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의 수련은 9월 21일부터 재개되었다. 변함없는 수련일정에 소이하게 바뀐점이 있다면, 대련시간에 리신과만 줄창 겨루던 그동안과는달리, 마오카이와 카사딘도 이에 합류해 날마다 교대로 수련을 하는 새로움이 추가되었다는것?

'녀석의 말이 맞는말이라는건 알지만... 그래도 녀석과는 눈도마주치기싫어.'

 3일에 한번꼴로 카사딘과 대련을 할때마다 엘리스가 중얼거리는 말이다. 스파링 시스템에서 마주치는 이 시간외의 카사딘의 행방은 묘연하지만, 어쨌든 이렇게라도 계속 시간을 갖는일은 많아질듯하다.


 

"카사딘."
 어느날 밤, 리신의 수도원에 있던 그를 떠나지못하게 만든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림자가 보통사람보다 크지않은 그림자를 보아 마오카이가 부른건 아니었다. 그전에 목소리만으로 출처를 알 수 있었지만.

"그대는 어째서 이곳에 있는거요."
"마오카이와의 약속때문이다."
"그것이 엘리스하고 전혀 상관없는 약속이 아니란걸 소인도 알고있소."
 무심하게 답변하고 지나가려는 카사딘의 속이 꿰뚫린듯 그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신경을 더 기울였다.

"소인도, 마오카이도 완전히 엘리스의 편이 아님을 당신도 잘 알텐데, 왜 그녀의 수련에 협력하지않는것이오?"
"그렇게 말해봤자 나는 알고있다 리신. 네녀석의 그 마녀에게 바라는것은 결국 개선이 아닌가?"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어째서 계속 여기남아있는거요? 그대가 엘리스를 향해 내뿜는 증오나 적대시하는 감정이 마오카이의 약속보다 결코 작지않을텐데!"

 서로가 서로의 신경을 건드리는 날카로운 공격이 이어졋다. 그들은 상대의 의견을 맞받아치지않았다. 그저 다른 방면으로 공격할 뿐. 공방전아닌 전면전이었다.

 

 아마도, 서로가 서로의 의견에 반박하기 어려움을 알고있기때문에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그 '마녀'에게 감정을 평가절하하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아니꼽게 여기면서도, 정작 당신이 그녀를 대할때는 '증오'와 '분노'라는 감정에 휘둘리고있다는사실이 참 아이러니하군."
"큭..."
"아니, 우습다고나 해야할까... 마오카이와의 약속은 빌미, 그대가 엘리스를 향해 느끼는 감정이 생각보다 복잡할것 같다만."
 그러나 말싸움의 끝은 리신의 압도적인 언변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카사딘이 리신에게 한 말도 사실이었지만, 그의 솔직하지못한 태도가 리신에게 약점으로 잡혀버렸으니 예상된 결말이라 할 수 있다.

"흥, 내가 그 마녀에게서 무슨 복잡한 감정이 있을것같나."
"아무리 이성을 강요해도, 아무리 '균형은 유지되어야한다'고 떠벌리고 다녀도, 그대역시 한 인간이라는것을 알고있어야하오. 제아무리 인간의 논리적인 판단을 이끄는 이성이 존재한다해도, 그 이성의 원천은 감정에서 비롯된다는걸!"
"내게 훈계를 드려는거냐! 한번더 내 속을 긁는 말을 한다면..."
"소인을 죽이거나 이곳을 떠날거라고 협박할거라 거짓말치지마시오. 그대는 그런 행동을 할 자신이 없다는걸 알고있소,"
"... 못할거라 생각하나?"
 말싸움에 밀린듯한 전세를 느끼자 카사딘은 자신의 오른팔에 장착된 검에 힘을 쥐었다.

"정 마녀의 수련에 협조하지 않고싶다면, 소인이 직접 그대를 내쫓겠소. 그게 스스로가 그만두는것보다는 마오카이에게 덜 미안하지않겠소?"

 카사딘의 올곧은 태도가 리신의 호의같은 악의에 흔들렸다. 이곳을 떠날 수 있지만, 떠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카사딘은 정작 마음속에서 수없이 속삭여온 행동을 실천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왜냐고 묻는다면, 자신의 속마음을 내보이지않는 카사딘 개인만이 알것이라고 답해줄수밖에 없다.

 

"소인은 그대와 마오카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엘리스의 곁에있는지 모르겠소. 하지만, 그대가 이곳에 남아있겠다면 소인이 이끄는 수련에 협조해주시오. 지금이 기회요. 이곳을 나가면 그대에게 어떤 부탁이나 일말의 기대도 갖지않겠소. 하지만 이곳에 계속 서있거나 남아있다면..."
 그 말을 들은 카사딘은 등뒤로 돌아섰으나 이후에 어떤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럼 소인의 명을 받으시오."
<계속>

 

<글쓴이의 말>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좋은 연휴 보내세요! 저는 밀린 작품의 연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