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는 TNL부터 이 팀을 계속 응원해온 발리스틱스 팬이고, 이 글은 현재 발리스틱스의 발전과 개선을 바라는 글이며 매우 주관적인 뇌피셜임을 밝힙니다.

밑에 어느 분이 겐지 위주의 공격적인 조합보다 유지력 위주의 수비적인 조합이 현재 메타인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우선 현재 유지력=수비적인 이라는 전제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현 1티어 힐러인 말퓨리온과 스투코프의 유지력이 다른 힐러에 비해 월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힐러들이 포함된 조합이 수비적이진 않아요. 말퓨리온은 힐 메커니즘 상 q 감아놓고 w만 맞추면 힐이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공격적인 조합을 짤 수 있습니다. 말퓨 트레가 좋은 예시이죠. 스투코프도 말퓨보다는 아니지만 q 돌려놓고 d 터뜨릴 시점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수비적인 조합에 어울리는 힐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메타가 수비적인 조합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면 어떤 탱커가 선택되는지가 좋은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2지원메타, 삼신기발라같이 극도의 수비적인 조합이 유행하던 시절 탱커들을 보면 자리야, 요한나같은 '지키는' 탱커들이 잘 기용됐죠. 하지만 현 메타는 아직 공격적인 조합이 강세라고 생각합니다. 이니쉬를 쉽게 걸 수 있는 이른바 '선공권'을 가진 가로쉬, 마이에브, 겐지가 여전히 필수 밴픽 카드로 쓰이고 있고, 돌진형 탱커인 소, 디아, 아눕 등등이 잘 쓰이는 모습을 보면요. 말한 것처럼 '공격적'이라고 해서 '유지력이 딸리는' 조합이 아닙니다. 물론 우서를 힐러로 기용한다면 그 조합은 유지력마저 포기하고 한번의 한타로 게임을 터뜨리는 극도의 공격적인 조합이라고 봐도 되겠죠.

다만 이 공격적 조합 강세인 현 메타를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딜러가 루나라 라고 생각합니다. 정우서 해설도 어제 1픽으로도 가져올만 하다는 얘기도 했었죠. 루나라는 본래 우서같은 힐러에 천적이었을 뿐 아니라 최근 리워크로 강력해지면서 프로씬에서도 충분히 고려할만한 선택지가 됐죠. 템페스트와 디그니타스 경기에서도 충분히 그 위력을 보여줬고요. 이말은 곧 우서를 즐겨쓰는 팀들이 우서를 빠르게 (23픽 또는 12/34픽) 가져오기 힘들어졌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팀들(특히 템페/발리) 이 그동안 우서/겐지를 자주 기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겐지를 막고 우서를 루나라로 카운터치는 전략이 여러번 나오고 결과도 좋다면 그때는 메타가 바뀌었다는 말을 쓸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일단 현 메타에 대한 위의 생각을 바탕으로, 어제 발리의 밴픽은 현 메타를 따라가지 못한 보수적인 밴픽이라기 보다는 템포를 한수 아래로 본 안일한 밴픽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쟤네는 그냥 이렇게 해도 이길 수 있어' 라고 생각하고 밴픽했다가 큰코 다친거 같습니다. 거기에 발리스틱스 특유의 해외경기 슬로우스타터 기질도 나타난 것 같고요. 물론 템포스톰이 잘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나하나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장면들 짚어볼게요.

1. 마이에브
첫 판이든, 둘째판이든, 발리스틱스는 마이에브를 첫 밴카드로 선택했습니다. 이게 뭘 의미할까요. 마이에브가 무섭기 때문일까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 더 큰 것은 발리스틱스가 마이에브를 꺼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이에브 출시 후 발리는 스시 마이에브, 순둥이 마이에브. 정하 마이에브 등등 마이에브 조합을 여러 번 시험해봤지만 제 기억으로는 전패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이에브를 잘 쓰지 못하는데 만약 선밴 페이즈에서 마이에브가 산다면? 팀에서 잘 다루지 못하는 강력한 영웅을 가져와야 하나 아니면 상대편에 줘야 하나 고민이 시작되는 겁니다. 그 후 발리는 마이에브를 자체 봉인했고, 선밴=마이에브를 과장 좀 보태면 공식처럼 사용해왔습니다. 

반대로 블랙은 hgc때도 그렇고 마이에브를 선밴카드로 잘 쓰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리치가 있으니까요. 마이에브를 잘 다루지 못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마이에브 선밴 공식이 알게 모르게 발리의 조합 폭을 줄이고 있는걸지도 모릅니다.


2. 안일한 밴픽
첫판 용둥에서, 발리는 마이에브를 선밴하고, 템포는 트레를 선밴합니다. 이 트레밴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가로쉬 겐지 갈라먹자는 뜻도 있지만, 겐지를 주겠다는 뜻이죠. 발리는 예전부터 가로쉬보다는 겐지 위주의 조합을 많이 짜왔으니까요. 아마 여기서 발리가 가로쉬를 가져갔으면 템포는 고민에 빠졌을 겁니다. 발리스틱스가 템포스톰의 겐지를 못막을 팀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발리는 별 고민도 하지 않고 겐지를 1픽으로 뽑습니다. 스시겐지니까요.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템포가 그후 12픽으로 가로쉬 말퓨리온을 픽하죠. 예정된 수순입니다. 

