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미리 이야기하자면 지금 투기장 흑마는 카라잔 제이나 수준의 전무후무한 씹op 영웅입니다.

 

 사실 흑마법사는 이전까지 그리 각광받는 직업은 아니었습니다. 직업 카드들 간의 시너지 효과가 매우 우수한 편이었지만 투기장에서 그 시너지에 맞게 카드를 고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고 단독 효율로는 구더기 냄새가 풀풀 풍기는 쓰레기가 매우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투기장 밸런스 패치로 쓰레기 직업 카드가 밴이 된 게 흑마에게 큰 이득이 됐습니다. 선택지에서 더 효율좋은 카드들이 더 많이뜨게 되면서 덱 짜기가 편해졌거든요.

 

 

이런 것들은 선택지에 뜨더라도 안 집는 카드들이었죠. 령 골렘 정도는 활용할 가능성이 있긴 했습니다만 너무 조건을 많이 타서 문제였습니다.

 

이 밴패치 직후에도 카라잔 시절엔 제이나가 불땅차와 불기둥이라는 치트키를 마구 쏴재끼고 있어서 흑마는 별 힘을 못 쓰는 픽이었습니다. 흑마는 덱을 위니-미드스럽게 짜서 중반부터 영능으로 이득을 보는 게 중요한데 너도 나도 제이나만 픽해대서 기껏 깔아둔 필드가 다 타버리는 게 부지기수였거든요.

 

그리고 가젯잔이 발매된 이후 모든 게 바뀝니다.

 

 

가뜩이나 쓸모없는 직업 카드들이 밴 되서 직업 카드만 골라도 괜찮은 덱을 짤 수 있었던 흑마에게 엄청난 꿀과 같은 직업 카드들이 그것도 대부분 "일반" 등급으로 추가된 것이죠. 사실 흑마덱의 기본/일반 등급 카드들은 투기장 효율이 대부분 미쳐 있습니다. 그냥 기본/일반으로만 덱을 짜도 밑과 같은 구성이 나오죠.

 

 

 

물론 다른 직업에도 op 효율의 기본/일반 등급 카드는 많습니다. 성기사의 진은검 울다만 보쓴꼬나 마법사의 염구 얼화 불기둥 불땅차 물정 주술사의 사술 토골 영발 흑드라군 불정 전사의 출항이다 룩삼 날뛰는구울 흑요석 파괴자 이글 바보의파멸 아라시 같은 것들이죠. 허나 흑마법사의 직업 카드풀은 초, 중, 후반 전부에 골구루 분배되어 있으며 초반 하수인, 제압, 단일딜, 광역, 종족 시너지까지 갖춰져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단일 효율도 나쁘지 않은데 각각의 시너지 효과마저 매우 우수하단 소리죠. 임프 두목이나 심연불정령에 맞먹는 다른 직업 카드들은 희귀 쪽에 몰려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가령 성기사의  등은 투기장에서 일단 나오면 2:1 교환 따위는 우습게 하는 미친 효율의 카드들이지만 희귀 이상이라서 상대방은 1장 정도만 대비하거나 맞으면 그만입니다. 허나 심연불정령이나 임프두목, 공허소환사는 한 게임에 2~3장까지도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고승으로 갈수록 매우 커집니다.

 

그렇다면 투기장에서 흑마법사를 상대할 때 어떤 점들이 어려운 걸까요?

 

1. 영웅 능력 그 자체

 

 

만악의 근원입니다. 사냥꾼을 제외하면 다른 직업들은 덱을 짤 때 드로우 카드도 고려해야 하는 반면에 흑마는 만인의 op 카드라 불리우는 하늘빛비룡조차도 용덱이 아니면 등급전에서도 쓰지 않을 만큼 드로우 카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보통 투기장에선 패꼬임을 막기 위해 1~3코 카드를 6~8장씩 골라놓는 게 일반적인데 이 비중이 너무 크면 후반 힘이 딸려서 미드레인지 타입으로 덱을 짜온 상대방에게 중반 이후부터 밀리게 됩니다. 그렇다고 조금 무겁게 짜서 가보자니 멀리건에서부터 꼬이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게 되서 운영이 껄끄럽죠.

