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오픈이후 계속 게임을 즐기다가 그레시아 파이널때 접었고 최근에 다시 시작한 유저입니다.

 

많은 것이 바뀌었더군요. 그에 대해 몇마디 해보려 합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대체 어떤놈이 파멸패치 기획한 겁니까? 엔씨도 대기업이니 사람간의 알력이나 부서간 권력다툼 같은 게 당연히 있겠지만 파멸패치 기획자는 분명히 중징계를 받았을거라 믿고 있습니다. 굳이 게임이 어떻다를 떠나 엄청나게 이탈한 유저수만 봐도 이 패치가 얼마나 심각하게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증명할 필요도 없을거라 봅니다. 정말 엔씨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로서 간절히. 그 패치 기획자에게 퇴직금 듬뿍주고 통닭집이나 하라고 하셨기를 바랍니다.

뭐 파멸패치의 대실패에 대해 자체적으로도  많은 분석이 있었겠으나 개발자의 입장과 유저의 관점은 조금 다를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또 꾸준히 게임을 즐겨오던 유저와 처음으로 게임을 접하는 유저, 그리고 예전에 게임을 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저같은 유저의 입장도 다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니지2 라는 게임이 가장 화려하던 떄를 기억하는 유저가 폐허일보직전이 된 지금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눈여겨 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1. 완벽하게 무너진 경제밸런스

리니지2는 가장 화려했던 떄조차도 직업간 밸러스에 있어서는 극단적인 빈부격차를 보이던 게임이었습니다. 어쩌면 리니지2가 가진 많은 직업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맞추기라 거의 불가능한지도 모르지요.

허나 지금 제가 지적하려 하는 것은 직업간의 밸런스가 아니라 게임 전체적인 밸런스를 말합니다.

 

리니지2는 굉장히 오래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저랩지역밑 저랩용 아이템의 활용도가 비교적 높은 특이한 게임이었습니다. 왜 이것이 가능했을까요? 엄청나게 정밀하게 설계된 게임내 경제시스템 떄문입니다.

리니지2경제의 핵심은 정탄시스템입니다. 정탄은 사냥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현실경제로 치자면 식량과 다름없죠. 그런데 그 정탄생산에 필요한것이 결정체와 정령석이죠. 여기서 결정체는 완제품을 결정화 해야만 얻을수 있고 정령석은 상점에서만 얻을수 있습니다.

  즉 정탄의 존재로 인해

 재료- 완제-아데나

 가 드워프와 성의 활동하에서 계속해서 순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죠.

 사냥을 통해 재료와 완제를 획득하고

 재료는 다시 완제를 만드는데 사용되고

 완제중 일부는 결정체가 되어 다시 정탄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이 정탄은 다시 사냥에 활용되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있었죠.

 여기서 장원시스템은 사냥을 통해 얻는 재료를 어느정도 조절할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하였고 정탄 생산에 사용되는 정령석은 아데나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동시에 성혈에 메리트를 주었죠.

 

 놀랍도록 안정적인 경제시스템은 랩업과 돈벌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것을 힘들게 했습니다. 간간히 돈벌이와 랩업이 동시에 되는 구간이 있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광랩을 위한 사냥터와 돈벌이를 위한 사냥터는 어느정도 구분되었고 파티사냥은 이 두가지를 왠만큼 동시에 만족시킬수 있는 방법이었죠. 이는 레이드와 파티사냥의 활성화를 가져왔고 레이드에서 번돈으로 장비를 맞추고 그 장비로 광랩사냥터를 가는...이런 플레이를 유도하게 됩니다. 심지어 전혀 사냥을 하지 않고 기란에서 장사와 공방으로 돈을 번뒤에 장비를 맞추는 유저도 적지 않았지요. 이런 절묘한 경제적 밸런스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리니지의 사냥에 시뮬레이션적인 재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점은 리니지2가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던 가장 큰 요소였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리니지2의 핵심요소는 rpg적 요소라기 보다 전략적 요소였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는 것 자체를 즐기기보다 무엇을 해야할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그 넓은 리니지 세계를 연구하고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것. 이것이 리니지2만이 가지고 있는, 다른 어떤 게임도 가지지 못한 매력이었지요.

