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 보기전까지 사실 젠지가 그냥 4:0으로 우승할 줄 알았습니다.

젠지가 보여줬던 모습이 워낙 압도적이었고, 디그니타스는 젠지를 위협할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디그, 템페스트와의 결승진 진출전이 끝나고 사실상 이번 미드시즌난투는 2등 싸움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근데 결승전을 보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젠지, 디그니타스는 자신들의 이름에 걸맞는 품격을 보여줬습니다. 역대급 결승전을 보여줬습니다.

히오스라는 게임이 얼마나 예측 가능성을 벗어나는 게임인가, 이 얼마나 상대적인 게임인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미드시즌 난투가 젠지의 압도적 우승, 혹은 2등 싸움이라고 섯부르게 판단한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각 팀은 각팀이 맞는 품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젠지는 압도적인 강력함, 전성기 템페스트는 야수와 같은 저돌성, 전성기 프나틱은 아름다운 연계, 전성기 발리스틱스는 미친듯한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 디그니타스가 보여준 것은 지치지 않는 근성이었습니다. 

이번 미드시즌에서 템페스트와 디그니타스의 차이점은 무엇었을까? 젠지의 왕좌를 위협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것에 굴하지 않는 근성과 집중력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솔찍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디그니타스였습니다. 압도적으로 젠지가 우승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경기는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상대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일발 역전을 계속 노렸던 그 끊임없는 근성과 투지가 놀라웠습니다.

디그니타스가 결승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비록 왕좌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그 이름과 품격에 걸맞는 경기력이었습니다

그 내성적인 젠지가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뛰쳐나와 트로피를 잡던 모습도 놀라웠습니다.

결승이라는 과정이 어려웠던 만큼 그것이 성취하는 성과가 더 달콤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젠지의 왕좌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경쟁자들에 의해 위협을 당할 수 있음을 오늘 디그니타스가 보여줬습니다. 끊임없이 갈고 닦지 않으면, 상대보다 한발 앞서 가지 않으면 언제든지 위협을 당할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이야 말로 이번 미드시즌 난투에서 보여준 가장 값진 성과가 아닐까 합니다. 

영원한 강자는 있지만 영원한 1인자는 없는 법입니다.

오늘 젠지와 디그니타스가 보여준 품격은 그들의 명성에 걸맞는 품격이었습니다.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했던 젠지의 강력함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우승을 향한 집념을 불태웠던 디그니타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양팀은 찬사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들의 노력과 집념, 근성과 기쁨이 경기 내용을 통해 절실히 느껴졌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미드시즌 난투가 젠지의 압도적 우승이라고 섯부르게 판단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히오스를 참 오래했고 많은 프로팀들을 보았지만 항상 프로팀들은 상상했던 그 이상들을 보여줍니다.

제 예측과 섯부른 판단이 어긋났기 때문에 부끄럽지만, 틀렸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매우 기쁩니다. 

히어로즈 오브 스톰 최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