸칵 하고 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아 폭약의 양 조절과 부싯돌의 마찰을 제어하는 듯 했다.

 

"후..."

 

블래스터를 내려놓고 벗은 후에 어깨를 돌려 풀어주고는 다시 블래스터를 들어올렸다. 정말 오래간만의 운동일 수 도 있겠다.

 

익수치 않은 무기를 다룬다는 부담감과 함께.

 

한편으로는 카록형제도 다루길 거부했다는 것을 사용한다는.

 

조금은 떨림이 있지 않았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