 

파멸업데이트가 리니지2 경제밸런스를 완전히 붕괴시킨건 각성이전의 게임이 가지고 있던 광대한 경제시스템을 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새로히 그에 준하는 경제시스템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 비해 단순하기 그지없는 조악한 경제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경제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새로히 만들어지는 경제시스템은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무슨생각인지 이제 경제시스템이라 불리울만한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떤직업,어떤 세팅이 뜬다고 하면 그에 따른 시세변화만 존재할 뿐 과거와 같은 변화무쌍한 경제활동은 무의미해졌다는거죠. 과연 유저들이 가지고 다니는 장비중 공방을 통해 만들어진것이 몇이나 될까요? 과연 사냥터에서 드롭되는 재료아이템의 시세를 알고있는 유저가 얼마나 될까요? 제작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좋은 재료를 노리는 사냥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직 레벨업만이 최고의 가치가 되고 게임의 모든 활동이 레벨업에만 초점이 마추어지게 됩니다. 요즘 오토들 사냥안합니다. 다 꽁치나 도둑레이드하려 하지.

리니지2라는 게임에서 경제활동을 꺽어버린 것은 게임의 반을 죽인겁니다.  6~7년동안 꾸준히 쌓아올려진 경제구조를 한번에 무너뜨린 건 정말로 어리석은 짓이었습니다.

 

2, 순식간에 좁아져 버린 활동영역

 필드넓이로 계산할때 85~99구간에 가는 사냥터의 총합은 과거 20레벨 전후해서 가던 사냥터보다도 좁습니다. 유저들의 레벨이 높아져가면서 고렙지역으로 어느정도 편중될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그정도가 너무나 심하다는 것이죠. 85랩 이후에 플레이를 완전히 다른방향으로 하고싶었다면 리니지월드 전체...까지는 안되더라도 최소한 반정도는 85랩 지역으로 리뉴얼했어야 합니다. 솔플을 즐기는 유저, 파티플을 즐기는 유저, 창팟,위자팟, 돈벌이용 필드....등등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섣불리 이렇게 큰 변화를 주지말고 과거의 것을 활용해가면서 천천히 갔어야죠.

 실질적으로 리니지2세계의 넓이는 10분의 1정도로 줄어든 겁니다. 차라리 85까지 퀘스트 한방에 업시켜버리고 모든 지역의 몹들을 고랩화 시키는 편이 훨씬 좋을겁니다.

 

 현재 리니지2의 레벨은 1~85까지가 1랩이고 만랩이 15랩이죠? 실질적으로 그렇습니다.

 

그 넓은 필드를 왜 썩혀두나요. 최소한 사람이 숨은 쉴수있을 넓이를 만들어줘야지...지금 유저들 접속해서 가는 곳은 너무 뻔합니다. 과거의 크탑이나 오만등등에 많은 사람이 몰렸지만 그당시엔 그외에도 갈곳이 많았습니다. 지금은요? 인스턴트화 시켜서 사냥터 분쟁이야 많이 줄었지만 막상 유저들이 활동할수 있는 공간은 엄청 나쁜 쟁혈이 전 사냥터를 통제할떄보다 더 좁아진겁니다.

 

3. 어울리지 않는 옷

와우라는 게임이 나왔을때 모두들 그 게임의 완성도에 경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니지2의 유저들은 그다지 이탈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온이 나왔을때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니지2의 유저들은 그다지 이탈하지 않았습니다. 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리니지2는 와우와도 다르고 아이온과도 다른 게임입니다. 말만들기 좋아하는 키보드 워리어들이야 어느게임이 최고다 라고 논쟁하길 좋아하겠지만 게임이란 자기가 즐기면 그게 좋은게임이죠. 와우가 나왔을떄도 아이온이 나왔을때도 변함없이 리니지2를 즐기던 유저들이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를 정말 모르고 있습니까?

 

 리니지2는 손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콘트롤이 중요한게 아니라 지식이 중요한 게임이었습니다. 순간적인 판단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이 중요한 게임이었습니다.

