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게시판에서 빠커 vs 류 제드 미러전에서 빠커가 이긴 이유 묻는 글 보고 생각난 건데.


이번 캬읍읍 헬퍼 사건 때 어떤 놈이 관련 논문을 올린 대로 인간의 반응속도에는 아무리 잘 타고났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한계가 있음. 결국 반사신경이란 것도 체내의 화학적 작용이니까.


근데 똑같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물리적인 한계 안에서 가능한 최선의 플레이를 구사하는 사람이 있고, 당황해서 우다다 아무 키나 누르다가 지는 사람이 있음.


가령 일반겜에서 평범한 유저들이 위와 같은 제드 미러전을 해봤다 치자. 상대가 류와 같은 프로가 아니어도 대부분 '타워에 맞고 죽기 전에 풀콤 다 넣고 빠져 나와야 해!' 라는 생각만 하느라 RWEQ 대충 빠르게 긁고 빠져나오느라 정신없어서 막상 타워 딜은 피했어도 상대 풀콤 똑같이 맞고 러브샷으로 펑 터지는 게 대부분. 수은이나 썼으면 그나마 잘한 셈이지.


류도 (당연히) 그 정도까진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서로 궁 쓰기 직전까지는 류가 유리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페이커 표창 피할 생각을 안 했을 수 있음. 미러전인데 서로 풀콤 긁으면 타워 낀 나기가 이길 거라 생각했을 테고, 류의 표창이 빗나간 순간 펑!


프로씬에선 페이커가 그렇고 아마솔랭에선 도파가 그렇고 보면 돌부처 스타일들이 잘하는 이유가 그런 것 같음. 겉으로 봐서는 게임 외에는 흥분하고 패드립치고 트롤해도 적어도 플레이하는 그 순간에는 평정심을 더 잘 유지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거지. 페이커처럼 특히 그 마인드 콘트롤의 범위가 넓은 애들은 특히 장기적으로 폼이 좋은 거고.


롤보다 훨씬 더 많이 극한의 육체적 능력을 요구하는 스포츠 분야에서도 최상위권에 가면 항상 마음 다스리는 훈련이 꼭 들어가고 이걸 잘하는 놈이 최고인 것도 마찬가지. 김연아, 장미란, 박지성 등등. 그러고 보면 바둑에서 이창호도 전성기 시절에는 진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도 압도적인 승기를 잡아도 ㄹㅇ 석상 모드였는데 폼 떨어진 지금은 불리하면 얼굴 자주 붉으락푸르락함.


마이크로적으로 보면 슈퍼플레이가 나오는 것도 그러하지만 매크로적으로 보면 근래 SKT가 불리한 국면을 운영 혹은 한타로 극복하는 모습이 다른 팀에 비해 유독 많은 이유도 전체적으로 페이커와 같은 마인드 콘트롤 능력이 팀원들 전반에 고르게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즌 초에 팀원 바뀌고 SKT 폼이 떨어졌을 때 서로 호흡이 안 맞네 오더가 갈리네 신입들이 발목을 붙잡네 어쩌네 하고 원인 분석이 많았는데 그것보다는 아마 신입들이 SKT적인 마인드 콘트롤 능력을 갖추지 못해서 팀의 폼이 떨어졌고 시즌이 진행됨에 따라 이 부분이 보완되면서 우승까지 다시 올라올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생각함. 이 부분은 아마 김정균 코치의 영항이 크다 추측해봄.


참고 자료 : 뇌피셜 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