 

흑마는 그런 거 신경쓸 거 없이 1~3코 카드를 팍팍 골라놔도 됩니다. 낼 카드가 다 떨어지면 생전으로 뽑아서 또 내면 되거든요. 상대하는 입장에선 흑마를 상대로 1:1 교환을 할 수록 본전이 아니라 손해를 보게 됩니다. 흑마에게 초반에 교환 당하는 카드란 후반부터 안전하게 생전을 쓰기 위해 바치는 제물 수준이거든요. 이렇게 되니 흑마들은 멀리건과 초반 운영에서부터 꼬일 가능성이 상대방보다 더 낮아지게 되고 상대는 패가 꼬였다간 비등비등한 소모전만 벌이다가 후반부터 피통 빵빵한 흑마가 생전으로 카드를 쑥쑥 당겨대는 모습을 구경만 하게 됩니다. 따라서 상대방은 초반부터 필드를 강하게 잡고 명치를 빨리 후려서 흑마법사가 생전 운영을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할 수가 없는 걸까요?

 

2. 초반부터 직업 하수인이 너무 강하다.

 

 

1턴 선공에 상대가 내는 간식용 좀비는 매우 혐오스러운 존재입니다. 화염 임프도 간좀만큼은 아니더라도 굉장히 짜증 나죠. 어둠의 행상인은 2코 능력치로는 조금 미달이지만 발견 효과 때문에 거의 1:1 교환은 보장해주며 흑마 1코 카드 라인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에 스탯 패널티는 그냥 무시해도 되는 수준입니다. 임프 두목은 흑마법사 초반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오우거투사나 마법사의 화염포, 사제의 고통 정도가 아니면 동일 코스트 라인에서 깔끔하게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상대하기 너무 까다로운 나머지 광역기나 제압기를 박아버리기도 할 정도니까요. 그러면 흑마만 웃게 되죠. 어둠골 원로원은 3코스트에 땡으로 내면 스탯이 매우 저질이지만 필드를 먹어둔 상태에서 나가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서 상대방에게 큰 압박을 줍니다. 피통이 5나 되서 초반에 3~4딜을 내는 수단들도 전부 막아낸다는 점도 크고요. 수정술사는 단독으로 집어도 문제가 없는 스탯인데 악마 하수인 하나한테만 넣어도 코스트 이상의 효율이 나옵니다. 상대방이 2~3마리한테 버프를 넣었다고요? 축하합니다, 당신은 지독한 사기를 당했으며 이제 처맞을 일만 남았습니다.

 

이들을 어찌어찌 해쳐나간다 하더라도 4턴에 가 떡하고 나오는 순간 모든 상대방은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미쳐서 죽으려고 합니다. 투기장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겐 이것보다 혐오스러운 4코스트 카드는 없을 겁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눈 딱 감고 죽였을 때 상대방의 블러핑이었음이 드러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지만 핸드에서 뭔가가 튀어나오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게 되고 그게 5코스트 이상의 악마라면 이게 게임이야? 를 외치게 됩니다. 최선의 대응책은 공허소환사가 들이박아도 문제없는 도발을 세워놓고 무시한 채로 명치를 후리거나 제압기를 박는 게 고작입니다. 4코스트 따위한테 제압기를 강요하다니 역시 또 흑마가 웃습니다. 이런 게 자기한테도 악마 종족까지 달고 있어서 죽였더니 또 나온다거나 위에서 말한 수정술사의 버프까지 받는 정신나간 플레이가 고승존에선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카드의 단점이 초반부터 핸드가 빨리 마른다는 건데 흑마한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나중에 생전하면 됩니다.

 

 다른 직업이라면  하위호환 취급이나 받을 이런 카드조차도 단지 공허소환사 때문에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실제로도 그렇다는 게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튼튼하다 싶은 중반 하수인을 냈다면 로 박아버리면 그만입니다. 이렇게 하수인 질이 훌륭한데 흑마법사는 상대방이 동전을 써가면서 내는 2, 3코 하수인을 짜를 까지 갖고 있습니다. 우서가 만년 콩라인 취급받는 원인 중 하나가 초반 3피를 바로 제압할 수단이 없다임을 감안하면 이 점도 중요합니다.

 

물론 위와 같은 카드들을 모든 흑마법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고승존에서는 이런 깡패들을 "많이" 쥐고 있을 흑마일 가능성이 크죠. 결국 초반부터 이런 놈들을 상대로 1:1 교환을 간신히 수행한다 하더라도 흑마의 피통은 여전히 빵빵하며 그것은 중반 이후의 추가 드로우를 의미합니다. 이제 당신의 미래는 없습니다...

 

3. 지나치게 많은 광역이 이지선다 강요.

 

흑마법사의 특징 중 하나는 피아구분 없는 광역기가 많다는 겁니다. 가젯잔 전까지는 지옥의 불길 정도만 조심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암흑불길은 한 번 터지면 게임도 함께 터져버리지만 그건 희귀 등급이라서 아 재수없게 걸렸네 정도로 생각하면 그만이었죠. 그 외에도 자잘하게 필드를 지울 수 있는 수단은 여럿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젯잔 이후 그 수단이 너무 많아져서 상대방이 모든 걸 대비해가면서 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게 됐습니다.

