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LCK는 '노잼스'란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아마 시청자들이 가장 큰 지루함을 느끼는 부분은 초반 스왑에 의한 맞철거 구도나 오랜 대치와 소강상태일 것이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고 라이엇이 해결할 과제겠지만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적하고자 하는건 여기서 방송사가 해야 할 일이다.

과거 스타 중계를 보면 상대적으로 별 일이 안생기는 초반 단계에 여러 통계들을 보여줬다.
상대전적은 물론 맵별 전적이나 해당 선수가 리그에서 세워 온 기록들을 화면 구석에 띄워주는 식이다.
중계진은 매번 하는 뻔한 얘기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런 자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LCK도 계속 이런 자료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자료도 보여주는 타이밍도 좀 이상하다.

일단 경기 전에 대부분의 통계분석을 보여준다. 그러면 라이트한 시청자나 인터넷 다시보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그냥 거른다. 밴픽이나 게임이 시작하기 전까지 다른 채널을 보는 사람도 있다. 결국 경기 보는 재미에 별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큰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좀 더 심도있는 분석을 할 수 있겠지만, 경기 전이기 때문에 몇 초 비추지도 않고 넘어간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초반엔 후반가면 누가 낫다느니 하는 뻔한 얘기만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자료로는 대표적으로 포지션별 KDA 오각형 그래프가 있다. 대체 이걸 왜 보여주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잘나가는 팀은 크고 부진한 팀은 작다는 것 외에 뭘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일까? 이걸로 팀별 개성이 드러날까?
차라리 '포지션별 딜 비중' 같은 걸 보여주면 이 팀은 어느라인 위주로 육성하는지, 이 팀 미드는 정말 영고인지 유추할 수 있는 지표로 쓸 수 있을 것이다. OGN도 어느 정도 의식을 했는지 오각형 그래프는 최근엔 잘 보이지 않는다.

챔프별 전적이나 상대전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쪽도 대체로 큰 의미없는 데이터들이고, 과거 팀간 전력격차가 매우 컸을때의 자료 때문에 허수도 많다.
마린의 마오카이처럼 특기할 수준의 데이터도 있지만, 보통 강팀 선수가 대세픽을 쓰면 승률은 알아서 오른다. 이걸로 챔프 숙련도를 알 수 있는지 의문이다.
상대전적도 마찬가지다. 최근 나왔던 썸데이와 큐베의 압도적인 전적차의 경우 사실 KT가 삼성에게 지질 않았기 때문에 형성된 것이었다. 교체가 있었던 다른 라인들과 달리 큐베는 그 자리를 계속 지켜왔기 때문에 사실상 독박을 쓴 것이나 다름 없게 되는 것이다. 이걸 정말 인간상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팀 게임이라 어쩔 수 없지 않냐' 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바꾸면 흥미로울 수치는 꽤 많다. 
선수에서 잠깐 벗어나서 오브젝트들을 보자. 이 녀석들 갖고만 이야기 해도 여러 통계를 뽑아낼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도 많이 이야기되었던 LCS의 '바론 획득 이후 골드차'가 대표적이다. 해설들이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알기 어려웠던 운영이란 요소를 매우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응용해서 이걸 팀별로 수치화해서 보여줄 수도 있고, 바론 버프와 장로를 나눠 가져갔을 때의 승률을 낸다면 장로 드래곤이 너무 약하다는 점이 실제로 어느 정도 차이를 불러오고 있는지를 알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리그가 진행되면서 패치로 장로 드래곤 버프가 강화된다면 패치 전후로 어떤 차이를 불러오는 지도 승률이나 골드차를 통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챔프에 주목해도 재미있는 통계를 뽑아낼 수 있다.
최근 대회에서 가장 핫한 밸런스 문제는 역시 시비르의 후반 캐리력일 것이다. 그럼 이걸 숫자로 보여주는거다.
게임시간 40분 이상, 45분 이상, 50분 이상에서의 시비르의 승률을 그래프로 보여주거나, 반대로 짧게 끝난 게임에선 어떤지에서 의미있는 수치가 나온다면 경기시간을 알려주던 타이머가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통계와 기록은 무난한 전개의 평범한 경기에도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이다. 꼭 정기적이 아니더라도 경기 중에 흥미를 끌만한 통계들을 한번씩 보여준다면 노잼스란 오명도, 패턴화된 경기에서 중계진이 갖는 부담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 갑자기 삘 꽂혀서 쓴거라 가독성이 심히 후달리는 점 죄송합니다.
* 긴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