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GN은 온게임넷 시절부터 참 많은 이스포츠 중계를 해왔다.
스타리그 시절부터 시작해서, 이젠 히어로즈 오브 스톰, 하스스톤,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많은 중계를 하고있다.

나에게 있어 OGN을 통해서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보는 것은 참 큰 복 이었다. 그래서 OGN에 항상 감사했고, 엄재경 - 전용준 - 김태형. 엄전김 트리오는 10대 시절의 내겐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스타크래프트1 중계권 논란이 터지고,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을 전환하게 되는 와중에 진행 됐던 마지막으로 스타크래프트 1로 진행 되었던 Tving 스타리그. 난 아직도 그때 결승전에서, 전용준 캐스터가 마지막에 시간을 애써 들여가며, 본인의 이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이야기 할 때, 온게임넷이라면 다른 리그를 맡아도 저 열정이라면 충분히 해낼 것 이라 믿었다.

그 후 얼마 지나고 나도 20대가 되고, 온게임넷은 리그오브레전드를 주 컨텐츠로 삼아 LCK를 론칭했고, 재도약했다.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난전, 심리전, 그리고 분명히 생소했을 게임임에도 최선을 다해 중계 해주었던 해설진들의 모습은 과거 스타1을 보던 때의 박진감과 다르지 않았고, 온게임넷의 재도약에 감사했고, 난 어제까지 OGN에게 큰 감사를 하고 있었다. 그 사건이 터지기 전 까지는.

OGN은 게임이라는 저작권이 있는 컨텐츠로 방송을 만드는 회사다. 그런만큼,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겠지만, OGN에게 있어 저작권은 회사를 지탱하는 근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방송사에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내보내면서 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리그라고 생각했고, 게임 방송사에선 감히 세계 1톱이라고 여겨온 우리나라 방송사가, 불법 다운로드라니. 심지어 리그를 중계하는 컴퓨터로, 생방송이 진행 되는 와중에 그런 사고가 터지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동시에 앞서 언급한 전용준 캐스터의 이스포츠에 대한 열정 발언과 작년 롤드컵에서의 김동준 해설이 롤챔스 자부심을 토해내던 장면이 생각났다. 그리고, 제작진에 대해 엄청난 배신감을 맛보게 되었다.

리그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오로지 중계진에 지나지 않고, 제작진은 그냥 리그따윈 어떤 게임이든 상관없고, 단지 밥벌이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감히 선수들이 노력해서 올라온 무대를 저렇게 망쳐놨겠는가.

과거, 스타크래프트1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범인들을 상대로 난 수많은 이스포츠 관계자의 열정과, 이스포츠 팬들의 사랑을 이렇게 짓밟을 수 있냐고 탄식했다.

그런데 이젠 그 수많은 관계자들 중, 어제 LCK 제작진들에게 말한다. 당신들이 어떻게 감히 저 열정 많은 중계진들과, 팬들의 사랑을 이렇게 배신할 수 있냐고. 정말 실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