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된 헬퍼나 다인큐 문제를 제외하고도, 이미 라이엇은 내부적으로 충분히 곪아있던 기업이었다는 것이 제 생각이네요. 이런저런 서론은 걷어치우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일단 가장 먼저, 신작개발이 전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시간이 없던 것도 아니죠. 롤이 처음 나온지 하루이틀도 아니고 무려 6년이 지났습니다. 다른 회사랑 비교해볼까요. 블리자드랑 비교할 것도 없어요. 우리나라 NC소프트만 해도 아이온 나오고 블소 나오는데 4년 걸렸습니다. 초창기 넥슨, 지금 라이엇 규모랑 비교도 안되게 초라했던 그 초창기 넥슨도 얼추 2년에 한번씩 신작게임 찍어내던 회사입니다.

근데 라이엇은 그걸 안해요. 애플이라고 치면 아이팟 하나만 보고 주구장창 밀고 나가는 꼴입니다. 물론 아이팟은 당대에 충분히 성공한 MP3 기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폰이나 맥북 등등을 개발하지 않았으면 지금 애플은 어디 동네 삼진철강급 이름도 모를 회사가 되어 있었겠죠.

물론 판박이처럼 게임 찍어내는게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당장 위에서 말한 넥슨만 해도 바람의 나라하고 어둠의 전설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기도 했고. 자, 그럼. 그래서 지금 라이엇이 서비스하고 있는 롤이라는 게임이 게임 역사상에 길이길이 남을 정도로 존나 훌륭하고 완벽한 게임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겁니다.

밸런스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지금 렝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매번 패치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그거. 물론 밸런스 역시 굉장히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아래에서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롤은 자사가 주최하는 세계적인 게임 대회에서 옵저버 클라이언트가 튕기면서 버그스플랫이 나올 정도로 훌륭하게 잘 만들어진 게임이죠.

클라이언트 이야기를 하자니 리플레이 이야기가 안나올수가 없는데, 맨 처음에 사설 리플레이 프로그램이 개발되었을 때 라이엇은 '우리가 조만간 리플레이 시스템 넣을테니까 사설 프로그램 쓰지 말아줘' 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섭이 열리기도 전 시즌 1때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라이엇이 그동안 리플레이 개발 대신에 뭘 했냐 하면, 캐릭터들 일러스트 뜯어고치기 작업입니다. 클라이언트 디자인도 두세번 바꿨군요. 스토리랑 설정, 하도 난잡해서 이제 누가 아무도 신경 안쓰기는 하지만, 그것도 몇번 고쳤던 것 같네요. 이런 인력들에 투자할 돈으로 클라이언트를 조금이라도 보강했으면 지금처럼 핵이랑 오토가 판치는 게임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운영은 잘하나? 라이엇 게임운영을 한줄로 요약하면 '니들이 뭘 원하는지는 알겠는데 어쨌든 우리 말이 맞아' 이겁니다. 소비자를 그냥 좆으로 봐요. 사실 이 부분은 요새 핫한 이야기니까 그냥 패스하도록 하죠. 예전에 프릭이었나가 올린 글에 의하면 사내 의사소통도 개판으로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그것도 제가 내부인이 아니니까 잘 모르는 관계로 넘어가기로 하고.

소비자만 무시하는 거였으면 그래도 어떻게 굴러갔을지도 모르는데, 라이엇은 협력업체 및 관계자들 역시 좆으로 취급하죠. 예전에 프로게이머들한테 "다른 게임 방송 하지 마라" 라고 말한 건이나, 온게임넷이랑 협의도 없이 분산중계 추진했던 일도 그렇고, 해설자 월급 짠것도 유명한 이야기.


상기한 내용을 대충 간추려보면 이렇습니다

1. 신제품 개발 없음
2. 단 하나뿐인 제품도 병신
3. 품질보다는 디자인
4. 소통 X. 소비자 좆으로 봄
5. 협력업체도 좆으로 봄

게임회사라는 특수성 감안하지 않고 그냥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것만 이정도군요. 이런 기업이 안 망하는게 더 신기한거죠...

그럼 라이엇이 잘한건 대체 뭐냐. 대체 뭘 잘했길래 롤이 이렇게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게임이 되었나. 제 생각에는 마케팅입니다. 랭크게임 시즌 1 도입과 더불어서 증가하기 시작한 유저수와 유튜브 UCC 등등이 이해할 수 없는 시너지를 일으키는 와중에 가렌이 수풀속에서 빙빙 돌고 티모는 어디선가 뒤지고... 솔직히 롤 흥행지분의 80% 정도는 티모한테 있을겁니다. 티모 없었으면 롤 이렇게 못큼. 어쨌든 홍보 능력만큼은 나름 검증된 회사인데 신작을 안만드니까 그 능력을 쓸데가 없어요ㅋ


길게 썼는데 밸런스 이야기 안하고 넘어가는것도 좀 아쉬우니까 제가 생각하는 밸런스 문제를 좀 말하자면

1. 캐릭터들 몸빵에 비해서 딜이 너무쎔. 어지간한 캐릭터들 다 ㅂㅈㄷㄱ 맞추고 점화쓰면 반피는 우습게 뺄 수 있음.
2. 이런 이유로 갈수록 타겟팅 기술이 줄어들고 대신 맞추기/피하기가 중요한 게임이 됨
3. 사거리 짧은 일부 마법사캐릭 병신화. 뚜벅이들 역시 멀리서 쳐맞으면서 뚜벅뚜벅 걸어오다 막상 오면 뒤짐.(ex.요릭)
4. 이런 캐릭들은 근접했을때 확실한 보상을 해주면 되는데 라이엇은 병신같은 이유를 붙여가면서 꾸역꾸역 리메이크함.
5. 물론 리메이크 해봤자 약하면 묻힘. 개편 직후 스웨인이랑 지금 보면 나옴. 결국 중요한건 수치.
6. 리메이크를 하다보니 스킬들이 갈수록 복잡해짐. 예를들어 (구)시온같은 경우 쉴드-스턴-펑-툭툭 이거면 끝인데 제드는 요우무를 써서 접근 - 궁극기 - 분신 그림자를 적당한 곳에 깔고 - 몰왕 - ㅈ와 ㅂ를 최선을 다해서 맞추고 - 툭툭 - 궁극기를 다시 써서 원래 자리로 돌아옴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있음.
7. 하던 사람들이야 별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러다보니 초보 진입장벽이 갈수록 높아짐. 롤이 초반에 도타보다 쉽다는걸로 흥행을 유도했던 걸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 그리고 사실 나한테도 문제임. 제드 너무 어려움.
8. 밸런스와는 별개 문제지만 신규 유입 관련해서. 계정 레벨 시스템은 서버 맨 처음 열었을때나 괜찮지 1년정도만 지나도 저렙존에 봇밖에 안보이는 희대의 개쓰레기 시스템.


뭐, 어쨌든.

이런식으로 내부적인 문제가 곪아가던 와중에 오버워치 등 외부효과가 맞물리면서 급격한 하락세를 걷고 있는거 아닌가 합니다. 딱히 오버워치가 존나 흥겜이라 롤이 몰락하고 있는건 아니에요. 망할망해서 망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