 

 과거의 프로핏은 버프 다돌리고 앉아있는 직업이었지요. 허나 프로핏 절대 쉬운직업 아닙니다. 매칭올리는 담당이라는 번거로움 떄문만이 아니죠.  직업별로 각기 다른 버프를 숙지하고 있고 파티 진행이나 교대에 따른 버프변화를 체크해야하고 버프 탐에 따른 사냥 강도조절도 해야하고 엠 잔고와 파티 구성에 따라 적절한 지원도 해야합니다. 매칭올려두고 하다보면 20분 순식간에 가버리죠. 그렇게 정신없다가 파티에 익숙해지면 채팅도 하고 자게도 들락거리고...

 우리는 그렇게 게임을 즐겨왔습니다. 적당히 긴장하고 적당히 널널하게 그렇게 사냥할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키보드 두드리느라 여유가 없습니다. 이럴거면 와우하니 왜 리니지를 합니까?

 

 더 큰 문제는 기껏 그렇게 바꿨는데 그것도 그다지 재미가 없다는 겁니다. 예를들어 상황별로 다른 스킬을 써야하고...이런게 있다면 재미라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그냥 순서대로 스킬누르기만 하면 되는데 이게 평타사냥이랑 다른게 뭘까요? 와우만큼 정교한 스킬들이 있는것도 아니고...오히려 정탄 손맛만 버렸습니다.

 

 

 4.맺으며- 일관성의 부재

 위의 요소들은 하나하나 뺴서 보면 굳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수 있습니다. 허나 저 세가지가 리니지2라는 게임에서 동시에 나타난것은 재앙입니다. 활동할 영역은 줄어들고 경제시스템은 붕괴되고 플레이스타일은 변했는데 그것이 난잡하기만 하고....이 계획 더하기 이 계획 더하기 이 계획...이렇게 대충 만들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군요.

 

 과거 리니지에서 전사계열과 법사계열의 스킬습득레벨은 각기 달랐지요. 그리고 각 직업마다 신분이 달라지는 강력한 스킬들이 있습니다. 헤이 2단이라던지, 퓨리 댄이라던지,단체슬립이라던.... 장비의 그레이드가 올라가거나 그 스킬랩이 바뀌거나 할때는 절묘하게도 사냥터의 변화가 동반되었죠. 이렇게 전체적 맥락에서 절묘하게 맞아떨어져가던 것이 과거의 리니지였습니다.  유저입장에선 파면 팔수록 잘짜여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수 없었지요.

 

 누가 봐도 이는 개발자의 교체로밖에 생각할수 없을정도로 허술해졌습니다. 게임을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조율자가 없다는거죠. 원래의 리니지는 단순함것들로 이루어진 놀라운 복잡함이 특징이었는데 현재의 리니지는 복잡한 것들로 대충 뭉쳐진 놀라운 단순함이라 할까요?

 

 

 

멀리 볼것도 없습니다. 2d게임인 리니지1만해도 아직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국지적인 부분에서 아무리 잘 만든들 전체적인 틀이 망가지면 게임은 재미를 잃습니다. 심지어 국지적인 부분역시 그다지 잘만든것도 아니구요 (와우,아이온,테라등과 리니지2의 스킬구성을 비교해보십시오 리니지2가 얼마나 허접한 동시에 유저를 귀찮게 하는지)  그 틀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최소한 게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엄청나게 긴 글이군요. 현실적인 이유로 게임을 떠나있기도 했고 다른게임도 간간히 즐기곤 했으나 언제나 마음속에는 리니지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리니지는 너무도 변했더군요. 이것이 단지 제가 적응하지 못해서만은 아닌건 모두들 알고 계실겁니다. 제가 한참 20대를 함꼐했던 게임이 이렇게 까지 망가진것이 조금 슬픕니다. 흔해빠진 한명의 유저의 넋두리겠지만 개발하시는분들이 커피한잔 하면서 훝어 보기만 해도 이 글을 쓴 노력은 헛되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제발좀 잘해 주십시오.

 

많이 와닫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