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 질지 모르니 글을 남겨본다.

 

2013년 08월 14일 새벽

 

전날에 초저녁에 친구들과 토나올정도로 술을 마신 뒤 자취방에 들어와서 씻지도 않고 저녁 10시쯤 뻗었다. 옷도 안 갈아입고 바로 침대 위에 누웠다. 난 보통 술을 마시면 8시간 동안은 누가 엎어가도 모를 정도로 완전히 골아떨어진다. 하지만 자는 도중에 눈이 떠졌다. 내가 사는 곳은 자취방이라기보다 화장실이 딸린 고시원, 하지만 단독주택식 벽돌집이었기 때문에 각 집마다 현관문이 있었고 그 문을 나서면 바로 밖이다.

 

단칸방에 누우면 발에 치이는 곳에 싱크대가 있다. 내 머리가 있는 쪽은 책상이 있는 곳이고 내 발이 향한 곳은 현관문이 있는 곳이다. 이 방 구조가 웃긴게 현관문을 열면 바로 밖이다. 물론 지방쪽이고 학교에서 좀 떨어진 곳이어서 시끄럽지 않고 조용해서 괜찮았다.

 

어쨌든 자는 도중에 피곤함 하나 없이 눈만 말똥하게 떠졌다. 난 직감적으로 가위에 눌렸다는 걸 눈치 챘다. 온 몸이 움직여지지 않고 눈이 천장을 향하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눈이 닿지 않는 시야까지 나에겐 다 보였다. 즉,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현관문쪽이 다 보일 정도로 훤히 다보였다.

 

그리고 불도 꺼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방안 자체가 엄청나게 어두웠다. 하지만 내 눈엔 사물이 전부 분간 될 정도로 잘보였다. 전형적인 가위눌림 증상이란걸 깨달았다. 식은땀을 줄줄흘리며 속으로 비명을 아주 크게 질렀지만 전혀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미친듯이 온몸을 움직이려고 해봐도 내 몸이 돌이 된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난 자포자기하고 가위가 끝나길 기다렸다. 내가 포기할때쯔음 현관문 천장쪽에서 검은 머리카락이 스르륵 내려오는게 보였다. 분명 나는 정면의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너무도 뚜렷하게 현관 쪽 장면이 보였다.

 

끼이이이익.

 

잠겨있던 현관문이 녹슨 경첩소리를 내며 절반정도가 열렸다.

 

 

사람의 손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긴 손하나가 천장쪽 현관문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 손은 굉장히 창백했고 4개의 긴 손가락을 움직여 천장을 리드미컬하게 두드려 소름끼치는 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었다.

 

 

이번엔 긴 검은생머리가 뻣뻣한 수염처럼 천장의 현관문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스르륵하며 현관문이 거의 모두 열릴정도로 뒤로 젖혀졌다. 그리고 등장한 머리. 수염처럼 뻗은 머리카락에 얼굴이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난 속으로 울부짖으며 미친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전혀 비명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번엔 한번에 그 귀신의 몸 상반신전부가 현관문 천장쪽을 통과해 내쪽으로 서서히 기어왔다. 온몸에 닭살이 돋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 감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내 방의 상황 전부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전해져왔다. 특히 그 귀신의 머리카락하나하나, 표정까지 다 보일 정도여서 난 거의 기절직전까지 갔다.

 

느릿하던 귀신이 갑자기 팔과 상반신을 마구 퍼덕였다.

 

투투투툭

 

귀신은 미친듯이 천장을 두손으로 긁어서 허우적대며 나한테 마구 기어왔다.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천장에 딱 달라붙어서 날 쳐다보고있었다. 귀신이 허우적댈때마다 등꼴이 서늘해지며 속으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전혀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크으으으.

 

기괴한소리가 내 귀에 전해졌다. 자리를 잡은 귀신은 날 동물원의 동물구경하듯이 고개를 기이한 방향으로 꺽어가며 날 쳐다봤다.

 

이후로 난 기절했고 기억이 끊어졌다.

 

하지만 이게 끝이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