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xigar the Red Axe
붉은도끼 브록시가

이번에 소개해드릴 영웅은 저번에 소개한 바로크 사울팽의 형님이신 브록시가 사울팽입니다. 바로크 사울팽이 자신을 소개할 때, 보통은 누구의 자식 누구라고 하는 반면 그는 당당히 브록시가의 형제 바로크 사울팽이라고 칭하지요.

블리자드 최악의 작가라고 불리는 리처드 나크의 소설 고대의 전쟁 시리즈에서 등장하여, 대군주 사울팽과는 다르게 메리수 적인 면이 강해 까이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케릭터임은 부정할 수 없는 오크입니다.

브록시가는 그의 동생 바로크와 함께 오크호드의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베테랑 전사였습니다. 문무겸비의 바로크와는 달리, 그는 좀 더 순수한 전사에 가까운 인물이었고, 그만큼 강력한 모습을 전쟁에서 보여줬습니다. 그의 몸과 도끼는 언제나 적의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이런 그의 모습에 경의를 표하며 오크들은 그를 진홍의 브록시가라고 불렀습니다.

3차 대전쟁 말기, 하이잘에서 아키몬드와 악마 대군세를 막아내는 전투에서, 그는 누구보다 먼저 선봉대의 첨단에 섰습니다. 그리고 선봉대가 모두 전멸하고 증원군이 올 때까지, 오직 그 혼자만 그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악마들을 베어넘기고 있었지요.
전투가 끝난 후, 호드는 그의 무력에 경의와 존경을 표했지만, 전투에서 전우를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아버린 그는 그 업적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전장에서 명예롭게 죽지 못했으며, 겁쟁이나 다름 없다며 삶에 회의를 느낍니다.

그러던 어느날, 정령의 이상반응과 인간 마법사 로닌과 적룡 크라서스의 이상한 행동을 눈치챈 쓰랄은, 그의 가장 믿음직한 전사이자 추적자인 브록시가에게 그들을 은밀하게 미행하고 조사하라 명합니다.
그들을 추적하던 브록시가는 시간이동으로 1만년 전 고대의 전쟁에 참가하려는 그들의 마법에 휘말려 1만년 전 아제로스로 날아가버리고맙니다.

시간이동으로 떨어진 후, 그는 악마사냥개들에게 쫓기는 나이트엘프들을 발견합니다. 하이잘 전투에서의 연합으로 전우로 싸웠던 나이트엘프들을 구하고자 그는 옆에 떨어진 나무몽둥이 하나로 악마사냥개들을 모두 때려죽입니다. 그러나 일찍이 오크를 접하지 못한 나이트엘프들은 (오크는 아제로스 입장에선 아웃랜드라는 행성에서 온 외계종족으로, 1만년 전엔 서로간의 접점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를 짐승 취급하며 잡아가둡니다. 이렇게 구속당해있던 그를 본 티란데 위스퍼윈드는, 그가 단순한 짐승이 아니라 이지를 가진 새로운 종족임을 알아채고 치료와 음식을 제공합니다.

이후 함께 시간이동해온 로닌, 크라서스와 만나 상황 설명을 듣고, 말퓨리온 형제와 만나 친해지게 되면서 그는 이 고대의 전쟁에 함께 참여하기로 결정합니다. 나이트엘프를 수호하는 반신 세나리우스는 종족을 구해준 그의 업적을 치하하며, 그가 들고 싸웠던 나무몽둥이를 말퓨리온 형제와 함께 마법으로 담금질 하여 세나리우스의 도끼, 후에 악마의 사형선고라고도 알려질 도끼를 선사합니다.

나이트엘프는 그 당시 우월종이라는 콧대가 굉장히 높던 시절이었고, 타종족에 대한 멸시는 혐오에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장에서 담금질된 그의 뛰어난 전투실력에, 결국 나이트엘프들도 경의를 표하며 존중하게 됩니다.

영원의 샘 최후의 전투에서, 마법과 공중전이 난무하는 최종전투 국면에 접어들자, 브록시가는 전사인 자신이 여기서 더는 할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포탈에서 새어나오는 기운과 악마들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본 그는, 친우들에게 포탈을 막을 최후의 시간을 벌어주고자 스스로 그곳에 뛰어듭니다. 포탈 안으로 들어온 그를 반기는 것은 불타는 군단의 모행성과 수많은 악마들. 그는 포탈 입구에 당당히 서서 지평선 너머까지 끝도 보이지 않는 군세에게 '와라!' 라며 도전합니다. 그렇게 포탈앞에서 수많은 악마들을 참살하며 시체의 산을 쌓고있던 그는, 결국 불타는 군단의 주인인 살게라스의 주의를 끌게됩니다. 무아지경에 빠져 미친듯이 도끼를 휘두르던 브록시가는, 자신의 도끼가 일순간 정지함에 고개를 들게됩니다. 거기엔 워크래프트 세계관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살게라스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살게라스의 다리에 막힌 그의 최후의 일격은, 놀랍게도 그의 힘과 말퓨리온 형제와 세나리우스의 축복을 받은 도끼 덕에, 살게라스의 다리에 조그만 상처를 낼 수 있었습니다. 다음 순간 그의 목숨은 살게라스의 검 고리발 아래에 끊어졌지만, 이를 본 칼도레이 연합군이 그 상처에 모든 화력을 집중하여 포탈을 닫을 시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전투가 끝나고, 그의 영광의 순간은 찬란하게 빛났지만, 그 위업은 오크들에게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이를 안타까워 한 적룡 크라서스는 그의 도끼를 갈무리하여 오크 샤먼으로 변신하여 쓰랄에게 찾아갔으며, 선홍의 브록시가의 위대한 전투를 노래로 만들어 전했습니다. 이렇게 그의 위업은 동족에게도 전해져 호드의 가장 위대한 전사 중 한명으로 칭송받게 되었고, 그의 도끼는 명예의 전당 중심에 당당히 전시됩니다.

또한 전후 나이트엘프는 그의 희생과 용맹함을 기려 하이잘에 브록시가의 석상을 세웁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흠모하고 존경하는 유일한 오크를 위해서 말이죠.


보시다시피 리처드 나크 양반이 써서 워낙 밸런스 파괴적이고 메리수 적인 면이 강합니다. 그러나 강하고 야만적이지만, 전우를 소중히하고 전투에서의 명예를 중시하는 그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뭐 물론... 와우의 영원샘 전투에서도 로닌 크라서스와 함께 보기좋게 짤렸는데, 히오스에 나올 확률은 희박하겠지만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