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국 삭발하고 울먹여 “마녀사냥 당했다”
등록 : 20110617 15:28 | 수정 : 201106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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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용 라디오 본부장의 편협한 정치적 견해에 따른 물갈이”
정몽준 한나라 전 대표 “저 때문에 김흥국씨가 피해를 봐서…”

» MBC 표준 FM ‘김흥국의 두시만세’ 에서 퇴출당한 가수 김흥국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삭발을 마친 후 취재진들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나는 마녀사냥 당했다.”

가수 김흥국씨가 17일 정오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 본사 앞에서 삭발했다. 자신의 방송 퇴출에 대한 김씨의 항의성 삭발이 연예인의 정치활동과 사회적 발언을 금기시하는 우리나라 방송 풍토를 바꾸는 계기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연예인의 정치 성향을 문제삼아 퇴출을 시킨 것은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 등 주로 진보적 성향의 연예인들에 국한됐지만, 이번에 김씨가 퇴출되면서 연예인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치적 견해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김씨는 이날 라디오 <2시만세> 진행자 퇴출에 항의하며 낸 보도자료에서 “하차 사태의 본질은 이우용 라디오 본부장의 편협한 개인적 정치 견해에 따른 물갈이”라며 “방송에서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등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이날 삭발을 한 뒤 울먹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이렇게 삭발을 하는 이유는 더 이상 다른 연예인들이 이와 같은 이유로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해서다”라고 말했다.

삭발 현장에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미국에선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방송 프로그램 사회자가 오바마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또 “저 때문에 김흥국씨가 피해를 봐서 마음이 편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지지유세에 대해서는 “성인으로서의 사회 활동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서울 동작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재정 후보 지지유세를 벌였다. 동작구는 정몽준 전 대표의 지역구다. 지난 4·27 재보선 당시에도 정몽준 전 대표와 함께 분당을 선거구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 지지 유세를 했다.

» MBC 표준 FM ‘김흥국의 두시만세’ 에서 퇴출당한 가수 김흥국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삭발을 마친 후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인터넷상에서는 김흥국씨의 프로그램 퇴출을 두고 후진적인 정치·방송 풍토의 희생양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경민 문화방송 논설위원은 16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연예인의 사회참여 활동에 대한 징계성 인사조치에 쓴소리를 남겼다. 신 논설위원은 “누가 봐도 김미화 아웃의 유탄”이라라며 “오바마가 매케인 지지한 연예인에게 해코지했나요? 매케인이 당선됐다면 오바마 지지자인 오프라 윈프리를 자를까요? 만약 해코지한다면 대통령직 유지할 수 있을까요? 우리 정치, 우리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도 17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김미화 김제동에 이어 김흥국의 출연정지는 우리가 아직도 후진국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방송인도 자연인으로서 정치적 견해와 선호가 있을 수 있다. 방송중이면 몰라도 방송 외의 활동으로 제재를 하는 건 심각한 권리침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