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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이기 때문에 현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시거나 제 글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비판은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셀쥴입니다.

오늘은 다시 한번 하스스톤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번에 하스스톤에 마음이 떠난 이유를 이유로 글을 썼는데 많은 분께서 공감을 해주셨습니다.

비록 마음은 떠났지만 접지는 못하고 있다가 얼마전 있었던 한중 인비테이셔널을 보고 다시 의욕을 불태워서 등급전을 열심히 돌려봤지만 역시 지금의 하스스톤 등급전은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왜 그런지 생각해보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하스스톤을 고블린과 노움(첫 확장팩)시절부터 즐겨온 유저로 그동안 하스스톤에서는 꿀잼과 노잼시기를 번갈아가면서 겪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역대급으로 재미없는 시즌이라고 언급한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드릴까 합니다. 물론 제가 마음이 떠난 이유도 한몫 하겠지만 보다 객관적인 이유 3가지를 통해 분석해보고자합니다.

1. 벽덱, 콤보덱, OTK덱

: 게임 너 혼자하니?

요즘 메타에 제가 가장 큰 이유로 뽑고싶은 노잼의 원인은 바로 콤보덱, 벽덱, OTK덱의 존재입니다. 아니 존재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죠, 옛날부터 이런덱들은 존재했으니까요. 범람으로 정정하겠습니다. 지금 시즌이야말로 역대급으로 많은 이런 아키타입이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꼽아보더라도, 메카툰·토그왜글드루, 메카툰 흑마, 부활·슈팅·천정내열 사제, 말리·퀘스트도적, OTK기사, 퀘스트법사 등이 있습니다.

하스스톤팀에서는 이미 미궁왕 토그왜글이 나올 때 부터 낌새는 있었고 확장팩때마다 벽덱을 위한 카드들을 추가했습니다. (아잘리나, 메카툰, 학카르 등) 그 결과 지금은 다양한 벽덱들에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먼저 확실히 말씀드릴 것은 저는 개인적으로 벽덱을 안좋아하긴 하지만 벽덱이 없어져야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는 덱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많은 종류의 덱이 등장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 상황의 문제점은 벽덱의 흥행이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그리 유쾌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구도 지는 게임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해도 무기력하게 질 때는 더 그렇죠. 벽덱은 플레이어들에게 이런 무기력감을 안겨주기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모바일 하스스톤은 그야말로 혁신적이었습니다.

그 동안 하스스톤의 모토는 캐주얼이었습니다. 놀랄만큼 쉽고 재밌는 게임, 한판한판이 간단하며,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는 게임. 저는 이 세가지가 하스스톤의 인기 비결이었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벽덱의 흥행으로 기반된 최근 메타는 플레이어들에게 이런 모토와 정반대 되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놀랄만큼 쉽고 - 벽덱 자체는 운영하기 쉬울지 몰라도 오히려 벽덱을 상대하는 입장은 더 어렵습니다. 광역기를 항상 의식해야되고 무거운 하수인을 던져야 할 타이밍 등 생각해야 될게 많아 복잡한데 이만큼 생각하는 노력을 하는데 비해서 상대의 손패가 잘풀리면 이같은 고민도 할 생각도 없이 게임이 일찍 끝나버리는 경우도 다반수입니다.

한 판,한 판이 간단하다 - 과거 하스스톤을 돌아보면 이 말이 너무 당연했습니다. 필드기반의 전투, 코스트에 맞춰서 내는 플레이 등은 전략들이 복잡해 질 필요가 없었죠. 이런 메타를 단순하고 단조롭다고 재미없다고 싫어했던 사람들도 많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이때는 자신이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벽덱 메타는 아니죠. 그저 상대방의 플레이에 좌절감을 맛보다가 끝나는 판이 많습니다.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다 - 2번과 연결되는 내용이지만 하스스톤은 모바일 환경에서 플레이를 지원하기 때문에 한판 한판이 깔끔하고 빨리 끝나는 것이 좋았습니다. 밖에서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한판 짧게 하고 끝내는것을 원하지 길게 늘어지는 판을 좋아하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벽덱을 상대하게 되면 한 판 한 판길이가 길어질 수 밖에 없고, 집중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재미도 떨어지는 게임을 하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적어도 저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벽덱의 흥행은 하스스톤의 인기 비결이었던 여러 요인들을 저해시키기게 되었고 기존의 하스스톤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변해버린 하스스톤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오랜 팬으로서 하스스톤 편을 들자면, 저는 이런 현상이 하스스톤의 E-Sports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스스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하스스톤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갭이 여느 게임들보다 적은 편입니다. 따라서 항상 하스스톤 프로게이머는 프로로서 대접을 받지 못했고, 보는 재미가 있어서 인기는 있지만 항상 E-Sports로서의 존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었죠.

