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6, 우리는 그날을 떠올렸다.

5인 팀랭이 폐지되고 다인큐가 도입되던 그날을.

 

LoL과 비슷한 게임은 많다.

고-오급 레스토랑스나, Dota, 카오스 그리고 비슷하지만 또 다른 부류인 사이퍼즈, 오버워치.

 

가끔은 게임을 하면서 생각한다.

한숨쉬며 아군을 보고 있노라면 이 짐승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랭크를 돌리는지 모르겠다고.

그런데, 가끔은 내가 짐승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어쨋거나, 많은 유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다인큐"에 관해서는 구구절절 썰을 풀어도

몇날 몇일을 이야기로 밤을 새워도 모자랄만큼 유저들이 할 말은 참 많을것이다.

 

나는 다인큐가 도입될때 찬성했었던 사람이다.

(저를 때려주십시오. 매-우)

 

그 이유는 간단했다.

본시 LoL의 메인 컨텐츠인 소환사의 협곡에 기반한 5:5 게임은 당연하게도 "팀게임"이기 때문이었다.

 

프로게이머들이 연습은 솔랭으로 뛰지만 결국 최종 실력을 겨루는것은 팀단위의 리그인것처럼

난 다인큐가 솔로랭크의 수준을 질적으로 향상시킬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이게 왠걸?

다인큐의 도입은 LoL에 씻을 수 없는 흉터를 남기고 말았다.

역대 최악의 시즌으로 난 시즌6을 평가한다.

물론 아직 시즌6가 마무리 되지도 않았지만,

사실 똥인지 된장인지 굳이 한바가지씩 퍼먹어봐야 구분이 되는건 아니잖는가.

시즌6의 다인큐는 완전히 실패했다. 그냥 실패가 아니다. Epic Fail

 

난 다인큐의 긍정적인 측면

- 팀게임에서 보다 팀케미와 호흡을 맞추어 랭크의 질적 향상

- 팀탓과 팀운을 떠난 오로지 실력에 의한 순위매김

이러한 부분을 난 고무적으로 생각했었다.

팀게임의 평가는 당연히 팀단위로 하는게 맞는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라이엇의 가장 큰 실수는 물론 다인큐의 도입자체도 지금와서는 실수, 아니 실패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결정적인것은 4인큐를 허용했다는것에 난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싶다.

 

5인큐가 만날 수 있는 조합에는 다음의 경우가 있다.

5vs5(최고의 매칭 - Best)

5vs4+1(최악의 매칭 - Worst)

5vs3+2(조금 나은 매칭 - Better)

5vs1+1+1+1+1(공정하지 못한 매칭 - Unfair) - 오타수정

 

여기서 사실 5vs5는 크게 문제될것이 없다.

서로 동등한 조건이니까.

반대로 5vs1+1+1+1+1도 생각보다는 괜찮다.

왜냐하면, 1인 솔로큐팀의 경우에 MMR보정치를 듬뿍 주어서 1인큐쪽의 MMR이 더 높다면 승률은 맞출 수 있다.

1인큐의 경우는 기존의 솔로랭크보다는 다소 어렵다는 느낌을 받겠지만 그것은 LP나 MMR의 보상으로 돌려줄수있다.

 

5vs2+3의 경우도 듀오와 트리오의 조합으로, 그리 나쁘지는 않다.

어쨋거나 솔로큐보다는 듀오가, 듀오보다는 트리오가 멘탈적인 부분이나

유저가 겪는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것은 5vs4+1인큐다.

5인큐쪽은 뭐 그렇다고 치자.

근데 LoL을 하면서 멘탈이 개박살이 나서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경우를 보면

사실 적군의 실력이나 주둥이에서 박살나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군의 실력이나 주둥이에서 멘탈이 박살난다.

 

이건 근본적으로 같은 5인 클랜전을 도입한 서든어택과는 사뭇 다른양상을 보여주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서든어택의 경우에는(예시가 젖절하지 못함을 양해바라면서...) 1명이 제 역할을 못하거나 심지어 탈주(...)를 하여도

실력이 충분하다면 4:5는 할만한 게임이 된다.

게다가 1:3,1:4같은 절망적인 경우에도 종종 슈퍼플레이를 통해서 극복이 가능하다.

즉, 머릿수가 절대적이지는 않다는점이다.

(물론 불리한건 매한가지다만...)

따라서 굳이 남탓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잘하면 게임을 이기게 만들 수 있다.

 

반면에 LoL에서는 진리가 한가지 있다.

한명이 게임을 100% 이기게 만들기는 아주 어렵지만

한명에 게임을 100% 지게 만들기는 매우 쉽다.

 

아주 심플한 논리다.

LoL에서 4:5나 심지어 적을 도와줘서 4:6같은 상황이 종종 나타나곤하는데

이 상황에서 사실 대리나 부캐로 랭크를 돌리는것이 아닌 이상에야,

대부분의 유저는 이럴때 소위 말하는 "꽁패"를 하게된다.

 

어쨋거나 본론으로 돌아가서, 4+1인큐인 경우에 유저는 1인 솔로큐 5인을 만난것보다 훨씬,

그리고 압도적인 빈도로 불쾌한 상황에 처한다.

4인큐가 항상 게임을 캐리하는것이 아니므로, 지는 게임에서는 시비가 왕왕 벌어지는데

이런 경우 그 누구도 1인큐를 배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끔은 작정하고 1인큐를 까대거나 무한정치의 궤도에서 영원히 고통받기도 한다.

 

심지어 1인큐 라인 혼자 라인전을 이기고 내려왔더니 20분에 4명이 서렌을 눌러버리는 그런 상황도 없지는 않다.

이런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것을 과연 라이엇이 몰랐을까?

 

사실 이 현상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왜냐하면, Dota나 히오스의 경우에도 이미 다인큐는 도입이후 실패한 정책으로 결론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다인큐라고 붙일것도 없다.

 

길에 널리고 널린 수많은 LoL유저들에게 물어보라.

1인 솔로랭크를 돌릴때 4인큐와 팀이 되고싶느냐고.

난 99%이상의 사람이 그 상황을 아주 싫어할것이라는데 모든걸 걸 수 있다.

 

다인큐의 도입에서 4인큐의 존재를 지워버렸다면

즉 1,2,3,5인큐만 가능했다면 그나마 LoL에 다인큐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이 그래도 좀 덜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이엇은 뻔한 결과에 대해서 모든것을 유저 탓으로 돌리고 있다.

 

사실 1인큐든 2인큐든 3인큐든 4인큐든 5인큐든 모든 유저가 성숙한 문화를 가지고,

모든 게임에서 최선을 다하고 훈훈한 상황에서 게임이 잘 마무리 된다면 다인큐는 문제될것이 없다.

그러나 게임을 하는 유저는 모두 공자나 아리스토텔레스, 부처가 아니며 이건 예측가능한 문제였다.

 

하지만 라이엇은 꾸준히 지속적으로 일단 도입해봐.

너희들도 다인큐를 좋아하게 될껄?

이런식의 태도를 아직까지도 유지하고있다.

즉, 시스템의 실패를 전적으로 유저의 미성숙한 게임문화와

익숙치 않은 시스템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릴거라고 생각하는것같다.

 

이 얼마나 어리석고 유토피아적인 생각인가.

그들의 고집은 어디까지 이어질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한, LoL의 수명은 확실히 줄어들것이고

이탈한 유저들을 되돌리지 않는한 PvP컨텐츠가 전부인 이 게임에서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하는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