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 문제는 기본적인 가치관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미국 살다 온 사람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이랑 논쟁하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피곤해합니다. 인터넷에서 얼굴 안보고

익명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레딧 애들은 좀 다르지만, 보통 미국인들은 논쟁이 좀 된다 싶으면

'그래 내 말도 맞는데 네 말도 일리가 있다.' 정도로 포장하고 논쟁을 끝내고 싶어해합니다. 피곤하니까요.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생겨난 문화가 바로 마이너를 존중하는 사고방식입니다.

혹여 마이너한 방식이나 문화가 잘못 되었더라도 어지간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한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아요.

건들면 논쟁을 해야 되거든요. 논쟁을 하면 피곤하죠.

미국인들은 이게 습관화가 되다보니, 종국에는 '얘는 얘대로 장점이 있고, 쟤는 쟤대로 장점이 있다. 옳고 그른 게 아니고

그냥 서로 다른 거니까, 각자 알아서 싸우지 말고 잘 살자.'요런 가치관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최종적으로는 다양성 존중.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정답을 들고 와서 '봐! 이게 정답이야. 다른 선택지들은 사실 오답이라고. 이렇게 해야된다니까?'

라고 강요하면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렇게 생각하죠. '아니 다른 선택지들도 이런 상황에서는 괜찮은데? 이렇게

사용되면 쓸만한데? 왜 너는 한 가지만 강요하냐? 재미없고 피곤하다!'

언제나 분석하고 정답을 갈구하고 정답이 찾아지면 모두가 정답으로 갈아타기 바쁜 한국식 마인드와는 대조적이죠.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미국 사람들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게임 개발도 똑같다고 생각됩니다.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서 워낙에 유명했고 종족이 셋 뿐이다 보니, 종족 간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결과가 아주 확연하게

드러났고 그래서 발빠른 패치를 해야만 했죠. 그런데 한국에서 흥행하지 못하고 종족이 넷으로 늘어난 워크래프트3만

하더라도 밸런스는 사실 시궁창입니다.(야언좆!) 디아3만 하더라도 직업 간 밸런스 맞추는 데 한평생 걸렸죠. 스타2도

불곰의 날개라는 오명을 얻고도 한참, 아주 한참 후에야 패치가 됐습니다. 스2 안하는 애들은 아직도 불곰이 사기인 

줄 알아요. 종족, 직업이 열가지도 안되는 게임들도 이런데 하물며 영웅의 가짓수만 수십인 히오스는.. 답이 없지요.



잠깐 삼천포.

'야 그럼 롤은??'

롤 밸런스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롤 유저에게 물어보세요-_-.. 제가 하던 2년 전까지만 해도 편파적인 영웅픽이

히오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얘들은 그걸 챔피언 가짓수로 때우더라구요. (20%만 쓸만하면

100마리만 만들어도 20마리다! 뭐 이런 마인드?) 아이템 다양화도 운영기간이 오래되다보니 저절로 많아진거지

예전에는 유령무희에 무한의 대검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었어요. 시즌 지나니까 이게 트포가 되더니 지금은 모르겠네요.




결론은 이런 방식의 게임에서 냉정하고 정확하고 발빠른 패치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미국인들 사고방식으로는 무리라는

거예요. 어디서 머리색 검은 친구들이 나타나 세계대회를 휩쓸더니 자신들의 메타를 코 앞까지 들이밀고 

'잘 봐, 이게 현실이야. 이래도 부정할래?' 이러기 전까지는요. 그게 중국이든 대만이든 한국이든..(...대만에서 될까?)


이번에 블리즈컨에서 동아시아 메타를 사용하는 팀이 우승하고, 그걸 통해서 빡빡이도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네요.

중밸을 넘어 황밸을 노려봅시다. 픽창에서 뭘 픽해도 인정하고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