현재 블리자드는 하스스톤의 E-Sports화를 성공시키기 위해 이런 인식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하스스톤을 잘하는 유저들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 얼마전 발표한 하스스톤 대회 신규 룰 (스페셜리스트 룰)또한 그런 노력의 일환이죠.

직접적인 영향은 아닐지 몰라도 블리자드의 이러한 노력들이 현재의 메타를 만들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즉, 하스스톤은 캐주얼함과 E-Sports라는 어찌보면 역설적인 두가지 요소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고 지금은 후자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지금의 메타는 그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2. 해도해도 너무한다. 키카드, 사기카드의 밸류 (Value)

: 밸런스 패치좀 제대로...

지금 시점에서 가장 사기카드를 뽑으라면 열중 아홉은 이 카드를 뽑을 겁니다.

개발진에서도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할 정도로 오버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이 카드는 말그대로 게임을 뒤집을 정도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이번 한중 인비테이셔널 B조 1경기 C9 VS LF팀 경기에서 Looksam 선수와 Caimiao 선수와의 경기에서 드러났습니다. 아마 이 경기 보신 분들은 다 공감하시겠지만 Caimiao 선수가 뽑은 야수들이 너무나도 사기적인 벨류를 보여줬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제가 모아봤습니다.

첫번째 야수. 이건 쇼가 사기긴 하지만 상대의 7/11 하수인을 제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독성을 뽑아 제압하는 장면

두번째 야수, 죽음의 메아리 카드가 없어 손패가 꼬인 상황에서 준수한 스텟에 주문 면역이라는 도발을 달린 야수를 뽑아냄.

세번째 야수, 가돋탈이라는 핵심카드를 제압하는 최적의 카드중 침묵을 뽑음(수많은 야수들 중 단 하나인 올빼미)

4,5번째 야수 성기사의 광역기가 다 빠진 상황에서 제압하기 힘들뿐더러 야수들 돌진부여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지닌 코뿔소와, 5코스트 9/9라는 저코스트의 사기적인 스텟의 야수를 뽑아냈다.

결정적으로 승부를 가른 6번째 야수, 마지막 뒷심이었던 성기사의 선소로우를 단 한번에 제압해버리는 올빼미를 뽑음.

위 사진들만 봐도 얼마나 죽음추적자 렉사르가 사기카드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스스톤팀은 이 카드를 직접 패치하지 않고 징표와 주문석을 너프하는 간접너프를 했고 비록 약해지긴 했지만 이 카드의 사기성은 여전하기 때문에 이 카드가 야생가기까지 유저들은 지속적으로 불편한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죽음의 기사 카드들의 경우도 높은 벨류를 지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우세한 상황이 아니라면 누가 먼저 변신하느냐가 승패의 중요한 승부처가 될 정도로 지나친 쏠림 현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벨류 카드와 일반 카드들의 갭은 결국 게임을 재미없게 만드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밸런스 패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3. 이제는 너무 식상해져버린 등급전 :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사실 직접적인 영향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확장팩이 실패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죠. 마녀숲 이후 폭심만만 프로젝트와 라스타칸의 대난투는 실패한 확장팩이라고 불리면서 130여장의 카드중에 극히 일부만 채용되고 있고 기존의 메타와 다른 큰 변화를 불러오는데 실패했습니다. 이 부분은 어쨌든 흔히 게임의 노잼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야생전이 생긴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시되었던 점을 고려할 때 개선이 필요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글에서 하스스톤팀이 야생전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런 변화는 어쨌든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여전히 야생전은 신규유저의 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활성화 시키기엔 정규전보다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근본적인 랭크 시스템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큰 체감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럼 방법이 없는거냐라고 하면 사실 이 부분은 정답을 내리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지금의 등급전 시스템에 새로운 규칙을 적용하거나, 새로운 모드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모험모드 시스템은 그런 갈증을 어느정도 해소해주긴 하지만, 동기부여 측면에선 너무 부족하고 그나마 신선했던 로그라이크식 시스템도 이젠 식상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 나왔을땐 신선했지만 결국 3번째 우려먹기를 하면서 식상하다는 평가

과거에 하스스톤에서 게임 내에 토너먼트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다가 취소가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아쉬움이 남은 결정이었습니다. 또한 특정카드 밴, 특정 직업 벤 같은 경우는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처럼 가다간 떠날사람이 유입될 사람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새로운 시스템이 없다면 말이죠.

현재 블리자드는 회사 안팎으로 문제점이 많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하스스톤팀도 그 영향과 결코 무관하진 않을것입니다. 다만 하스스톤 팬들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블리자드가 하스스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개발인력도 늘릴거라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죠. 당장 출시될 4월 확장팩이 저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3개의 기존 확장팩(운고로, 얼왕기, 코볼트)들이 야생으로 가기 때문에 신선함은 불러올 수 있겠지만 유저들의 인기를 되찾을 수 있는 다른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뭐가 될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믿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