 

 

심연불정령은 약속된 7턴으로 악명이 높으며 상대방은 당연히 이걸 대비해서 필드를 깔 수밖에 없습니다. 피통 4~5짜리 미드 하수인들로 심연불이 나오더라도 명치에 압박을 가할 수 있게 하는 식이죠. 그러다가 생각지도 못한 지옥불꽃 물약이 나와서 필드를 다 쓸어버리죠. 이건 다른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흑마는 4턴 지불만 조심하면 되니까 초반엔 하수인 넉넉하게 깔아도 돼! 식의 생각은 악마의 격노에 막히고 흑마는 1피짜린 못 짜를 거야! 엔 지옥불정령이 나와버리고 튼튼한 고코스트 하수인 넉넉하게 깔아뒀다! 뭐가 나와도 문제없어! 엔 난데없이 하수인들이 모조리 시공의 폭풍 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마법사를 상대할 땐 눈보라나 불기둥만 생각하면서 해도 큰 문제가 없는 반면 흑마법사는 대비해야 하는 게 너무 많으며 각각을 전부 대처할 수 있게 필드를 짜는 게 불가능하단 소리죠. 물론 뒤황이나 파멸은 영웅 등급이니까 당할 가능성이 적긴 하지만 효율성이 입증된 카드라서 선택지에 뜨면 흑마들이 망설임 없이 고르는 카드란 게 문제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상대방은 흑마가 후반 운영을 할 수 없게 초반부터 압박을 넣어야 하는데 이런 광역기들에 쓸려나가면 그대로 끝장입니다. 이런 광역기들을 새도우 복싱을 해가면서 조심조심 필드를 깔면 흑마 피통을 줄일 수가 없죠. 흑마 입장에선 뭘 해도 이득인 셈입니다. 개캐도 이런 개캐가 없어요.

 

4. 심연불정령

 

 이 카드에 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지금 투기장에 들어가서 흑마법사를 상대해 보십시오. 7턴이 되는 순간 이건 더 이상 게임이 아니게 됩니다.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면 왜 이게 씹사기인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7코스트쯤엔 흑마나 상대방이나 보통의 경우엔 필드에 자잘한 하수인들이 깔려 있을 겁니다. 흑마법사는 자기 하수인들을 적들에게 전부 투척해서 3피로만 맞춰놓고 이걸 내버리면 필드를 클리어함과 동시에 6/6이라는 무시무시한 하수인이 필드를 장악해버립니다. 상대방이 정리충이어서 흑마법사가 낸 하수인을 전부 짤라냈다면 필드는 상대방이 먹고 있을 테지만 하수인들 피통이 많이 빠져있을 겁니다. 그럼 또 심연불정령에게 모조리 녹아내립니다. 이게 덤으로 상대방 명치에도 딜을 넣기 때문에 흑마가 그냥 막타용으로 쓰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이것에 대비해서 조심조심 필드를 깔고 유지하는 동안에도 흑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것만 하면서 코스트 측면에서 이득을 봅니다. 단지 같은 흑마를 상대할 때 자기도 이걸 대비해야 한다는 게 유일한 문제점이죠.

 

기존의 투기장 흑마법사들은 덱을 위니스럽게 짜다 보면 후반부터 상대방이 내는 고코스트 하수인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문제 때문에 다른 직업들과 마찬가지로 전쟁골렘이나 요르문가르 같은 그저그런 고코스트 하수인도 1, 2장씩 픽하곤 했습니다. 이제 그딴 것들은 픽할 필요없습니다. 7코스트 스탯값은 아니지만 필드를 정리하면서 상대방 명치에 6딜씩 박아넣는 괴물이 무려 "일반" 등급에 있으니까요. 덱 짜다 보면 2~3장씩도 얼마든지 골라집니다. 내가 흑마할 땐 안 나왔다고요? 7승 이상 흑마 상대하면 잘도 나올 겁니다.

 

 

 

이것들은 제가 최근에 한 흑마법사 12승 덱 리스트들입니다. 심연불정령은 그냥 기본소양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흑마법사에 대한 대처법은 빨리 필드를 먹고 빨리 명치를 후린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모든 광역기를 대처하는 건 불가능하니 나올 가능성이 큰 지옥의 불길과 심연불정령 정도만을 생각하면서 과감하게 명치를 후려야 합니다. 그럴 때 상대 흑마법사의 손패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고 내 필드에 대처할 수 있는 광역기가 없다는 확신이 든다면 더욱 명치를 집중공격해서 흑마법사에게 약속된 7턴을 내주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방이 제가 말한 깡패들을 초반에 풀었다고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