그런데 발리의 23픽이 좀 아쉬웠습니다. 아눕과 소냐를 뽑죠. 뇌피셜 발동해서 이 픽은 발리가 템포한테 이렇게 말하는겁니다. "너희 마기 우서 무섭지? 밴해!" 마기의 우서와 말퓨 승률은 뛰어나지만, 그에 비해 레가르와 스투코프를 쥐어줬을때 승률은 좀 아쉬운 편이죠. 이건 템포를 한 수 아래로 보고, 마기의 우서를 상대 밴카드로 쓰게 하는 동시에 다른 힐러로도 너희는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라는 겁니다. 하지만 우서를 밴카드로 버리게 하면서 발리가 뽑은 픽은 SDE의 그메였습니다. SDE에게 그메를 주기 위해서 마기의 우서를 버린다는 것은 좀 이상하죠. 상대가 템페, 블랙, 디그였다면 발리는 23픽에 우서를 가져왔을 겁니다. 말그대로 상대를 한 수 아래로 본 안일한 밴픽이었고, 결과는 아쉬웠죠.

2판 볼스카야도 첫판과 마찬가지로 안일하게 밴픽을 했습니다. 마이에브 선밴/트레 선밴 - 겐지 선픽 - 가로쉬 말퓨 순으로 진행됐고, 여전히 우서가 살아있었음에도 스투를 23픽에 가져오면서 이번에는 우서 밴카드도 버렸죠. "첫판은 실수가 겹쳐서 우연히 진 것일 뿐이야, 너흰 이정도로 상대해도 충분해" 식의 밴픽이었죠. 역시 결과는 아쉬웠습니다. 


3. 아쉬운 경기력
안일한 밴픽이 있었지만 그래도 평소의 발리라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안일한 밴픽이지만, 좋게 말하면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계산 하에 전략적인 밴픽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못 이길 조합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용둥에서 SDE가 어이없는 솔킬과 데스를 2번 (3번이엇나요?) 내주면서 운영이 꼬여버리고, 그라우렁을 따기 위해 탑갱을 갔다가 역으로 소냐가 죽는 장면도 나왔던 것 같고요. 전반적으로 SDE의 컨디션이 별로였던 것 같습니다. 상대가 잘한 것도 있지만 발리의 경기력이나 컨디션이 평소와 다르게 많이 저조했다는 부분은 확실해보였습니다. 이런 경기력 부분은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니 넘어가고요.


4. 훌리건
발리스틱스의 올드?팬으로서 훌리건에 일희일비할때가 많습니다. 긍정적인 것보단 부정적인 것이 많은데, 일단 경기력 기복이 심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경기력 기복이라는 것이 약팀여포, 강팀초선 이라는 느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훌리건의 문제는 소, 아눕의 숙련도가 타팀 상위탱커에 비해 낮고 소/아눕만큼은 아니지만 가로쉬를 잘 쓰지 못한다는 점인데, 특히 이 문제가 강팀과 상대할 때 두드러집니다. 강팀과 상대할 때 훌리건이 소/아눕을 하는 모습을 보면 각을 잘 못보고 안절부절하다가 상대 카이팅에 피통 빼고 힐 빼먹으면서 대치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눈감고 슬라이딩, 눈감고 잠복돌진 하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어제 나상선수(해설)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2판 볼스카야에서 소/스투가 픽되자 "훌리건 선수가 소를 잘 안한다" 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상위팀 탱커중에 소 안하는 탱커가 어디있습니까. 그냥 "소를 못한다" 는 표현을 돌려 말한거죠. ㅠㅠ

메인탱커가 흔들리면 팀원이 흔들릴 수밖에 없고, 피드백도 되었을 만한 부분인데 어제 경기만 보면 HGC 후 약 한달간의 기간 동안 놀랍게도 변한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것도 템포 상대로 그렇게 흔들리는 모습이라니요 ㅠ 훌리건 문제인건지 템포가 그만큼 강팀이 된 것인지.. 

비교하는 것 같아 좀 그렇지만 블랙의 TTSST나 템페의 사인 같은 경우 영리를 돌릴 때 웬만하면 탱커픽으로 연습량을 더하는 편인데, 우리 훌리건은 볼 때마다 즐겜픽 위주인 것 같은 건 기분탓이겠죠 ㅠㅠ 이런 부분이 문제라고 느껴지면 선수들이 피드백을 할 것이고, 다른 선수들이 문제 없다고 느낀다면 뭐 오지랖이겠습니다만.. 


이상 장문 후기였습니다. 글 여기저기에 뇌피셜 들어가 있으니 댓글 환영하고요..
확실한건 어제 발리 경기력 별로였다는 것, 그리고 안일한 밴픽이 아닌 숨기는 밴픽이었다 하더라도 게임을 이겨야 의미가 있지 밴픽을 숨기려고 게임을 지는 것은 주객전도인 것 같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젠지 안만나려고 일부러 진 것 아니냐는 말도 하던데 차라리 일부러 진 것이었으면 납득할 만큼 안 좋은 경기력이었습니다.ㅠㅠ
 정말 오랫동안 봐온 팬으로 우쮸쮸보다는 개선됏으면 하는 점들을 적어봤습니다  발리 선수들 언제나 최선 다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 보고 싶습니다. 남은 경기들 응원하면서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