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 여름쯤이었다. 내가 캬하하 방송을 처음 봤던 것은.

친구가 그의 집에서 틀어놓던 그 방송에는 당시에 온갖 욕과 서폿탓이 나오고 있었고, 나는 친구에게 뭐 이리 욕설이 많은 방송을 보냐고 하자 그가 말했다. “그래도 보다 보면 재밌어.”

그래서 보다 보는데 정말 생각보다 재밌더라.

그게 나와 캬하하의 처음 만남이었다.


2.

사실 나는 욕설을 매우 싫어한다. 롤 특성상 멘탈 깨지는 순간은 챌린저 브론즈 안가리고 다 나오기에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만, 시도때도 없는 남탓과 패드립 등은 매우 혐오한다.

그런 점에서 캬하하는 딱 내 수준에서 허용될만큼의 욕설만 나왔다. 특유의 남탓과 시부렁댐은 있었으나, 내가 시청했을때는 패드립 선으로 넘어간 적은 없었다. 남탓 등도 기본적인 실력이 뒷받침되고 본인이 원하는 그림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럭저럭 들어줄만했다.

또한 확실히 BJ의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보면 게임하면서 말도 잘 하고, 보다보면 원딜 한정으로는 별별 챔프가 다 나오고(부캐 기준이지만) 특히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방을 이기는 법을 설명하면서 그대로 실천하는 걸 보면 밥 로스가 생각나기도 하고. 실제로 교육효과 하나는 정말 대단했던게, 그날 보고 써먹은 레슨들이 먹히더라. 그래서 더 좋아하게 됬다. 실력도 저정도면 볼만하고, 방송 적응 덜 된 사람들처럼 말이 없거나 탭키를 시도때도 없이 누르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쇼맨쉽도 있고.


3.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더이상 챌린저는 커녕 마스터 유지도 힘겨워지기 시작했을 때.

시즌5 초는 챌린저 꼭대기에서 놀았는데 후반에는 마스터 승급도 감지덕지하는 자기 자신이 싫었겠지.

도파나 페이커 정도 빼면 프로게이머도 무시했던 자기 자존심과 실력 차이도 너무 컸을 것이다.

다른 유명 아마추어들은 챌린저에 계정 두세개 올려놓는데, 혼자 다1에서 노는 것도 비교되었을 것이고.

챌린저 가고 싶어서 이사까지 하던 그에게, 너무나 큰 유혹이었으리라.


4.

지금 캬하하 방송을 몇 명이나 보는지는 모르겠다.

혹은 인벤에서 쓰레기 취급 받는 분위기에 반해 다른 커뮤니티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도 잘 모르겠다.

허나 분명한 것은, 제시된 증거들은 객관적이며, 적어도 나의 눈으로는 슬프게도 그 의심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여파가 롤판 전체에 미칠 영향은 처치하고서라도, 캬하하 개인에게도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일이다. 본인의 모자른 실력과 높은 자존심을 보완하기 위해 선택했던 그 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5.

거부할수도 있다.

적반하장식으로 길길이 날뛸수도 있다.

눈물로 호소할수도 있다.

고소한다고 협박할수도 있다.

허나 그 무엇도 땅에 떨어진 신뢰를 주울 수는 없다.

BJ로써의 생활은 지속할지 몰라도, 이제 실력에 교육과 재미를 얹는다는 컨셉은 불가능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실력을 메꾸기 위해 선택한 헬퍼가 그의 실력을 날리는 결정타가 되었다.

옛 아마추어3대장같은 스스로 과거의 영광을 묻어버리는 짓을 스스로 하였으니, 누구 탓을 할 이유도 없으리라.

이제 ‘아마추어 원딜 고수'가 아닌 ‘유명 헬퍼유저'로 기억될 그에게, 난 이 글을 바치며 떠나보내려 한다.


잘 가요, 캬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