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에는 내가 원하는 영웅을 구입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신용카드를 긁어대곤 했다.

그게 곧 내 취미생활이자 삶의 원동력이었기 때문.


결혼 후 부터는 내가 버는 돈이 곧 우리의 한달 생활비였고

술담배는 안하지만 게임은 자유롭게 할 수 있어 그걸로 만족했다.

하지만 유료결제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도 예전처럼 떳떳하게 결제하지 못하기때문에

와이프의 눈치를 많이 보곤 한다.


마음같아서는 이미 부계정에 전투자극제 1년치를 꼽아줬을건데,

기회비용도 생각해봐야되고, 와이프 눈치도 봐야되고, 내가 얼마나 하루에 몇시간씩 운영하면

이걸 수식으로 계산했을때 이정도의 이익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라고 엑셀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한

그녀는 내 말을 믿어줄 리 없었다.


각설하고... 나는 어제 큰 실수를 저질렀다.


레벨 1부터 140까지 키워서 시공석이 약 750개가 모였는데,

문득 피닉스를 구경하다가 구매를 눌렀고, 무언가에 홀린 듯 그대로 다시 구매를 클릭해버렸다.


사실 그때 내 바보같은 행동은 자신감에서 왔던 실수였다.


"어차피 시공석도 없는데 헤헤헤 이거 구매 눌러봐야 구매 안되겠지?"라는 바보같은 발상.





그러나 공교롭게도 딱 구매하기 좋은 날처럼 750개가 정확하게 있었고


어렵사리 모았던 750개의 시공석은 그대로 피닉스의 몸으로 빨려들어갔다.

정기를 충전한 피닉스는 네 다리를 정신없이 움직여댔고, 내 눈알도 정신없이 여기저기 움직였다.


0으로 떠있는 시공석과, 깨끗하게 구매완료된 피닉스를 번갈아 쳐다보며

씨X을 외치지 못하고 다시 내 30일 자극제와 멀어져있단 것을 보고 한숨만 쉴 뿐이었다.


할인이 되는 영웅을 구매했더라면 그나마 덜 억울했을듯하나,

제값주고 산 영웅은 이미 너프에 너프를 먹고 떡이되다 못해 가루가 되어버린 피닉스 한줌이었다.


와이프는 뭘 또 샀냐고 화를 냈고, 나는 자연스럽게 

"아니 그냥 무료로 모은거 이제 내가 하고싶은 영웅을 샀어"라고 얘기했다.



되돌릴 방법이 없을까.


블리자드 고객센터 1:1 상담을 통해 해결보고자 했다.



냉정한 실패.


직접 해당 국가의 홈페이지로 접속했다.

그리고 1:1상담을 요청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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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같은 상담사가 다시 연결됐다.

분명 닉네임만 똑같겠지 싶어서 다시 내 구구절절한 사연을 읊었다.



시공석이 없어 찢어지게 가난한 내 사연을 설명하면서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지만 기분탓이었다.



돌아온 대답은 "아까 그 상담원입니다."

순간 두드리건 키보드의 손가락이 반쯤 말려들어갔다.

뻘쭘한 순간을 모면키위해 대화종료를 누르자니 민망함이 크게 앞섰고,

나는 외국서버와 연결을 어쩌구 궁시렁거리며 핑계를 대며 잘 알겠다고 다시 창을 닫고 광광우럭따.


뭘까. 해외서버에서 1:1 상담요청을 하면

외국상담사랑 연결 될 줄 알았던 내 노력은 과감히 부서졌다.


그리고 나는 구글에 다시 번역기를 돌렸다.



Korean heroes 영웅 구매 실수했다. 또 불만 없어요.


문맥이 쓰레긴들 어떠리. 알아볼수 있으면 되는 것을.


나는 이제 또 참혹한 24시간을 보내야한다.


히오스에 접속하면, 한쪽 구석에 있던 피닉스가 나를 어서 써보라며 연신 게다리를 씰룩거린다.

'안돼 시x넘아, 너를 써버리면 나는 이제 되돌릴 수 없어.'



딱 하루만 기다려보자. 다시 시공석은 따듯한 나의 품으로 돌아올것이다.


1주일뒤면 나는 전투자극제 30일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귀찮은 히벤러들을 위한 3줄 요약

1. 시공석 갯수 생각 안하고 피닉스 구매 장난질 하다가 구매눌러버림.
2. 부계정이 미국서버에서 만든거라 한국서버에서 게임하는 나는 문의할만한곳을 찾지 못함.
3. 번역기 돌려서 환불요청함.

※ 신용카드 등록은 잘만 됨, 부캐이지만 와이프랑 듀오돌리면 이기는판보다 지는판이 더 많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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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 김꼬봉 많이 사랑해주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